지금은 4非4脫 시대
최 화 웅
설 명절을 계기로 그리운 가족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행복한 가족의 만남은 크고 작은 공감과 이해의 감성에 앞서 마음부터 설레고 기뻤다. 그러나 힘겨운 세상에 서로가 할 말 안할 말을 가리려는 그윽한 눈빛과 표정을 엿볼 수 있었다. 더구나 십대 청소년과 젊은 미혼 여성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는 입시와 취업, 외모와 옷차림, 결혼과 출산에 관한 이야기는 애써 피했다. 그러나 어른들은 내일이 걱정스러운 듯 ‘4비4탈’의 사회현상을 조심스럽게 화두로 삼았다.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도 개인의 행복과 선택을 배려하는 마음을 지키는 동안 명절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4비4탈 운동’은 우리가 민주화와 페미니즘 확장을 통해 인권과 여권이 몰라보게 신장되면서 초래한 의식변화가 사회운동으로 발전한 탓이다. 이런 현상은 꾸준히 변하고 바뀌어온 우리의 삶, 우리 사회의 모습이리라. ‘4비 운동’은 '4B' 또는 '4비(非)'로 불린다. 4비의 영문 ‘B'는 별다른 의미가 없고 한자 ’아니 비(非)‘는 거부의 뜻을 가진다.
‘4비’는 연애와 성관계,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여성의 정체성 운동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우리의 삶, 우리네 사정과 사회문제가 숨어 있다. 그 운동에 최근 덮친 ‘4탈(脫) 운동’은 얽매이고 갑갑한 현실의 벽을 뚫고 나오려는 결의와 함께 자신을 옥죄는 가부장제와 사회의 고정관념으로부터 탈피하려는 정신이 깃들어 있다. 그것은 단순히 권리를 주장하는 게 아니라 새로워지려는 몸부림이리라. 연애와 성관계를 하지 않고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겠다는 ’4비‘에 이어 ’4탈‘로 확산되는 탈코르셋, 탈아이돌, 탈오타쿠, 탈종교의 의미는 자신으로부터 출발하여 경제사회 문제에 이르는 광범한 여성 해방운동이다. 지난해 한겨레가 만든 젠더 미디어 <슬랩>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대 805명을 상대로 실시한 ‘20대 연애 행태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응답자 중 66.8%(여성 69.3%, 남성 64.4%)가 ‘4B 운동’을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20대 연구소>가 발표한 ‘연애와 결혼에 대한 실태 및 인식조사’에서는 10명 중 4명이 “연애를 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청년세대의 결혼과 자녀, 행복에 대한 생각’을 묻는 설문조사에서는 20대 여성 중 ”꼭 결혼하겠다.“고 답한 응답자가 열 명 중 한 명뿐이었다. 그것은 곧 ”내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젠더 감수성을 가진 남자가 아니면 로맨스를 이룰 수 없다는 판단이고 그걸 무시하면서 이성적 끌림으로 만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 해결책을 강구해야할 시점에 와 있다. 국가경쟁력은 인구, 경제, 군사, 영토, 자원이 결정한다. 우리의 미래는 이 중에서도 인구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역사적으로 로마제국도 인구문제로 망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 당시 인구절벽을 경험하고 독신세까지 신설했으나 끝내 인구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 어느 정당은 이번 설 귀성객을 향해 “결혼은 언제 하니?”라고 묻고 그 아래 “혼자서도 행복한데요.”라는 대답의 펼침막을 재빨리 내걸었다. 인구문제는 표로 연결시킬 문제가 아니라 정책 뒷받침을 통해 장기적으로 끌고나가야할 문제다.
2002년 4월 8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2차 UN 세계고령화 회의에서 당시 코피 아난(Kofi Annan) 사무총장은 일찍이 “인구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은 이제 시한폭탄이다.”라고 역설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학과 데이비드 콜만(David Coleman) 교수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소멸국가 1호로 한국을 지목했다. 2030년에 정점을 찍은 뒤 2100년에는 전체 인구가 지금의 40%인 2천만 명 선까지 줄고 2300년대부터 소멸의 단계를 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2002년 1.17명, 2017년 1.05명, 그 이듬해 0.98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꼴찌였다.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의 소멸국가가 될 것이 분명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인구동향에 따르면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보다 적었다. 인구자연 감소가 인구절벽을 증명하고 있 앞으로 향후 5년 동안 생산인구가 30만 명씩 준다는 전망이다. 2032년이면 우리의 출산과 사망이 같아진다는 예측이다. 부산의 경우 21년 전에는 상주인구가 450만 명을 넘었으나 지금은 340만 명으로 줄었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 특단의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껏 입법기구인 국회는 나라와 국민을 위한 법 제정은 커녕 반대를 위한 반대에 머물러 있다. 출산과 육아는 국가 정책과 사회적 시스템이 뒷받침이 시급한데도 국회는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여건으로 출산 이후 일하는 주부들이 아이를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시설의 부족, 양육과 교육을 위한 사회교육제도, 취업과 사회경력이 이어지는 사회시스템, 은퇴 이후 노령과 빈곤을 위한 안전망과 종합복지대책이 안정적으로 갖추어질 때 출산 환경이 자연스럽게 마련되는 것이다. 개인에게 내몰린 안전장치가 근본적으로 과감하게 개선되지 않고서야 우리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인구절벽이라는 용어는 경제 전문가 해리 덴트의 저서『2018년 인구 절벽이 온다』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최근 외신들이 말하는 국가 중 가장 빨리 없어질 나라로 손꼽히고 있는 나라 중 하나가 우리나라다. 한양대 전영수 교수는 2008년『2018, 인구 변화가 대한민국을 바꾼다』를 발간한데 이어 10년만인 2018년『한국이 소멸한다』는 저서를 통해 다시 한 번 경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 절벽과 ‘4비4탈 현상’으로 취학 아동이 줄어들어 2019년 3월 1일 현재 폐교한 초등학교가 전국에 3803개교에 달하고 그 여파가 중고 대학으로 번지고 있다. 우리가 인구 절벽으로 초래되는 폐교 쓰나미를 과연 강 건너 불 보듯 할 일인가.
첫댓글 국민 모두가 심각한 상태를 인지해야 하는데요 그렇지못하고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고 있으니 많이 안타깝네요 하느님 창조사업이 가능하신분들은 힘내서 동참하심이 보시기에 좋아 하시겠지요~~
깊이 공감합니다.^^*
심각합니다. 그러나 정책을 펴야하는이들은 뒷짐을 지고 이 심각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니 더 심각합니다.
입안자는 물론 국민 모두가 겨레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함께 나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