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를 알고 갚자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수많은 운혜 속에서 살고 있다. 가깝게는 부모 · 형제 · 친척 그리고 스승 · 친구 · 이웃 등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서로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일게 모르게 은혜를 받고 있다. 또한 대자연의 은혜, 사회와 국가, 그리고 인류의 은혜가 있다. 조상의 빛나는 문화유산에 대한 은혜도 있다. 한 알의 곡식이 생겨나기까지 수많은 농부들의 노고가 있다. 세상의 모든 사물이나 생병체가 신비롭게 조화를 이루면서 서로 의지하고 영향을 주면서 중중무진(重重無盡)한 화엄법계(華嚴法界)을 이루고 있다.
《대방편 불보은경》에 보면 부처님께서는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다음과 같이 강조하셨다. 은혜를 아는 사람은 최고의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을 일으킬 수 있고, 은혜를 갚는 사람은 능히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최고의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을 일으킬 수 있다. 은혜를 알고[知恩], 은혜를 갚는 것[知恩]은 대자대비의 근본이요, 모든 착한 선업(善業)을 짖는 첫걸음이다. 은혜를 모르거나, 특히나 은혜를 배반하는 배은(背恩)행위는 짐승보다 못한 것이다. 은혜를 모르는 사람은 착한 종자[善根]가 끊어진다. 참된 사람은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을 줄을 안다. 남에게 베풀어 줄 때는 베풀어 줬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하지만, 은혜를 받았을 대는 마땅히 그 은혜에 보답할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부처님께서는 재가자나 출가자 모두가 사람으로서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네 가지 은혜, 즉 사은(四恩)에 대해 《대승본심지관경》에 서 다음과 같이 설하셨다.
재가(在家) 신도나 출가자 모두에게 해당하는 네 가지 은혜가 있느니, 첫째는 부모의 은혜요, 둘째는 중생의 은해요, 셋째는 국가의 은혜요, 넷째는 삼보(三寶)의 은혜이다.
이와 같은 네 가지 은혜는 모든 사람이 착한 성품(自性)과 함께 본래부터 가지고 있다.
사은(四恩)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부모의 은혜[父母恩] : 나를 낳아 주고 길러 주신 부모님의 은혜는 하늘처럼, 바다처럼 깊다. 《인욕경》에 보면 ‘효도보다 착한 것이 없고, 불효보다 악한 죄가 없다’고 하였다. 예부터 효도도 백 가지 행위의 근본이요, 모든 덕행의 근원 이라하였다. 부처님께서도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에서 다음과 같이 부모님의 운혜에 대하여 설하셨다.
설령 어떤 사람이 외쪽 어깨에 아버지를 업고, 오른쪽 어깨에 어머니를 업고 피부가 닳아 뼈에 닿고, 뼈가 뚫어져 골수에 이르도록 백 천 바퀴나 수미산을 돈다 해도 부모님의 깊은 은혜는 다 갚지 못할 것이다. 부모의 은혜를 갚고자 하거든 부모를 위해 참회하며, 부모를 위해 삼보(三寶)에 정성으로 예배 공양하며, 부처님을 위해 가난한 이웃에게 베풀어 주어서 복을 닦으라.
부모를 정성으로 섬기는 것이 부처님께 지극한 마음으로 불공을 올리는 것과 같이 최고의 공덕을 받는다. 《육방얘경(六方禮經)에는 자식으로서 부모의 은혜를 갚는 길에 대하여 이런 가르침을 설하고 있다. 자식들이 부모를 받들어 모심에 있어 마땅히 다음과 같은 일로써 하라. 첫째는 가풍(家業)을 잘 지켜 가고, 둘째는 일찍 일어나서 가족들을 잘 보살피고, 셋째는 부모의 근심거리를 적게 하고, 넷째는 부모가 병이 났을 때는 두려운 마음으로 간병을 대해야 한다.
양주동(梁柱東) 선생이 작사한 〈어머니 마음〉은 《부모은중경》의 열 가지 은혜[十重大恩]를 의역(意譯)한 천하제일의 노랫말이다.
나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자라선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고우시던 이마 위에 주름이 가득,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오, 어머님의 희생은 가희 없어라.
둘째, 중생의 은혜[衆生恩] :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간과(看過)하기 쉬운 은혜가 중생의 은혜다.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이웃은 말할 것도 없고, 생명체가 있는 모든 무리[衆生]들은 이 세상에서 우리와 함께 공존하면서 직접, 간접으로 서로 의지하면서 영향을 주고, 은혜를 베풀어 주고 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중생을 부모나 스승, 부처님처럼 받들고 공경하라고 가르치셨다. 항상 중생의 마음을 살펴서 중생을 이익되게하고, 모든 공덕을 중생에게 되돌리는 회향(廻向)의 자세를 갖으라고 설하셨다. 《화엄경》 〈보현행원품〉에서는 ‘중생을 기쁘게 하는 일은 부처님을 기쁘게 하는 일이요, 중생을 받들어 섬기면 곧 부처님을 받들어 섬김이요, 내 이웃을 섬기는 일이 중생을 섬기는 일이요, 부처님을 섬기는 일이다. 이웃을 멀리하고 무시하는 것은 부처님을 스스로 멀리하여 떠나는 행위이다.
셋째, 국가에 대한 은혜[國家恩] : 국가와 사회는 우리가 생활해가는 삶의 터전이요, 조상 대대로 삶을 가꾸어 온 고마운 부금자리이다. 국가의 발전이 나의 발전이다. 잘 사는 국가와 정의로운 사회 속에서만이 나의 이상과 자아실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가와 사회에 대한 은혜는 국가에 대한 충성과 봉사와 희생으로써 나타난다. 개인의 봉사와 충성이 없이는 국가공동체가 유지 · 발전될 수 없다. 넷째, 삼보(三寶)에 대한 은혜[三寶恩] : 진리를 모르고 생사의 고통 속에서 헤매는 중생에게 해탈을 깨우쳐 주신 부처님의 은혜[佛恩], 그리고 진리를 실천하고자 뜻을 모은 승가(僧伽) 공동체의 은혜[僧恩]를 삼보(三寶)의 은혜라 한다. 《기신론(起信論)》에 보면 ‘삼보를 예배하고 찬탄하는 공덕은 능히 깨달음을 얻게 하고, 삼보의 보살핌과 가호를 받아 지난 날 지은 죄업과 업장(業障)을 없애 주고, 착한 마음을 자라게 한다.’고 하였다. 삼보에 귀의(歸依)하면 살아생전에는 항상 즐거움과 깨달음을 얻게 되고, 죽어서는 하늘나라에 태어난다고 한다. 우리는 이와 같은 청정한 자연의 은혜에 이르기까지 한없는 은혜를 입고 산다. 은혜를 알고 감사하는 생활은 우리의 마음과 사회를 따뜻하고 아름답게 해 주는 묘한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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