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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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31 12:05
한파 ㅡ팔음
팔음
조회 수 245 댓글 1
한파 - 팔음 김미숙
꽁꽁 얼어붙은 수도
부엌일을 하다가 무심코
수도꼭지에 손이 간다
우물도 없는 도시의 양옥집
정수기마저 멈추니 참담하다
세탁소 물길어 큰 곰솥에 끓여
설거지하고 세수를 한다
밥은 급조한 생수로 지었다
AI(인공지능)시대에서
원시시대로 되돌린 명절끝 한파
처마끝 수정 고드름 문발치면
엄마는 아궁이에 장작불 지펴서
덥힌 우물로 밥하고 빨래하고
사남매 목욕 시키고 나면
하루가 도망가버렸다
지금 남편과 둘이서
번갈아가며 물을 길어오느라
하루해가 노루꼬리다
며칠전 말다툼으로 벌어진 두 마음
한파 때문에 한마음으로 묶였다
닫혀버린 물의 길,
이것이 만약 전시상황이라면
시베리아 벌판에 산다면
아아,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물의 소중함 다시 깨닫는다
첫댓글 서강 23-01-31 22:21
시는 설명하면 안된다 이 시는 일기를 쓰듯 정확하게 쓰고 있다 겉 말을 쓰지 말고 담겨 있는 속 뜻을 써야 한다 나무를 생각할 때 나무 그늘을 보는 시선을 가지면 서정시의 본령에 다가 갈 수 있다 시를 쓸 때 읽은 독자가 창조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나 틈을 줘야 한다 비유나 상징 암시를 통해 보여줘라 표면적인 말과 속 말이 함께 겹쳐질 수 있도록 써야 한다 그림자나 그늘을 읽어낼 수 있도록 쓰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