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 가사 유감
이번 주일 설교, 영적 전쟁에 대해서 준비하다가 찬송가 중에 ‘마귀가 놀라서 물러가네’라는 가사가 생각나 그 찬송을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물러가네’라는 말이 좀 거슬렸습니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 자기 아들을 십자가에 달려 죽이실 만큼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 사랑에, 마귀가 충격받고 경악해서 도망간다는 뜻인데, ‘물러가네’는 너무 약했습니다. 원곡인 영어찬송 가사도 그렇고요. 그래서 ‘도망가네’로 하려다가, ‘달아나네’로 가사를 바꾸었습니다.
찬송가 가사 중에서 종종 이렇게 아쉬운 구절들이 있습니다. ‘내 모든 시험 무거운 짐을’ 찬송가도 후렴에 ‘무거운 짐을 나 홀로 지고 견디다 못해 쓰러질 때’라고 했는데, 너무 부정적인 내용입니다. 우리가 힘들어 죽게 되었을 때야 비로소 주님이 구원해주신다니요.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이 찬송을 원곡 영어찬송으로 듣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I must tell Jesus’를 반복해서 외쳤습니다. 즉 그렇게 시험이 무거울 때는 무조건 예수님께 기도해야만 한다는 적극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우리 교회에선 ‘주께 기도해, 주께 간구해’로 가사를 바꾸었습니다.
또 ‘인애하신 구세주여’라는 찬송도 후렴에 ‘죄인 오라 하실 때에 날 부르소서’가 뜻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죄인 구원하실 때에 날 구하소서’로 바꾸었습니다. ‘21세기찬송가’로 바꿀 때, 좀 더 섬세히 살펴봤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그때 별 중요하지 않은 가사를 괜히 고쳐서 입에 배인 가사를 어렵게 만든 것도 있었고, 잘못 고쳐서 오히려 문제가 된 것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갈보리산 위에’ 찬송가도 후렴을 ‘영광중에 계신 우리 주와 함께 내가 죽도록 충성하리’로 고쳤는데, 주님과 ‘함께’ 충성하는 게 아니라 ‘그 주님께’ 충성하는 것이죠. 반대로 ‘마귀들과 싸울지라’는 성경적으로 ‘마귀(=사탄)’는 단수임으로 고쳐야 할 가사였습니다. 동방박사 ‘세 사람’도 성경에 없는 내용이니 없애야 했고요. 늘 부르면서도 갸우뚱했던 가사가,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어둠에 묻힌 밤’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지? 그런데 원곡가사의 맥락은 ‘예수님이 오셔서, 어둠이 물러가고 모든 것이 밝아진다’는 것을 알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언제 다시 개편할지 모르지만 그때는 제대로 된 찬송가를 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22년 10월 16일 주일 주보에서)
원곡인 영어가사에 비해 한국어 가사가 너무 부정적이라, 후렴을 그래서 이렇게 바꾸었습니다.
(기존 가사)
무거운 짐을 나 홀로 지고 / 견디다 못해 쓰러질 때
불쌍히 여겨 구원해 줄 이 / 은혜의 주님 오직 예수
(바꾼 가사)
주께 기도해 주께 간구해 / 나 홀로 짐이 무거울 때
긍휼히 여겨 날도와 줄 이 / 은혜의 주님 오직 예수
https://youtu.be/QY1SVak6r5s
첫댓글
100% 공감합니다.
농담이 아니라
찬송가공회에서 성원목사님을 몰랐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신학을 하셨고
국문과를 나오셨고(기자출신이시고)
기타리스트로 음악을 하신 분이고~
(신학을 하셨을 뿐 아니라 혀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부터 찬송을 부르셨고~)
참 안타깝습니다.
나도 고쳐진 가사로 찬송을 부르면서 참~
이건 아닌데ㅠㅠ 열 받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