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동네작가 한현숙입니다. 한국의 산티아고로 불리는 버그네 순례길은 많은 순례자들이 찾는 곳인데요. 오늘은 버그네 순례길 코스 중 잘 알려지지 않은 원시장·원시보 우물과 무명순교자의 묘를 소개하겠습니다.
내포의 첫 순교자 원시장은 1973년 홍주 응정리(현 성동리)에서 태어났는데요. 시장은 관명이며, 세례명은 베드로라고 합니다. 원시장은 56~57세에 사촌형인 원시보에게 천주교 신앙을 듣고 교리를 배우러 일 년 이상 고향을 떠났다고 해요. 이후 고향으로 돌아와 친지들에게 복음을 전해 30가구 이상을 입교시켰다고 합니다. 원래 원시장은 양인 출신으로 재력가였다고 해요. 성질이 워낙 사나워 홍주호랑이라고 불리던 원시장이 순한양이 되어 복음을 전하자 많은 사람들이 감동해 복음을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원시장은 1791년 체포되어 천주 신앙을 끝까지 고백하다가 홍주 감옥에서 순교했는데요. 사촌형제 원시보도 1788년에 체포되어 청주에서 순교했습니다. 원시장 원시보는 2014년 8월 16일에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복자로 선포됐다고 해요.
원시장·원시보 우물은 성동리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우물이라고 합니다. 마을의 옛 이름 ‘응정(鷹井)’은 ‘매’와 ‘우물’이 합쳐진 지명인데요. 응정 주민들은 수백년 동안 이곳 우물을 마셔왔다고 합니다. 옛 교우와 순교자들도 박해 속에서 이 물을 마시고 활력을 얻고, 신앙을 고백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는데요. 같은 마을에 살던 원백돌은 집 안에 천당(天堂)을 차려 놓고 기도하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곳은 한국교회 초창기 신앙생활을 하였던 내포지역 초기 교회 공동체 가운데 하나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버그네 순례길을 찾는 사람들 또한 우물을 돌아보며 몸과 마음을 정화하며 휴식을 취하면서 성지 명소 중 한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하니 성지순례를 계획하고 있는 분들은 참고하길 바랍니다.
※ 주소 : 당진시 합덕읍 성동리 340
원시장 원시보 우물에서 대전리 산 방향으로 20분 정도 걸어가면 무명순교자의 묘가 보입니다.
공동묘지에는 46기의 무명 순교자 묘가 줄무덤을 이루고 있는데요. 1972년 봄 손자선 성인의 선산이던 이곳이 과수원으로 개발되는 와중에 연고자가 없는 32기의 묘가 발굴되었다고 합니다. 이때 한결같이 분묘마다 목이 없는 시신과 묵주가 함께 나와 순교한 천주교인으로 추정했는데요.
이들 시신은 당시 신자들에 의해 1km 떨어진 현 공동묘지에 6개의 봉분으로 이장해 모셨습니다. 유골의 손실을 막기위해 일부 유골은 수습하여 신리성지 성당 2층 경당 유골함에 안치했다고 합니다.
이후 1985년 4월 2차 파묘 때 14기의 무연고 묘가 또 발굴되었는데요. 마을에는 전부터 '대전리에 있는 십수 기의 묘는 손씨 가문의 치명자'라는 구전(口傳)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에 십자가와 함께 발굴된 이들 14기의 묘는 손자선 성인의 가족 순교자로 전해졌고, 현재 무명 순교자 묘 뒤편으로 옮겨 모셨다고 하네요.
걱정, 고집, 게으름, 나태, 압박감?, 평온함 속에서 불쑥 떠오르는 불안함과 조급함, ....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는 순례자들이 일상의 무게를 글귀로 적은 작은 조약돌들이 보입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것들이 때로는 큰 중압감으로 다가 오기도 하는데요. 오래전 이름없이 빛도 없이 믿음을 지키다 희생당한 분들의 발자취에 비하면 한순간 스치는 바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편 솔뫼성지에서 신리성지까지 13.3km를 잇는 버그네 순례길은 종교적 치유를 넘어 비종교인도 웰빙과 힐링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명품길로, 지난 2016년 아시아 도시경관 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는데요.
순례길의 위치정보와 함께 거점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물론 날씨와 걸음 수, 활동 칼로리 등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어플도 설치되어 있어 젊은 층의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 주소 : 합덕읍 대전리 산21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