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블랑카를 오랬만에 다시 보았다. 역시 멋있는 남주와 예쁜 여주였다. 그래도 더 멋있었던 것은 남주다. 그는 어떤 남자도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한창때의 어여쁜 여주와 2차대전중 독일군이 진군하는 파리를 탈출하려던 미국인으로 레지스탕스를 돕기도 하는 원래 부자고 능력도 있고 의로웠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편지한장을 남기고 영원히 만날 수없다며 사라지자 사업에 혼신을 다하는 이기주의자이자 냉철한 사람이 되어 당시 미국으로 피난하려던 요충지인 모로코에서 인기있는 카페를 하고 있었다.
그의 카페에 여주와 남조가 온다. 그는 예전의 남주보다 더 레지스탕스에 헌신하는 친구로 독일에 협조적인 프랑스령에서 출국허가를 받기위해 접선지였던 카페로 온 것이다. 스토리 전개상 허가증은 남주의 손에 있고 그는 배신당한 여주를 돕고싶을 까닭이 없다. 여주는 눈물로도 호소가 먹히지않자 총까지 겨누지만 남주를 설득하지 못하고 결국 남주와 만나기전에 결혼했던 남조만 출국시켜달라고 한다. 자신을 만나기위해 위험한 파리근교까지 왔고 부상으로 자신을 필요로 했기에 남주를 사랑하면서도 그를 떠나 남편을 간호해야 했다면서 자신이 남주를 떠나지 않을 테니 레지스탕스 활동을 위해 남조를 출국시켜달라고 사정한다.
한편 남조도 그들의 과거를 눈치채고 여주만이라도 출국시켜달라고 사정하고 체포된다. 결국 남주의 선택은 친구인 경찰서장에게 더 큰 건으로 체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보석신청금을 낸다. 그들이 출국허가권을 매매하고 있을 때 현행범으로 체포하라는 그의 권유에 서장은 의심하지만 여주와 같이 떠날 것이라는 설명에 사랑이 결국 승리했다며 보석을 허가한다. 하지만 남주의 선택은 자신이 아닌 여주와 대의였다. 그는 여주부부를 출국시키고 자신이 구속되기위해 카페를 팔고 서장을 총으로 위협하여 부부를 출국시킨다.
남주의 선택은 그가 출국허가에 부족한 자금을 대기위해 카페의 도박장에서 원금을 잃기만 하는 남편을 위해 서장에게 몸이라도 팔아 허가를 받으려는 여인의 상담에 대한 행동으로 어쩌면 미리 예측할 수도 있었다. 그는 잘 될 것이라면서 도박담당을 통해 남편이 도박에서 돈을 따게 해준다. 물론 그녀와 직원들에게 감사의 말을 듣지만 그는 단지 남편이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답한다. 어쩌면 남편은 운이 좋았었을 수도 있다. 냉혹해 보였던 남주에게 그의 부인이 상담을 하게 되었고 남주가 여주의 사랑고백에 과거의 파리를 다시 기억하게 된 후였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는 이유에 대해 영화감상을 하면서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다. 동물처럼 후손을 남기고 키우는 것이 사는 이유라면, 남주는 여주를 선택했어야 한다. 그러기위해 서장에게 주장한대로 남편은 체포되고 여주와 출국하는 것이 최선의 행동이다. 하지만 후손이 살아갈 사회를 더 좋게 만드는 것이 생의 이유라면 그가 속하여 살아왔던 사회에서 인정되는 대의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남편이 활동을 잘 할 수있도록 여주와 같이 출국시키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우리는 모두 죽는다. 그리고 죽기전에 늙고 병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죽기까지 시간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는 지금 잘 죽는 것을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나치치하의 폴란드에서 유대인들을 숨겨주다가 아우슈비츠에 수용되고 그 곳에서도 탈옥한 수감자를 대신하여 가족이 없는 자신에게 벌을 달라고 자원하여 아사형을 언도 받았던 막시밀리언 꼴베 신부가 선택한 죽음이자 삶의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