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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대 여성커뮤니티
http://밤과새벽사이.com
출처 : 네이트판 hazel님
http://m.pann.nate.com/talk/32795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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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일본에서 겪은 이야기 2편
덜컹거리는 시골길 같은 곳을 한참 지나서 어떤 좁은 산길로 접어드는 곳에 차를 세우고, 그곳에서부터는 차가 들어갈 수가 없게 막혀있어서 도보로 숲이 우거진 그 산속으로 향해 가기로 한 그때는 이미 시각이 밤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산길의 입구에는 들어가지 말란 표시가 된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어서 그걸 살짝 치우고 들어갔죠.
마냥 신나하던 친구와 그 옆에서 수다가 만발이던 여친은 얼마전 낮시간에 한 번 와봤던 곳이라며
느긋해 하던 반면...
내 팔짱을 꼬옥 끼고 불안해 하며 빨리 돌아가자고 울상을 짓던 나의 (시노자키 아이를 닮은.. 것처럼 최소한 그때는 느껴졌었던) 그녀는..... 너무너무 귀여워서 진짜...... 꼭 끌어안아주고 싶은 걸 꾹꾹 참으면서 그렇게 전 "다이죠오부"(괜찮아)를 연신 외치며 믿음직스러운 남자의 면모를 과시하기 위해 입가에 미소까지 띄워가며 천천히 친구 커플을 따라서 산길을 올라갔습니다.
그곳이 가까워질 수록 점점 온몸이 짓눌리는 듯한 느낌과 뒷골이 서늘해짐을 느끼면서도... 내옆에
꼭 달라붙어 내 팔뚝에 자꾸 밀착해오는 그녀의 봉긋한....;;에 정신이 반은 나가서 그저 그 순간이
영원하기만을 바라며 무릉도원 위를 걷는 기분으로 즐겼습니다만...
웃고즐기는 사이에 그 커다란 산장은 어느새 우리앞에 흉물스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대체 언제 지어졌고 언제부터 사람이 살지 않게 되어버린 건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회중전등 불빛
에 희미하게 비춰지던 말라붙어 잘게 갈라진 벽 페인트, 그 위에 잔뜩 달라붙어있던 이끼와 독담쟁
이 덩쿨은 그곳의 분위기를 더욱 소름끼치도록 무섭게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그때.. 온몸이 부들부들 떨림으로 내 온 몸의 신경세포들이 나에게 들어가면 안된다는 경고의 메세
지를 던지던 그때..., 전 어떻게든 그곳을 벗어나야 했습니다.
먼저 와본 적이 있어서 괜찮다고 큰소리 치던 친구커플도 막상 밤시간에 그곳을 다시 오니 장난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는지, 선뜻 들어가잔 소리를 못하고 그 문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었습니다.
내팔에 매달려 바들바들 떨며.. 그래서 내가 떨고있는 것도 못느끼며 무서워하던 그녀를 바라보며,
전 그때야말로 그녀에게 멋있는 모습을 어필할 챈스라는 빌어먹을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진짜
내가 미쳤지, 흑흑ㅠㅠ)
"뭐해? 어서 들어가지 않고..?" 전 앞에서 머뭇거리던 친구커플에게 여유롭게 말을 걸었지만, 그
들은 황당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어쩔줄 몰라 하더군요.
친구: 막상 밤에 와보니까 무섭네..
친구여친: 헤에~? 그래서, 여기까지 와서 다시 돌아가자고?
친구놈은 그냥 돌아갈 마음도 있는 것 같았는데, 그 눈치없는 여친이 문제였습니다.
겁쟁이라는 둥, 남자가 왜 그러냐는 둥... 실실 놀리듯 친구를 자극하며 저한테 "X상은 설마 무서운
거 아니죠?"라며 꾹 찔러오는데... 거기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전 아웃이라는 위기감에 그만... 그
집의 문 손잡이를 잡고 돌렸습...니다만, 안 열리더군요.ㅋㅋ
친구는 뒤편으로 돌아가서 깨진 커다란 창문을 보이며 그곳을 통해 들어가야 한다고 알려줬고, 잘
보니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린 흔적도 있고 유리도 깨끗이 치워져서 들어가는데 위험해 보이지도 않
았습니다.
제가 먼저 그 낮은 창문을 가볍게 넘어 들어가고 이어 내 그녀의 손을 잡아 들어오게 했습니다.
친구커플도 그 뒤를 따라 들어와서 '역시 한국군대를 다녀온 X상은 용감하다며 낯간지러운 소리를
들려줬고, 전 더더욱 의기양양해 하며 앞장서서 그 어두운 안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들어 갔습니다.
벽에는 페인트로 잔뜩 낙서가 되어있었고(오바케, 귀신이 나온다는 그런 유치한 낙서들), 가구들이
제대로 치워지지도 않은 채 살던 주민이 몸만 빠져나간 건지 낡은 가구들이 사방에서 먼지를 뒤집
어쓴 채로 나뒹굴고 있더군요.
한발한발 옮길 때마다 나무바닥은 끼기긱.. 삐그덕... 기분나쁜 비명들을 나직히 질러댔고, 때묻은
창문을 뚫고 쏟아져들어오는 보름달빛은 그 기괴한 장소를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일층의 거실과 부엌 등을 둘러보고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섰는데, 무너질까봐 걱정이 될 정
도로 그곳은 많이 낡아 있었습니다.
천정도 마구 구멍이 뚫려있었고 그 구멍을 통해서 누군가가 우릴 훔쳐보는 느낌도 들고....
몸은 점점 떨려오는데 그걸 감추려고 더더욱 호기있게 앞장서 걸어가는데... 이층에 다다랐을 때 전
무언가가 희미하게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순간 눈을 돌려보면 그곳엔 아무도 없고...
그러다가 어느 넓은 침실방에 들어섰을 때,
문옆의 구석에서 누군가가 달빛을 받으며 서있는 모습이... 옆눈으로는 보이는데.. 눈을 그쪽으로
돌리면 갑자기 사라져서 보이질 않고...
분명 누군가가 내 시야 안에 있는데도 그 모습을 똑바로는 볼 수가 없는 그런 이상한 상황이 계속되
어 졌습니다.
갑자기 이상하게 흠칫거리며 자꾸 두리번대는 제 모습에 나의 그녀는 왜그러냐고 겁내며 물었지만,
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불도 켤 수가 없었고 손에 든 전등도 밝지 않았지만, 찢긴 커텐이 떨어져내려 바닥에 너덜대는
맞은편 벽에 뚫려있던 커다란 침실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던 달빛은 이미 어둠에 익숙해진 제 눈에
그 방안의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똑바로 바라볼 수는 없었지만, 분명 45도 각도 정도의 시야 내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을 분명하
게 느낄 수 있었던 '그것'..
내 옆의 그녀도, 우리 뒤에서 얼쩡거리다 복도로 나간 친구커플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방구석에서
부터 '그것'은 점점 저희를 향해 천천히 소리없이 다가오고 있었고, 전 그 옷차림과 길게 드리워진
머리카락을 옆눈으로 보며 그것이 젊은 여자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죠.
그것은 저보다 제 옆에 있던 그녀에게 더 관심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천천히 내 뒤를 돌아서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는 '그것'의 움직임을 느끼며, 전 일단 그녀를 그곳에
서 나가게 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 큰소리로 친구커플을 불렀고, 복도에서 기웃거리다가 놀라 뛰어들어온 그들에게 그녀를 데리고
어서 나가라고 소리를 마구 질렀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뛰쳐나간 방문 안쪽에 서서 계단 아래로 사라지는 그들의 어지러운 발걸음을 듣고
있었습니다.
왜 전 그들과 함께 나가질 않았냐고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때 제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던 신체부위는 오직 입 뿐이었기 때문이었
습니다.
팔도 다리도.. 심지어는 고개조차도 돌릴 수가 없었습니다.
오직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며.. 그렇게 굳어있던 제게, '그것'은 미끄러지듯이 아주 천천히 천천
히.. 다가와 내 얼굴 옆으로 자기 얼굴을 가만히 들이댔고...
현재 사는 하숙방 벽장에서 매일밤 듣는 그 소리.. "끄끄끄끄끅.. 끄아아아아...."거리며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같은 그 우메키고에가 그곳에서, 내 얼굴 바로 옆에서 울려나오는 걸 똑똑히 듣게 되
었습니다.
전 천천히 눈동자만을 그쪽으로 돌리며 그때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 모습이 갑자기 사라져주길 바랬
습니다.
그런데 달빛을 한껏 받은 '그것'의 얼굴이 순간 내 눈앞의 시야를 꽉 채우며 또렷이 들어왔고...
사람의 입이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크게, 마치 위아래로 찢겨진 것처럼 쫙 벌려진 그 입..
옆쪽으로 길게 빠져나와 아래로 축 쳐져있는 긴 혓바닥..
그 뒤로 빨려들 것처럼 깊고 어두워 보이는 목구멍 속에서 그 소름끼치는 금속성의 소리는 작은 동
굴속 메아리처럼 낮고 또렷하게 울려나오고 있었습니다.
치켜떠져서인지 아니면 원래 없는 것인지 '그것'의 눈동자는 보이질 않았지만, 내 얼굴을 향해 똑바
로 뿜어져 나오던 그 한과 원망과 미움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며.. 그렇게 한동안 넋을 잃은 상태
로 꼼짝없이 서있었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지만.. 전 친구녀석의 손에 이끌려 산장 밖으로 나와진 후에야 제정
신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빨리 나가라고 갑자기 내가 무섭게 소리를 질러서 일단 여자들을 데리고 나왔
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제가 안 나오길래 내 이름을 크게 부르며 다시 뛰어들어와 보니,
제가 대답도 안 하고 방 한가운데에 서서 부들부들 떨며.. 눈물만 주룩주룩 흘리면서 여자같은 말투
로 계속 같은 말을 중얼거리고 있더랍니다.
"난데나노. 난데나노요..."("왜야...? 왜야...?")
하지만 전 전혀 그걸 기억할 수가 없었고, 특히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니.. 믿어지질 않았습니
다만, 분명 그당시의 내 얼굴은 땀인지 눈물인지로 범벅이 되어있었으니..딱히 그 친구의 말을 부정
하기도 힘들었습니다.
멋진 모습을 보여 예쁜 일본인 여친을 만들겠다던 나의 꿈은 눈물범벅과 함께 사라지고.. (갑자기
몸을 부들부들 떨며 나가라고 무섭게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대는 남자를 누가 좋아하겠습니까ㅠㅠ)
전 두고두고 그 친구에게 울보라는 놀림을 받아야만 했습니다..ㅠㅠ
그곳에 간 아무도 '그것'을 보지 못했기에 내 말을 믿어줄 리도 없었지만..
훗날에 생각해보니, 그것이 그 순간에 내 몸에 들어와서 제가 영매의 역할을 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긴 하더군요.
눈물을 흘리며 여자말투로, 왜냐고.. 계속 물어대던 그것의 정체는 저도 모르지만,
오래전 그 방에서 젊은 여자가 실연의 슬픔을 안고 목을 맸다는 소문이 있다는 걸 후에 누군가에게
서 들었을 땐 다시 한번 소름이 끼쳤습니다.
제가 왜 그때 갑자기 개안을 하게 됐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때 느꼈던 극심한 공포심이 순간적으로 제 마음의 눈을 뜨게 한 것은 아닐까 추측은 해봅니다.
어느 삼류공포영화를 보고 쓴 듯한 허접스러운 글이지만 믿거나 말거나는 읽는 분들의 몫입니다.
그 후에 내 하숙방에서 보게된 것과 그 외의 일본 이곳저곳에서 본 것들, 미국에 이민와서 처음 산
마이홈의 지하실에 사는 '또다른 그것'을 만난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해드리기로 하고...
제 이야기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마시기를 바랍니다.
제 이야기를 세상에 귀신이 존재한다는 증언처럼으로도 받아들이지 마세요.
제가 굳이 귀신이라는 말보다 '그것'이라고 쓰는 이유도 딱히 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죽은 자의 혼령인지, 아니면 기독교나 불교에서 말하는 마귀나 악마가 고인들을 이용해 벌
이는 악의적인 장난인 건지.. 지금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제 정신이 정말 잘못된 것일지도 모르구요.
그러니 제가 이곳에 쓴 글을 그대로 믿고 무서워하지 마시고, 그냥 흔한 옛날이야기처럼 가볍게 들
어주셨기를 바랍니다!
너무 지나치게 두려워하면, 언젠가 당신의 눈에도 그것들이 보이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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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 듣고 겪은 이야기들
1. 방자 귀신
필자가 다닌 고등학교는 국악예고임.
집이 먼 사람들을 배려해서 기숙사가 있었는데, 2층이 남자애들만 사용하는 층이었음.
그런데 여기에 방자 차림을 한 귀신이 자주 목격 되었음.
방자 귀신의 특징은 방에서 혼자 자는 애 깨우기였다는데..
하루는 같은 반 남자 A가 저녁먹고 혼자 방에서 잠을 좀 자려고 했다함.
2층침대에 누워서 '아.. 잠이 든...다....'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침대를 흔들음.
소스라치게 놀라서 상체를 반쯤 세우고 둘러보는데 아무도 없음.
착각인가 싶어서 다시 누워 잠이 막 들려하는 찰라,
또 쿵, 쿵, 쿵
누가 침대를 두드리는 거임.
두번이나 방해받은 A는 빡쳐서 "에라이 X야!!"하며 벌떡 일어났는데
방자귀신이 씨익 웃고 사라졌다함.
2. 방자 귀신 2
실기시험이 다가오고 있었을 때임.
애들이 늦게까지 연습하느라 다 연습실에 있고,
B는 연습하다 지쳐서 룸메들 보다 먼저 방에 들어옴.
불도 안 켜고 가방던지고 침대에 누으려는데,
자기 책상 앞에 누가 앉아있는거임.
'?? 누구지?' 하고 다가갔는데
방자가 앉아서 의자 빙글빙글 돌며 웃다가 사라졌다함.
B는 소름돋아서 방에서 안 자고 다른방 가서 잠.
3. 연습귀신
예고라서 학교에는 개인연습실이 굉장히 많았음.
하루는 C선배가 연습한다고 개인연습실에서 늦게까지 있었나봄(그래봤자 9시 10시)
열심히 연습하다가 이만하면 됬다 싶어서 짐을 챙겨 나오는 순간
"어디가? 연습 더 해"
누가 귀에다 대고 속삭임.
말 그대로 개인연습실이라 한명씩만 들어가서 연습하는 곳이라 혼자 있었는데...
C선배 놀라서 비명지르면서 도망갔다함.
4. 선비
필자 전 룸메 중에 아쟁을 켜는 애가 있었음.
애가 실력이 꽤 뛰어난지 대상도 받아오고, 실기시험도 항상 1등 아니면 2등이었음.
하루는 그 친구가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음.
그날따라 왠지 아쟁이 잘 타졌다 함.
거의 무아지경에 이르를 정도로 연습을 하다가 문득,
시야에 새로 생긴 에어컨이 들어와서 무의식적으로 쳐다봤다 함.
에어컨이 좀 비치는 재질로 만들어져 있었음 (거울처럼 맨질맨질하게..)
아쟁을 타는 친구 모습이 보여야 되는데,
청색 도포를 입고 갓을 쓴 선비가 아쟁을 타고 있는거임.
친구는 겁에 질려 아쟁까지 내팽게치고 옆방에서 연습중이던 나한테 뛰어옴.
무섭다고 못 들어간다고 해서 아쟁도 내가 챙겨 나옴 ㅋㅋㅋㅋ
그리고 두번다시 그 친구는 그 연습실에서 연습을 안 했다고 한다.
5. 미미언니
우리학교는 타악과가 굉장히 유명했음.
사물놀이 창시자가 나온 학교여서 그랬음.
때문에 타악과 학생들 실력도 만만치 않았었는데,
무엇보다 풍물놀이 할 때, 무등태우는 거나, 팽이처럼 자반도는게 멋졌었음.
무등을 태울 때 4층 정도로 올리면 맨 꼭대기에 어린애를 올리는 게 있는데,
고등학생들이 어린애까지 섭외해서 태울 실력이 안되서 그런지
미미언니라는 사람모양 인형이 있었음.
다여섯살 어린애 크기였는데 색동옷을 입고 있는 여자 인형임.
마네킹보다는 단백질 인형(?)처럼 생겼었음.
하루는 학교에서 풍물패를 데리고 외부로 공연을 나가기로 했었나봄.
무등태울 때 쓰는 미미언니를 학교 차에 실어두고 다음날 공연장소로 향함.
공연장에 도착해서 짐을 다 꺼내는데...
미미언니가 없음.
아무리 뒤져도 미미언니가 없는거임.
학교차키는 선생님이 들고 퇴근했어서 누가 차를 열지도 않았었음.
결국 미미언니 없이 공연을 함.
마치고 학교와서 공연장비 넣으려고 창고를 열었는데...
거기에 미미언니가 있었음.
미미언니 되게 유명했었음.
지하 연습실 여기저기 돌아다닌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공연가기 전에 꼭 조그맣게 제사를 지낸다는 이야기도 있었음.
제사야 뭐.. 공연 잘 되게 해달라고 하는게 그렇게 와전 됬겠지만.
그래도 미미언니가 있는 곳은 굉장히 싸했었던 기억이 인상깊게 남아있음..
6. 강당 2층
필자는 방송부였음.
방송부라고 이름하고 사실은 극장 관리하는 그런 부서..ㅋㅋㅋ
강당에 큰 무대가 하나 있고, 2층에 오퍼실이 있었음.
조명키거나 음향키거나 할 때 2층 오퍼석을 가야 함.
필자가 1학년 2학기 때, 영재신입생 시험친다고 강당에 보호자들 모아두고 영상을 틀어줬던 적이 있음.
하필이면 내가 오퍼석 당직같은거 걸림...
정말 싫었음.
강당 2층은 진짜.. 아무도 없을 때 들어가면 객석 하나하나마다 사람이 다 앉아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듬.
그래서 다른 애들도 다 싫다고 했었음.
무튼 내가 오퍼라서 오퍼석에 앉아서 폰만 보고 있는데,
뒤에서 자꾸 누가 왔다갔다 하는 것 같은거임..
참다참다 무서워서 그냥 나와서 / ̄\이렇게 생긴데 가운데에 서서 있었음.
양 끝에 문이 있었는데, 자꾸 \이쪽 문에 검은색 그림자가 왔다갔다 하는거임...
너무 무서워서 밑에 영상만 보고 있는데도 사람이 흰자위로도 다 보인다 하지않음..?
계속 왔다갔다 거리는데 가까워지고 있는거..
한여름에 강당2층은 가만히 있어도 땀이 뻘뻘나는데
나는 그때 닭살까지 돋을 정도로 너무 추웠음.
결국 못 참고 울먹이며 뛰어내려가서 나머지 시간은 1층에서 뻐김.
영상 끌때도 절대 혼자 안 올라갔음.
그 뒤로 방송부 그만두고 도서부로 옮길 정도로 그때의 기억이 정말 트라우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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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듣고 겪은 이야기들 2
이번글도 음슴체로 가려고 합니다.
(사람에 따라 안무서움 주의)
1. 아쟁킹의 아쟁이야기.
이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쟁타는 친구(아쟁킹이라고 부를거임)가 해준 이야기임.
아쟁이 오동나무로 만들어졌는데 이게 귀신이 참 좋아하는 거라 함.
그래서 굿판 할 때도 아쟁으로 귀신 부르고 대금으로 쫓아낸다고 했었음. (반대인가..?ㅠㅠ)
아쟁킹이 아는 선생님 중에 좀 어리지만 실력이 뛰어난 선생님이 있다 했음.
하루는 그 선생님이 굿판에 연주하러 가서 한창 굿이 진행되고 있는데,
갑자기 귀에다 대고 어떤 사람이
"너 연주 참 잘한다. 나 니 몸안에 들어가도 되?" 라고 물어봤다 함.
어린 선생님은 엿됬다 싶어서 안된다고 필사적으로 생각했다함. (그 와중에 연주는 하고 있음..)
자꾸 조르던 목소리가 갑자기 멋길래 아 갔구나 싶었는데...
"그럼 나 니 악기 속에 들어가도 돼?"
아쟁킹 말로는 이게 참 흔한 일이라고 함..
아쟁 잘 켜는 사람치고 장수하는 사람 없다며...
귀신이 몸에 들어가고 싶은데 자꾸 거부당하니까 악기 속에 들어오려 하는건데,
악기를 탄다는게 정신적으로 악기와 일체가 되는 느낌이 든다함.
그래서 악기에 귀신을 받는것도 좋은 일이 아니라 함...
결국 먹혀버린다고...
그 친구.. 아쟁 참 잘타서 중앙대갔는데 지금은 잘 지내려나 모르겠음...
2. 옷장에 머리 꼈어 (전혀안무서움)
여자 기숙사층에 유명한듯 아닌듯 한 귀신이 있었음.
2층침대가 자리인 애들 몇명한테만 보였었음.
옷장에서 천장까지 진짜 한뼘도 안 되는 높이인데, 꼭 거기에다가 머리를 쳐박고
책상 위에 서랍장 같은게 있는데(독서실책상) 그것도 높이가 그렇게 많지 않음.
거의 옷장이랑 비슷함
근데 거기에다가 몸을 구겨넣고서 애들을 뚫어져라 쳐다본다고 함.
한참을 쳐다보다가 사라질 때 즈음 해서 씨익 웃고 사라지는 이상한 여자귀신이라고...
3. 찌랭이 이야기
필자 친구 중에 성이 같은 찌랭이가 하나 있음.
만약 내가 김씨라면 걔는 김찌랭이.
나는 김찌랭이2 식으로 불리곤 했었음.
근데 이 친구가 좀.. 끼가 있음.
많이 보인다거나 하지는 않는데, 꿈을 꾼다거나, 지나가다 휙 보인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었음.
대학 들어와서의 일임.
찌랭이네 자취방에 놀러가서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데,
아니나 다를까 무서운이야기로 흘러감 ㅋㅋ
그때 찌랭이가 해 준 이야기임.
당시 찌랭이는 대학 cc 였음 (커플 부들부들)
찌랭이가 가위를 눌려도 한 번도 귀신을 본 적이 없는 애였는데,
남자친구를 사귀고 나서부터는 매일 가위눌리면서 귀신을 봤음.
하얀 원피스 입은 여자 귀신이었는데, 항상 친구 위에 서서 죽일듯이 노려본댔음.
며칠을 그렇게 제대로 잠을 못 자고 피곤해 하는데, 반대로 남자친구는 멀쩡하다 못해 활기가 넘치더라는 거임.
그래서 찌랭이가 '아. 그년 저새끼한테 붙어있다가 넘어왔구나'하고 생각했다함.
남자친구한테 넌지시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남자친구가 이사하고 나서부터 계속 가위에 눌렸었다 함.
인상착의도 찌랭이 노려보는 여자귀랑 똑같음.
찌랭이랑 사귀고 나서부터 그게 사라졌다고, 요새 잠 잘 잔다고 싱글벙글했다 함.
반대로 찌랭이는 남자친구랑 안 만난 날만 무사히 잠을 자고 만나는 날 마다 가위를 눌려서 힘들었었다 함..
결국 어떻게 해결했는지는 말 안해줘서 모르지만, 어찌저찌 해결은 했다 했었음.
찌랭이가 기가 세서 기세다는 소리 많이 듣는 나까지 눌려서 걔랑 잠자면 꿈자리가 뒤숭숭할 정도인데,
뭐 알아서 잘 해결했지 싶음.
4. 찌랭이 이야기 2
찌랭이와 고등학교 때 룸메였을 시기 이야기임.
하루는 주말에 찌랭이와 데이트를 함.
촌년인 나를 데리고 찌랭이가 고생 좀 하면서 서울 투어를 시켜주고 기숙사로 돌아가던 때.
버스를 타고 한강을 건너고 있었는데, 창가쪽에 앉아있던 찌랭이가 갑자기 몸을 돌려 밖을 쳐다봄.
궁금증이 도진 내가 "왜, 왜, 뭐 봤어?" 했더니
"아니.. 그냥 철골 위에 어떤 아저씨가 쭈그려 앉아있었어서.."
소오름...
기숙사 돌아와서 방에 들어가는데,
이번에도 찌랭이가 복도에 있는 빨래건조대를 빤히 보면서 방에 들어가는 거임.
나는 또 물음 '뭐가 있었냐'고.
"아, 아까 그 아저씨가 건조대 밑에서 쭈그려있길래."
소오오름
겁나서 덜 마른 빨래 걷어버리고 건조대 치워버림.
5. 지하 2층 연습실
필자가 중학교 때임(같은 중,고등학교라 건물이 같음 주의)
학교에는 지하 1층까지만 연습실로 사용됨.
지하 2층이 있긴 하지만 보일러실 뭐 그런거로 사용된다고 알고 있었음.
알고보니 지하 2층에도 연습실이 있다는 거임.
안그래도 연습실 부족인데 2층을 못가게 하는게 이해불가능...
아무튼 월례조회 한다고 풍물도 하고 막 그랬었는데
그때 아는 애 A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풍물패에 있는 친구들을 쳐다봄.
주변 애들이 왜 그러냐, 어디 아프냐고 물으니까 아니라고 함.
조회 마치고 반으로 돌아왔는데, A가 풍물 하는 애들한테 엄청 화를 내고 있는거임.
듣고 보니 이런거였음.
풍물 하는 친구 1,2,3는 월례조회 전에 지하 2층 연습실에서 연습(이라 쓰고 일탈이라 읽는다)을 하며 놀았다 함.
그리고 월례조회때...
친구 A는 친구 1, 2, 3 의 왼쪽 어께에 빨간 구름 같은게 붙어있는걸 봤다고 함..
그것 때문에 친구 1, 2, 3 의 왼쪽팔이 거의 땅에 닿을 정도로 기괴하게 늘어뜨려져 있는 걸로 보였다고...
친구 A는 거의 울면서 걔네한테 절대 다시는 지하 2층 연습실에서 떠들고 놀거나 하지 말라함.
가능하면 아예 가까이 가지도 말라고 했음.
지하 2층 연습실에 얽힌 짧은 이야기가 하나 더 있었음.
아득히 먼 선배 C가 아직 지하 2층 연습실을 사용할 때, 혼자서 장구 연습을 했다고 함.
그러나다가 채편(대나무로 만든 얇은거)을 놓쳤는데,
그 넓적한 채편이 열려있는 문으로 굴러 떨어져서 복도 끝까지 굴러갔다고 함..
6.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 귀신이 모인다.
하루는 기숙사 한 방에서 옹기종기 모여 무서운 이야기 퍼레이드가 펼쳐진 적이 있었음.
침대 1층에 다여섯 명이 모여서 이야기 꽃을 피우던 중에
T가 창문을 닫으러 잠깐 나갔다가, 1층 침대를 보고 멈칫함.
그러고는 R에게 다가가서 "야. 너 들리냐?" 라고 물음.
R이 그렇다고 대답함.
T가 애들한테 무서운 이야기 그만하고 자자며 말을 돌려 방에서 다 내쫓음.
T 말로는 창문을 닫고 뒤 돌아 침대를 본 순간,
거기 앉아 있는 애들 모습이 흐릿하게 보일 정도로 뭐가 많이 모여있었다고 함.
R은 중간즈음부터 말이 없었는데, 그게 주변에서 사람이 내는 소리가 아닌, 쑥덕이는 소리가 들려서라고 함..
우리는 귀신한테 둘러쌓인채 멋모르고 귀신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거임....
7.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 귀신이 모인다. 2
그때 방에서 뿔뿔이 흩어진 친구들은 거의 그 방 주인들이었음.
귀신이 모여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인데 그 방에서 어떻게 잠?
다들 다른 방에 쳐들어가서 자는걸로 합의를 봤음.
그러던 중, 아쟁킹이 둘이서 자는거 불편하다며 자기는 빈방에 가서 잔다함.
두명이 아쟁킹이랑 같이 그 방에서 잠.
거의 12시가 다 되어갈 즈음...
아쟁킹이 어깨가 너무 아프다며 울면서 방으로 기어들어옴.
어깨가 너무 아프다는 말밖에 안 하고 울기만 함..
걱정이 된 애들이 모였는데, 갑자기 같은 반 B가 아쟁킹을 매섭게 노려보며 어께를 미친듯이 때리기 시작함.
다들 말려보려 했지만 B가 어찌나 서슬퍼렇게 노려보는지 오금이 저려서 제대로 말리지도 못함.
결국 맞기만 하던 아쟁킹이 울음을 서서히 그치더니 어깨가 안 아프다고 그만때리라 함.
B가 여전히 아쟁킹을 노려보며 말함.
"너 머리 어디다 두고 잤어?"
아쟁킹은 평소 하던대로 문쪽에다 머리를 두고 잤다 함.
여기서 문제가 밝혀짐.
기숙사는 ┘형태였음.
우리가 자는 곳이 ㅣ 이쪽이고, 무서운 이야기 했던 빈방이 ㅡ 이쪽임.
ㅡ 이쪽에서 문에 머리를 두게 되면 그 방향이... 북쪽이라 함.
B가 말을 이음.
"미친X아 북쪽은 시체가 머리두는 곳이야 병X아."
.. 귀신이야기를 그렇게 해서 귀신을 한곳에다 다 모아두고..
그 침대에서 머리를 북쪽으로 두고 자서 그렇게 됬다는 이야기...
8. 대학교의 자질구레한 이야기.
동기 A와 B가 마지막으로 학교에서 나오는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함.
집으로 가기 전에 A가 소변이 마려워서 화장실을 같이 갔다고 함.
A가 바지를 내로 변기에 앉기 직전에
누가 아주 굵은 목소리로 "야!!!"라고 소리쳤다고 함.
A는 아무 생각 없이 아, 밖에 누가 있구나~ 하고 볼일을 마치고 나와서 B에게 물어봄.
"야, 아까 소리지른거 누구임? 우리말고 선배 남아있나봐."
"뭔 소리야. 아무소리도 안 들렸는데."
ㅇ...?
수업받는 건물 뒤에 같은 학과 다른 전공 학생들이 전문적으로 수업받는 건물이 따로 있음.
거기에서 야간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가끔씩 하이힐 소리를 듣는다고 함.
거기 야작하는 곳은 건물 2층인데, 절대 신발을 신고 올라가면 안됨.
근데 새벽에 하이힐 소리... 선명하게 온 건물을 울리면서 복도를 돌아다닌다고 함.
9. 고등학교때 반 전체가 멘붕 온 이야기.
고등학교때 소극장에서 실기수업을 듣는 경우가 많음.
소극장은 그 선비귀신이랑 연습더 하고가 귀신이 있는 건물 꼭대기에 있음.
반 전체가 거기에서 수업을 듣고, 마칠때 선생님이 한곳에 모이라고 함.
거의 다 모여서 앉았는데, 누가 소극장 뒤쪽 분장실로 휙 들어가는거임.
"야, 모이라니까. 들어간거 누구야? 빨리 나오라그래."
선생님이 말함.
남자애 몇명이 뒤에가서 "야~ 나와! 집가야지"하는데
아무도 없음.
애들이 어? 없는데.. 하면서 머릿수를 세는데..
28명 전원이 거기에 있었음.
한마디로 아무도 분장실로 들어간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임....
다들 멘붕와서 소리지르고 난리도 아니였음.
10. 자살한 사람은 그 행동을 똑같이 반복한다.
5번 이야기의 그 A가 해준 이야기.
예전에 기숙사 옥상은 오픈이었다고 함.
필자가 다닐때에는 무조건 잠그고 절대 열어주지 않았었음..
잠그게 된 이유가 옛날 여자 선배가 거기에서 투신자살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참 줄넘기 붐이 일어서 8시쯤 운동장에서 여러그룹이 줄넘기나 조깅등을 하고 있었음.
A가 조깅하면서 운동장 돌다가 옥상을 쳗다보고 또 파랗게 질림.
걔가 얼굴이 파래지면 뭔가를 봤다는 신호임.
애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열심히 물어봄.
A가 얼굴색을 되찾아가면서 말함.
옛날 교복 입은 여학생이 자꾸 옥상에서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또 떨어진다고..
찌랭이의 말에 의하면 자살한 사람은 자신이 자살한 순간을 후회할 경우, 영이 되서도 계속 그 행동을 반복한다고 함.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살할 때, 죽기 직전에 후회한다고 함.
그래서 떠나지도 못하고 제일 후회스러운 그 순간을 반복하는 거라고 함.
억울함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자신에게 분노해서 생긴 억울함이라서 그렇다고...
결국 옥상을 따서 어떻게든 옥상피크닉을 해보려 했었던 나는
그 이야기 들은 후로 옥상 근처에는 얼씬도 안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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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살던 집. (실화)
저번에 꿈 얘기로 한번 찾아온 적 있었드랬죠.
오늘은 그냥... 전에 살던 집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
평범한 아파트의 3층 복도식 아파트 22평. 저의 신혼집이었어요.
가감없이 그냥 담백하게 쓰도록 할께요.
하나>
저는 주로 밤에 일을 했고(프리랜서)
남편이 오전이면 출근을 하고 좀 더 자기 위해 안방 침대에 누으면
거실에서 사람이 걸어다니는 소리가 났어요.
저벅저벅저벅저벅
정말 쉴새없이 거실을 뱅뱅 도는 그 소리를 저는 왜 단순히 층간 소음이라고 여겼을까요?
둘>
안방의 화장대 위에는 커다란 결혼 사진이 걸려 있었어요.
이상하게 그 당시에는 자다말고 벙쩍 눈을 뜨는 일이 많았는데 눈을 뜨면 꼭 사진속의 저와 눈이 마주칩니다.
참 이상하죠?
사진속의 저는 낯설어요.
제가 아닌 다른 여자 같아요.
셋>
남편과 여행을 갔어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남편이 자꾸 이상한 꿈을 꾼다고..
무슨꿈?
우리 결혼 사진있지? 그 액자속에 자꾸 다른 여자가 들어가있는 꿈을 꿔
넷>
당시 저는 냥님 모시던 집사였어요. (지금은 친정옴마가 집사노릇 하고 계십니다. 도저히 떨어져서 못살겠다고. ㅠㅠ )
우리 고양이들은 절대로 안방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사진 아래 화장대 서랍이 무언가 무거운 것에 눌린듯 비틀어지더니 어느날 어긋나버립니다.
AS기사님이 뭐 무거운거 얹어놓으셨냐고... 쩝;;;
다섯>
새벽시간이 되면 작은 방에 저의 컬렉션이었던 오르골들이 하나 둘 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띠롱띠롱~
여섯>
동생이 집에 왔다가 심하게 가위가 눌립니다.
오르골이 울리던 작은방 천장에 거꾸로 붙어있던 귀신을 보았다고.
일곱>
어느날 밤.
저희집이 복도 제일 앞집이었어요. 복도식 아파트가 그렇듯. 작은 쪽문이 복도를 향해 나있는데
그날도 새벽에 일을 하다 말고 우유를 한잔 데워 마시고 있었는데
저쪽 제일 안쪽 복도 끝에 불이 들어옵디다.
총 4집이 있었는데 하나하나 불이 들어오길래 뭐 사람이 나오나 했어요.
그런데 저희 집 앞으로 지나쳐간 검은 그림자.
꼬마아이였어요.
쪽문으로 머리 윗부분만 살짝 보이는.
그리고 끝.
일레베이터를 타는 소리도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도 복도에 더이상 불이 켜지지도 않았어요.
그 집에서 2년 반을 살았어요. 큰 아이도 그 집에서 낳았죠.
무서웠냐구요? 아뇨...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밤에 미친듯이 아이 장난감이 노래를 불러대도
여전히 거실을 뱅뱅도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도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그냥 그런가보다 했어요.
이사 나올때 큰 소리로 작별하고 나왔어요. 다음 들어올 사람들은 너무 놀리키지 말라고....
뭐 장황하게 이런 이야기를 쓰는건요.
꼭 눈에 보여야 내가 확인을 할 수 있어야 그게 진실은 아니란 거죠.
내가 진실이 아니라고 믿는다 해서.
다른이에게도 진실이 아니어야 할 필요는 없잖아요.
제 사촌동생은 내림을 받은 아이인데.
그 아이가 그래요.
< 누나. 난 내가 정신병이라는걸 절대 배제하고 살지 않아. 내 눈에 보이는 이것들이 실제하는지 보이면서도 의문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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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할머니 이야기 1
얘기는 지금으로 부터 거의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제가 이제 30초반이니 제가 기억하는 거의 최초의 일입니다.
그때 저희 집은 서울에 살다가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인해 아버지께서
운영하시던 가구 공장과 기타 재산, 그리고 우리 가족의 유일한 부동산 이었던 집까지
팔아 빚 잔치를 하고는 아버지께선 남의 공장에 공장장으로 취직을 하셨고
방 한칸 마련할 돈 조차 없었던 어머니와 저와 두살 터울인 제 동생은
경북 상주에 있던 외가집에 얹혀 살수 밖엔 없었습니다.
아버진 명절이나 연휴때나 간혹 시간을 내시어 우리 가족을 보러 오셨고
그 외엔 공장에 딸린 작은 집에서 다른 공장 식구들과 합숙을 하시며 생활 하셨죠.
집에 오셔서도 장인 장모님인 외 할아버지, 외 할머니께 죄송 하시여
고개도 제대로 못들곤 하루 겨우 묵으시곤 얼마간의 돈이 든 봉투를
할머니와 어머니께 쥐어 드리곤 도망치듯 떠나셨죠.
아버지가 떠나시면 외 할아버진 애궂은 담배만 태우셨고,
외 할머니의 긴 한숨이어졌고.
어머닌 우리가 볼새라 서둘러 부엌으로 가셔선
부뚜막 구석에 쭈구리고 앉으셔서 소리 없이 우셨고...
.
전,
어린 나이에도 어머니께 말 걸면 안되겠구나 하고 마루에 나와 시무룩하게 앉아
괜히 발로 맨땅을 차며 앉아 있었어요.
그럼 항상 어찌 아셨는지 오늘부터 해 드릴 얘기의 주인공 이신 상주 할머니가 오셔선
대문에 서서 소리 안내시고 손짓으로 제게 어서 나오라는 동작을 취하셨고,
시무룩하게 고개 숙이고 나오는 제 손을 꼭 잡으시곤 바로 옆집인 할머니네 집으로
데리고 가셔선 떡이며 약과며 사탕이나 홍시등의 주전부리를 주셨고,
전 맛난 간식을 먹으며 애답게 금방 기분이 좋아져 기운을 차리곤 했습니다.
상주 할머니는 저완 아무런 혈연이 없는 분 이십니다.
그러나 제겐 혈연 이상인 분 이시기도 하시죠.
할머니 살아 생전에 절 보시곤 할머니께선 자주 너와 난 아주 많은 인연으로
얽혀 있는 사이라고 종종 얘길 하셨는데,
의미를 여쭈면 항상 뜻 모를 미소로만 화답을 하셨답니다.
할머니를 처음 뵌 것은 우리 가족이 상주 외가댁에 더부살이를 하려고 용달 트럭에 간단한 짐을 싣고
가던 첫날 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세간살이를 아버지가 다니시는 공장 창고 한 귀퉁이를 빌려 쌓아 놓고는
정말 필요한 단촐한 짐만 가지곤 외가집으로 향했습니다.
외가집에 몇번 가보긴 했겠지만,
그땐 저도 3세 이전의 유아기 인지라 딱히 기억 나는건 없고,
그때 기억이 외가집에 관한 최초의 기억 이었습니다.
나름 변두리긴 하지만 서울에 살던 나는 처음 가보는 시골 산길이 신기 하기만 했죠.
지금은 안가본지 오래 됩니다.
외 조부모님도 두분 다 돌아 가신지 오래 되었고,
상주 할머니는 외 할머니 보다도 더 일찍 돌아 가셨고
딱히 다른 친척도 없는 그곳은 인젠 제겐 어린 시절 추억이나 좀 있는 외지 이니까요.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 어린 시절의 상주는 정말 산간 오지였습니다.
산골 깊이 있는 도시였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사방이 산으로 둘러 쌓인 산속에 도시가 있단것도 신기할 정도로요.
그나마 외가집은 그 산골 도시인 상주서도 도심이 아닌
한참을 더 들어가던 두메산골 마을 이었습니다.
그렇게 외가집에 도착을 하였고,
짐을 내리곤 정리는 엄마에게 맡기고는
꼬마 좋아는 앞으로 나의 놀터가 될 동네 탐사에 나섰지요.
마을 여기 저기를 구경하고 만나는 어른 마다 첨 보는 아이를 보시곤 제 정체를 물으셨고
전 열심히 마을 어른들께 재롱을 떨면서 제 피알을 했지요.
제 생존 본능이 여기서 이쁨 받으며 살려면 어른들께 잘 보여야 한단걸 알려 주더군요.
마을에 하나 있던 정말 조그만 구멍가게(점방이라고 불렀는데......)앞에
막걸리를 마시고 계시던 마을 어른 분들이
이것 저것 물으시고는 귀엽다고 머리도 쓰다듬어 주시고
제 소중이도 한번 만지시곤 장군감이라고 웃기도 하셨는데.......
요즘 같으면 징역 몇년이나 받으실라나?
그리곤,
과자 한봉지 사주셔서 먹으며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다 달았을 무렵,
옆집 담장으로 누군가 저를 부르는 겁니다.
바로 상주 할머니 셨습니다.
부르는 소리에 소리 나는 방향을 쳐다보니 정말 무섭게 생기신 할머니 한분이
얕은 담 넘어로 저를 내려다 보시고 계셨습니다.
처음 상주 할머니를 본 소감은 한 마디로 무섭다 였지요.
어린 기억에도 눈빛이 예사롭지 않으신 할머니 한분이
표정 하나 없는 잔뜩 주름 진 무서운 얼굴로 절 내려다 보고 계셨습니다.
전 얼어서 그 자리에 굳었죠.
잠시 절 쳐다 보시던 할머니는 언제 내가 그리 무서운 표정을 지었냐는 듯 주름진 얼굴 한가득 환하게
웃음을 머금으시곤,
제게 니가 옆집 손자 좋아구나? 하셨습니다.
얼결에 인사를 하는 제게 할머니는 니 얘기 너희 할머니 한테 많이 들었다시며
시골로 와서 불편하고 고생이 많겠구나 하시면서 심심하면 맛난거 많이 줄테니 할미 한테
자주 놀러 오라 하셨지요.
어린 마음에 보기보다 안 무서운 좋은 할머니라고 생각을 하곤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들어 갔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외 조부모님과 엄마랑 둘러 앉아 저녁을 먹을 때 얘길 하다가
그 할머니 얘길 했어요.
옆집 할머니 봤다고.
처음엔 굉장히 무서웠는데 지금은 안무섭다고 친해졌다며 아이답게 얘길했고,
외 할머니와 엄마는 살짝 놀라시며 별일이네 라고 얘길 하셨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상주 할머니는 동네서도 소문난 호랑이 할머니 였죠.
저도 살면서 여러차례 목격 했지만,
몇 안되는 동네 꼬마들은 할머니집을 빙 둘러 피해가기 바빴고,
할머니의 호통에 눈물,콧물 쏙 뺀 이가 하나 둘이 아니였습니다.
아이들 뿐만이 아니라 어른들도 감히 할머니께 맞서는 이가 없었지요.
조금이라도 이치에 거슬리거나 불의를 보시면 애 어른,남녀노소 가릴거 없이 거침없이 호통이 이어졌고,
그 동네에서 상주 할머니랑 잘 지내시는 분은 우리 외 할머니 뿐이셨답니다.
상주 할머니나 우리 외조부모님도 다 그 동네 토박이가 아니셨어요.
상주 시내에 제법 사셨던 외가 집은 어머니의 차이 많이 지는 큰 오빠인 큰 외삼촌이 결혼 하실 때
집을 파시고는 그 돈으로 큰 외삼촌 집을 사주셨고,
큰 도시에 살던 외삼촌이 같이 사시자 했으나 고향 땅 떠나기 싫으시다고 남은 얼마간의 돈으로
그때 사셨던 두메산골 집을 매입 하시고 얼마간의 땅을 사시어 자급 자족 하며 사셨어요.
상주 할머니는 외가집과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그 마을로 흘러 들어 오셔선 외가집 옆집을 사시어
자리를 잡으신거죠.
그게 우리 엄마가 여중생 일때 였다고 하더군요.
상주 할머니는 포항인가 어느 바닷가가 고향 이시라고 하셨는데
어찌 다 버리고 상주까지 흘러 들어 오신건지 그 자세한 내막은 몰라요.
다만 할머니는 단신으로 그 마을로 들어 오셔서는 좀 젊으셨을 땐 농사도 좀 지으시곤 하셨다는데
제가 갔던 무렵엔 나이가 많이 드셔서 농사는 남에게 붙이시고 할머닌 겨우 조그만 텃밭 정도만 가꾸셨죠.
그 정도만 해도 혼자 먹고 사시긴 충분 하셨겠지요.
상주 할머니께도 가족이 있다곤 얘길 들었는데 제가 그곳에
사는 동안 누군가 찾아 온 적은 한번도 없었어요.
간혹 중년 부인들이 찾아 오곤 하였었는데 그 분들이 무녀란건 나중에 알게 되었죠.
나중에 어머니께 커서 듣기론 자식들도 있으셨는데 할머니 성격이 너무 강하시어
사사건건 자식들과 마찰을 일으켜서 거의 의절하고 사는 거라더군요.
그렇게 비슷한 시기에 바로 옆집 이웃 사촌이 되신 외 할머니랑 상주 할머니는 곧 베프가 되셨어요.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시골이 좀 남을 꺼려 하잖아요?
이사를 오신 두분은 마을의 다른 어른들과 아직 서먹 서먹 하시고 특히,
상주 할머니 성격상 남과 친해지기 쉽지 않르셨을꺼니 두분이 더 의지가 되셨겠죠.
그렇게 이어진 인연은 상주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날까지 지속되고
돌아 가시고도 한참동안 제게 특별한 인연이 되어 주셨죠.
그 마을로 처음 이사간게 우리 어머니 중학생때 였다던데 거기서 학교 다니시려면 정말 고생 하셨을 듯.
저희 어머니도 예외가 아니어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상주를 떠나실 때까지 상주 할머니께 엄청 야단 많이 맞으셨다며
간혹 추억에 잠기실땐 그 호랑이 아줌마....하시며 치를 떠시더군요. 흐~~~
그래도 할머니가 무척 든든하고 고마웠다고 해요.
어머니는 고등학교 졸업 하실때 까지 통학을 하셨는데,
처녀 티가 완연해진 고등학생이 되시고 나선 일부러 일을 만드셔서
느낌이 좋치 않으신 날엔 어김없이 어머니를 데리러
학교까지 찾아 오셨답니다.
그럼 그날은 어김 없이 안 좋은 일이 생길뻔한 날이었다고 해요.
시골이고 어두운 곳도 많고 그러다보니 꼭 그런 곳에 서식하는 동네 양아치나 불량배들 있지요?
괜히 여자들 지나가면 시비 걸고 그러는,
우리 어머니도 그런 놈들에게 시비 걸릴 뻔한 적이 몇번 있었는데
할머니 호통 한번에 고양이 앞에 쥐처럼 꽁무니를 뺐다고 합니다.
상주 할머니는 우리 외 할머니 보다 한 다섯 살쯤 위였다고 하시는데
두분 얘기 하는걸 들으면 아주 친한 동무 였어요.
상주 할머니가 돌아 가신후 저희 외 할머니도 몇해후에 돌아 가셨는데 항상 그리워 하시더군요.
그렇게 그 마을에서 외가집에서 살게 되고는 이상하게 할머니와 친하게 되었어요.
물론,
제가 사람을 안 가리고 잘 사귀기도 하지만 할머니께서 절 엄청 챙기고 귀여워 해주셨거든요.
항상 할머니 집엔 뭔가 맛난 간식이 있었고,
할머니는 그걸 챙겨 주시고 제가 먹는 걸 참 기뻐 하셨어요.
전 할머니가 제게 화 내시는 모습을 한번도 본적이 없고
항상 얼굴 가득 주름진 함박웃음만 기억이 나는군요.
읽으시는 분은 제가 어린애라 그런거 아니냐 하실지 모르지만,
그건 아니였어요.
동네 애들에게 대하는 것도 그러셨고,
제 동생은 저랑 2살 터울인 그땐 더 귀여웠을 아이 인데도 별로 예뻐 하시질 않으셨죠.
그냥 소 닭 보듯 데면데면.
그렇게 몇 개월 친분을 쌓고는 드디어 본격적으로 할머니랑 같이 다니게 됩니다.
마실이라고 하나요?
어디 나들이 가시는 걸 무척 즐기셨던 할머니는 시내 장에 가실 때 본격적으로 절 데리고 다니시기 시작 했어요.
그렇게 장 구경을 간날 공교롭게도 장 한 구석에선 꾕가리 소리가 막 나고 굿이 벌어지고 있었죠.
아마 어떤 집에서 굿을 했나봐요.
어린 전 첨 보는 구경거리에 신이나서 구경 가자며 할머니 손을 막 잡아 끌었는데
할머니가 단호한 목소리로 안된다고 하시더군요.
심통이난 저는 입에 바람을 잔득 집어 넣고는 왜 안되느냐고 했는데
할머니가 그러시더군요.
할머니가 거기가면 저 사람 다친다고요
.
그때 한창 무당이 신명이 올라 시퍼렇게 날이 선 큰 칼위에 있었거든요.
그게 작두 타는거란건 나중에 커서 알게 되었지만.
그리고는 굿판 근처도 안 가시곤 제 손을 잡고 삥 둘러 가시는거였어요.
제가 시무룩 하게 따라가자 할머니는 안되어 보이셨던지
우리 좋아 배 안고프냐며 우리 맛난거 먹으러 갈까? 하시는 거였어요.
애들에게 뭐가 있어요.
그저 잼있는 구경이랑 맛난거만 있음 세상서 젤 행복한 어린이 지요.
한창 먹고 클 에너지 넘치는 아이인데 배가 고팠지만 망설였어요.
어머니께 단단히 교육 받고 나왔거든요.
할머니 돈 없으니까 장에가서 뭐 사달라고 떼쓰면 안된다고.
돈 보내주는 자식도 특별한 수입원도 없으신데 할머니가 쌈지돈이 있음 얼마나 있으셨겠어요?
제가 쭈삣쭈삣하자 할머니는 왜? 할미 돈 없을까봐 라고 하셨고 전 조심히 고갤 끄덕였어요.
할머니꺼서 웃으시더니,
제 머릴 쓰다듬어 주시며 가자, 우리 좋아 고기랑 밥 먹자!라고 하시며 제 손을 잡고는 어디로 가셨고,
전 고기라는 말에 정신이 혼미해져 쫓아갔습니다.
얼마쯤 가선 몇개의 골목을 거치곤 어느 집 대문 앞에 이르렀어요.
그곳은 다른집과는 달리 이상한 깃발도 꼽혀있고 절에서 쓰는 등도 달려 있던 그런 집이었죠.
그 집앞에 도착을 했는데 할머니가 분명 부르시지도 않고 초인종도 누르지 않았는데
안에서 사람이 급하게 나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급하게 문을 열고는 깊숙히 허리 숙여 인사를 하더군요.
전 어린 맘에도 참 신기 했어요.
어떻게 알고 나왔지? 하고요.
할머니는 인사 하는 아주머니(나중에 알고보니 그 집 주인이신 무녀 아줌마 였어요)를 본체 만체 하시곤 흡사 자기 집 들어가시듯,
너무 자연스럽게 그 집을 들어 가셨어요.
그리고는 밥 좀 차려봐. 애기 먹을거니 신경 써서 이것 저것 좀 차려오게 하시는거였죠.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랫 사람 부리듯 하셨고
아주머니는 당연 하다는 듯 공손히 대답하시고는 우릴 안방으로 안내 하셨어요.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는 정말 푸짐한 밥상이 들어왔어요.
그리고는 아주머니는 같이 밥을 드시지 않고 할머니 옆에 앉아 꼭 사극을 보면
중전 마마나 대비마마에게 하듯 반찬도 올려 드리는 등 수발을 들어 주시더군요
그러거나 말거나 전 오랜만에 보는 고기 반찬에 온통 신경이 팔려 있었어요.
집에선 매일 된장찌게나 두부찌게에 김치랑 나물 몇가지 간혹 계란 후라이 하나 먹다가
집에서 먹던 반찬의 3배는 되는거 같은, 거기다 고기도 소고기랑 닭고기까지 있는 완벽한 밥상에 이성의 끈을 놓아 버렸죠.
전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란 할머니 말씀은 콧등으로 듣고 열심히 고기를 흡입하고 있는데
간간히 할머니랑 아주머니가 도란 도란
얘길 나누시는게 들렸어요.
할머니가 그래서? 음....등 아주머니 말씀에 추임새를 넣으시며 들으시다가 뭐라고 얘길 하시는 소리가 들렸고
아주머니는 네...감사 합니다등의 말로 공손히 화답을 하시더군요.
그렇게 식사가 끝나군 할머니께서 제가 다 먹길 기다리시더니 다 먹었냐? 그럼 가자! 하시며 미련 없이 자릴 털고 일어 나시더군요.
아주머니는 따라 일어서시며 언제 준비 하셨는지 하양 봉투 하나를 할머니께 공손히 건넸고 할머니는 의당 당연 하다는 듯 받아
챙기셨습니다.
문밖까지 나와 깊숙히 허리 숙여 인사하시는 아주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집에 돌아 오는 버스를 타러갔고,
할머니께선 차를 타기 전에 시내에 큰 슈퍼에서 제게 과자를 한아름 사주셨어요.
그리고 계산 하실 때 아까 아주머니에게 받은 하얀 봉투에서 돈을 꺼내 주셨고
전 그제야 아주머니께서 할머니께 드린 봉투가 돈 이었단걸 알았어요.
그 뒤로도 장날이면 비가 오지 않으면 꼭 할머니랑 장구경을 갔었고
그때마다 할머니는 그 아주머니네 집 이외에도 여러군데를 다니셨는데 한번 갈땜마다 한집만 가셨지요
.
그리고 할머니가 가시는 집은 예외없이 할머니를 큰절로 맞고는
극진히 대접 했고 난 덩달아 호사를 누렸답니다.
할머니가 어떤 집은 그냥 지나치셨는데(무당집) 제가 왜 저집은 안가냐고 여쭈면
저 집은 가짜야 라고 대답 하시곤 하셨죠.
그러다 한번은 난리가 난 적이 있어요.
할머니께선 그런 가짜 무속인 집을 보셔도 그냥 눈살 한번 찌푸리시곤 지나치곤 하셨는데,
한번은 정말 한참을 서서 지켜보시더니 갑자기 화가 폭발하셔선 그집으로 뛰어 들어 가신 적이 있었죠.
그 집은 좀 젊은 우리 엄마 보다 좀 더 나이 들었을 아줌마가 점을 치시고 계셨고 손님도 몇 대기 하고 있었어요.
뛰어 들어가신 할머니는 다짜고짜 점 보는 탁자를 잡아 엎으시고는 그 아주머니께 호통을 치셨어요.
전 할머니 행동에 놀라 쫄래쫄래 마루까지 따라 들어가 지켜보고 있었는데
할머니께서 이런 되지도 않은 망할 X이 어디서 귀신 팔아 가지고 사람들 한테 큰돈 사기 치려곤 한다며 고래 고래 고함을 치셨어요.
그러시고는 내가 호구지책으로 그냥 밥벌이나 하려는 것들은
그냥 큰 피해 안주고 밥이나 먹고 살려고 하는 것들이라 그냥 뒀는데
넌 사기 치려고 맘 먹은 X이니 내가 그대로 보고 지나칠수 없다시며 그 아줌마를 쥐잡듯 했고
그 아줌마는 한마디 말 대꾸도 못하셨죠.
그렇게 한바탕 폭풍이 지나고 다음 번에 와서도 그냥 여기 이러고 있으면
좋게 안 끝난다는 요지로 말씀 하시곤 그집을 나오셨는데
그 다음 장날에 가보니 이미 다 정리하고 도망갔더군요.
그날 할머니가 순례하신 집에서 들으니 할머니가 난리 치신 그날 밤으로
혼이 빠져선 싹 정리해선 상주를 떠났다고 하더군요.
상주 할머니의 과거등은 저도 아는게 없어요.
젊으셔선 뭘 하신건지 어떻게 지내신 건지.
다만 이제와 생각 해보면 큰 신을 모셨던 무당이 아니셨을까?
혹은 신을 담고 계시지만 무업은 안하신 은둔 무속의 거목이 아니였을까 생각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