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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제가 잘못 했습니다.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용서 해 주십시오.”
하면서 무릎을 꿇고 사죄를 했다.
상대는 덩치가 조그만 녀석에게 당한 게 허탈해서 허 허 허 소리를 내어 웃었다.
그렇다고 잘못했다고 싹싹 빌고 있는 녀석을 어떻게 할 수 없고.
“한잔 따라라.”
이젠 하게가 아니라 반말로 나왔다.
그러나 상대는 재덕이 상대하기에는 터무니가 없다.
싸움이 났다는 소리에 모여든 사람 중 한사람을 불렀다.
“어이 선호 이리 와라.”
“네 흥수 아버님,”
그제야 이사람 이 흥수 아버지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 내 팔에 매달려 봐라.”
하면서 마루 끝에 앉아서 오른 팔을 쑥 뻗었다.
선호라는 젊은이가 흥수 아버지라는 사람에 팔에 매달렸고, 선호를 대롱대롱 매달고 그네를 태웠다.
정말 놀라운 힘의 소유자였다.
너 내가 이런 사람이니 까불지 말라는 일종에 경고였다.
“아이고 형님 이제부터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래 좋아, 좋아.”
덩치답게 호인이었다.
“저 형님 함자라도.”
“ 나 김 현득 일세. 자네 기계가 좋아 동생으로 받아들이겠네.”
“네 앞으로 두 분을 친형님처럼 모시겠습니다.”
“참 나는 이 대백 일세, 남들이 이태백, 이태백 하지,”
“제가 동생으로서 한잔 올리겠습니다.”
분위기는 급반전 화해를 떠나 금세 친형제처럼 가까운 사이로 만들었다.
“어이 동식이 자내도 한잔 하게.”
하면서 주인을 불렀다.
“인사하게 주막 주인으로 나하고 죽마고우지.”
“예 인사드립니다. 김 재덕입니다.”
“나 이 집 주인이 조동식이오.”
동식으로서는 아까는 조마조마 했었다.
친구들이야 호인이어서 그럴 리가 없겠지만 행여 술상이 라도 치는 날에는 애꿎은 상다리 부러지는 게 아닌 가 했는데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돌아가는 것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지나온 이야기며 재덕이 육이오 때 격은 이야기를 듣고는 모두 고개를 끄떡이며 동감을 했다.
그리고 아랫말 양묵의 양자로 온 사람이 동식이네 술집 마당에서 현득이를 마당에 매다 꽂았다는 소문이 났다.
그러는 한편 재덕은 매일 도림개로 놀러 갔는데, 그 소문 때문에 더 이상 치근대거나 시비를 거는 사람이 없었다.
“형님 이 마을에 와보니 마을도 꽤 크고 좋은데 놀만한 남사당패 하나 없는 게 이상해요.”
“육이오 전에 조금 하다가 전쟁 통에 흐지부지 되어서 지금 북하고 징하고 장구가 남았나, 그래.”
“그래요 그럼 있는 거 주워 모으고 없는 것 사다가 만들어 보는 게 어때요.”
“그렇지 않아도 해볼 생각이었는데 상쇠를 할 만한 사람이 없어서 미적거리고 있네.”
“아 제가 춘천서 상쇠를 했었습니다.”
“그래 마침 잘 되었네 그럼 내가 주선을 해서 만들어 보세나.”
그렇게 해서 다음날 악기를 모아 보니 꽹과리가 하나 복고 두 개 상모가 네 개 가 더 나왔다.
그래서 날라리 하나 꽹과리 하나 복고 세 개 상모 2개 하고 농상기(서낭대)를 사 오기로 하였다.
사오는 일은 마침 가계를 하는 정제가 서울로 물건을 하러 갈 때, 재덕이와 같이 가서 사 오기로 했다.
그리고 몇 칠이 지나서 양묵의 육순이 되어서 형묵내외 완묵 내외를 비롯한 이웃 사람들을 초청해 생일을 치르게 되었다.
재덕과 정순의 살림방인 사랑방에는 자연스럽게 형묵과 완묵과 지묵 충묵이을 비롯한 바깥어른들이 자리를 잡았고 안방에는 순례와 미랑이 그리고 완묵의 처를 비롯한 안주인들이 자리를 잡았다.
정순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내내 음식을 차려서 올려야 했다.
그나마 재순이 도와주어서 조금은 편했다.
그렇게 조반을 잡쉈으면 집을 돌아가도 좋으련만 점심 그리고 저녁까지 드시고 형묵과 지묵은 술에 취해서 잠까지 자게 되어서 이부자리를 보았다. 더구나 정순이 아끼고 아끼던 베개에 퇴침을 베고 잠자리에 들었고 정순은 안채 윗방에서 쪼그려 잠을 자야만 했다.
서러워 눈물이 났다.
다음날 아침 일찍 재덕은 농악기를 산다며 서울로 갔고, 정순은 사랑방을 청소를 하고 찝찝해서 베갯잇과 퇴침 보를 뜯어서 빨아야 했다.
그날 낮에 새 베갯잇과 퇴침 보를 씌우는데 군에 있는 오빠 만석이로부터 편지가 왔다.
순아 보아라.
순아 그동안 시아버지 시어머니 모시고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구나?
이곳 오빠는 네가 염려하여 주는 덕분에 군 생활 잘하며 지내고 있다.
네가 지난 동짓달 새벽에 그렇게 도망치듯 황골을 떠났다는 소식에 얼마나 마음이 아렸는지 모른다.
네가 무엇이 부족하여 그런 판단을 했는지 답답한 가슴은 어쩌지 못해 몇 날을 뜬 눈으로 새웠는지 모른다.
어찌 되었거나 황골에서 보다 그곳이 웅신하기에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다행은 재덕이 수동엄마를 멀리해 근접을 못하게 한다니 다행이다 .
네가 선택한 일이니 부디 행복하여야 한다.
어머니로부터 네가 이달에 아이를 낳을 거란 이야기는 들었다.
나도 얼마 남지 않은 군 생활에 전념을 할 터이니 너도 부디 몸조심하고 예뿐 아기 낳아라.
이 편지가 도착했을 때 쯤 낳았을 런지 모르겠지만.
그럼 할 말은 태산 같으나 다음에 만나서 밤새도록 나누자꾸나.
멀리 군에 있는 오빠가.
“흑 흐 흐 흑.”
그리고 훌쩍 이었다.
옆에서 정순이 우는 것을 본 수동이가
“엄마 왜 울어 울지 마.”
“그래, 그래.”
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그날 서울로 간 재덕은 형 재운의 집으로 갔다.
연순은 학교에서 돌아온 성동이를 불러서.
“성동아 너 회현동 작은 엄마 한 테 가서 작은아버지 오셨다고 하고 오시라고 해라.”
성동이가 안감내에서 전차를 차고 남대문에 내려서 회현동 희상이가 식모살이 하고 있는 집에 도착하여 작은아버지가 오셨음을 알렸다.
희상은 학교에서 돌아온 주인집 딸과 아들에게 작은댁에 잠깐 다녀오겠다고 하고 수동이를 따라나섰다.
전차를 타고 안암동으로 가면서도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무엇을 물어볼까?
그년하고 지내는 게 싫어지기라도 했나. 온갖 생각을 하며 안감내서 전차에서 내려서 문방구에 들려서 어른 두 주먹만 한 고무공을 사가지고 재운의 집에 도착했다.
연순에게 눈인사를 나누고 방으로 들어갔다.
재덕이 누워 있다가 인기척에 반쯤 일어나다 희상이 들어오자 관심이 없다는 식으로 도로 누었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수동이는 잘 있어요.”
“응.”
또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바뿐데 뭐 하러 왔어.”
“아니요.”
그리고 또 침묵이 흘렀다.
밖에서 두 사람의 동정을 살피던 연순이 답답해 얼굴이 일그러졌다.
‘에이 바보같이 날 어떻게 할 것이냐 하고 따지던지 아니면 거짓이라도 좋으니 보고 싶어서 단숨에 달려 왔다고 하지 에그, 에그, 저러니 그 여우한 데 서방을 빼앗겼지.’
또 방안에서는 침묵만 흐르고 있었다.
‘에이그 저 바보가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네. 뭔 죄지은 것도 없으면서.’
연순은 안타까운 마음에 저절로 가슴을 쳤다.
“남에 집 살면서 그렇게 오래 나와 있으면 괜찮아 빨리 가보지.”
오랜 침묵 끝에 답답함을 느끼던 재덕이 입을 열어서 한 말이었다.
긴 한숨을 내쉰 희상이
“내 알았어요.”
그렇게 대답을 하니 더 이상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정나미가 떨어진 희상은 가식이라도 아양을 떨거나 앙탈을 부려 보려는 생각은 있었으나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저 재덕의 차가워진 마음만 확인 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방문을 나서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왜 벌써 가려고.”
“내 형님.”
하면서 고개를 끄떡였다.
“저녁 준비 중인데 먹고 가지.”
“안예요. 그냥 갈게요.”
연순이 희상을 따라 골목 어귀 까지 걸어 나오며,
“참고 기다리게 기다리다 보면 좋은날이 올 거야.”
희상을 아무런 대답이 없이 아래 입술만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잘 가게.”
“네 형님 안녕히 계셔요.”
연순이 손을 흔들어 보였지만 희상은 고개만 숙여서 답례를 하고 바로 고개를 숙이고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며 전차 정류장으로 향했다.
전차표를 끊고 전차를 기다리는 동안에 싸늘한 찬바람이 더욱이나 빈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땡 땡 땡 전차가 도착해 전차에 올라서 안암동 쪽을 바라보며
‘괜히 왔어 괜히 왔어 차라리 오지 말 걸, 내가 바보야 내가 바보지 앙탈이라도 부리고 엉엉 울기라도 할 걸.’
‘차라리 안 왔다 갔으면 마음이라도 무겁지 않았을 걸.’
그렇게 희상은 재덕의 차가운 마음만 확인하고 회현동으로 돌아왔다.
희상이 떠난 재운의 집에는 희상이 놓고 간 종이 봉지에는 고무공이 들어 있었다.
‘원 사람 이거 수동이 갔다 줘요.’ 라는 말 한마디도 못했나, 아니면 성동이 건가?
재운이 돌아와 저녁을 먹으며, 방에 있던 공을 보고,
“웬 공이냐.”
“이거 아까 작은어머니가 갑자기 나와서 살게 없다고 하면서 문방구에 들려서 수동이 줄 거라고 하면서 샀어요.”
다음날 재덕은 정제를 만나 풍물놀이 악기를 사 가지고 물골안으로 돌아왔다.
재덕의 공을 받아 든 수동이는 깡충깡충 뛰면서 좋아했다.
“웬 공이래요.”
정순이 물었다.
“응 형님 집으로 가는데 골목에서 공이 튀어 나오기에 얼른 집어넣고 모른 채 하면서 걸어올라 갔지 애들이 나와서 찾는데 모르는 척 하고 눈 질끈 감고 걸어 올라갔지.”
행여 희상을 만났다고 하면 정순이 기분이 언짢을 것 같아서 얼른 둘러 댔다.
그냥 샀다고 할 까 하다가 정순을 위해 동동구리무 한통도 안 사오면서 수동이 고무공을 사 가지고 왔다고 하긴 더욱 그래서 얼른 둘러 댔으나, 순간 정순의 낯빛이 달라졌다.
재덕은 그 자리를 모면하려고 도림개말에 일을 보러 간다고 하면서 자리를 떴다.
수동이는 공을 가지고 노는데. 천동이가 놀러 왔는데 혼자 가지고 놀면서 만지지도 못하게 했다.
“수동아 한 번만 만져 보자.”
“싫어.”
“그러지 말고 같이 가지고 놀자 응.”
비굴하다 시피 겨우 달래서 노는데, 조금만 삐지면 혼자 가지고 놀려고 했다.
“수동아 있잖아 내가 좋은 것 가르쳐 줄게 이 공을 엄마 몰래 반짇고리에서
바늘을 가지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바늘로 쿡쿡 많이 찔러서 이불속에 넣어 두면 이따만 하게 커진다.”
“얼만하게.”
“이따만 하게.”
천동이가 양손을 벌리면서 이야기 했다.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아무한테도 이야기 하지 마, 넌 동생이니까 가르쳐 주는 거야.”
“응 알았어.”
그 말을 들은 수동이는 좋은 정보라도 얻은 양 다시 공을 가지고 잘 놀고 돌아와 정순이가 부엌에서 저녁을 짓는 동안에 몰래 반짇고리에서 실패에 꽂혀 있는 바늘을 꺼내 공을 콕콕 찌르고 얼른 아랫목 요 밑에 묻어 두었다.
다음날 아침 재덕이 쭈글쭈글해진 공을 보고
“수동아 공이 왜 이 모양이 됐니. 어떻게 한 거야.”
하면서 수동이를 처다 봤다.
“내가 커지라고 바늘로 찔렀어요.”
“에이그 이 녀석아 그런다고 커지냐.”
재덕은 아침을 먹기가 무섭게 도림개말로 가서 농악을 가르치기에 바뿐 나날을 보냈고. 학교를 마친 명자는 수동이를 데리고 개울가를 걸어 다니며 언 손을 호호 불면서 다북쑥 대를 한 아름씩 꺾어 가지고 왔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학교를 파하고 가던 물막골 여자 아이들이 .
“야 그때 게 저 깃다.”
하더니 달려들어 옆구리며 목을 간지럼 태웠다.
“깍 깍 킥 킥 까 악 킥.”
열 나흗날이 되고 오곡밥이 지어지고 고사리 취나물 시래기나물 해서 먹을 것이 많았다.
그날 아침밥을 먹으면서 순례가
“수동아 누가 네 이름 부르면 대답하지 말라라, 대답하면 너한테 더위 사가라고 하면 네가 여름에 더위 먹는다. 그러니까 네가 먼저 이름을 불러서 내 더위 사가라 해라.”
“네.”
“그리고 오늘은 나무 아홉 짐 하고 밥 아홉 그릇 먹는 날이다.”
“어휴 그걸 어떻게 다하고 다 먹어요.”
그날 저녁은 명자는 봄 방학 중이어서 꽃재 집으로 가지 않고 순례가 데리고 잤다.
그리고 보름날 갓밝이 무렵 수동이는 정순이가 깨우는 소리에 일어났다.
“수동아 일어나 새 쫓아라.”
“벌써 창복이와 순복이는 새 쫓고 있다.”
그렇게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옷을 입는 둥 마는 둥 신발을 신고 명자와 둘이서 집 굴목 뒤를 돌면서
“우여 우여.”
하면서 새를 쫓았다.
‘푸드득, 푸드득.’ 초가지붕 처마 밑에 둥지를 틀고 자던 참새가 잠에서 깨어나 울타리로 날아가 앉았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돌고 양묵이 사온 호두 2개 와 구덩이에서 꺼낸 밤을 명자 수동이를 주었고 각자 한줌씩 주고 상호 몫으로 한줌을 남기고. 밤 한 톨씩 깨물어 버리면서 보름 하라고 했다.
그리고 조반은 하얀 이밥에 들기름을 발라서 구운 김을 싸서 먹었다.
귀밝이술이라고 조그만 종지에 한 모금씩 주었다.
그날 낮에 순례와 정순 재순은 만두를 빚었고, 양묵은 조략과 다북쑥 대를 섞어서 넣고 짚으로 아홉 매듭을 묶어서 명자의 달 망우리를 만들고 일곱 매듭을 묶어서 수동이 그리고 다섯 매듭을 묶은 상호 두 매듭을 묶은 명옥이 달 망우리 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낮에는 드디어 농상 기를 앞세우고 재덕이 상모를 쓰고 꽹과리를 치면서 남사당패를 만들어 동내를 한 바퀴 도는데 괜찮게 사는 집에서는 쌀을 서너 말씩 내놓고 먹을 음식을 내어서 대접을 했다.
아이들을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어깨춤을 추면서 그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수동이도 하루 종일 따라 다녔고, 대부분의 집에서 술 한상 거하게 차려 내서 즐겁게 해주는 정도로 남은 안주는 아이들 차지가 되었다
그날 저녁을 일찍 마치고 달이 뜰 시간이 되자 양묵은 달 망우리를 기님이네 논둑에 내어놓았다.
순례를 비롯한 정순 수동이 명자 상호 명옥이를 업은 영란이 까지 모두 나와서 모두 달뜨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동쪽 비룡산 옆 작은 봉우리 부근에 손톱만큼 보이기 시작하자 양묵이 라이터를 꺼내 제일 큰 명자의 망우리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수동이와 상호는 명자의 망우리에 대어 불을 붙이고 아래위로 흔드는 동안에 두 살 명옥이의 망우리 까지 불을 붙여서 명옥이 것은 영란이가 대신 들고 아래위로 흔들었다.
땅거미 지는 논둑에서 불타는 망우리 네 개가 춤추듯 아래위로 분주하게 달을 향해서 절을 했다.
그리고 양묵은 명자의 망우리를 건네받아 명자를 세워 놓고 세 바퀴를 돌리고 망우리를 주었다.
이어서 수동이 상호 까지 이렇게 불을 세 번씩 돌렸다.
몸에 붙어 있는 귀신이 놀라서 떨어져 나가라는 예방이었다.
동내 여기저기서 불이 아래위로 춤 췄다.
그러는 동안에 둥근 달이 솟아올랐다.
모두 집안으로 들어오고 불이 다 탄 자리를 마무리한 양묵은 마을을 갔는지 들어오지 않았고, 순례는 마루 위에 있는 뒤주 위에 접시에 기름을 담아서 심지를 해 놓고 불을 밝혔다.
그리고 안방에서 온 식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잣을 바늘에 꽂아서 불을 붙이고
“안동 김 씨 대주 올해 예순 살 올 신수가 어떻겠습니까?”
하면서 양묵에 일 년 신수를 잣 불로 점을 쳤다.
이렇게 명옥이 까지 점을 쳤다.
그리고 영란은 명옥을 업고 상호와 명자를 걸리고 꽃재로 올라갔다.
다음날은 귀신 날 이라고 하면서 건넌방 퇴를 내놓은 기둥에 어레미를 걸어놓고 신은 모두 윗방에 들여 놓으며 순례가 수동이에게
“이렇게 해야 귀신이 신을 못 가지고 간단다.”
그렇지만 수동이는 귀신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신고 가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을 했다.
그리고 사랑방으로 자러 가면서 정순은 정순의 신발과 수동이의 신발을 방으로 들여 놓았다.
아직 재덕은 도림개말에 있는지 오지를 않았는데 수동이는 불안한 마음으로 누웠는데 사랑방 툇마루 위로 저벅 저벅 발소리가 들리더니 시커먼 그림자가 문을 열려고 잡아당기는 것이었다.
수동이는 온몸이 오그려 드는 것을 참으며 숨을 죽이고 있는데. 몇 번을 덜그럭 거리더니 이번에는 조용해지는가 싶더니 대문에 받쳐 놓았던 작대기를 치우는 소리가 들리고 삐꺽 대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안쪽 툇마루에 앉아서.
‘쿵 쿵 쿵덕 쿵, 쿵 쿵 쿵덕 쿵,’
그리고 수동이는 잠이 들었다.
실은 재덕이 정순이 잠든 사이에 사랑문을 열고 들어오려고 문을 잡아 당겼으나 잠가서 못 들어오고 대문을 통하여 들어와서 툇마루에 앉아서 술이 깨기를 잠깐 기다린 것인데 수동이가 꿈인지 생신지 구분이 안가는 상태로 잠자리에 든 것이었다.
다음날 정순은 아침을 먹고 나서 배가 아프기 시작했고, 순례는 안방에서 아이를 낳을 준비를 하게하고 양묵은 사랑방으로 쫓겨났다.
재덕은 안절부절 하며 들락날락 거렸고, 아무것도 모르는 수동이는 동내에 마을을 갔다.
그렇게 서너 번의 진통 끝에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그때 수동이는 현용이네 집에 있었다.
현용이는 수동이 보다 일곱 살이나 많아서 올해 졸업을 하고 중학생이었고.
그 집에는 현용이 작은 할아버지의 손자 현상이가 자주 놀러 와서 현상이하고 자주 놀았다.
그날도 수동이는 현상이하고 노는데, 현용 엄마가
“수동이는 좋겠다, 네 엄마가 동생을 낳았단다.”
“몇 마리 낳았데요.”
“이 녀석아 무슨 짐승이냐 몇 마리씩 낳게.”
수동이가 집으로 와 보니 대문 양 옆에는 솔가지라 꽂혀 있고 새끼줄에는 솔가지와 숯덩이가 꽂혀져 길게 늘어뜨려져 있었다.
사랑방에서 자고나서 다음날 안방에 가보니 정순의 옆에는 조그만 아기가 잠들어 있었다.
정순은 미역국에 밥을 말아서 먹으며
“수동아 네 동생이란다. 예쁘지?”
수동이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다가 미역국을 반쯤 남았는데.
“수동아 미역국 남은 거 너 먹을래?”
수동이 고개를 끄떡이며
“네.”
하고 미역국을 받아서 먹는데.
“이름을 무어라고 지을까?”
“정자.”
수동이가 대답을 했다.
그리고 몇 칠이 지나서 수동이도 천동 이도 입학을 했다.
천동이 앞에는 선내 그리고 뒤에는 천동 이의 당숙 홍기 그리고 뒤에는 대호 그리고 그 뒤에는 천동 이가 섰다.
이튿날 이 홍규 주임 선생이 풍금을 치면서 노래를 가르치는데, 교실 마룻바닥에서 발을 맞추어 걸으며 노래를 불렀다.
발맞추어 나가자 앞으로 가자.
우리들은 씩씩한 어린이라네.
금수강산 지켜 나갈 어린이라네.
개구쟁이 녀석들은 교실 바닥을 쿵 닥 쿵 닥 울리면서 노래를 불렀다.
그렇게 일주일도 안 다녔는데, 재덕이
“너는 나이가 차지 않아서 내년에 다니란다.”
그래서 수동이를 비롯한 천동이와 태호도 학교를 다니지 못하게 되었다.
그것도 잠깐 진승이는 종민이가 때린다면서 학교를 안 다녔다.
그 무렵 재근이는 계모 미랑이와 마음이 맞지 않아서 조카 경동이가 집을 지어 파는 건축업을 시작하자 처 슬기와 아들 천동이는 방꼴 처갓집에 두고 서울로 올라가 있었다.
그런데 정순이가 정자를 낳은 지 열흘이 지난 스무이레 날 저녁 10시가 넘어서 금순이가 울면서 대문을 두드렸다.
“오빠, 오빠! 흑 흑 흑.”
“왜 그래 금순아 울지 마.”
“오빠 흑 흑 어쩌면 좋아요. 아버지가 돌아가시려 나 봐요. 흑 흑 흑.”
“그래 가 보자 그래 괜찮을 거야.”
재덕이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꽃재 정묵의 집에 도착하였다.
정묵은 미랑과 딸 금순이 그리고 재덕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월 스무여드레 새벽에 예순여섯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북쪽 지붕에는 고인의 두루마기가 얹어지고 대문 앞에는 사잣밥 세 그릇이 놓여졌다.
첫댓글 어쩌면 어린 아이들의 심리를 꽤둟어 글로 표현 한것이 꼭 동화 같네요.
이런 수동이가 눈물을 자아 내게 하네요.
오늘도 변함없는 평을 해주셔서 감사 합니다 .
감사 또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