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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장_ 꼬리가 길어도 잡히면 끊고 도망가면 그만이다
-쏴아아...
바람이 풀을 훑고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또 푸른 벌판에 누워있었다.
'...... 또 인가.'
.나는 일어섰다. 최근들어 이 꿈을 더 자주 꾸는 것 같다.
나는 언덕을 올려보았다.
거기엔 역시 한 소녀가 서 있었다.
나는 소녀를 향해 걸어갔다.
언제나대로 소녀는 뒤를 향해 돌아있었다.
'저기, 넌 왜 계속 내 꿈에 나타나는 거지?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잘 모르겠어. 내게 볼일이 있는거 아냐?'
'......'
소녀는 날 향해 뒤를 돌았다.
다른 때와는 달리 이번엔 얼굴이 제대로 보였다.
..... 아름다웠다.
금발에 예쁜 푸른 눈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난... 아리아... 에이젠트 아리아...'
목소리가 들렸다.
에이젠트? 어딘가의 요원이라는 뜻인가?
'저는... 반드시... 당신을 찾아 낼 겁니다....'
날 찾아낸다고? 뭔 소릴 하는거지? 난 딱히 숨어있진 않은데.
그렇게 말하고 소녀는 예전처럼 사라졌다.
'......'
대체 무슨 의미였을까. 날 찾아낸다니...
.
.
.
눈부신 아침햇살이 창문을 통해 나의 방을 비췄다.
"으음.."
벌써 아침인가. 나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다래는 바닥에 이불을 깔고 얌전히 자고있었다.
별일이군, 이런 생각을 하며 1층으로 내려갔다.
부엌으로 가니 남희가 아침밥 준비를 하고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 여, 잘 잤어?"
"응..."
..... 거북하다. 나는 그대로 부엌에서 나와서 화장실로 갔다.
세수를 하고 다시 2층으로 올라간 나는 다래를 깨웠다.
"일어나, 아침이야."
"우으응..."
"어이, 정신차려. 지각한다고."
"우응.. 5분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내가 똑같은 행동을 하고있었던 것 같은데 기분탓이겠지?
나는 다래가 덮고있던 이불을 확 걷었다. 그랬더니 다래가 그물에 걸린 물고기처럼 같이 끌려올라왔다.
"제 삶의 희망을 뺏어가지 말아주세요."
잡힌 물고기가 어부를 노려보며 적반하장으로 화를 냈다.
"넌 그깟 이불따위가 삶의 희망이래도 좋은거냐?"
"괜찮아요. 그 밖에도 삶의 희망은 많이 있으니까."
"그게 그렇게 많이 가질 수 있는 거냐..."
부럽구만.
"에릭이랑은 상관없어요. 빨리 제 희망을 돌려주세요."
"안 돼."
나는 그대로 이불을 탈탈 털어 다래를 떨궈냈다.
"히잉..에릭은 못 됬어요. 남의 삶의 희망을 그렇게 막 뺏어가다니."
"시끄러. 빨리 준비 안하면 늦는다."
"네에..."
다래는 하품을 하며 방을 나갔다.
나는 교복으로 갈아입고 1층으로 내려갔다.
"에릭, 아침밥 준비 다 됬어."
"응.."
"나 먼저 갈테니까 다래랑 같이 먹고 가."
"같이 안먹어?"
"오늘 아침에 학교에서 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
"... 그래."
아무래도 나와 있기 거북한 것 같다. 하긴, 내가 남희였더라도 정체모를 괴물같은 녀석옆에 있긴 싫겠지.
지금까진 어떻게든 넘어갔지만 어제의 사건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
남희는 내가 '능력' 을 사용하는 것을 몇 번이고 봐왔다.
솔직히 한두번만 봐도 나로부터 떨어지려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남희는 내 옆에 있어주었다. 이런 내 옆에..
나로써는 남희에게 할 말이 없다. 오히려 지금까지 옆에 있어준 걸 감사할 따름이다.
"어라? 에릭, 남희는 어디갔어요?"
"학교에서 아침에 뭘 한다나봐. 먼저 나갔어."
"그렇군요.. 전 분명 에릭이 화나게 해서 먼저 가버린 줄 알았죠."
뭐, 절반은 맞는 말이긴 한데.
"아침밥 해놨으니까 알아서 먹고 가."
"어라? 에릭은 안먹어요?"
"응, 식욕이 없어서."
"그렇군요.. 저는 아침밥을 안먹으면 하루종일 기운이 없어지는 병에 걸려서 먹고가야 할 것 같아요."
그건 대체 무슨 병이냐.
"빨리먹고 늦지 않게 나가."
"네~"
혼자 걷는 등굣길.
나는 익숙해졌을 작정이었는데 뭔가 쓸쓸하다.
나에게 아직 이런 감정이 남아있었던가...
최근들어 너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쓸데없는 걸 기억해버린 것 같다.
나는 원래 행복이라는 말보단 절망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놈이다.
아무리 내 주변에 행복한 사람들이 흘러 넘쳐도 나만은 불행한 채이다.
나 자신이 행복하다 라고 느낀적은 없지만 만약 그런 감정을 느꼈다면 그것은 그저 주변 사람들의 행복을 내 행복이라고 착각한 것 뿐이다.
역시 나는 누구의 곁에도 있을 수 없다.
아니, 있을 자격조차 없다.
내가 사는 이유는 대체 뭘까...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나는 학교에 도착했다.
-드르륵.
나는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 에릭! 안녕."
상민이가 날 보더니 인사를 건넸다.
"응. 안녕."
"에릭, 기운이 없어보이는데.. 혹시 어제 사고때문에 그래?"
"응.. 뭐."
고개를 돌리다가 뒷자리에 앉아있는 지수와 눈이 마주쳤다.
지수가 미소 아닌 미소를 지으며 내게 손을 살짝 흔들었다.
나는 못 본척 하며 고개를 다시 돌렸다.
"상민아, 나 머리가 아파서 양호실 간다고 선생님한테 말해 줘."
"어? 아.. 응. 알았어."
나는 그대로 가방을 놓고 교실을 나갔다.
젠장, 역시 지수녀석 계속 내 주위에 붙어있을 작정이군.
'네가 말했지. 나 같은 건 인간취급도 못해준다고. 그러면 그런대로 날 이해하면 어때? 인간이 아닌 무언가라고 말이야.'
지수가 어제 했던 말이 귓가에서 맴돌았다.
젠장. 지금은 어떻게 할 수가 없는데. 일단 최대한 허튼짓 못하게 감시해야지.
양호실은 2층에 있다. 나는 양호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양호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양호선생님은 아직 출근을 안하신건가.
양호실엔 침대가 총 네개가 있는데 두 개는 여학생용, 다른 두 개는 남학생 용으로 한 칸에 두개씩 칸막이로 나눠져 있고 입구는 커튼으로 막혀져 있는 형태다.
나는 아무데나 골라 커튼을 젖혔다.
-촤아악!
...... 어떤 여자애가 침대위에 누워서 옷 위로 가랑이 사이에 손을 넣고 있다가 나랑 눈이 마주쳤다.
-촤아악!
나는 다시 커튼을 치고 팻말을 보았다.
여긴 남학생용인데..?
-촤아악!
안에서 침대 위에 있던 여자애가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커튼을 젖히고 나왔다.
"이..이건 아니야! 이건 그런게 아니라..."
"아니, 방해해서 미안. 하던거 마저 해."
"아니야! 진짜 니가 생각하는 그런게 아니라고!"
"내가 생각하는 그런 게 뭔데?"
"으으으...! 난 그냥 허벅지에 근육통이 와서...!"
"그래, 그렇다고 쳐 줄게."
"아니! 전혀 내 말을 믿는 표정이 아니잖아! 어떻게 봐도 날 이상한 여자애라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어!"
하아... 이건 또 귀찮은 여자한테 걸린 것 같다.
"그래, 그러니까 너는 착각해서 남자쪽 침대에 잘못 들어갔고, 허벅지에 근육통이 와서 허벅지를 주무르고 있었던 것 뿐이지?"
"으..응."
"전혀 믿을 수가 없지만 일단 믿어줄게."
"아니야! 진짜라니까! 믿어! 믿으라고!"
꺄악꺄악 시끄럽네, 이 여자...
"그래서 넌 몇학년인데?"
"나? 1학년인데..."
"선배 라고 불러라. 그럼 너가 말하는 거 다 믿어줄 테니까."
"아.. 2학년.. 이세요?"
"그래, 넌 제일 아랫학년이면서 초면에 그렇게 반말을 해대냐? 어지간히 눈에 뵈는 게 없거나.. 아니면 그냥 개념이 없는건가."
"아.. 아니.. 갑자기 반말 했던 건 미안해....요."
"그래, 착하다."
"근데 진짜 나는 그런 짓 안했다고!... 요..!"
"알았어. 그렇다고 쳐 준다니까."
"아니! 그렇다고 쳐주는 게 아니라 그렇다니까요!"
"하아... 시끄럽네, 진짜."
"어쨌든 이상한 오해는 안 해줬으면 좋겠는데요!? 난 진짜 허벅지 주무르고 있었던 것 뿐이고!"
"아, 그래, 그래. 알았어."
"전혀 알았다는 태도가 아니잖아요!"
"네가 어떻게 내 태도를 보고 판단할 수가 있지? 너 나하곤 한번도 만난 적 없지 않나?"
"그.. 그건 그런데.."
"난 원래 뭔가를 알았을 때 이런 태도야. 너가 지금 하고있는 건 내 최선의 태도에 대한 모욕이라고."
"아.. 그.. 그래요?"
"어서 사과했으면 좋겠는데. 나도 상당히 상처받았다고."
"아.. 죄송해요... 가 아니라 그런 태도 누가 봐도 건성이었잖아요!"
"쳇. 안낚이나."
"쳇?! 지금 쳇이라고?!"
"오, 너 다람쥐 쳇바퀴 굴리다 라는 말을 알아? 그건 이런식으로 쓸데없는 말씨름을 무한 반복하는 경우를 빗대어 표현한거야."
"아뇨! 그딴 건 들어본 적도 없고 이럴때 쓰는 말이 아닌 건 확실해요!"
모르겠다. 이런건 그냥 무시하는게 상책일 것 같다.
나는 뒤돌아 여자쪽 침대로 향했다.
"어디가요? 나 아직 얘기 안끝났어요!"
"난 더 할 얘기 없어. 빨리 누워서 쉬고싶을 뿐이야."
"그리고 그쪽은 여자 침대예요! 변태! 치한! 성범죄자! 로리콘!"
"남자침대에 들어가있던 너가 할 소리냐. 그리고 거기서 로리콘이 왜 나와."
"하아, 하아. 몰라요, 마음대로 하세요. 성범죄자로 몰려도 모르니까요."
"그래, 그래."
나는 여자쪽 침대로 가서 커튼을 젖혔다.
-촤아악!
거기엔 어떻게 봐도 초등학생 이상으로는 안보이는 여자애가 우리학교 체육복 차림으로 누워있었다.
"......"
나랑 눈이 마주쳤다.
"...... 변질자?"
.... 이 꼬마애는 처음보는 사람한테 무슨 무서운 별명을 붙여주는거냐.
"너... 우리학교 학생이냐? 언니 체육복 입고 몰래 숨어든 거 아냐?"
"실례네요... 전 이래봬도 이 학교 1학년일 작정인데요."
1학년이면 1학년이지 1학년일 작정은 또 뭐지? 이녀석도 상당히 귀찮은 녀석같다.
"어쨌든 저는 빈혈때문에 누워서 쉬어야해요. 볼일이 없다면 커튼을 닫고 나가주세요."
"아.. 그래. 미안."
-촤아악!
나는 커튼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역시... 로리콘이었군요."
아까 그 시끄럽던 1학년 여자애가 경멸의 눈초리로 나를 쳐다봤다.
"그저 말 건 것 뿐이잖아."
"아뇨, 모든 성범죄자는 다 그렇게 말하죠. 자신은 그저 예뻐했을 뿐이다, 말을 건넸을 뿐이다.. 그걸 당한 여자아이가 얼마나 큰 상처를 받는지는 모른 채 말이에요."
...... 방금 대화에 그런 부분이 하나라도 있었던가?
"어쨌든 나도 지금 머리가 아프고 누워서 쉬어야 하는 입장이거든. 넌 여자침대로 돌아가주지 않겠어?"
"으음... 하긴 이런 로리콘과 같은 공간에서 누워있게 된다는 건 피하고싶네요. 그럼 이만."
"......"
난 로리콘이 아니야. 아니라고.
-촤아악!
"하아아..."
나는 한숨을 쉬며 커튼을 치고 남자쪽 침대에 누웠다.
최근들어 왜 이렇게 주위에서 귀찮은 일이 많이 일어나는 거지?
나한테 귀찮은 일을 불러일으키는 악귀라도 붙은 건가?
나는 눈을 감았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 12시.
딱 점심시간인가.
난 침대에서 일어나서 걸어나갔다.
"아, 이제 몸은 좀 괜찮니?"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양호선생님이 말을 걸어온다.
"아, 네. 조금 쉬었더니 괜찮아진 것 같아요."
"그래? 그건 참 다행이구나. 그럼 진단증 끊어줄테니까 좀만 기다리렴."
"네."
약 1분뒤 양호선생님이 진단증을 끊어주셨다.
수업시간에 양호실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그런 건데 솔직히 나는 필요성을 못느끼지만 말이야.
이것도 다 양호실간다며 땡땡이 치는 애들 때문에 만들어진 학생을 의심하는 안 좋은 규칙 중 하나이다.
뭐, 나랑 상관없으니 됬나.
나는 양호실을 나와 급식실은 아니고 옥상으로 향했다.
-끼이익.
옥상문을 열고 나가니 푸른 하늘이 보였다.
햇빛이 옥상의 하얀 타일들에 반사되어 눈이 부셨다.
나는 옥상 가장자리의 난간으로 가서 기대어 학교를 내다보았다.
이렇게 보면 되게 평화로워 보이는데 말이지.
이런 평화로워 보이는 학교에 사람 죽이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녀석이 섞여있다고 생각하니 한숨이 나왔다.
지수, 저 녀석. 대체 뭘 해올까.
뭔가 대비를 하고싶은데 딱히 어떤 방향으로 대비를 해야할지 감이 안 잡힌다.
그런다고 무작정 쫓아다니며 감시할 수도 없고.
아직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것이 아니다.
저번엔 내 심증만으로 때려맞췄지만 이젠 그런 단서들도 아예 흘리지 않을 지도 모른다.
"후우..."
"뭔가 고민거리가 많아보이네."
"......!"
눈치채지 못했는데 옆에는 어느새 지수가 와서 서 있었다.
"...... 무슨 볼일이야."
"무슨 볼일이라니? 난 그저 반 친구가 고민거리가 있는 것 같길래 상담해주려고 한 것 뿐이야."
"웃기는 소리 하지마. 할 말 있으면 빨리 말해."
"흐응... 나의 순수하게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에 뭔가 문제라도?"
"시치미 뗄 작정이냐?"
"후훗. 넌 지금 나 때문에 고민을 하고있어. 맞지?"
"......"
"정답이었던 것 같네. 뭐, 너무나도 쉬운 문제였지만 말야."
어제 그런 짓을 해놓고도 태연하게 말을 걸어온다. 대단하다고 해야되나...
"내가 뭔 짓을 할지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지?"
"......"
"안심해. 난 지금으로써는 뭔가를 할 생각은 없어. 우선 너라는 중요한 대상은 확인이 끝난 상태고. 아직은 지켜보는 단계라고 할까... 뭐, 명령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 명령?"
"응. 난 나의 조직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거든. 물론 어디 조직인지 말해줄 생각은 없지만 말야."
설마 했는데 지수 이녀석, 조직같은 거에 소속되어있었을 줄이야.
그럼 어제 그 사건은 조직의 명령으로 일으켰다는 건가?
"그런데 어째서 날 습격하는 짓을 한 거지?"
"아... 그건 지금 생각해도 너무 위험했던 것 같아. 과격한 방식을 사용했던 건 사과할게. 물론 그건 조직의 명령으로 실행한 것 뿐이지만."
"사과한다고 해결 될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뭐, 네가 받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난 어쩔 수 없어. 이미 벌어진 사건을 다시 없던 일로 만들 수도 없는 거고."
"네가 당장 그런 짓을 안 한다는 보장이 어디있지? 나보고 지금 네 말을 믿으라고?"
"믿던지 안믿던지는 네가 결정해. 어쨌든 난 사실을 말해준 것 뿐이니까."
"...... 이것도 조직의 명령이냐?"
"아니, 내가 이렇게 너하고 말하고 있다는 건 조직에 보고하지 않았어."
"나한테 그런 걸 말해서 얻는 게 뭐가 있다는 거야."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 재미?"
"응, 난 개인적으로 너의 '능력' 에 대해 흥미가 있거든. 조직과는 별도로 말이야."
"그래서 나보고 너의 놀이상대가 되라고?"
"물론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건 아냐. 네가 나한테 협력해주면 나도 상응하는 정보를 네게 제공해줄게."
"일단 들어는 보자."
"후훗, 역시 넌 현명해. 별로 대단한 걸 요구하는 건 아냐. 하나만 들어주면 되."
"... 뭔데?"
"지금 여기서 뛰어내려봐."
"뭐...?"
"못 들었어? 이 옥상에서 한번 뛰어내려보라고."
여기서 뛰어내려보라니... 여긴 6층이다. 높이로 따지면 거의 20미터는 족히 된다.
가끔 2층에서 강화하고 뛰어내리긴 했지만 여긴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난 내 강화능력의 허용범위가 어느정도까지인지 모르고 섣불리 뛰어내렸다간 죽는 일도 있을 수 있다.
"왜, 못 하겠어? 내가 너한테 협력해주는 건 너로써도 고마운 일일텐데?"
이 녀석이 협력해준다면 확실히 나로써는 고맙긴 하다.
하지만 아직 사실인지 어떤지도 모르고 섣불리 판단하는 건 좋지 않은데...
"뭐, 못하겠다면 난 다음에 실행할 일을 조직에 제출하는 수 밖에..."
"...... 기다려."
나는 최대한 사람이 없는 뒷마당 쪽 난간에 올라섰다.
"약속, 지켜라."
"물론~"
그리고, 나는 뛰어내렸다.
-쿠웅!
땅에 착지할 때 뇌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래도 몸에 지장은 없는 것 같은데.
다행히도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 같다.
옥상을 올려다보니 지수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는 잠시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리고 학교로 들어갔다.
다시 옥상으로 올라가 보니 지수가 난간에 기대어 서 있었다.
"믿기지가 않네. 그 높이에서 떨어졌는데 멀쩡하다니."
"그러게 말이다."
"뭔가 특수장치를 한 것 같아보이진 않고, 대체 어떤 원리로 발동하는 거야?"
"그것까지 너한테 알려줄 이유는 없어."
"하긴.. 그런가. 분명 너도 잘 모를거고. 이제 됬어. 아쉽게도 나로써는 계획자체를 멈추진 못하겠지만 계획실행 전에 너한테는 살짝 알려주도록 할게."
"제발 그래줬으면 좋겠지만."
"후훗."
지수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리더니 그대로 옥상문으로 내려갔다.
"후우..."
몸은 지장이 없지만 아직 머리가 띵하다.
오늘 수업은 땡땡이쳐야 하나.
나는 그대로 양호실로 향했다.
~작가의 말~
이걸로 1권 스토리가 모두 끝이 났습니다. 다음편은 번외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