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을 줄게
오래 간직했던 것을 줄게
말린 나물을 줄게
보험도 줄게
이건 수를 놓은 손수건이고
네 배냇저고리야
옷은 잘 다려 입고 햇볕을 많이 쫴야 돼
그런 걸 자꾸 잊어버리게 돼’
- 남현지 詩『철수』
- 시집〈온 우주가 바라는 나의 건강한 삶〉창비
새것을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나 역시 마찬가지여서, 며칠 전부터 안달복달하는 중이다. 새 다이어리를 쓰고 싶어서. 새 달력을 걸어두고 싶어서. 새날을 맞이해 새로운 일들을 시작하고 싶어서. 그러면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만나는 사람마다 새해 인사를 건넨다. 이쪽에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면 저쪽에서 어김없이 같은 인사가 돌아온다. 복이 주머니 속 구슬이라도 되는 양, 한정 없이 들어 있는 것처럼 아낌없이 거리낌 없이 주고받는다. 사실 복이야 늘 필요하고 누구에게나 간절한 것이겠다. 그러나 새해니까, 하얀 백지를 새로 받은 것이니까 특별히 새해에는 더 복을 빌어주는 모양이다. 더 말할 것도 없이 이때의 ‘복’이란 좋은 기운이다. 좋아져라 좋아져라, 아는 이든 모르는 이든 서로서로 빌어주는 마음이 얼마나 예쁜가. 해피 뉴 이어(Happy new year)라는 미국식 인사보다 훨씬 더 좋다. 그래, 새해에는 복 좀 받아보자. 각오인지 바람인지 모를 마음을 단단히 여미면서 한편으론 인사마다 간절함이 담긴 것 같아서 조금 서글퍼진다. 먼 나라의 끝나지 않는 전쟁 걱정이 다 뭔가. 당장의 혼란한 국내 정세 탓에 앞이 깜깜할 따름이다. 새해가 된다 해도 회복될 기미는 요원해 보인다. 새해 과연 복은 올 것인가.
아무래도 올해 내게 필요한 복은 지치지 않음인 듯하다. 어디 나뿐인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겠지. 지치지 않고 마침내 나아질 복. 그런 기운은 새해 인사처럼 서로서로 좋아져라 빌어주면서 함께하면 얻을 수 있겠지. 그러니 이제부터의 새해 인사에는 느낌표를 붙이기로 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