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처음으로 강원도와 도교육청이 추진하려던 고교무상급식이 정쟁(政爭)에 휘말려 결국 무산됐다. 도의회는 엊그제 본회의를 열어 여야 의원들이 각각 발의한 고교무상급식 수정 예산안 중 강원도 분담액 59억원과 도교육청 예산 44억원 등 103억6990만원을 모두 삭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먼저 민주당이 삭감된 예산을 되살리기 위해 발의한 수정안을 부결시킨뒤 이에 반발해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이 퇴장하자, 이문희 교육의원이 발의한 전액 삭감안을 통과시켰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예산안을 삭감한 이유는 강원도의 재정상황이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할 형편이 못된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형편을 이유로 아이들에게서 밥그릇을 빼앗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며 반발 수위를 높였다.
고교무상급식 확대는 지난달 11일 도의회에 예산안이 접수되면서 표면화 됐다. 이후 도의회 상임위에 따라, 혹은 강원도 몫이냐 교육청 몫이냐에 따라 예산을 삭감하고 되살리기를 반복하면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각 시·군 또한 동참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갈등을 겪었다. 일부 참여 유보 의사를 비쳤던 시·군은 학부모와 시민단체들의 항의를 받으며 참여쪽으로 기우는 양상을 보이는 등 내년부터 18개 시·군 모두에서 고교무상급식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다. 적어도 최근 도내 시·군의 분위기는 그랬다. 그런 만큼 여야는 정쟁에 앞서 문제해결을 위해 협상하는 성의있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물론 여야가 고집스럽게 내세우는 명분에는 일리가 있다. 도 재정을 생각하면 아직은 시기상조라 할 수도 있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민생복지라는 민주당의 주장도 수긍이 간다. 그러나 서로 고함을 지르며 삿대질을 해댈 것까지는 아니다.
고교무상급식이 이제는 내년 6·4 지방선거에서 여야의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내년 제1차 추가경정안 심사일정이 선거 전에 잡히고, 예산이 다시 편성될 경우 핫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본회의가 끝난 후에도 여야가 연일 성명전을 펼치며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유라 하겠다. 새누리당 도당은 “최문순 지사와 민병희 교육감이 내년 선거를 겨냥해 밀어붙이는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는 한편, 민주당 도당은 “새누리당 도의원들이 중앙당의 당리당략에 휘둘리는 굴종의 자치를 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도민들이 지금과 같은 도의회를 보면서 요즘의 소모적 국회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도의회가 도민들에게 희망을 주지는 못할 망정 실망을 줘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