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병→상병 추서진급…20일 오후 2시부터 21일 늦은 오후까지 분향소 개방
김계환 해병사령관·이철우 경북지사·김기현 국민의힘 대표·한덕수 총리·이종섭 국방장관 조문
22일 오전 영결식…화장 후 전북 임실 호국원에 안치 예정
20일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김대식 관에 마련된 고 채수근 일병 빈소에서 채 일병의 어머니가 영정 사진을 보며 오열하고 있다.
"우리 아들 이렇게 보낼 수 없어요…."
젊은 해병대원의 안타까운 죽음이 포항을 울렸다. 유족의 비통한 오열이 분향소를 흔들었고, 동료 대원들과 각계 인사들의 조문이 줄을 이었다.
20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실내체육관)에 고(故) 채수근(20) 상병의 분향소가 마련됐다.
고인은 이날 해병대 1사단장 승인에 따라 사고 당시 계급인 일병에서 상병으로 한 단계 추서진급했다.
해병대 1사단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일반인 조문을 허용하기로 유족과 협의했다. 21일 오후 늦은 시간까지 일반인 조문을 받는다.
이에 따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포항지역 부대 지휘관 등 해병대 관계자는 물론이고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한덕수 국무총리,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다수의 시민들이 잇따라 조문했다.
분향소는 해병대가족모임, 해군참모총장,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권 등에서 보낸 화환과 조기로 가득 찼다.
20일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에서 故 채수근 상병 분향소가 마련됐다. 이날 오후 3시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이 헌화와 분향하며 고인의 넋을 달랬다.
1사단은 이날 차분한 분위기 속에 장례 절차를 밟았다.
해병대원들은 모두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달았다. 말과 표정, 행동에서는 침통하고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했다.
오후가 되자 채 상병과 유족, 지인이 차례로 도착했다. 해병대는 서문 앞에 천막을 치고 임시 안내소를 설치해 조문객을 맞았다. 채 상병은 곧장 해군포항병원으로 옮겨졌다.
채 상병 가족의 아파트 이웃 공풍용 씨는 "채 일병(상병)은 대학에 다니면서 밤늦게까지 아르바이트와 운동을 했다. 입대 후 어머니 생일에는 최고급 소고기를 보내는 등 흠잡을 데가 없었다"고 말했다.
해병대 20일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에서 故 채수근 상병 분향소가 마련됐다. 이날 오후 2시 40분쯤 채 상병 유가족이 분향소에 걸린 고인 정보와 영정을 보고 오열하고 있다.
오후 2시 40분쯤, 채 상병 아버지는 자신마저 무너지면 안 된다는 듯 눈물을 참으며 참담한 얼굴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머니는 아들 영정사진을 보며 "사랑스러운 우리 아들, 이렇게 보낼 수 없다. 어떻게 흙탕물 속으로 보냈느냐. 구명조끼만 입었어도 살았을 텐데"라며 "꿈만 같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하나뿐인 아들 보내고 이제 어떻게 살아요, 어떻게 살아요…" 하고 연신 고개를 젖혔다.
이어 김 사령관 손을 잡고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데 왜 일 터지고 이렇게 뒷수습만 하냐고요. 미리미리 좀 안전히 했으면 이런 일은 없잖아요. 왜 이렇게 우리 아들을 허무하게 가게 하셨어요"라며 울분을 쏟았다.
어머니의 절규가 체육관을 채우자 분향소는 끝내 눈물바다가 됐다. 김 사령관은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20일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에서 故 채수근 상병 분향소가 마련됐다. 이날 오후 2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분향소에 방문,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및 포항지역 부대 지휘관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채 상병의 안타까운 순직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유가족, 곁에서 함께 했던 해병대 장병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우리 군이 끝까지 지켜드리지 못한 점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며 "도민과 군을 위해 헌신한 채수근 상병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다하겠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채 상병의 장례는 해병대장으로 치른다. 영결식은 22일 오전 9시 1사단 도솔관에서 진행한다. 유해는 화장한 뒤 같은 날 오후 5시쯤 전북 임실 호국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그는 지난 19일 오전 9시쯤 예천군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없이 실종자 수색 임무를 수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14시간 만인 같은 날 오후 11시 8분쯤 예천군 내성천 고평교 하류 400m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