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갑질'도 실제론 서러운데...06070614 문일

도심 오피스텔 관리소장은 입주업체 대표한테 폭행 당해강남 중소건설회사 경비원은 밤엔 회장집서 청소.빨래까지대기업 피해자에만 언론 관심 하소연 할곳도 없어 한숨만대기업 총수 일가의 '갑질'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 갑질 피해자들은 '우리들은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직원인지, 가정부인지 모르겠다''폭언에다 뺨을 때리는 건 기본이고, 물벼락을 맞는 건 옵션'이라는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판결에서도 중소기업 갑질 실태가 드러난다.서울서부지법 형사 10단독 김병만 판사는 건물 관리소장을 폭행하고 모욕한 혐의로A 업체 대표이사 박모(55)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A 업체는 연 매출 80억 원가량으로 조명업계에선 인지도가 높은 중소기업이다.박씨는 지난 2016년 12월 7일 사무실이 있는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 빌딩 1층에서 관리소장 오모(52) 씨를 구차례 밀치고, 옷깃을 잡고 끌고 가는 등 폭행했다.박 씨는 회사 사무실에 담배 냄새가 들어오는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오 씨가 제대로 확인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또 관리사무소 직원과 행인들이 있는 곳에서 '민원을 넣었으면 해결해야지'라고 소리치며 '개XX'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재판부는 '폭행의 정도가 약하지만, 진지한 반성이 없고 피해 보상 노력도 없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취재 결과 오 씨는 사건 발생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일을 그만둔 것으로 확인됐다.강남의 B 건설업체에서 경비원으로 일했다는 김모(61) 씨는 '중소기업 경비원은 가정부 같다'며'낮엔 건물을 관리하고, 밤엔 회장 집에서 청소하고 빨래하고 어디 고장난 곳이 있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고치는 일이 허다했다'고 털어놓았다.결국 일을 그민둔 김 씨는 '대기업 일가의 갑질은 사람들의 손가락질이라도 받지만,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경비원들은 어디에다가 하소연도 못 하고 짐을 싸서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중소기업 임원들의 갑질 폭로하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한 네티즌은 '춘추복 재킷에 동복 점퍼를 입었다는 이유로 식사 중에 5분간 열중쉬어 자세로 '시자후'와 같은 고함을 들어야 했다'며 '자존감이 무너졌다'고 적었다.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고용 등에 대해 자의성이 강하기 때문에 갑질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대기업과의 관계개선에선 을인 중소기업이 경비원 등 더 열악한 을에게 갑질을 하면서도 잘못됐다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손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