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사부일체 (頭師父一體)
감독 : 윤 제균
배우 : 정 준호, 정 웅인, 정 운택, 오 승은, 박 준규, 송 선미, 임 창정, 조 달환, 이 대학, 김 상중, 기 주봉, 윤 문식
각본 : 윤 제균
제작년도 : 2001년
제작국가 : 대한민국
개봉일 : 2001년 12월 07일
상영시간 : 98분
관람등급 : 18세이상
화질 : AC3-5.1CH / 2CD
자막 : 불필요
제공 : 아이엠샘 [추천작]
러브시네마 한마디
줄거리
두목과, 스승과, 아버지는 하나다.
두사부일체 !!
'형님을 학교에 보내는데, 단란주점 두 개를 팔았습니다.!!'
한국 조직사회에서 급부상하고있는 영동파 두목 계두식. 명동파를 접수하고 조직수뇌부들과 처음으로 회의를 하게된다. 인터넷, IP, 코스탁... 아무것도 알아들을 수 없는 초라한 두식...
울적한 마음으로 부하들과 술자리를 하던 중 깡무식 대가리... '형님, 윤동주 아십니까? 상두놈이 자꾸 윤동주를 얘기하는데 같잖어 죽겠어요' 이때 계두식, '윤동주? 동동주는 아는데, 윤동주는 새로나온 술이냐? 한병 시켜줘!! 좌중은 웃음 바다가 되고 생각없는 대가리에게서 썰렁하게 날라오는 멘트. '아, 형님 거 되게 무식하네~' 결국 대가리는 복날 개맞듯 맞고, 패느라 진이 다빠진 계두식...
얘들아... 나 학교 간다...
부두목 상두와 대가리는 두목을 학교로 보내기 위해 구역내의 단란주점 두 개를 팔아 사립고교에 기부금 입학을 시키게된다. 두식은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동전 두 개로 교복 바지의 각을 잡고 머리를 올빽으로 반듯하게 넘기는 등, 아이마냥 설레어 한다.
그러나 우리의 푼수같은 부두목 대가리는 잠시후에 벌어질 일은 꿈에도 생각치 못한채 동네일대에 깍두기들을 도열시키고 ' 축! 계두식 고교 편입'이란 현수막을 붙이는데...
영화해설
영화가 현실을 얼마나 그럴듯하게 모사(模寫)해 낼 수 있느냐는 역설적으로 모사해낼 현실이 얼마만큼 영화적이냐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영화가 비록,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현실의 이야기를 소재로 차용했다고 해서 반드시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같은 소재일 수록 많은 부분이 이미 대중들에게 노출돼 있는 만큼 일반관객들에게는 자칫 식상한 이야기, 다 알고 있는 이야기로 비춰질 위험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건 시작부터 스스로 관객을 포기하는 꼴이 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두사부일체>는 현실모사와 영화적 재미라는 두마리 토끼를 포획해 내는데 비교적 성공한 영화다. 아마도 이 영화는, 최근 국내 영화계의 상업적 기류인 '조폭 코미디'라는 장르적 외피를 그대로 빌어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류의 영화들 가운데 가장 현실에 가까운, 그래서 다분히 현실비판적 시각까지 겸비해 낸 작품이란 평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동파를 이끌고 있는 계두식(정준호)은 평소 두사부일체, 곧 '두목과 스승, 부모는 하나다'를 조직 계율로 살아가는 단순 무식 저돌형의 중간 보스다. 조직 관리에는 뛰어난 솜씨를 갖추고 있지만 학력이 변변치 못한 것의 그의 최대 단점. 서울 중심가인 명동을 접수한 계두식은 그를 키우려는 조직 보스의 명령으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기 위해 뒤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강남의 상춘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하지만 이 상춘고는 온갖 비리로 얼룩져 있는 곳.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학부모가 선생들에게 행패를 부리지 않나, 교장은 성적 조작을 일삼고 비리를 고발하는 선생과 학생들을 조폭을 동원해 몰아 낸다. 계두식은 아수라장의 현실에 대해 못본 척, 눈감고 졸업장을 따내느냐 아니면 또 다시 졸업을 포기하고 대의를 위해 나서느냐, 갈림길에서 고민에 빠진다.
<두사부일체>의 재미, 더 나아가 드라마적 활력은 계두식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구사해 냈다는 데서 찾아진다. 특히 계두식 역에 정준호를 캐스팅함으로써 그의 평소 이미지를 뒤집은 것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성공 요소로 꼽힐만 하다. 잘생긴 외모로 평소 차분한 이미지만을 선보여 왔던 정준호는 이 영화를 통해 완전히 다른 면모, 곧 무식하고 어눌한 모습을 선보임으로써 관객들의 뒷통수를 친다. 영동파 두목으로서 무수한 '졸개'들 위에 군림하던 그는 정작 학교에 가서는 조무래기 깡패앞에서 쩔쩔매는 태도를 보인다. 사회폭력의 대명사인 조직 폭력배가 학교폭력의 희생자로 전락하는 모습은 뒤틀린 블랙 코미디의 웃음을 선사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계두식을 중심으로 포진해 있는 주변인물들의 캐릭터들도 강약의 호흡을 비교적 잘 맞추고 있다. 김상두(정웅인)와 대가리(정운택)는 고등학생이 된 두목 계두식을 보좌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제대로 성공하는 적이 없다. 특히 김상두는 두목보다는 여자 영어 선생님에게 한눈을 파느라 정신이 없다. 학교 생활에서 계두식을 괴롭히는 고교깡패 양동팔(강성필)도 양념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우정출연한 임창정 김상중도 극의 흐름이 주춤거릴 때쯤 나와 영화적 재미를 복원시킨다. 그렇다면 이건 이 영화가 캐스팅면에서 철저하게 성공적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과거에 벌어졌던 사건을 충실한 조사를 통해 있는 그대로 재현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상춘고'라는 영화적 설정은 과거 상춘식 교장의 비리로 세간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상문고 사태를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의 관객들은 영화를 보기 시작할 무렵엔 이건 단순히 꾸며낸 얘기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영화의 끝무렵에 가서는 우리 교육계의 극악한 현실이 그대로 화면에 옮겨지는 것을 보고 놀라게 된다. 영화는 조폭 코미디류의 단순한 웃음에서 시작해 어느 순간 계몽주의적 시선으로 옮겨 와 있지만 그 정서적 이동에 대해 관객들은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건 곧, 이 영화를 만든 윤제균 감독이 영화적 재미나 볼거리,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방법론에만 치중하지 않고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나름대로의 원칙에도 충실했던 결과로 보여진다. <두사부일체>는 현재 숱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조폭 영화'와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성과는 '조폭'류의 영화에 쏟아지고 있는 일부 사회적 비판을 크게 순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두사부일체>는 두목과 선생과 부모가 아니라 감독과 평단과 관객을 하나로 만드는, 오랫만에 만나는 유쾌한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