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업무차 중동에 있는 사막의 나라 오만(Oman)에 갔을 때 일이다.
그 나라는 산도 별로 없고 나무도 귀하지만 특히 물이 부족하다.
수도인 무스카트(Muscat) 시내 가로수에는 물을 뿌리는 배관과 노즐(nozzle)이 필수적이다.
노즐을 통해 주기적으로 물을 분사(噴射)해야 나무가 생존한단다.
수량도 부족한데 수질마저도 석회질 성분이 많다.
그 당시에 양치질하고 별도 구입한 생수로 치아를 헹군 기억이 난다.
금수강산에 풀이나 나무가 저절로 잘 자라는 우리 땅,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아마 한국 사람처럼 물을 물같이(하찮게 혹은 헤프게) 쓰는 국민도 없을 것이다.
특히 목욕탕, 헬스장처럼 공용인 경우 낭비 정도가 더 심하다. 우리나라가 UN에서
공식 지정한 물 부족국가(인구 1인당 평균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물의 양이
매년 1700톤 미만인 나라)인지 모르나보다.
몽골 오지(奧地)에 열흘간 자원봉사를 갔다가 귀국한 딸이 몇 달간 물을 얼마나
아껴 쓰는지 신통해서 물어보았다. 우리나라에서 살면서 너무 ‘물 귀한 줄 모르고 살았다’고 한다.
풍수지리에서 물(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풍수 어원(語源)인
장풍득수(藏風得水)라는 말에서 잘 나타내주고 있다.
풍수서의 경전(經典)이라 일컫는 <청오경(靑烏經)>에는 ‘산(山)이 내려오고 물이 돌아오면
귀(貴)함이 가까이 하고 재물이 풍부할 것이다’라고 나온다.
그래서 학문을 연마하고 명예를 얻으려면 산에 들어가고 돈을 벌려면 물가로 가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풍수에서 움직이지 않는 산(山)은 음(陰)으로, 움직이는 물(水)은 양(陽)으로 분류한다.
(명리학에서는 반대로 水를 음으로 분류한다.)
풍수에서 물은 재물로 해석한다. 도시에서는 도로가 물(水)이라고 전에 밝힌 적이 있다.
도로가 뚫린 곳에 땅값이나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주변에서 많이 목격했을 것이다.
그래서 우스갯소리가 있다. 도로나 지하철은 노선을 설계하면 한 번, 공사 중에 또 한 번,
준공·개통하면 다시 한 번, 이렇게 세 번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다고 한다.
결론은 물(水)이나 물길(도로)을 절대로 허투로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도로나 물길이 집터보다 높게 위치하는 것은 금물이다.
일본인 풍수가 무라야마 지준(村山智順)이 쓴 <조선의 풍수, 朝鮮の風水>에도 이런 내용이 나온다.
‘물이 깊은 곳에 백성이 많이 살고, 물이 얕은 곳에 백성이 적고 가난하다.
물이 모이는 곳은 백성이 빽빽하게 많다.’ 이처럼 풍수에서 물(水)은 필수요소이다.
풍수에서 물을 물로(우습게, 하찮게) 보다가는 큰 코 다친다. 풍수로 집터나 사업장을 살펴볼 때
일단 수구(水口)를 보라는 말이 있다.
큰 도시들은 큰 강을 끼고 있음이 이를 입증하며 4대 문명 발상지도 큰 강
(나일강, 인더스강, 유프라테스강, 황하)이 필수임을 알 수 있다.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한강, 평양 대동강, 부산 낙동강, 대구 금호강 등등.
결국 좋은 터는 산과 물이 뛰어난 곳에 자리 잡는다. 풍수용어로
용세(龍勢), 사격(砂格), 수세(水勢)가 좋은 곳을 말한다.
결론은 득수(得水)가 키포인트다. 풍수에서는 물이 있는 곳에 생기(生氣)가 있고 사람이
모인다고 하였다. 이번 호에서 돈이 되는 물(水)은 어떤 것인지 알아보겠다.
· 물은 직류(直流)가 아니고 감아 도는 곡류(曲流)여야 한다.
<청오경(靑烏經)>에 ‘산이 조아리고 물이 굽어 돌면 자손이 천억이 된다(山頓水曲 子孫千億)’고 하였다.
모양은 곡류이고 흐름은 완만해야 한다. 영국 여왕이 다녀간 안동하회마을이 곡류(曲流)의 전형이라 하겠다.
도로나 물길이 직선으로 쭉 뻗으면 돈도 그냥 쭉 흘러간다는 이치인 것이다.
· 물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면 재물이 흥(興)한다.
우리나라 물길은 동에서 서(서해)로 흐르는데 역류(逆流)로 흐르면 좋다는 곳이다.
‘물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지나가면 재물과 보배가 무궁하다’라고 <청오경(靑烏經)>에서 말한다.
다소 인공의 힘을 빌렸지만 청계천 물도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른다.
지금 청계천 주변이 얼마나 핫(Hot)한 지역인지 두말하면 잔소리이다.
발품을 팔아서 이런 곳을 찾아보자!
· 기왕이면 큰 산과 큰물이 들어오는 곳이 좋다.
풍수서 <택경(宅經)>에는 ‘작은 산 하나, 물 한 줄기가 다정하게 생기는 데는
소인(小人)이 머무는 곳이고, 큰 산과 큰물이 국소(局所)로 들어오는 데는
군자가 살 곳이다’라고 했다.
큰 물뿐만 아니라 큰 산을 겸비해야 한다. 서울이 대표적인 샘플이 아니겠는가.
· 부지나 투자처를 보러 다닐 때 수구(水口)를 최우선적으로 봐야 한다.
<택리지(擇里志)>에도 수구(水口)를 우선적으로, 다음에 들판과 산의 모양을 보고
흙의 빛깔과 마지막으로 조산(朝山, 명당 바로 앞의 산을 안산案山,
그 너머로 보이는 산은 조산이라 한다)을 보라고 했다.
· 물을 볼 때는 물길의 형태와 유속, 규모를 잘 살펴야 한다.
직수(直水)보다는 곡수(曲水)가 좋으며, 압구정동이나 용산구처럼 강이 감아 도는
안쪽의 부동산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
이런 경우 규모도 어느 정도 되어야 하고, 유속(流速)은 빠르지 않고 완만하게 흐르는 곳이 좋다.
이런 물길은 우리가 보기에도 편안하고 아늑하다.
· 수구(水口, 물이 나가는 곳)는 막힌 것, 좁은 것이 좋다.
물(水)은 돈으로 해석하면 막히고 좁은 것이 잘 빠져나가지 않음과 같은 이치이다.
어떤 고서에는 수구(水口)가 호리병의 목과 같아서 가늘고 긴 것이 좋다고 나와 있다.
풍수는 장풍득수(藏風得水)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풍수의 법(法)은 물을 얻는 것이
으뜸이고 바람은 감추는 것이 그 다음이라 했다. <금남경, 곽박 著>
위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수구의 물은 맑고 깨끗해야 함은 물론이다. 물을 보면 저절로
발을 담그고 싶은 마음이 생겨야 할 정도는 되어야 한다.
집 앞마당에 연못이 있더라도 더럽고 지저분하면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없다.
특히 고여서 썩은 물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풍수를 떠나서 환경학적으로도 좋을 리가 없다.
요약을 하면 우선적으로 어느 정도 수량이 확보되어야 한다. 직류수가 아닌 곡류수로
흘러야 하며 감싸주는 안쪽이 좋다. 동에서 서가 아닌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곳을 찾아보고
또한 유량이 풍부해야 하고, 유속은 천천히 흐르는 것이 좋으며 수질이 양호해야 한다.
들어오는 길은 넓고 나가는 길(水口)은 좁아야 한다. 위 조건을 명심하고 여기에 충족하는
땅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내질러도 후회하지 않으리라!
풍수에서 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겠다.
산(山)은 명예지만 물(水)은 돈이다. 자본주의는 명예보다 재력이 우선임은 어쩔 수 없다.
이번 호 돈 되는 풍수 이야기, ‘물(水)을 물로 보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