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 정각사
- 부모.아이 함께하는 군포 ‘포교 1번지’
수도권의 대표적인 계획신도시인 경기도 산본에 위치한 군포 정각사 역시 전형적인 도심포교당이다. 밀집해 있는 상가건물 숲에서 정각사를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저기를 기웃대다 겨우 찾은 건물 꼭대기에는 노란 간판이 붙어 있다. ‘소원이 꼭 성취되는 절, 정각사.’ 언뜻 보면 기복의 냄새가 풍기지만 산본 중심상가 한복판에 있는 사찰의 면면을 살펴보면 왜 소원이 성취될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아니, 정각사에 가면 반드시 소원이 성취된다.

<사진설명: 산본신도시 상가밀집지역에 위치한 군포 정각사. 기도와 교육, 봉사의 생활화로 지역대표사찰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20일 찾은 산본에는 일요일을 맞아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인파로 가득 찼다. 무리에 휩쓸려 지칠 때쯤 정각사가 위치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상가건물 6층과 7층에 위치한 정각사로 들어서면 또 다른 정경이 펼쳐진다. 길가에서 보기 힘들었던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먼저 눈길을 끈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인터넷이나 게임을 하거나 TV를 시청하고 있다. 또는 책을 들고 독서삼매에 빠진 어린이도 보인다. 그야말로 절이 아니라 아이들의 놀이터처럼 느껴진다. 7층에는 법당이 있다. 오후2시 이 곳에서는 아래층에서 보다 머리가 조금 더 굵은 아이들이 있다. 중.고생 법회에 참가한 학생들이다.
무더위가 한 풀 꺾인 공휴일, 모처럼 맞은 화창한 날씨로 친구들과 놀러 다니기 바쁜 시간에 이런 정경은 낯설기까지 하다. 모두 미래 한국불교의 동량을 키우겠다는 원력을 세운 주지 정엄스님이 만들어놓은 정각사의 풍경이다.
신심 돋우는 독특한 기도
궁금증에 답을 주는 교육
불우청소년 장학금 보시
정각사는 지난 2001년 11월 건립됐다. 그 후 5년이 지났다. 사찰 역사로는 그야말로 일천하다. 하지만 정각사는 지역 대표 사찰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일요 가족법회에는 200여 명이 참석하고 있으며, 화엄불교대학은 기초반과 심화반을 합쳐 기수 당 250여 명이 수강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별로 구성된 지역법회는 14개나 있다. 등록신도만 1300여 세대이니 4인 가족 기준으로 보면 5000명에 가까운 신도가 있는 셈이다. 정각사의 어떤 행보가 지금의 모습으로 정착할 수 있었을까.
#내 것이 되는 남다른 교육
정각사도 여느 사찰처럼 기도와 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초하루 법회와 더불어 지장재일과 관음재일에는 어김없이 법회가 있다. 매일 사시불공 기도도 올린다. 도심포교당의 특성에 걸맞게 일요일에는 가족법회와 어린이, 청소년 법회시간이 마련돼 있다. 다른 사찰과 똑같지만 다른 것이 있다. 바로 기도와 법회가 고스란히 내 것이 된다는 것이다. 정각사는 시키니까 하는 기도와 법회를 정중히 사양한다. 왜 기도를 해야 하며, 왜 법회에 참석해야 하는지 충분히 설명한다. 이 기도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저 법회는 무슨 뜻이 있는지 말해준다. 그냥 넘길 수 있지만 궁금했던 각종 사찰 의식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준다. 설명을 들은 신도들이 조금 더 신심을 갖고 기도와 법회에 임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는 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정각사에는 조계종 포교원 인증 신도전문교육기관으로 등록된 화엄불교대학이 있다. 기초반 100여 명, 심화반인 화엄경반 150여 명이 수강하고 있다. 벌써 4기를 맞은 불교대학 교육과정도 주입식 교육을 지양한다. 불교를 이해시키는 데 책에 쓰인 문자뿐 아니라 교리를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강의로 명성이 높다. 성보문화재를 설명하는 데 있어 역사적 의의와 예술성, 또 그것에 깃든 설화도 함께 소개한다. 고스란히 내 것이 되는 것이다.
지역법회도 여느 사찰과 차별성을 갖는 정각사의 특징이다.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14개의 법회를 구성해 신도 스스로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스님이 직접 찾아다니기도 했지만 이제는 날짜와 장소와 주제도 스스로 정한다.

<사진설명: 정각사 화엄불교대학은 지역 유일의 조계종 포교원 인가 신도전문교육기관으로 부처님의 정법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은 화엄불교대학에서 발우공양을 실습하는 모습.>
#지역과 함께 하는 사찰
기도와 교육을 열심히 하니 ‘머리만 큰’ 똑똑한 신도들만 있을 것 같지만 정각사 신도들은 자비 보시행에도 열심이다. 매년 지역 결식아동에게 식사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불우 청소년에게 장학금도 지급하고 있다. 올해 1학기에도 30명의 학생들에게 1인당 17만원씩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복지시설에도 정각사 신도들의 자비심이 가득하다. 화성 자재정사를 비롯해, 지역 복지관에서 정각사 신도를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지난해 정각사가 위탁 운영을 맡은 군포장애인종합복지관은 신도들이 머리로 배운 부처님 말씀을 실천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런 신도들의 신행은 지역주민이 불교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 있다.
지역과 함께 호흡하는 불교는 정엄스님의 원력 가운데 하나다. 시청불자회, 경찰불자회, 교사불자회를 설립한 것도 지역에서 불교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반영된 결과다.
정각사의 5년 후 모습은 어떨까. 정엄스님은 “지금까지의 5년은 정착 단계였다면 앞으로의 5년은 도약의 시기”라고 말했다. 어린이, 청소년 포교에 대한 무한한 원력을 실천하기 위해 지난해 사단법인 정각원을 설립한 정각사는 본격적인 포교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공부방과 놀이방을 개설하고 지역 청소년의 교류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포교당이 되겠다는 서원이다. 신도들이 자유롭게 신행생활을 할 수 있는 동아리나 소모임을 구성하는 것도 정각사의 마스터플랜 중 하나다. 이를 위해 스님은 2~3년 내에 불교회관을 건립한다는 불사계획을 세웠다.
정각사는 기도와 교육을 통해 신심을 돋우고 봉사로 자비행을 실천하는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복덕을 짓고 있었다. ‘소원이 꼭 성취되는 절’ 그렇게 안 될 이유가 있을까.
군포=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
“어린이.청소년 포교 원력”
정각사 주지 정엄스님
스님은 대표적인 학승이다. 지난 2002년 일본 도쿄대에서 〈징관(澄觀) 연구-법계관(法界觀).유심관(唯心觀)의 위상〉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화엄사상의 전문가다. 중앙승가대와 동국대에 출강하고 있는 스님에게 도심포교당은 회향의 의미가 크다. 배웠으면 부처님의 법을 전파하는 것이 부처님 제자의 당연한 도리라는 생각이 반영된 것이 지금의 정각사다.
“자랑할 만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골라 했을 뿐입니다.” ‘선택과 집중’ 정각사 성공 원인 가운데 하나다. 집중을 하다보니 그것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아이디어가 생기고 아이디어를 실천하다보니 주변 일들도 발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스님 스스로 가장 자랑스러운 일은 월세로 근근이 살던 사찰살림이 나아져 사찰 공간을 사들이고 종단에 등록한 것이다. “모두 부처님이 마련해 주신 것입니다. 제 것이 아니죠. 제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할 일입니다. 공교롭게도 그 처음을 제가 맡았을 뿐입니다.”
무소유를 실천하고 있는 스님에게도 욕심이 있다. 바로 어린이, 청소년 포교다. “한국불교의 미래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러니 열성을 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스님은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사찰을 변모시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든 배치했다. 컴퓨터, 만화책, 노래방기기, TV 등은 그래서 정각사에 자리하게 됐다. 어렵고 딱딱한 분위기가 아닌 편안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부터 돼야 한다는 생각이 발휘된 결과다. 하지만 아직도 스님은 목마르다. 아직까지 만족할 수준의 포교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 포교는 높은 산이다. 청소년의 인식 부족과 더불어 입시라는 거대한 벽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스님은 정각원을 설립했다.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고 놀 수 있으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가깝게 다가서게 하기 위해서다.
스님은 사찰이 미래 불교 동량을 양성하는 주춧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찰이 물적 인프라가 돼 인적 인프라인 청소년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님의 생각은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 대학 진학을 앞둔 몇몇 청소년 불자들이 사회복지와 불교학을 전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학생들은 대학 졸업 후 사회와 불교를 위해 큰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스님은 기대하고 있다. 당장 볼 수 없는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며 느끼는 즐거움. 이 것이 바로 정엄스님이 도심포교당을 하는 이유다.
연혁
- 2001. 11 해인사 포교원 군포 정각사 개원
- 2003. 9 지역 결식아동 돕기 1차 장학금 전달식
- 2005. 6 조계종 직할교구 등록
- 2005. 6 파라미타청소년협회 정각사 분회 등록
- 2005. 9 군포시장애인종합복지관 위탁 운영체 선정
- 2005. 9 화엄불교대학 조계종 포교원 신도전문교육기관 인가
- 2005. 9 사단법인 정각원(아동사회복지사업) 설립
- 2006. 9. 10 시민평안.경기회복 기원 영산재 봉행
[불교신문 2256호]
눈으로 보되 보는 바가 따로 없고
귀로 듣되 듣는 바가 따로 없구나
분별도 없고 시비도 끊어진
그 세계가 내가 바로 추구하는곳
마음자리 머무르는곳에 행복이있네
내안에 나를 찾아서 떠나갈 뿐이다.

세파에 지친 모든사람 풀잎이슬
헛된욕심 놓고나니 마음보이네
집착도 없고 번뇌도 사라진
무애열반 모든이가 동경하는곳
마음자리 머무는곳에 행복이있네
내안에 나를 찾아서 떠나길 뿐이다
마음자리 머무는곳에 행복이있네
내안에 나를 찾아서 떠나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