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나라 대표명적인 추석입니다.
추석 그러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제사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제사가 참 좋았습니다. 먹을 음식이 많아서였지요.
또 처음으로 조상님께 술잔을 올리게 될 때에는 마음이 뿌듯합니다.
집안의 어른이 된 느낌때문이지요.
명절의 제사는 일가친척의 공동체감을 공유하는 중요한 장입니다.
그래서 나이가 드실수록 제사를 챙기는 일에 더 세심해지는데, 명절이 다가오면 생기는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여인들이 걸리는 신경증적인 병이 그 대표적인 것입니다.
제사를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명절때가 가까워지면 몸이 알아서 아프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명절만 지나면 씻은 듯이 낫습니다. 그래서 병명도 일명 명절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제사준비를 하면서 여인들끼리 일을 분담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갈등이 발생합니다.
누가 힘든 일을 하고 누가 쉬운 일을 하느냐, 일을 누가 더 많이 하였느냐 하는 것들이 여러 가지로
심사를 꼬이게 합니다. 여기다가 종교적인 문제가 겹치면 일은 더 어렵게 꼬입니다.
일가친척들이 아무런 종교를 갖지 않았을 때는 명절때마다 모여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교회에 다니면서부터 제사지낼 때 절을 하지 않더니
해가 가면서 제사가 끝난 후 오다가 나중에는 아예 발을 끊어버리는 것입니다.
어른들이 안오니 자연 애들도 오지 않게 되고, 명절때마다 서로 장난치고 싸우는 일이 없다보니
친척간에도 정도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간혹 문중의 어른들이 노기탱천해서 집안사람들이
종교를 갖지 못하게 하거나, 혹은 개신교를 다닌 처녀는 절대 받아들이지 말라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교회는 제사때 뭐든지 다 해도 좋다고 해서 호평을 받기도 합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로 힘든 제사이건만 왜 지내려고 하는 것인가?
제사가 심리치료효과를 갖기 때문입니다.
자식이라면 누구나 자기 부모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 자책감을 느낍니다.
난 우리 부모에게 할 만큼 다 했어 하는 자식은 아무도 없습니다.
특히 주위에서 효자라고 일컬어지는 자식들일수록 부모에 대하여 자책감, 스스로 불효자식이라고
자기학대를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런데 이런 죄책감은 그냥 죄책감으로 남아 있는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밥을 먹어도 걸리고, 좋은 곳에 놀러가서도
마음에 걸립니다. 소위 심리적 체증에 걸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체증은 자칫 다른 사람들에 대한 짜증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마음의 죄책감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가 제사입니다.
생전에 못해드린 것을 보상하는 마음으로 제사를 드리면서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위로를 주기도
하는 것입니다.
연세드신 분들은 집안 일이 안 풀리면 제사를 지내지 않아서 조상들이 노하셨나보다 하시는데
그것은 사실은 생전에 못해드린 것 때문에 마음이 개운치 않으신지라 그것을 해소할 수단으로
제사를 생각하시는 것입니다. 특히 생전에 관계가 안 좋았던 분들의 제사는 절대로 잊지 않고
지내는 것은 이런 심리적 이유때문입니다.
그런데 가끔 이런 질문을 하는 분이 있습니다.
꿈에 돌아가신 부모님이 자꾸만 보이는데 제사를 더 지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특히 돌아가신 분들 중에 생전에 관계가 좋았던 분이 아주 험한 모습으로 나타난 것을 보고난
분들은 불길한 느낌이 들어서 괴롭다고 하시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은 왜 생기는가?
우리는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들과는 마음에 쌓인 것이 많고, 사이가 좋은 사람과는 마음에
쌓인것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사실 뒷전에서 험담하고 욕을 함으로서 마음 안에 쌓인 것을
털어버리거나 풀어버리기 때문에 그리 쌓일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사이가 좋은 사람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넘어간 것이 많아서
실상은 마음에 쌓인것이 많습니다.
특히 나를 사랑해주고 내가 정말로 사랑했다고 생각하는 부모님들의 경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마음 안에 쌓인 것들이 꿈에서 그런 흉한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니, 자책할 일이거나
제사를 더 드려야 할 일이 아니라 내 안의 부모와 더 많은 대화를 나우어야 할 것입니다.
제사 상차림에 얽힌 이야기 하나 해드립니다.
어떤 과부며느리가 홀시어머니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동네사람들이 들어가보니 제사상에 한과나 송편은 없고, 바나나니 햄버거니 하는 것들만
잔뜩 있더랍니다. 그것을 본 아지매 한 사람이 숨가쁘게 며느리흉을 보고 다녔습니다.
"유산도 물려받은 것이 돈 아낄라고 애들 주전부리감으로 제사상을 차렸다"고
그래서 동네사람들이 모두 그 며느리를 흘겨보고 미워하는 바람에 며느리가 그만 우울증에 걸렸답니다.
그런데 며칠후 험담하던 아지매가 잠을 못자서 눈이 시커멓게 패이고, 피골이 상접한 채로
며느리를 찾아왔는데 바구니에 햄버거와 바나나를 하나가득 가져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놀란 며느리에게 싹싹 빌면서 이야기하기를, 자기가 며느리욕을 하고 다닌 그날밤 꿈에
죽은 할머니가 머리를 풀어헤친 무서운 모습으로 나타나서 내가 좋아하는 거 내가 먹겠다는데
니년이 무슨 상관이냐 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치시는데 일주일 내내 같은 꿈을 꾸느 바람에
자기가.. 그 지경이 되었다고, 시어머니 좋아하시는 햄버거, 바나나 가져왔으니 다시 한번
자기를 위해 할머니 제사를 드려달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사는 돌아가신 분과 내 영혼의 만남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내 안에 기억되어 있는 여러가지 것들과 화해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번 추석, 정성어린 제사와 기도를 통해 조상님의 은덕 많이 받으시길 기도합니다.
도반 홍성남 마테오신부님 강론글
(서울 가좌동 주임신부, 평화신문 상담, 가톨릭 심리학회, daum 카페 '도반' (상담, 심리학. 마음공부, 영성심리)운영)
본 게시물은 저자의 허락을 받은 것입니다.
출처 - http://cafe,daum,net/withdoban 주일미사 강론글
첫댓글 하느님 ! 사 랑 해 요 ,,,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