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밤거리를 하염없이 걸어볼까?
일본 규슈로 떠나기 전날 밤
바람도 없이 눈이 내린다.
내리자마자 쌓이는 눈, 내일은 버스를 타고 부산을 가야 하고
부산항에서 밤 배를 타야 하는데,
괜찮을까?
새록새록 내리는 눈발을 바라보니,
문득 불안한 그림인 듯 싶다.
“내가 사는 곳이 그림 같은데“ 라고 말한 옛 사람의 말이 아니라도
내가 사는 곳이 좀 더 평안하고 그리고 따뜻하기를 바라지 않을 사람 누가 있으랴,
항상 꽃피는 봄날을 갈구하고 되도록 평탄한 길을 염원하는 것은 모두의 소망일진대,
그러나 어디 세상사가 뜻대로 되는 일이 어디 있으랴,
매일 매일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기 그지없고 세상은 항상 어지럽다.
‘죽느냐 사느냐‘ 라는 근원적인 물음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의 화두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 이를 대체 어찌할 것인가?
나뿐만이 아니라 예전에도 오늘도 내일도,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항상 그러한 것인지도 모른다.
<서암췌어>에 실린 글 한 편을 보자.
”사람이 쇠퇴한 속세를 살아가는 것은 큰 바다를 건너는 것과 같아
잠시도 풍랑 속에 있지 않을 때가 없다.
비록 삼가고 두려워하며 감히 잠시도 소홀하지 않더라도
안전하고 위태로움은 하늘에 달려 있으니 또한 평안하고 느긋한 마음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
그럴까? 하고 생각하면 그럴 것 같다. 매사를 하늘에 맡기고, 눈 내리는 밤거리를 하염없이 걸어볼거나,
아서라, 말아라, 그냥 창문 열고 바라보는,
어둠 속에 내리는 눈, 눈, 눈,
2022년 12월 23일,
출처: 길위의 인문학 우리땅걷기 원문보기 글쓴이: 신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