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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디를 가든 관광지는 관광객들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상품들이 줄을 서듯 이곳 또한 네팔다운 각종 수제품들로 넘쳐났다. 험준한 고산준령에 힘들게 살면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고 침략국 중국에서 독립되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티벳인들이 일상적으로 돌리는 마니차가 흥미로워 돌려보며 살까 하다가 적잖은 가격과 부피때문에 포기하고 다른 상품들을 구경했다, "이곳은 관광지라 물건값이 비싸니 가능한 다음 스케줄에 있는 시내에서 사십시오. 혹시 맘에 드시는 물건이 있어 사시더라도 흥정을 잘 하셔야 합니다. 부르는 값의 반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을 실소케 만드는 이곳 실정을 잘 아는 이호철씨의 당부, 태양이 작열하는 한낮이라 무척 더운지 한 여단원이 양산을 꺼낸다. 벼 추수를 하는 10월이면 서늘한 가을일텐데 우기와 건기로만 나뉘는 '몬순'이라는 생소한 여름같은 아열대의 네팔 날씨는 우리들을 쉽게 지치게 만든다. 작고 가벼운 미러리스 여행자용 카메라(PEN2)를 가지고 온 나는 이제는 혼자서도 배경을 둔 사진을 찍어도 무난한 셀카촬영으로 부담없는 구경을 하며 일행 뒤를 따랐다. 시간이 정지되어 있는듯한 수천년의 역사가 깃든 고색창연한 박타푸르의 칼라는 온통 붉은 벽돌색이었다. 석조물이나 하얗게 칠한 회칠벽 외에 벽돌바닥, 벽돌담, 벽돌벽, 벽돌색 기와, 벽돌색으로 변한 오래된 목조건물이 주류를 이루니 박타푸르 자체가 온통 벽돌색일 수밖에. 이곳은 옛 궁전이자 만신을 모시는 힌두교 신전인만큼 기기묘묘한 형상들을 한 별으별 신상들이 우리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귀신이 금방 나올 것같은 신당 안 신상에는 기도를 한 사람들이 흘렸는지 음식물과 꽃술이 지저분할 정도로 널려있는 광경은 위생관념을 떠나 오히려 정감이 간다. 내 어릴적 우리네 서낭당과 딱 닮았다. 옛것은 구습이요 고리타분하다고 여기는 신사상, 신교육이라는 서구지향적인 세태 탓에 소중한 많은 것을 잃고 잊어버린 우리들... 조상의 얼과 지혜를 잇는 전통과 풍습에 관한한 우리는 경제후진국 네팔보다 못한 정신적 후진국일 것이라는 생각은 나 혼자만의 착각일까? 아뭏든 박타푸르에 있는 모든 것은 전부 문화재였다. 거대한 목조각품으로 보이는 대규모의 사원건물을 보고 나는 입을 다물줄 몰랐다. 기단부터 시작하여 기둥과 처마, 창문, 창틀, 베란다, 테라스, 하다못해 지붕을 받치고 있는 서까래나 대들보까지 온통 정교한 조각으로 이뤄져 있어 구경하는 눈이 피곤할 정도다. 아전인수적 해석일 수 있으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회화, 조각, 도예 등에서도 잘 표현되어 있듯 여백의 미, 공간의 미가 자연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우리 한국의 전통 건축미는 정제된 조형미의 극치를 이룬다. 그에 비해 예술적인 네팔의 전통 목조건축물은 지나친 미적 표현으로 말미암아 오히려 품격이 떨어진다고 봐야 할 것이다. 만약 예술가나 조각가가 이 건축물을 본다면 과연 어떻게 느끼고 생각할 것인가? 사람마다 미나 예술적인 가치기준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기에 좋다 나쁘다, 훌륭하다 부족하다 식의 주관적인 이분법으로 평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절제된 여백의 미를 중시하는 한국인인 만큼 이런 과도한 호화로움이 내 눈에는 그저 요란하고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네팔의 예술가들은 엄청난 수고와 인력이 요구되는 이런 정교한 방식이야말로 신에게 바치는 최상의 작품이요 선물이라고 여겼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몸과 마을을 바친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네팔인들의 최선, 최상의 결과물을 가지고 네팔에 대한 문외한인 외지인들이 자신들의 잣대로 좋다 못하다를 따지고 논한다는 것은 예술과 더불어 인간에 대한 모욕일 것이다. 하물며 자신의 걸작을 하나만 남기기 위해 자신의 팔을 잘라버리는 끔찍한 장인정신 앞에서는! 이곳은 1994년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한 영화 `리틀 붓다` 촬영지이기도 한단다. 네팔의 대표적인 건축미로 알려진 나타폴라 사원을 비롯하여 신기하고 기묘한 중세유물을 구경하기 위해 세계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붐비는 사원광장을 맴돌던 우리는 인근의 Shiva Guest House 1층에 있는 시바카페레스토랑으로 들어가 점심을 먹었는데, 쌀밥이 별도로 든 그릇이 있는 이곳에는 미니샤 엄마가 요리해준 바삭거리는 빵도 나왔다. 이제는 네팔음식에 제법 적응된 나는 소스를 안넣은 깔끔한 달밧으로 볶음밥 삼아 맛있게 먹었다. 전통양식을 한 멋진 간판의 상호가 말해주듯, 미모의 여인이 앉아있는 프론트 뒷벽 위에는 갖가지 치장을 한 예쁜 여성상의 시바신 그림액자가 걸려 있다. 삼(三)이라는 숫자는 좀 특별하다. 우리의 삼신할매, 기독교의 삼위일체, 불교의 삼보 혹은 삼법인이 있듯 만신을 섬기는 힌두교에는 대표적인 삼신사상이 있다. 우주의 창조신 브라흐만, 창조된 세계를 관리하는 유지신 비슈누, 그 세계를 파괴하는 시바신이 바로 그것. 창조신 브라흐만은 힌두교 최상위 사제집단이자 외부족속인 아리안족으로 이뤄진 브라만계급이, 유지신 비슈누는 왕, 귀족, 관리, 무사들의 계급이, 파괴신 시바는 천대받고 억압받는 평민 이하 하위계급이 숭배하는 신이다. 출신성분때문에 평생 대접받는 브라만계급에 비해 불가촉천민(수드라)을 포함한 하위계급은 계급화된 세계의 파괴를 원하기 때문에 파괴신을 섬긴다는... 정말이지 인간세상에서는 꼭 없애야 할 종교적 구습인 카스트제도 아니겠는가! 탁자 위 메모꽂이에 커피가격표가 들어있다. 에스프레소 130루피, 더블에스프레소 200루피, 카푸치노 170루피, 아메리카노 130루피....... 점심 후에 우리는 고풍스런 구리화병에 꽃이 꽂아있는, 정교하고도 호화로운 금빛 조각장식의 왕궁문 안으로 들어갔다. 현란한 장식들로 요란한 왕궁 안에는 서양인 닮은 헌병이 보초를 선 내궁이 있었다. "무너진 우측 건물을 보십시오, 네팔은 귀중한 문화재 보수를 원래대로 복원않고 현대 건축소재를 이용한 엉터리 보수를 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건축미술을 자랑하기는 하나 무원칙한 권력다툼으로 얼룩진 치고 받는 네팔역사를 비웃는 듯한 이총무의 안내. 아직도 왕족이 살고 있는지 관광금지구역인 내공엔 들어가지 못하고 궁문 앞에 선 멋진 그 헌병과 함께 사진을 찍은 후 종교행사시설을 겸한 담장 너머 대단위 우물로 들어갔다. 멋진 석조물로 단장된 5m 깊이의 녹조로 가득한 깊은 우물 한 가운데는 7m높이의 정교한 동제 코브라가 정교하고 기묘한 동제 신물과 동제 코브라를 마주보며 서 있는 장면은 엄숙하고도 신비롭기 짝이 없었다.(나는 이 조각상이 석재인줄 알았으나 사진을 확대해본 결과 철재(동)인줄 알고 놀랐다) 예술 혹은 조각에 대해선 문외한이지만, 극치미를 자랑하는 정교한 네팔인들의 목제, 석제, 동제조각술은 분명 세계최고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정교한 거대조각술은 한국인들은 아마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문득 현지인들이 알미늄제 혹은 도기항아리로 우물물을 떠나르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이런 오염된 물을 식수로 쓰나 싶어 다들 놀랬으나 이총무는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생활용수 등 허드렛물이나 정원수용 물로 쓴다며 웃는다. 한참 촬영에 열중하다가 일행들이 보이지 않아 물을 깃던 사람들이 드나든 문으로 들어가 정원을 살피며 어슬렁거리니 현지인들이 놀래며 빨리 나가라고 하여 머리를 긁적이며 일행을 찾아 밖으로 나갔다. 고색창연한 예술품으로 가득한 광장에는 생뚱맞게도 화강석 사자상, 하얀 대리석 탑 등 서양식 신전도 있었다. 서구로 유학한 쥐족출신이 왕이 되어 서양식 종교시설도 건축했듯 네팔은 20세기까지 피비린내난 불행한 정치역사를 지녔단다. 별으별 신기한 물건들이 관광객을 유혹하는 상가골목 안 화물차에서 사탕수수를 발견하고 장사재주가 있는 꼬마와 흥정을 해서 50루피를 주고 대나무같은 사탕수수 하나를 샀다. 평소 TV를 보면서 저 맛은 어떤 맛일까 궁금하던 차에 한입 베어물고 맛을 보니 육즙이 많고 달달한게 -신선한 꿀물-처럼 이동식 음료로 적당할 것 같았다. 남군에게 맛보라하니 비위생적이라며 싫다더니 한번 맛을 보곤 반을 잘라간다. 한 여단원도 상큼한 단맛을 보더니 놀랜다. 유아스럽고 촌스럽지만 달달한 사탕수수 맛을 게걸스레 즐기며 돌아다니다가 네팔인이 목제피리를 팔고 있어 얼마냐 물으며 피리연주엔 자신이 있는지라 폼을 잡고 아리랑 곡조로 한번 불어보니 남군은 신기해하고 현지인들은 놀랜다. 이게 화근이 되어 나는 3,000루피 짜리 피리를 1,000루피 주고 사며 미안해서 100루피 더 줬다.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13,000원. "당신 계속 이렇게 귀찮게 하면 당국에 관광지 불법침입으로 신고할테니 빨리 사라져요." 찰거머리처럼 나에게 따라붙는 피리장사치를 보고 이총무가 눈살을 찌푸리며 조용하고 강하게 이런 투로 말하듯 나무랐지만, 생계가 달린 문제여서인지 호기심을 보인 나에게 끝까지 따라붙는 그 근성에 감복하여 피리를 사준 것이지만 사실 나에겐 무용지물. 재미가 들렸는지 그 사람은 조국장에 끝까지 따라붙더니 피리 한개를 더 판다. 가격은 반에 반인 800루피. 헐~~!! ^^ 덤을 주고 산만큼 그 피리장사치에게 배반감이 들었으나 이런 경험을 살려 나는 아내 선물용으로 보석같은 수제 목걸이도 두개 샀다. 어떻게 사람 손으로 이렇게 정교하게 만들 수 있나 하며 감탄을 했다. 처음엔 1,500루피 부르는 걸 깎아 800루피로 샀는데 하나 더 필요하다며 500루피 줬다. (나중 일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조악한 수제품이었다. 일부가 떨어져 나가 순간접착제를 이용하여 고치느라 애를 먹었다. 아무리 맘에 들더라도 장식이 많은 액세서리류는 재고해야 할듯..) 볼거리 천지인 골목 상가 안에는 티벳불교 특유의 만다라 액자상도 있었다. 많은 돈이 오가는 전시회도 했었기에 이 분야 전문가이기도 한 이실장이 살펴보더니 작품성이 떨어진다고 평한다. 귀하고 신기하다고 해서 우선 사고보자식의 쇼핑은 경계해야할 관광지 기본수칙임을 새삼 느껴본다. 땅을 헤집는 닭들과 함께 지푸라기가 날리는 인근 목공장엘 들렀다. 수작업으로 시작하고 끝내는 너저분한 작업장 안에는 젊은이와 노인들이 섞여 한참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규모만 작을 뿐 천년 전에도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달달한 사탕수수를 씹으며 일행 뒤를 따라 내실로 들어가보니 손이 여러개인 아담하고 정교한, 너무나도 정교한 천수보살(관음보살) 조각상이 의외로 서 있어 합장인사를 한 후 한 손을 잡는 포즈로 사진을 찍어 보았다. 번민이 많은 중생을 구제하고자 많은 손에다 꽃과 약병 등 다양한 물건을 든, 박타푸르라는 힌두교 신전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불교의 조각상... 그곳을 빠져나와 복잡한 골목길을 걷다보니 예쁜 한국배우를 모델로 한 미용실 간판이 있어 일행들과 함께 카메라에 담았다. 다음에 도착한 곳은 힌두교 신당이 중심에 자리한 넓은 공터에 도기들이 빼곡히 널려있는 도기광장. 대대로 물려받았을 공방에서 진흙이 잔뜩 묻은 옷을 입고 물레를 돌리며 열심히 도기를 만들고 있는 도기공들의 모습이 매우 평화롭다. 이총무의 안내를 받으며 여러곳을 구경하고 다시 광장으로 돌아와 보니 마치 세상을 살피는 수도자인양 가부좌를 튼 자세로 신전 가운데 앉아있는 룸메이트 조국장의 모습이 선한 네팔인들에 감화되서인지 네팔인들처럼 평화롭다. 역사, 문화, 종교, 삶의 모습 등 네팔의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는 박타푸르는 가히 네팔의 관광중심지라고 할만 했다. 우리는 광장 한편이 한눈에 보이는 2층 Cafe De Peacock(공작새 카페)에 들어가 차와 음료를 마시며 한가하고 느긋한 박타푸르의 오후를 만끽했다.
-사족- 이 글을 쓰는데 무리가 있어 간단하게나마 네팔역사를 살펴봤습니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여행자 격언도 있지만, 신들이 사는 산악국 네팔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가야만 생생한 나만의 글을 쓸 수 있다는 조금은 바보같은 자만심의 한계를 느껴서 말입니다.
원불사한국불교개혁源佛寺 http://cafe.daum.net/wonbulsatem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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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멋진외모 부럽습니다
나도 저런 외모였더라면 하하하
저는 일명 돼지 또는 하마 라고들 합니다 하하하
귀한 자료들 감사 합니다
물을 바꿔 마시면 탈이 생길수도 있는데
항상 건강 잘 챙기시면서 봉사활동 하십시오
역시 닉네임이 어울리시는 태산님
감사 합니다 _()_
얼굴본색을 감추고 싶은... 썬글라스 효과일 뿐이죠. 저도 이젠 많이 삭았습니다,
사천왕같으신 향광님 앞에서는 그저 제 자신이 작고 초라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라 사료됩니다... ^^;;
절제 여백 두 단어만으로 충분히 알았습니다.
저 역시 태산님과 똑 같은 예술과 미적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구를 꽉 채우지 않고 가급적 발이 달린 가구를 선호합니다.
복잡한 조각은 쪼골쪼골한 늙은 얼굴을 보는 것이나 매한가지지요.
인도나 중국 등 거대하고 세밀한 묘사를 즐기는 문화는 우리에게는 많이 낮섭니다.
단아한 모습의 작고 순수한 멋의 우리 문화를 사랑합니다.
오늘도 좋은 구경 잘했습니다_()_
핵심을 놓치지 않은 단현님의 내공... 부럽습니다.
저는 시덥잖은 표현까지 더해가며 장황썰을 풀었는데, 단현님께선 단 두 단어로 압축을 시키시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