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국내 항공산업에 있어 성장 혹은 후퇴를 결정짓는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항공업계가 지난 3년여 간의 코로나 후유증을 딛고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가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오랜 부진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 인력의 시장 이탈로 당장 산업을 재가동할 인적자원이 턱없이 부족해졌을 뿐만 아니라 미숙한 서비스로 인한 안전ㆍ보안 사고로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이 가운데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 급속도로 진행되는 미래 항공 모빌리티로의 기술적 전환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허희영(48회) 한국항공대 총장은 지난 6월 30일 〈대한경제〉와 인터뷰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산업이 코로나 후유증을 극복하고 성장하려면 결국 사람에 대한 특성화 교육이 우선시돼야 한다”며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옛말이 있듯이 당장의 수익을 쫓기보다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기반을 다져놔야 어떤 외압에도 쓰러지지 않는 맷집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허희영 총장은 항공업계 구인난을 우려했다. 허 총장은 “항공산업은 크게 항공운송(aviation)과 항공우주(aerospace) 분야로 구분되는데 항공운송업계는 올해 말까지 세계적으로 코로나의 충격으로부터 거의 회복될 것”이라며 “그동안 업계가 초토화되면서 조종사와 정비사, 객실승무원이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구인난을 겪기 시작했다.
앞으로 이 분야는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항공우주업계 역시 인력난을 겪고 있다. UAM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우주분야 역시 업계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방산 수출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면서 대기업과 중견기업들로부터 졸업생을 보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허희영 총장은 전문인력 육성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그는 “대학은 이제 낡은 틀을 벗겨내야 한다. 세상은 변했는데 일부 대학은 여전히 상아탑을 쌓아놓고 무풍지대로 남아 있다. 교수가 변해야 대학이 변한다. ‘변화의 관리자’(change agent)인 총장의 역할도 중요하다. 교수들로부터 인기 없는 일이라도 가죽을 벗겨내는 고통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산업이 고도화되는 분야일수록 특성화가 필요한데 한국항공대는 항공우주 등의 학부를 세부전공으로 나누는 학사구조의 개편을 마쳤다. 올 하반기에는 디지털 환경에 맞춰 산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교과과정 개편을 앞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허희영 총장은 또 산학협력 강화를 위해 산업계 경험이 풍부한 교수 충원을 30% 수준까지 늘리고 현장성 있는 실천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항공기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에 대해 허 총장은 안전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주문했다.
허희영 총장은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사고는 매우 드문 경우인데 이 기회에 항공보안과 안전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항공보안에 대한 교육은 공항이나 항공업계에 일임하는 현재의 방식에서 벗어나 입사 전에 교육 이수의 인증을 교육기관에 위임하는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며 “보안 직원의 경우 지금은 신입사원을 뽑아 회사가 4개월 이상 교육을 하고 현업에 배치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자격증으로 체계화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허희영 총장은 차세대 모빌리티로의 전환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데 대해 시대적 변화에 맞춰 교육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UAM은 교통 혁명이 될 것이다. 이는 기술의 자연스러운 진화과정”이라며 “친환경 배터리 기술 개발에 대한 자신감으로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선 이미 도심(urban)을 벗어난 모빌리티(advanced Air Mobility, AAM)라고 부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UAM은 기체개발과 통신, 운용 등 첨단 융합기술의 결정체다. 그래서 항공기와 자동차, 통신위성과 운항기술 등이 모두 집약돼야 하는데 한국항공대에는 기반기술에 대한 연구와 교육 역량이 많이 축적돼 있다. 2020년부터 정부로부터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으로 지원받아 인공지능(AI) 자율주행학과, 스마트드론공학과를 신설했다”고 덧붙였다.
허희영 총장은 ‘누리호’ 3차 발사가 성공했지만 우주발사체 분야에서 선진국과 격차를 줄이려면 체계적인 교육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러시아와 중국, 일본과의 격차는 매우 크다. 그러나 기반기술이 많이 축적돼 있어 자동차산업에서 경험했듯이 선진국을 따라잡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정부의 전담부서인 우주항공청부터 설치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 방향과 인력양성을 갖추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이어 “우주인력 교육은 4년제 과정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우주과학에 대한 청소년의 관심 제고도 필요하고 대학에선 대학원 교육과 연계해 연구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도 대학 그리고 고교 교육과정에도 우주과학기술에 대한 내용이 더 담겨야 한다”고 했다.
허희영 총장은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학생 동아리 활동도 중요하다고 봤다. 한국항공대는 자체 우주ㆍ개발 역량을 집중하고자 지난달 부설 연구소인 ‘KAU 우주시스템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연구소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위성탑재체 기술개발 연구소를 목표로 한다. 연구과제 수행과정에서 대학원과 일부 학부생들을 참여시켜 해당 분야의 연구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연구소 개소식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다녀갈 만큼 우주기술은 위성데이터의 활용이 늘면서 우리 일상에 이미 많이 들어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