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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기사 김승준 프로기사8단(http://cafe.daum.net/kimseungjun/)
게 시 판 : 흑기사 자필, 肉聲, 코멘트
번 호 : 4
제 목 : 흑기사 리포트 1 -중국리그를 알려주마!1
글 쓴 이 : 소라네
조 회 수 : 0
날 짜 : 2004/01/23 17:32:33
내 용 :
흑기사 리포트-중국리그를 알려주마!1
정관장배 특집 리포트
중국에서 활약하는 김승준8단(핸디사부)의 인터뷰기사내용.
[중국리그에 대한 리포트]
중국 바둑리그는 무엇일까?
2004년을 맞아 5회째에 접어드는 중국 바둑리그는 중국 프로기전의 가장 확실한 형태로 자리잡았다. 프로기사 제도의 역사가 가장 긴 일본에서부터 시작된 타이틀전은 그동안 한중일의 평균적인 형태로 가장 '최강의 기사'를 가리는 형식이었다.
따라서 단체전인 중국리그의 출범은 일종의 모험적인 시도로 여겨졌으며, 프로축구리그나 프로야구리그와 같이 정착할 수 있을지 의문으로 보는 시각도 많았으나 기존의 중국 프로 기전을 대체하는 인기종목으로 자리잡았다. 또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은 중국 리그에 한국 정상급 기사들을 중심으로 다수의 프로기사가 높은 연봉을 받고 진출함으로써 한국 바둑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됐다.
2002년 세계최강 이창호 9단의 중국리그진출, 또한 2003년 초부터 (재)한국기원이 중국리그 참여에 대해 한국 상금 랭킹 3위내 참가 불허 방침을 시사함으로써 중국 을조리그에 참여한 황제 조훈현 9단의 행마는 한국바둑계의 중국리그에 대한 관심을 더욱 증폭시킨 계기가 되었다.
결국 (재)한국기원은 일단의 세부 규정을 만들어 한국 프로 기사들의 중국리그 참여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따라서 2004년에는 5회째를 맞는 중국리그에 이세돌 9단이 참여가 확정되었고, 다수의 신예정상급 기사들이 중국리그의 각 팀들과 접촉을 벌이는 듯하다.
중국 바둑리그는 한국 바둑계의 프로기전형태에도 일부 영향을 끼쳤다. 중국 바둑리그에 대한 중국 전역의 높은 열기와 인기를 보며, 이와 유사한 형태로 KAT배 같은 지역팀 리그 단체전, 그리고 기업후원팀간의 리그 단체전으로 진행되는 드림리그를 창설하는 자극이 되었던 것.
1월 5일, 정관장배가 열리는 중국 상하이 왕바오허 호텔에 '흑기사' 김승준 8단이 찾아왔다. 김승준 8단은 2003년 한해동안 중국 우한(武漢)팀에서 20전의 판을 두어, 한국기사중 가장 많은 중국리그를 소화한 기사. 겨울비가 부슬 부슬 내리는 상하이, 제2회 정관장배 결승1국이 끝난 호텔에서 김승준 8단과 맥주 한잔을 걸치며 이야기 된 '흑기사의 중국리그 르뽀'를 소개해 본다.
★중국리그는 한국의 초특급 기사를 원하는가?
-단순한 짝사랑은 그만. 조건이 충족되야 한다
2003년초 중국 갑조리그에 속한 저장팀은 이창호 9단의 참가를 간절히 원했었다. 당시 조건은 2002년에 이창호 9단이 치러낸 1년중 4판의 대국을 소화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몇년간 중국리그가 진행되어 오면서 중국리그의 팀들은 처음 1~2년과는 달리 팀 공헌도가 높은 기사를 원하게 됐다. 즉 무조건적으로 유명기사를 부르기 보다는 팀의 간판 노릇을 하면서도 최대한 많은 대국수와 높은 승률로 확실한 성적을 내주기를 구체적으로 바라게 된 것이다.
2004년부터 구이저우 팀에 참가하기로 한 이세돌 9단의 경우 높은 연봉(50만위안)이지만 계약조건은 이9단보다 앞서 진출했던 조훈현, 이창호 9단의 경우보다 더욱 구체적이다. 즉 구이저우 팀 활동으로 8판을 소화해 내는데 약간은 까다로울 수도 있는 조건이 붙은 것. 한국 기전일정과 중국 기전일정이 겹치는 경우 이세돌 9단은 중국 일정을 우선해야 하며 조정이 되지 않으면 한국 기전을 포기해야만 한다. 물론 팀내 공익활동 참가와 지정된 인터뷰 등 팀을 위한 참여활동도 필수.
이세돌 9단의 계약에서 규정 대국 8판은 구이저우 팀이 생각할때 팀내 A급기사가 최소한 채워줘야 하는 대국수일 것이다. 즉 아주 유명한 기사가 몇판을 둬서 100%의 승률을 올리더라도 실제로는 50~70%의 승률을 올리면서 전체 리그일정 20국이상을 소화한 기사에 비해 팀내 공헌도는 떨어 질 수 있는 것, A급 기사의 광고효과를 감안하더라도 8판이상의 주요대국을 보장받고 일정까지 보장받아야 중국리그의 팀들도 높은 연봉을 준 댓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승준 8단은 "무무"(木木, 목진석 7단의 중국 애칭)야말로 2003년의 특A급"이라고 칭찬하면서 충칭팀에서 2003년 12승1패의 엄청난 승률을 올려 확실히 연봉값을 한 경우라고 밝혔다. 목진석 7단의 경우 갑조리그에서 일정때문이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2003년 국내일정이 2002년에 비해 썩 좋지 못했다. 안에서 잃고 밖에서 벌은 셈. 이러한 문제 때문인지 한국의 정상급 강자들은 1년동안 단체전 리그로 열리는 갑조보다는 한번에 모든 일정을 소화하는 을조리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살벌한 생존경쟁
- 성적을 못내면 곧 바로 바보된다,
-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는 한국기사에게도 큰 부담
2003년 초반 기세좋게 중국리그를 출발한 김승준 8단은 후반들어 패점을 많이 안게 됐다. 한해동안의 전적은 20전 10승 10패, 50%의 승률이었다. 이 전적은 김승준 8단 본인으로서도 상당한 부담이 되었음직하다. 1패를 안을 때마다 더욱 마음이 편할 수 없는 것.
중국리그에 출범한 한국기사들은 야구나 축구로 따지면 '외국 용병'이다. 일본 천원 보유자이자 기성도전자로 나선 하네 나오키 9단이 신통치 않은 성적을 보이자 곧 바로 차디찬 시선과 대접을 받은 것이 바로 이런 케이스.
한국이나 일본의 기사들은 중국내의 팀원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는다. 중국팀들이 과거의 성적과 지명도를 분석한다음 팀내 공헌도를 높여 줄 것으로 예상하고 각 기사들을 섭외하고 계약하기 때문. 이런 행태는 프로 축구 등의 각종 스포츠 프로리그와 다를 바가 없다. 중국 프로들은 상위 랭커가 아니면 대국을 자주 할 기회가 없고 프로야구의 연고권이 있는 것처럼 각 팀간의 이동이 아주 자유롭지는 못하다. 재수가 없으면 상위권 랭커라도 1년내에 시합을 별로 가질 수가 없는 것.
김승준 8단은 "을조리그만 봐도 돈 한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열심히 승부에 임하는 중국 프로기사들이 숫하다"면서 "이들이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볼 때도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인 한국기사들은 나름의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용병임에도 한해 성적이 50%였다면, 팀에서 다음해 선수 교체를 생각한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담담히 의견을 말했다 .
김승준 8단의 경우 유창한 중국어 실력과 성실한 리그 참가로 나름의 팀내 공헌도는 높은 편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한국의 정상급(사천왕 등)기사들은 바쁜 일정으로 중국리그 10판이상을 소화해 내기가 쉽지 않은데 20판을 소화하면서 중국팀을 위한 공식활동에도 성실했던 김승준 8단은 아쉽기는 하지만 소정의 성과는 올렸던 셈. 게다가 김승준 8단은 2003년 상금랭킹 10위에 오르며 지명도 효과도 가지고 있다.
김승준 8단이나 목진석 7단처럼 바둑실력과 중국어 구사능력을 동시에 가진 기사는 많지 않다. 김승준 8단은 "중국 리그에 진출해 인정을 받으려면 꾸준한 노력(중국어 학습 등)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중국리그 방식이 통할 수 있을까?
-세계대회를 통해 성장했던 한국 바둑
중국리그 기간동안 잠시 발맛사지를 받으며 피로를 풀던 김승준 8단, 바둑을 전혀 모르는 여직원이 중국리그의 참가팀 선수를 외우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중국리그의 인기는 프로축구보다는 못하지만 상당하다"며 특히 "땅덩이가 넓은 중국에서는 필연적으로 이런 리그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
한 지역의 인구나 넓이가 대한민국땅과 맞먹는 중국으로서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단체전으로 지역 바둑팬들의 인기를 모을 수 있다. 즉 각 팀에 대한 응원이 과장하자면 '애국심'에 비교될 정도라는 것. 각 지역의 TV와 매체들도 소속 지역팀의 성적과 대국을 세세히 소개하며 생중계되는 일도 아주 많다. 즉 중국리그가 효과적으로 중국에서 효과적으로 정착된 것은 결국 중국의 환경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것.
중국땅에서는 한국과 같은 타이틀전을 한국과 같은 식으로 치를 수가 없다고 한다. 한데 모여 예선을 두는 것이 어렵다는 것. 따라서 랭킹을 정해 기사들을 초청하는 방식이 고려 될 수밖에 없고 한중일 바둑 삼국중 중국에서 기사 랭킹제도가 유난히 발달하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면 한가지 질문, 중국의 리그전 방식이 한국 바둑계에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까?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프로야구를 보면 그럴 수 있을 것도 같고, 국가간의 A매치에만 팬들이 몰리는 축구를 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한중일 삼국중 가장 세계바둑대회가 많은 한국이다. 바둑팬들이 국가간의 대결에 많은 관심을 쏟는 것이다. 이는 한국 바둑붐이 일본에서의 조치훈 활약다음, 이창호, 조훈현, 유창혁 9단 등이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비롯된 것에서도 찾을 수도 있다. 즉 세계대회를 통해서 한국의 프로바둑은 아주 높게 성장하며 인기를 얻었던 것이다.
중국리그전이 한국, 일본의 프로기전과 가장 틀린점을 찾자면
1. 기전활동은 개인과 팀의 계약. 계약사항을 계약 쌍방중 누군가 지키지 못하면 책임을 져야하는(위약금을 내야하는) 그러한 계약이다.
2. 중국리그는 랭킹제에 의해 살아남은 기사만이 유리한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 재주가 있더라도 랭킹에 낀다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 중국리그는 예선을 치를 수도 없을 뿐더러 치를 의사도 별로 없다. 국내건 외국이든 재주 있는 기사를 높은 연봉을 주고 섭외한 후 계약하면 된다. 그것이 흥행에 도움이 된다.
3. 모든 기사가 예선부터 참여기회를 갖는 한국의 타이틀전과는 성질이 다르다. 타이틀자 중심으로 '바둑영웅'을 창조하고 붐을 이루는 기존의 바둑문화와는 성격이 너무 다른 것이다.
예컨대 중국리그는 중국의 환경과 더불어 구단제로 운영되는 프로 스포츠의 상업성이 적절하게 결합된 것이다. 꼭 리그전이라는 형식에 얽매인다는 것은 중국리그전의 탄생 본질과는 어긋나는 것. 단체전 리그는 워낙 지역이 넓은 중국 환경의 영향이 더욱 크다. 즉 얼마나 상업적일 수 있느냐는 것이 타이틀전과 선수권전 중심으로 짜여진 한국 바둑계가 생각해야 할 점일 것 같다(단체전 리그라는 형식 자체가 흥행을 보장하는 것은 절대 아닐 것이다).
정관장 결승1국이 열리는 호텔 검토실에서 한 중국기자가 한국 관계자에게 다음과 같은 의미의 질문을 했다. 중국리그에 대해 익숙한 중국 기자로서는 별 다른 의미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중국리그에서 한국 기사가 활동하는 것처럼 한국은 중국의 기사를 그런 식으로 쓸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