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동 최윤덕도서관에서
장마가 끝물에 이른 칠월 셋째 일요일이다. 새벽녘 잠을 깨 어제 다녀온 불모산 영지 채집 산행기와 성주사 수련꽃을 소재로 시조를 한 수 남겼다. “불모산 곰절 산문 지장전 돌아가면 / 관음전 옮겨 모신 용화전 돌보살상 / 뜰앞에 네모난 연지 수련 가득 자란다 // 정상부 운무 가린 장마철 흐린 날도 / 낮에만 반짝 피는 수련은 때를 알아 / 빼곡한 잎을 비집고 꽃송이를 내민다”
평소 음용하는 약차를 달이면서 날이 밝아오길 기다렸다. 인터넷으로 검색한 날씨 정보는 구름이 수시로 바뀌면서 강수 시간도 시시각각 달라졌다. 많지 않을 강수량이 오전 내내 흩뿌릴 것으로 예상되어 산행을 나서려던 마음은 거두었다. 자연학교 수업은 실내로 전환해 올여름 비가 오던 날 두 차례 찾았던 북면 최윤덕도서관이, 장서나 열람 여건이 좋아 다시 들리려 길을 나섰다.
배낭에는 교육단지 창원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책 6권을 넣었더니 어깨가 묵직했다. 점심 끼니를 대신할 술빵과 삶은 고구마도 한 개 챙겼다. 현관을 나서 아파트단지 뜰로 내려서니 몰려온 먹구름과 함께 내리던 비는 소강상태라도 우산은 받쳐 써야 했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난 정류소에서 월영동으로 가는 102번 버스를 타고 가다가 원이대로로 진출한 명곡교차로를 지날 때 내렸다.
내가 가려는 최윤덕도서관은 북면 무동이라, 그곳을 둘러 가는 버스는 불모산동에서 오는 17번이나 대방동 기점 12번을 타면 되는데 후자가 먼저와 탔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이 아침 하늘 짙게 가렸던 구름이 걷히면서 비도 그쳐가는 즈음이었다. 날이 이처럼 쉽게 갤 줄 알았다면 산행을 나서도 되겠다 싶었지만 이왕 길을 나선 선택지는 도서관행이라 행선지를 바꿀 생각 없었다.
사실 여름철 근교 산행을 나서면 나는 유의미한 발걸음을 다녀온다. 올여름도 지난번 양곡 산성산이나 용제봉 숲으로 들어 삭은 참나루 그루터기에 붙는 영지버섯을 몇 무더기 찾아냈다. 어제는 비가 그쳐주길 기다린 점심나절 불모산으로 찾아가 숲을 누비다가 영지버섯과 느타리버섯을 만났다. 앞으로도 상점 고개로나 장유 대청계곡으로 가면 영지버섯을 더 찾아낼지는 미지수다.
산행은 미련을 두지 않고 12번 버스로 북면 무동으로 향했다. 천주암 아래를 지나 굴현고개를 넘은 버스는 외감마을을 거쳐 중방마을을 지났다. 감계와 무동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17번 버스가 생겼지만 12번은 그 이전부터 자연마을로 다닌 노선이라 봄날에 가끔 타 봐 차창 밖 산세와 주변 지형지물이 낯설지 않았다. 봄날에 작대산이나 조롱산으로 산나물을 채집하던 걸음 때였다.
외감에서 중방마을로 든 버스는 감계 입구에서 감나무골로 들어 동전마을을 지났다. 시골 자연마을로 가는 버스라 굴현고개 너머부터 혼자 타고 가다가 무동에서 내가 내리고 나니 기사는 빈 차를 몰아 남은 구간을 더 달려 북면 종점으로 가지 싶다. 무동 아파트단지 야트막한 산기슭에 자리한 최윤덕도서관을 찾았다. 근처 내곡리가 태생지인 정렬공 최윤덕 장군을 기린 도서관이다.
도서관 열람실 개방 시각이 일러 3층 자유 학습실로 먼저 들어 준비해 간 강항의 ‘간양록’을 마저 읽었다. 1시간은 거기서 머물다 자료실을 겸한 열람실 업무가 시작되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도서관 열람석은 예약제가 아니라 도착순으로 열람석을 골라 앉을 수 있다. 신간 도서를 비롯한 펼쳐 읽고 싶은 장서가 다수였지만 그보다 열람실 독서 여건이 좋은 자리를 먼저 차지했다.
아침나절 두어 시간은 앞서 읽었던 책 가운데 감상문을 하나 남겨 놓고 휴게실로 내려가 커피를 시켜 술빵 조각으로 점심을 때웠다. 강수가 예보되어 도서관에 머물렀는데 낮이 되니 폭염으로 안전을 염려하는 문자가 날아들었다. 다시 열람실로 올라가 덮어둔 책을 펼쳐 읽다가 자료실 문을 닫을 시각에 배낭을 챙겨 나왔다. 장맛비는 그쳐 하늘은 맑고 오후 햇살 열기는 뜨거웠다. 24.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