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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정순은 흠칫 뼈가 부러지기라도 했나 해서 부지깽이를 멈추었다.
그렇게 부엌바닥을 구르던 수동이 어깨를 움켜쥐고 부엌을 나와 건넌방 아궁이에 불을 때던 순례 앞으로 갔는데.
“거봐라 이 녀석아 누가 애미 물건 마음대로 가져가래.”
새해를 앞두고 재덕은 돌돌 말은 달력을 두 장 가지고 왔는데 한 장은 이승만 대통령과 리기붕 사진이 들어 있는 한 장짜리와 국회 사진 위에 안경을 동그란 사진이 있고 아래에 국회의원 강성태 근정 이라고 쓰인 달력 한 장을 받아 가지고 왔는데,
“상호가 나는 강성태가 될 꺼야.”
해서 양묵이
“그 녀석 한 인물 하겠네.”
하면서 좋아 했다
그리고 그걸 자랑을 해서 동내 사람들이 강성태. 강성태. 하면서 귀여워 해 줬다.
그렇게 그해가 저물어 가고 새해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재순 부부가 다니러 왔는데 커다란 과일 바구니를 두 개나 들고 왔다.
정순은 과일 바구니에는 과일 그림이 예뻤는지 그 그림을 도배지로 붙여져 있던 옷 궤짝에 붙였다.
그리고 방학이 끝났고 정자는 외할머니 용단이가 데리고 가서 빈 젖을 물리며 키우고 있어서 정순이는 조금은 편했다.
그러던 어느 날은 수동이도 외갓집에서 잔다고 해서 재덕과 정순이 자리에 들었는데.
수동이는 용단이 옆에서 자다가 한밤중에 일어나 달빛이 하얗게 쏟아지는 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와서 보니 갑자기 겁이 나서 울면서 대문을 두드려서 재덕과 정순은 자다 말고 깜짝 놀라는 일이 있었다.
그 무렵 재덕은 술이 취해 들어오는 날이면 무엇이 못마땅한지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신경질을 부리더니 급기야 정순이 서울서 공장에 다녀와서 저녁마다 한 코씩 코바늘로 정성들여 뜨개질을 해서 만들어 가지고 와서 방문에 걸어 놓은 레이스 커튼을 확 잡아당겨 용을 써서 찢어서 던져 버렸다.
정순은 찢어진 레이스 조각을 움켜쥐고 한참을 울었다.
그러던 주사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자전거 앞 축 덩이를 주어다 붕대를 감아서 쥐고 바람벽을 처서 구멍을 내었다.
그리고 몇 칠이 지나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진흙을 파다가 이겨서 발랐다.
그러더니 어느 날은 망가진 베어링 외륜을 부분을 주어 왔는데, 자전거 축은 버리고 주어 온 베어링 외륜을 헌 메리야스를 잘게 쪼개어 똘똘 감아서 방구석 제일 높은 보와 도리가 만나는 곳 아래 기둥에 박힌 못에 걸어 두었다.
그리고 도림개에서 술이 잔득 먹고 돌아온 어느 날 정순이 말리는 것을 뿌리치고 예외의 폐 베어링 외륜을 손가락에 끼워 주먹에 끼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버지 저 술 좀 했습니다.”
“그래 술 마셨으며 가서 자거라.”
“아버지 그러는 게 아닙니다.”
“뭐가 아니야.”
“세상에 왜 병묵이는 보대기 논만 주고 저는 우르르 쾅 쾅 천둥지기만 줬습니까.”
하면서 우르르 쾅쾅 이라고 소리를 지를 때에 주먹으로 방바닥을 내리쳤다.
“그게 싫으면 양자 그만 두고 가면 되지 않아.”
“그만 두라고요.”
“그러면 이년 동안 머슴 산 세경만 당장 주세요. 그러면 내일이라도 당장 떠납니다.”
“네 식구 먹고 산 것은 계산도 안 해 얼마를 주리 얼마를 줘.”
“그래 병묵이는 식구들이 먹고 살지 않고 흙 파먹어서 장가 두 번 들이고 땅까지 줘서 내보냈습니까.”
옆에 있던 순례가
“여보 그만 해요.”
하면서 양묵의 팔을 잡아 당겼다.
하긴 술 먹은 개라고 술 취한 놈하고 입씨름을 해 봤자 하는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
“세경만 주면 당장 떠난다고요. 세경만 주세요.”
양묵은 끓어오르는 화를 참으며 어서 녀석이 방안에서 나가기를 기다려야 했다.
순례의 판단이 빨랐다
몇 마디를 더 뱉은 재덕을 재덕은 식식거리면 방을 나갔다.
그리고 건넌방으로 돌아와
“밥 가져와.”
밤이 늦은 때라 정순이 이남박에 찬밥과 김치 고추장 그리고 들기름 반 수저를 넣어서 가지고 와서 화로에 구멍쇠 위에 얹어 놓았다.
재덕은 밥을 비비면서도 성질을 못 이겨서 밥숟가락으로 이남박 밑바닥이 뚫어져라 하고 신경질적으로 콱 콱 쑤셔 박았다.
그러고 보니 화로 귀퉁이가 깨졌다.
그렇게 숟가락으로 찍힌 우그러진 이남박과 파인 안방 바닥은 한동안 그 흉터를 간직하고 있었는데. 화로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이틀 후 남아도는 스페어 기름통 납작한 옆 부분을 땅 도끼를 대고 망치로 처서 따내고 날카로운 부분은 접어서 망치로 두드리고 옆에는 나무로 손잡이를 만들고 바닥에도 나무를 대어 방바닥에 직접 닫지 않게 대어서 화로를 만들고 깨어진 질그릇 화로는 돌담불 위로 던져져 와장창 깨 버렸다.
종업식을 하면서 창복이는 우등상을 탔고 수동이는 개근상을 탔다.
부상으로 공책 한권까지 받아 가지고 집으로 온 수동이를 양묵은 창복이는 우등상 탔는데 너는 개똥 상을 탔다고 놀렸다.
그리고 봄 방학이 끝나고 수동이는 이학년이 되었다.
새 가방에 새 책을 받아 가지고 가는 수동이를 만석이 불러서 뒤에다 펜으로 2학년 1반 김수동. 이라고 예쁘게 써 주었다.
영세는 이학년에서 사학년으로 월반을 해서 종찬이 명자 영순이와 한 학년이 되었고 영식이가 일학년에서 삼학년으로 월반을 했다.
금순이와 진순이는 육학년이 되었다.
경칩이 가까워 지자 집 앞 현용이네 연못에는 산개구리들이 알을 낳기 위해서 모여 들었다.
수동이는 어려서 영동이가 산개구리를 잡아다 소금을 뿌려가며 구워먹던 기역이 나서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리고 들어가서 개구리를 움켜내어 주전자에 담았다.
그리고 우물가에서 깨끗이 씻어서 구어 먹으려고 했는데 정순이가 막장을 풀고 밀가루를 입혀서 매운탕을 끓였다.
양묵을 비롯한 온 식구들이 둘러앉아서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나 한 그릇 더 다구.”
하면서 양묵을 한 그릇을 더 비웠다.
그리고 남식이는 제대를 해서 철도청에 취직이 되었다.
제철이 황골에서 올라와 남식을 철도고등학교를 공부를 시켜서 취직이 잘 된 것이다.
그러나 제철의 가슴에는 납덩이를 올려놓은 듯 답답하고 무겁고 소화도 안 되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남식의 결혼식이 있었다.
제철은 혼자 결혼식에 참여한 희상을 보니 마음이 더 찹찹하였다.
이 기뿐 날에도 또 가슴이 답답해 온다.
‘에이’ 하면서 또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런가 하면 홍역이 돌기 시작하였는데 정자가 홍역에 걸렸다
재덕은 부정 타지 말라고 솔가지를 꺾어다 대문 양쪽에 꽂았다.
그런데 창복이 아버지가 집에서 기르던 개를 잡아서 병숙 이네 집 아래 순복이네 봇도랑에서 짚을 가져다가 올려놓고 불을 질러서 개를 끄슬려서 개울에서 보신탕을 해 먹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부터 정자의 홍역이 심해지면서 숨을 할 딱 거리며 눈동자를 위로 치켜떠서 흰자위만 보이고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아지자, 재덕은 이웃에 홍역 앓는 아이가 있는데도 개를 잡아먹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내 딸 죽기만 해봐라, 그냥 안 둔다. 그냥 안 둬.”
그리고 만석이 까지 합세를 해서
“내 조카 죽기만 하면 너희들 그냥 안 둔다. 그냥 안 둬.”
하면서 핏대를 세워가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버스 종점이 있는 석고개 명식이네 약방으로 뛰어가 약을 사다 먹이면서 고생을 한 덕분에 한숨 돌리고 열꽃이 피면서 새벽 무렵에서야 체온이 내려가고 안정이 되었다.
창복 아버지 형제들은 개 한 마리 잡아먹고 온갖 고욕을 다 치렀다.
그리고 만석은 집을 인구 에게 팔아 버리고 꽃재 미랑의 집으로 이사를 해서 논을 얻어서 부치기로 했다.
정순은 홍역을 앓아서 죽을 뻔한 정자를 위해서 역도을 하는 그림이 들어 있는 원기소를 사가지고 와서 주었다.
수동이는 정순이 몰래 서너 개의 원기소를 꺼내 먹었다.
꾀가 말짱한 녀석이라 많이 꺼내 가면 들킬 것 같으니 조금 꺼내 간 것 인데 한 번 먹어보니 맛이 고소해서 자꾸만 먹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서 또 서너 개를 꺼내 먹었다.
그리고 얼마 후 재덕은 미랑이 이에게서 행랑 마구간 위에 얹어져 있던 널빤지를 얻어서 만석에게 책꽂이를 짜 달라고 해서 만석은 자르고 대패질을 해서 책꽂이를 짜고 있는데, 방꼴 아들 구정이네 집을 다녀오던 미랑이 집에 들어오더니 마구간 위에 얹어져 있는 널빤지의 숫자를 세었다.
사람이 의심을 받으니 그것을 보고 용단은 기분이 영 안 좋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책상을 만들어 주려고 일이 없고 비오는 날 만석을 오라고 해서 외양간 선반에 얹어져 있던 베니어판을 꺼내서 책상을 만들려고 톱질을 하려는 데 밖에 나갔다 돌아오던 양묵이 급히.
“이거 제상 만들려고 내가 꽂재서 가지고 온 건데 뭘 만들려고 잘라.”
“수동이 책상 만들어 주라고 하던데요.”
“책상을 무슨 얼어 죽을 책상.”
하면서 빼앗아 도로 외양간 선반에 얹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3. 15 부정선거에 의해서 서울에서는 데모가 나서 사람이 많이 죽었다는 소문이 났다.
재덕은 성동이가 괜찮은지 많은 걱정을 했다.
따스한 봄날 저녁 무렵 현용이네 마당에서는 수동이 순복이 창복이가 말 타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술래는 엎드리고 술래를 타넘은 사람이 달려가면 술래가 서 하면 그 자리에 서고 다음 사람이 또 타넘고 술래가 서 하면 서고 멀리 달려간 사람을 술래가 업어 오고 가장 적게 달려간 사람이 술래가 되는 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술래가 된 수동이 엎드려 있고 먼저 창복이가 수동이를 뛰어넘어서 달려갔다.
수동이가
“거기 서.”
창복이가 10여m를 가다가 섰다.
그리고 이번에는 순복이가 엎드려 있는 수동이를 타넘고 뛰어갔다.
“거기 서.”
순복이는 창복이보다 두어 걸음 더 가서 섰다.
창복이는 다음번 술래가 되어서
“에이 시.”
하면서 걸어서 들어오고 수동이가 순복이를 업고 오는데, 그때 순복이 할아버지 영학이 소를 몰고 오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진 수동이는 빨리 들어오려다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수동이는 때굴때굴 구르며 울기 시작했다.
“아이고 팔이야 아이고 아이고.”
영학이 뒤에서 데모 때문에 휴교 조치로 내려와서 아버지 지개를 받아지고 뒤를 딸아 들어오던 수철이가 지개를 내려놓고 마당에서 때굴때굴 구르는 수동이의 팔을 삔 줄 알고 잡아당겼다.
수동이는 더 큰소리로
“아이고 팔이야! 아이고, 아이고 팔이야!
수동이가 더 죽겠다고 소리를 지르고 그 소동에 재덕이 달려와 보더니
“애가 팔이 부러졌는데 그것도 모르고 잡아당겨!”
급히 수동이를 안아다 방에다 뉘이고, 버드나무를 잘라다 쪼개어 세 개를 얕게 깎아서 부러진 왼쪽 팔에 뺑 둘러 대고 면 기저귀를 타개서 감고, 보자기로 삼각 붕대를 만들어 어깨에 걸었다.
팔은 퉁퉁 부어올라서 이틀을 학교에 가지를 못하고 사흘째 되는 날부터 학교에 나갔다.
영학이 양묵에게
“어찌됐던 우리 손자들 하고 놀다가 그랬으니 어렵더라도 뼈 부러진 덴 산골이 좋다고 하니 녹번이 가서 산골을 사다 먹이게.”
그래서 양묵은 서울에 올라가서 녹번리(지금의 녹번동) 산골(모양은 정육면체 또는 직육면체로 금빛이 나는 광물)을 사 가지고 왔다.
이튿날 아침 부엌 뒤에 작은 소반에 조그만 종이에 싼 산골 세 개와 냉수 한 대접이 올려놔 있었다.
“수동아 빨리 나와 해 뜬다 해뜨기 전에 먹어야 한다.”
“내.”
“수동아 약을 먹기 전에 해 뜨는 쪽으로 세 번 절하고 먹어라.”
하면서 종이를 풀러 주었다.
수동이는 오른손 한손만 집고서 절을 세 번 한 다음 산골을 입에 넣고 물을 먹고 삼켰다.
그렇게 일주일을 먹었고 열흘이 지나자 부운 게 빠지면서 가렵더니 한쪽으로 부풀어 올라 있던 것이 빠지면서 터져서 진물이 흘러 내렸다.
그렇게 두 번의 고욕을 치룬 순복이 할아버지 영학은 집안 식구들이 모인 가운데 아예 양묵이네 하고는 상종을 말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나 번 홍역 때에는 아들들이 개잡아 먹고 곤욕을 치루더니 이번에는 손자들이 수동이 팔을 부러트려서 곤욕을 치렀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리고 정국은 숨 가쁘게 돌아가서 선거가 시작되어 지프차에 커다란 스피커를 달고 학교 운동장에 와서.
“기호는 1번 기호는 1번 강승구입니다.”
하면서 유세를 하는데 아이들 이 더 많이 와서 구경을 했다.
그 무렵 황골에 살던 태환이도 왔다.
정순의 외사촌 태환은 삼십이 훨씬 넘는 노총각인데 아직 장가를 못가고 가진 재산도 없었다.
재덕과 만석이 그리고 태환이가 관솔불을 붙여 가지고 밤고기를 잡으러 갔다.
보리가 패기 시작하는 무렵에는 냇가에서 고기들이 나와서 헤엄을 치면서 자는데 만석이 장에서 족대를 사 가지고 와서 밤고기를 잡으러 간 것이었다.
불을 비춰 가며 살펴보다가 고기가 보이면 족대로 떠서 종다래끼에 넣어 가지고 와서 아침에 끓여 먹었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봄누에를 치기 시작했는데, 정순과 재적은 올해는 다른 해보다 조금 더 많이 신청을 했다.
뽕나무는 한 장 칠 만큼 밖에 안 되는데 한 장 반을 신청을 했는데, 누에알이 든 책 반 크기만 한 상자를 동내 반장이 갖다 주었다.
좁쌀 보다 조금 큰 누에알이 동내 반장을 통해서 배달되었는데 채반에 종이를 깔고 따듯한 곳에 놓아두니 몇 일만에 알을 깨고 누에가 나왔다
이때부터는 순례는 뱀을 보아도 얼굴을 씻고 뽕을 주고 잠실 부근에서는 담배도 못 피게 하고 심지어 개울에 나가서 고기잡이를 해서 끓여 먹는 것도 못하게 했다.
처음에는 뽕잎을 부드러운 부분을 잘게 썰어서 하루에 대여섯 번을 주고 사흘 밤낮을 먹고 하루 정도 자고 나서 허물을 벗고 나면 두 배 정도 자라서 채반에 하나이던 것이 한 잠박으로 늘어났다.
이제부터는 뽕잎을 세 등분으로 썰어서 주는데 사흘을 밤낮 없이 먹고 머리를 쳐들고 하루를 자고 허물을 벗고 나면 먹이를 찾느냐고 부지런히 움직이는데 이번에는 썰지 않고 잎을 뿌려 줬다.
두잠을 자고 나면 세배로 늘어 세 잠박이 되었다
세 잠을 자고 나면 또 배로 늘어 여섯 잠박이 되었고 넉 잠을 자고 나면 열 두 잠박이 되는데 이 때 부터 엄청 바빠서 재덕도 틈틈이 뽕따는 일을 도와야 했다.
이때는 일주일 동안 자지 않고 계속 먹어 대서 낮에는 뽕을 계속 따야 하고 밤에도 서너 번씩 뽕을 주어야 하고, 사흘마다 잠박을 갈아 주는데 잠박의 숫자는 그때 마다 배로 늘었다.
7일 동안 정신 못 차리게 먹고 나면 누에가 늙었다고 하는데 머리 부분까지 섬유질이 꽉 차서 푸른빛이 없어지고 맑게 보이고 그리고 뽕을 먹지 않고 집지을 곳을 찾아 헤맨다.
그러면 동내 아낙들이 늙은 누에만 골라서 섶에 올린다.
섶은 소나무 가지를 미리 잘라다 이틀 정도 말려서 쓰는데 밑에 깨끗한 종이를 깔고 누에를 놓아두면 솔가지를 타고 올라가 적당한 위치에 집을 짓는대 이것이 누에고치 비단(실크)을 짜는 재료다
그런데 같이 먹고 자랐어도 하루나 이틀 심지어 일주일이 늦는 놈도 있다.
따로 잠박에 키워서 늙는 대로 골라서 방문 문살 사각 부분에다 올린다.
일주일이 지나면 환탈을 했다고 하는데 누에고치를 따서 면에서 지정한 곳을 가서 팔아 온다.
누에고치 수매를 하는 심사관은 전문가라서 일주일이 안 된 것은 귀신같이 찾아서 고치를 가위로 자르면 번데기가 안 된 것은 바로 돌려보냈다
초기에는 눈으로 검사를 했으나 몇 년 후 부터는 무작위로 골라서 열 개 단위로 저울에 달아서 등급을 매겼다.
재덕은 누에고치를 판돈에 작년 일 년 동안 키워서 정월에 팔아서 꾸어 주었던 돈을 합쳐서 젖 떨어진 송아지 한 마리를 사 왔다.
“수동아 이 송아지 키워서 중학교 보낼 때 입학금으로 쓸 테니 잘 키워라.”
“내 아버지.”
하면서 좋아했다.
그리고 손재주가 있는 태환이가 만식이가 가지고 있는 연장을 이용해 수동이의 지개를 만들어 주자, 수동이는 매일같이 해가 한 바람 정도 남은 때가 되면 지개에 삼태기를 얹어서 꼴을 베러 나가서 개울가에서 갈대만 골라서 한 삼태기씩 베어다 송아지에게 주었다.
순례는 올해도 누에는 치고 나서 잔득 기대를 했으나 이번에도 재덕은 송아지를 샀다는 핑계로 넘어갔다.
양묵이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말렸으나 양묵이 출타한 틈을 타 정순을 안방으로 불렀다.
“수동 어멈아 내가 아무 말 없이 그냥 넘어가려고 했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 올해도 신발 한 짝이 없냐.”
“생각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범이 비어 있는 마구간을 보면서 소를 사야 한다며 열심히 하는 것을 어머니가 응원해 주셔야 하지 않아요.”
“그래도 그러는 게 아니지 갈 누에부터는 너 혼자 쳐라.”
“어머니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섭섭하지요. 저라고 어머니 생각을 안 했겠어요. 아범이 돈을 쥐고 내놓지 않는데 제가 무슨 수로 돈이 생겨서…….”
“무슨 소리냐 너 재봉틀 돌려서 번 돈으로 십 환 한 장 준적이 있니, 네 시아버지 어디 갈 때 차비 한 푼 준적이 있니, 다 네가 쓰지 않았니.”
“그걸 저 혼자 쓰는 거 샀어요. 세숫비누며 빨래 비누 사라고 어머니가 보태 주신 적 있으세요. 그거 다 내가 벌어서 하잖아요.”
이번에도 순례의 판정 패였다.
수동이가 개울가로 꼴을 베는데 새 두 마리가 시끄러울 정도로 울었다.
보니 갯버들 가지에 새 둥지가 있고 새 새끼 세 마리가 수동이 손이 얼른 거리자 주둥이를 벌리고 먹을 것을 달라고 짹짹 거렸다.
순간 수동이는 이거 가지고 가서 길러야지 하는 생각에 꼴을 다 베고 나서 지개를 지고 오면서 둥지를 떼어 가지고 오는데 두 마리의 어미 아빠 새는 새끼를 돌려 달라고 심하게 울면서 수동이 주의를 오갔지만 수동이는 새 새끼를 기를 생각만 가득해 둥지를 들고 집으로 왔는데, 재덕이 보고서
“이 녀석아 엄마가 새끼 새를 얼마나 찾겠니? 그리고 새끼 새가 엄마 찾는 것 봐라 같다가 제자리 놓아주고 와.”
“네 아버지.”
수동이는 얼른 700m도 넘는 곳에 가서 둥지를 놓아두었다.
그리고 몇 칠 후 그 새가 잘 있을 까 하고 궁금해진 수동이가 다시 새 둥지를 찾았을 때에는 둥지에 말라 죽은 새끼 새 세 마리에 개미떼가 새까맣게 붙어 있었다.
그리고 올해에는 우유 가루 한 양재기에 옥수수 가루 두 양재기 씩 주었다.
옥수수 가루와 우유 가루를 섞어서 끓여 먹으라는 것이었지만 모두 다 빵을 들어 먹는 재주를 부렸다.
굶는 사람들에게만 나누어 주면 좋으련만 누군 주고 누구는 안주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공평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던 어느 날 돌이 갓 지난 여자 아이를 업고 있는 여인이 운명이었는지 정순에게 말을 걸었다.
“저 죄송하지만 밥 한 그릇만 주시면 안 될 까요.”
“네 조금만 기다리세요.”
정순이 밥과 반찬을 주자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그래 어디로 가시는데. 어린애까지 업고.”
“글쎄요. 특별히 갈 곳이 없어요.”
“어쩌다가 그리 되셨소.”
“어쩌다 남자를 만나서 아이까지 낳았는데 본 부인이 나타나는 바람에 무작정 아이만 데리고 나왔어요.”
“그래 그때 까지 몰랐단 말이 예요?”
“네.”
“그래 어떡하실 작정이요.”
“글쎄요. 지금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에요.”
“그러지 말고 우리 외사촌 오빠가 아직 총각인데 아직 장가를 못가고 있으니 내가 중신을 설 테니 만나 보시겠어요.”
여인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끄떡였다.
정순은 수동이를 불렀다.
“수동아! 수동아!”
“네.”
“너 외갓집에 가서 태환이 아저씨 보고 내가 좀 오시란다고 해라.”
“네.”
그렇게 해서 그 여인과 태환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둘이는 물막골 성렬 이네 건넌방을 세를 얻어서 살림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황골에 사는 선영이 아들 태환이가 살림을 시작 했다는 소식을 듣고 태준이와 같이 왔는데 우선은 선복이네 집으로 왔다.
정순이 수동이를 불러서
“수동아 물막골 정화네 집에 가서 아저씨한테 황골서 할머니 오셨다고 오시라고 해라.”
“네.”
하기야 남의 집 건넌방에서 옹색하게 살고 있는 데 바로 갈 수 없어서 모자 상봉을 선복의 집에서 하는 게 났다는 생각을 해서 수동이를 심부름을 보넨 것이었다,
수동이가 성렬내 집에 가보니 태환이는 보이지 않고 안마당 구석에는 철망으로 만든 토끼장에 솜털이 드문드문 남아있는 매 병아리를 기르고 있었다.
그리고 성렬이가 키워서 가을에 허수아비 위에 앉혀 놓으면 참새들이 하나도 안 올 것이라며 잡아온 개구리를 찢어서 주고 있었고 옆 토끼장에는 하얀 토끼가 조그만 입을 오물거리며 열심히 칡잎을 먹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지났는데 태환이 돌아 왔다.
“아저씨 황골서 태준이 아제랑 할머니 오셨는데 오시래요.
“알았다.”
그런데 심부름을 온 수동이의 눈은 연실 토끼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자 이 녀석아.”
그래도 듣지를 못했는지 대답이 없다.
“수동이 안 갈래,”
“네 가요.”
그렇게 둘이서 내려오면서 태환이
“수동아.”
“네.”
“토끼 가지고 싶으냐.”
“네.”
“내가 한 마리 얻어주랴.”
“네.”
수동이는 얼마나 좋은지 태환이를 앞질러 양 앙감질을 해가며 뛰어갔다.
선영이 태환이와 같이 살아 보려고 하였으나 여의치 않은 것을 아는지라 바로 황골로 돌아갔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서 태환이가 성렬 아버지에게 부탁을 해서 토끼새끼 한 마리를 얻어 놨다고 해서 가지러 갔는데, 성렬이가 내주며
“눈이 검은 것은 잡종이고 눈이 빨간 게 순종이야.”
하면서 눈이 빨간 하얀 토끼 새끼 한 마리를 주었다.
수동이는 소꼴을 베기 전에 들로 산으로 다니며 방가지똥과 칡잎을 따다가 먹였다.
그리고 모내기가 끝나고 여름 방학을 얼마 앞두고 수동이가 다쳤다는 소식을 들은 희상이 시간을 내어서 내려왔다.
수동이는 학교에서 아직 오지 않았다.
순례에게 절을 올리고 마루에 앉아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수동이가 돌아왔다.
반가워 엄마 품에 달려들 것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수동이는 희상을 보자마자 옆으로 돌아가서 건넌방 뒷문으로 들어가 가방을 내려놓고 마루로 나왔다.
순례가 의아해서
“수동아 엄마가 왔으면 달려와 안겨서 인사부터 해야지. 얼른 절해라.”
하면서 당황스러워 하는 희상의 눈치를 보았다.
수동이가 그제야 절을 하고 희상의 곁에 앉았다.
자리가 어색하여 그랬는지 희상을 울지 않았다.
수동이도 약간 글썽이던 눈물이 해 웃으며 말라 버렸다.
“그래 애미가 보고 싶지 않던.”
수동이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만큼 눈치꾸러기 아니면 그리움이 미움으로 변해 가는 걸까?
그나저나 지난번 팔을 다쳐 는데 어쩐지 궁금하기도 했다.
“수동아 어디 팔 좀 보자, 왼쪽이랬지 어디 아프지는 않아.”
수동이가 고개를 끄떡였다.
자세히 살펴보던 희상은 깜짝 놀랐다
부러졌던 부분이 튀어 올라와 있는 게 아닌가.
“이쪽 팔도 내밀어 봐”
하며 오른팔을 내밀게 했다.
왼쪽에 부러졌던 부분이 확연히 튀어 올라와 있었다.
수동이 자신도 보지 못했고 집안 식구 하나 뼈가 어긋나서 붙은 걸 알지 못했는데 희상은 바로 발견해 냈다.
애가 이렇게 병신이 될 런지도 모르는데 애비라는 사람이 그저 …….
수동이는 어미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미의 곁을 떠나지 않고 맴돌다가 저녁을 먹고 희상이의 곁에서 잠이 들었다.
그런데 정자가 희상의 가슴을 파고들어 젖을 만지작거리더니 희상의 젖을 빨았다.
동생을 본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동생을 보고부터는 용단의 젖을 빨면서 잠드는 습관이 있었다.
“그래 남식이 돈을 잘 벌어서 청량리로 이사했다면서.”
“네 청량리 오스카 극장 뒤로 이사했어요.”
그 말을 들은 정순은 맘이 편치 않았다.
청량리면 버스 타고 가서 조금만 걸으면 처갓집에 갈수 있는 거리잖아 하필 그리고 이사 올게 뭐람.
잠시 후 모두가 잠이 든 모양인데 재덕은 부스럭거리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세 사람 모두 쉽게 잠이 들지 못 하고 있었다.
희상은 씨앗 옆에서 잠을 정순은 본처와 옆에서 서방을 가로막고 잠을 재덕은 두 여인의 묘한 감정 속에서 각자 그렇게 잠 못 이루는 밤이 지났다.
다음날은 일요일이라 수동이와 하루 종일 지냈다.
“수동아 외갓집이 이사 했다.”
“어디로요.”
“청량리 오스카 극장 뒤로 그리고 네 외사촌 동생도 생겼다.”
“예뻐요.”
“아주 예쁘다.”
그리고 저녁 무렵 정순이가 방이 비좁고 정자가 희상의 젖을 빠는 것이 미안 했는지 아니면 기분이 나빴는지 정자를 용단에게 맡기고 저녁을 먹고 돌아왔다.
정순에 태도는 하룻밤 잤으면 떠나지 뭘 미적거리느냐는 눈치였으나 희상은 네 년 놈 보기 좋아서 있냐. 내 새끼 하루라도 더 보고 싶어서 있지.
잠자리에 들어서 수동이가 파고들어 젖가슴을 만지작거렸다.
그래 내 새끼 어제는 얼마나 내 가슴이 그리웠겠느냐 하면서 꼭 끌어안으니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내렸다.
수동이가 잠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정순의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났다.
“여보 나 배 아파 배 좀 문질러 줘요.”
“도대체 어제 뭘 먹었기에 그래.”
“정자 데려다 주러 갔더니 돼지고기 구어 먹기에 몇 절음 먹은 게 잘못 됐나 봐요.”
재덕이 열심히 정순의 배를 문지르는 모양이었다.
“응 응 응 거기 좀 더 아래 음. 음.”
애교에 가까운 신음 소리를 냈다.
아파서 문지르라고 하는지 아니면 일부러 들으라고 내는 소린지
“나 뒤 간에 가야겠어요. 나 좀 바래다줘요.”
재덕이 따라 나가는 모양이었다.
잠시 후 돌아와서도 정순은 배를 문질러 달라고 하더니 잠시 후 잠이 든 모양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잠이 들었는지 조용해 졌다.
희생은 는 깨어나는 시간 때가 되어 잠에서 깨어 눈을 떴는데, 정순이 부스럭 거리고 일어나 옷을 챙겨 입으며 재덕을 깨우는 모양이었다.
“여보, 여보.”
재덕이 꿈쩍을 않자 그냥 밖으로 나갔다.
화장실을 가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재덕이 엉금엉금 기어서 희상에게로 다가와 끌어안았다.
희상이 몸을 비틀며 빼려 했지만, 덮친 재덕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수동이가 깰까 봐 그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재덕의 입은 희상의 입술 위에 포개어져 강렬하게 문을 열어 달라고 하고 있었다.
재덕의 숨소리는 거칠어지고 희상은 그대로 몸을 내 맡기고 있었다.
재덕의 격렬한 몸부림을 느끼며 희상의 가슴은 방망이질 치며 숨소리가 높아지고 희열의 몸부림을 치고 나서 맥이 풀리는 순간 덜컹 문이 열렸다.
첫댓글 오늘은 조금 길게 쓰셨네요.
정말 재밌어 지네요.
오늘도 읽어주셨군요
감사 합니다.
다음을 기다려도 될 만큼 준비를 하겠습니다 .
1편부터 찾아봤습니다
다음편 기대할께요~
감사 합니다 .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