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1일 서울역 앞 고가에서 대통령 사퇴와 특검 실시를 요구하며 분신한 이남종씨가 사망 1일 저녁 서울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 빈소을 찾은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국정권 대선개입 특검을 요구하며 분신해 숨진 고 이남종(40)씨가 남긴 유서에는 생계 비관 내용은 없으며, “국민들이 일어나 주시기 바란다”고 적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 단체들은 1일 오후 7시 10분께 이씨의 빈소가 있는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씨의 유품을 유족과 확인한 결과 7부의 유서형식의 글에서 생계를 비관한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이날 이씨의 형과 서울 남대문 경찰서에 동행해 이씨의 유류품을 확인했다.
박 변호사는 “유서격인 문서는 가족들과 평소 고마웠던 사람, 국민께 남긴 7부가 있었고, 이중 생계 상황을 비관하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며 이씨의 분신 이유에 대해 생계 비관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박 변호사는 “유서의 내용은 가족에 대해서는 미안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고, 국민에게 남긴 두 통 중 한 통은 ‘안녕하십니까’ 대자보 형식으로 지난 대선 때 정부기관의 대선개입을 비판하고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는 상황을 규탄하고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다른 한통의 유서에는 “국민들이 주저하거나 두려워하고 있는데 두려움을 제가 다 안고 가겠다. 국민들이 일어나 주셨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울러 “경찰은 처음에 유족들에게도 고인의 유품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이런 유서 내용이 공개될 경우 여러 파장들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시간을 끌기 위해 공개하지 않으려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31일 오후 5시 29분께 서울역 인근에 있는 고가도로에서 ‘박근혜 사퇴, 특검 실시’ 플랜카드를 걸고 분신했다. 이씨는 서울대학병원을 거쳐 화상전문인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일 오전 7시 55분께 전신화상으로 숨졌다.
2013년 31일 서울역 앞 고가에서 대통령 사퇴와 특검 실시를 요구하며 분신한 이남종씨가 사망 1일 저녁 서울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서 장례위원회 입장 발표하며 경찰의 고 이남종씨 유서 공개 불허를 규탄했다.ⓒ 김철수 기자
시민사회, ‘민주투사 고 이남종 열사 시민장 장례위원회’ 구성...장지는 광주 망월동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사회 단체는 ‘민주투사 고 이남종 열사 시민장 장례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씨에 대한 장례를 시민장으로 치르겠다고 밝혔다.
장례위원회에 따르면 장례는 4일장으로 치러지며, 4일 오전 9시 30분 서울역 광장에서 영결식을 열고, 광주로 옮겨 노제를 한 뒤 망월동에서 하관식을 할 예정이다.
또 장례가 진행되는 동안 매일 오후 6시에 빈소가 있는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추모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장례위원회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장례위원들을 모집해 이들이 내는 장례비 모금으로 장례를 치를 계획이다. 장례위원회는 온라인 공식카페를 개설해 장례위원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