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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이 문을 열고 들어선 것이었다.
옷을 벗고 잠자리에 든 정순이 이불을 말아 덮으며 문 쪽을 향해 획 돌아 누었다.
재덕도 계면쩍은지 옆에 누어서 잠을 청하는 모양이었다.
아침을 먹으면서도 둘 사이는 냉랭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수동아 오늘 엄마 간다. 어른들 말 씀 잘 듣고 잘 있어. 그러면 엄마 또 올게.”
수동이 고개를 끄떡였지만 이내 시무룩해졌다.
그리고 재덕은 순복이내 논매러 갔고, 수동이는 가방을 메고 학교로 가고 희상은 양묵 부부에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서서 동구 밖을 나와 징검다리를 건너면서 몇 번을 학교 쪽을 바라보고 석고개로 향하여 걸으면서 몇 번을 돌아다보았다.
그날 저녁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재덕에게 정순의 사자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년이 그렇게 좋으면 그 년 하고 살지. 왜 나하고 살아요.”
재덕이 아무런 대꾸가 없자.
“난 갈 테니 그 년 데려다 천년만년 사시구려, 왜 멀쩡한 년은 데려다 이 고생을 시켜요.”
재덕이 꾹꾹 참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코까지 골면서 자는 척 나를 속이고 아이고 분해 아이고. 내가 난 정자 순자 다 데리고 나가서 혼자 살 테니 말리지 말아요.”
그러면서 옷을 꺼내 주섬주섬 보따리를 싸기 시작했다.
“정자 순자가 네 새끼야 네년 맘대로 데리고 나가 살아, 죽이던 살리던 내가 데리고 살 거야.”
“죽이다니 당신 새끼라고 당신 맘대로 죽이고 살리고 해.”
정순은 전에 재덕이 술 먹고 수동이를 태 질한 적이 떠올라 죽이던 살리던 이라고 하는 말에 민감해 졌고 반말로 변했다.
“내 새끼데 내 왜 내 맘대로 못해. 그런 걱정이랑 붙들어 매.”
“그래 그년 데려다가 새끼 잡아먹으면서 피똥을 싸면서 살아 난 갈 테니.”
‘퍽.
“악.”
순간 재덕이 화를 참지 못하고 정순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내 눈 내 눈이 빠졌어요.”
정순의 두 눈이 빠져나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걸 정순이 왼손으로 받쳐 들고 있었다.
당황한 재덕이 눈꺼풀을 손가락으로 벌리고 하나 씩 밀어 넣었다.
그리고 급히 수건을 싸맸다.
둘 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정순이 울면서.
“나 앞 못 보는 병신 되는 거 아냐? 흑 흑 흑.”
“걱정 마 괜찮을 거야.”
그렇게 밤늦도록 정순은 흐느껴 울었다.
이튿날 재덕은 일어나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을 나갔고. 순례는 해가 똥구멍이 치솟도록 정순이 일어나 밥 지을 기미가 없자 조반을 짓기 시작했다.
수동이는 아침도 굶은 체 학교로 갔다.
그런데도 순자는 안 나오는 울면서 아무것도 안 먹어서 안 나오는 젖을 빨아 댔다.
정순은 눈을 싸맨 채로 점심때가 훨씬 지나서 싸맨 수건을 풀어 보니 희미하게 사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대로 누워서 한참 있으니 사물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진 정순은 간신이 재봉틀 끝을 붙잡고 일어나 벽에 걸린 거울을 보았다.
두 눈덩이가 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거울을 응시한 체 머리를 좌우로 돌려 보았다.
눈동자가 움직였다.
그리고 한참을 누어서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내 것도 아닌 남의 것을 빼앗아 내 것처럼 강짜를 부린 자신이 우습기도 했지만 딸을 내리 둘을 낳아 조급함이 질투로 이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무엇보다도 그저께 밤 아래 배를 문질러 달래서 자극만 시켜 놓고 그만둔 게 더 후회가 되었다.
내가 더 적극적으로 요구를 해서 했으면 재덕이 아예 딴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후회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먹어야 산다는 생각에 미쳤다.
슬며시 일어나 부엌으로 가 살강에서 찬을 꺼내고 밥솥에서 밥을 퍼내어 꾸겨 넣었다.
다음날부터 창피해서 바깥출입을 못하고 이 주일이 넘어서야 눈 주의가 푸르스름한 상태가 원만큼 가시고서야 머리에 수건을 쓰고서 문밖출입을 할 수가 있었다.
재덕과 선복 만석 그리고 진호는 지난해 경동이가 잣나무를 베어팔고 난 산에 풀을 깎아서 말리고 불을 지르고 괭이로 일궈서 메밀 조 무 배추 등을 심었다.
올해는 작년과 달리 일찍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 무렵 수동이는 연필의 고무 달린 부분을 물어뜯는 버릇이 생겼다.
그렇게 계속 물어뜯어서 연필 윗부분이 너덜너덜 해졌다.
그것을 본 정순이 수동이를 앉혀 놓고
“너는 배가 고파 연필을 뜯어 처먹니, 아니 처먹을게 없어 연필을 뜯어 먹어.”
바느질 할 때 쓰는 한 마(91.44cm)짜리 자를 들고 머리를 톡톡 때리기 시작했다.
몇 번을 맞던 수동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방문을 열고 홱 밖으로 나갔다.
“너 이리 안 들어와 어딜 나가 엄마 말 안 듣고.”
“엄만 울 엄마 아냐.”
“아니 뭐라고 너 거기 서 있어 안서! 잡히기만 해봐라.”
하면서 쫓기 시작 했다.
그리고 수동이는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정순이 있는 힘을 다해 쫓아갔지만 꼭 그 만큼의 거리는 좁혀지지를 않고 힘이 들어서 쉬면서 걸어가면 수동이는 약을 올리는 듯이 힐끔 힐끔 뒤돌아보면서 걸었다.
그리고 다시 정순이 숨을 돌려서 쫓아가면 다시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뒤를 연신 힐끔 힐끔 돌아다보면서 서서 걸어가면 또 수동이는 걸어가고 다시 정순이 쫓아가면 그냥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힐끔 힐끔 돌아다보면서 약을 올리는 것이었다.
“너 안 서, 너 그렇게만 해 바.”
꼭 의도적으로 약을 올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물막골 쪽으로 1km를 넘게 쫓고 쫓기고 있었고, 정순은 더욱더 약이 올랐고 오기마저 생겨서, 몇 번 서라는 말을 하다가 말해 봐야 힘만 빠지니 계속 뛰다 걷기를 반복하고 있었고, 정순은 약이 빠짝 올라 있었다.
수동이가 정순이를 약을 올리며 돌아보고 걷고 뛰기를 반복하며 중간말을 지나 2km를 넘어가니 정순이 지치고 거리는 조금씩 멀어져서 개겟말 에서는 정순의 시야에서 아예 사라지고 숨바꼭질이 되고 말았다.
수동이가 한 반 친구 제종이내 집 뒤 울타리를 돌고 있을 때, 제종이는 마루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우리 집 강아지는 복슬강아지 학교 갔다 돌아오면 멍 멍 멍 꼬리치며 반갑다고 멍 멍 멍.”
수동이는 제종이네 집 울타리를 한 바퀴 돌다가 제종이네 사랑마루에 걸터앉아 있는 정순을 보고 기겁을 해서 뒤로 돌아가서 덕말로 향하여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정순은 제종이내 사랑 툇마루에 걸터앉아서 자신의 몰골을 보니 참담했다.
손에는 자를 들고 온몸은 비에 졌어 있고 발을 보니 온통 흙이 튀어 있으니 홉사 미친년 같았다.
그 제서야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하고 생각이 나자 누가 볼세라 개울가에서 발을 씻고 천천히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수동이는 그날 저녁 어슬어슬 해진 다음 대덕이 돌아온 다음에 집으로 들어왔다.
정순은 올라오는 화를 꾹꾹 참아야 했다.
비오는 날이면 들깨 모종을 심어야 하는데 그 일은 주로 양묵과 순례가 하는데 가장 부려먹기 좋은 상대가 학교에서 돌아온 수동이었다.
“수동아 깨 모종 하자.”
주둥이가 튀어나와 있는 수동이에게 하는 말이
“일하기 싫은 놈은 먹지도 말아야 한다.”
수동이는 비료 포대 안에서 나온 비닐을 씌워서 묶어 주면서
“들깨 모종 한 지개가 가을이면 10지개가 된단다.”
따라가 보니 소쿠리가 얹어진 지개에는 들깨 모종이 한 지개 얹어져 있었다.
“이렇게 키가 똑 같은 것끼리 네 개씩 떼어서 여기 수수와 수수를 심은 중간에 쭉 떼어 놓아라.”
“할머니가 심는 곳 하고 양쪽으로 가면서 떼어 놓아야 한다.”
수동이가 그렇게 양쪽을 오가며 들깨 모종을 떼어 놓으면 양묵과 순례는 호미로 심었다.
“수동아 여기 하나 더 놓아라.”
“네.”
“이렇게 콩이 안 나고 빈 곳에도 놓아야 노는 땅이 없지.”
그렇게 한 지개를 심고 집으로 올 때에는 마늘밭과 감자밭에서 강낭콩을 한 지개 뽑아 가지고 들어와서 옷을 갈아입고 잘 여문 강낭콩은 까서 아랫목에 말리고 덜 여문 강낭콩은 보리밥에 두어서 밥을 지었다.
수동이도 입이 튀어나온 채로 강낭콩을 깠다.
그렇게 열심히 강낭콩을 거두어들이지 만 조그만 시기가 지나면 바로 싹이 터서 뿌리가 나 강낭콩 나물이 되기 때문에 조막만 한 수동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수동이내는 소출이 별로 나지 않는 완두콩을 전혀 심지를 않았다.
그런 반면에 창복이내 마늘 밭에는 완두콩이 심어져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도 학교에서 돌아온 수동이에게 또 들깨 모종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뽕나무가 있는 길옆으로 쭉 심는데 아주 작심을 한 듯이 두 지개를 넘게 심었다.
그리고 돌아와 또 강낭콩을 깠는데 강낭콩을 까기도 귀찮지만 먹기도 싫어서 골라내면
“나는 강낭콩이 제일 맛있는데.”
하면서 정순은 제일 좋아했다.
“강낭콩 넣고 팍신한 감자 까 넣은 밀가루 범벅이 제일이지.”
하면서 점심은 늘 감자가 들어간 범벅을 만들었는데, 싹이 트는 눈이 많은 자주색 감자는 까는 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어서 정순은 가끔씩 수동이를 불러서 감자 까는 일을 시켰다.
감자를 까는 숟가락은 얼마나 많은 감자를 까 왔는지 삼분의 이밖에 안 남은 몽당 숟가락은 정순이 들고서 까고 수동이는 그 보다 조금 덜 달은 숟가락으로 까는데 조금이라고 감자가 더 파여 나가면
“감자 까기 싫다고 그렇게 뭉텅뭉텅 파내면 어떡하니 아까운 줄 모르고.”
“옆에서 강낭콩을 까던 순례가 한마디 했다,
사실 그래 봐야 낭비도 아닌데 감자 껍질과 썩은 감자는 따로 커다란 항아리에 모아서 보관을 하는데 칠월 한가한 날에 구린내가 나는 것을 꺼내어 체로 물을 부어 가며 거르고 가라앉히고 콩짚을 때서 남은 재를 보자기에 싸서 물에 담가서 우러난 잿물이 냄새와 독을 없애고 가라 앉혀 가면서 물을 갈아주기를 반복하여 가루만 햇볕에 말려서 가루를 만들어 강낭콩을 쪄서 만든 소를 넣고 송편은 빚어서 해 먹는데…….
점심은 거의 감자를 넣은 수제비나 감자 범벅을 해먹어야 했는데 감자 범벅은 감자를 솥에다 넣고 찌다가 어느 정도 익으면 중조(소다)를 조금 넣은 밀가루 반죽을 얹고 쪄서 감자와 으깨어 먹는데 이게 감자 범벅인데, 재덕이 밀반죽을 미리 먹고 감자는 숟가락으로 으깨어서 오이와 파를 썰어 만든 양념간장에 물을 부어 만든 냉국을 부어서 후루룩 마셔 버리는 것을 본 수동이도 똑같이 해 먹기 시작했다.
순례의 회갑을 몇 칠 앞두고 재순이와 교현이 내려왔다.
재덕은 뭐 마땅히 대접할 것이 없자 순복 이네 봇도랑에서 논으로 가는 물을 떼고, 막았다.
봇도랑에 물이 잦아지자 고기들이 바닥에서 팔딱팔딱 뛰는 것을 종다래끼에 주어 담으며 즐거워했다.
그리고 어른은 못 들어가지만 몸집이 작은 수동이를 방천 아래 구멍으로 들어가게 하여서 물이 덜 잦아든 방천 속에서 살려고, 꾸무럭거리는 고기들을 잡아서 밖에 있는 재덕과 교현 에게 건네주었다.
환갑은 지난 가을 재순의 결혼식 후에 있는 관계로 아주 가까운 친척들과 이웃을 불러서 조촐하게 치르기로 했다.
그런데 잔을 올리며 보니 영란은 새로 산 치마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정순이 넌지시.
“한복이 예쁘네, 얼 마 줬어요?”
영란이 옷값을 바로 애기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했다.
눈치 빠른 정순은 이내 서운함이 얼굴에 서렸다.
그렇게 순례의 환갑이라는 또 하나의 행사가 넘어가 재덕으로 서는 이년이 조금 넘는 동안에 세 번의 행사를 마쳤다.
그렇게 여름 방학이 되었고. 어느 비오는 날 아침 식구들이 둘러앉아 조반을 먹고 있는데, 부우 웅 하는 소리가 들렸다.
“웬 비오는 날 아침부터 비행기가 지나가나.”
하면서 밥을 계속해서 먹고 있는데, 비행기 소리가 그쳐야 할 시간이 지나도 나고 있어서 문을 열어보니 처마 밑에 불이 붙어서 타고 있었다.
“불이야! 불 불 불이야!”
재덕과 정순은 우물에서 물을 퍼다 끼얹었고 양묵은 신 대장 묘지가 있는 언덕에 올라 꽃재를 향하여 외쳤다.
“불이야! 불이야! 불이야!”
도림개 말 밤나무에 매달아 놓은 종이 울렸고, 동내 사람들이 오는 데로 물동이며 양동이를 들고 와서 물을 길어다 끼얹었다
정순과 재덕은 지붕에 올라가 낫으로 이엉을 끊어 내서 타는 부분을 잘라 내기 시작했고, 수동이는 순자를 안고 나와서 떨면서 서 있었다.
몇 사람이 더 지붕 위로 올라가 쇠스랑으로 부엌 지붕의 절반을 벗겨 내고서야 불길이 잡혔고, 비까지 오는 덕분에 한 시간 만에 불은 완전히 꺼졌다.
원인은 어제 저녁부터 내리던 비는 아침에도 줄기차게 내리고 있었고, 어제 저녁에 정순은 비 맞은 삼태기를 들어다가 아궁이에서 고무래로 재를 끌어내어 담아서 낙숫물이 떨어지는 처마 밑에 내 놓았다가 다시 아침에 아궁이에 재를 더 담아서 내 놓았고, 다시 화로를 들고 나온 순례가 뒷간까지 비를 맞으며 가서 재를 버리기가 귀찮아서 처마 밑에 있는 재가 담긴 삼태기가 있어서 거기다 쏟고 아까운 재가 빗물에 흘러내려 갈까 봐 안으로 들여 놓았는데, 공교롭게 삼태기가 걸리적거려서 옆으로 옮겨 놓았는데 하필 나무가 있는 곳이었다.
삼태기의 밑에서 옮겨 붙은 불은 부엌에 땔나무에서 다시 지붕으로 옮겨 붙은 것이었다.
그날 오후에 재덕은 명호 할머니가 하는 가게에서 북어 한 마리를 사다가 다시는 불이 나지 않게 하는 예방으로 대문에 걸었다.
그리고 급히 그런대로 나무를 잘라서 그슬린 서까래를 갈고 보릿짚으로 부엌 궁둥이를 가렸다.
여름방학이 되었고 서울에 사는 경동이 아들 준석이와 막내 동생 인동이가 곤충채집을 한다며 매미채와 상자를 가지고 내려왔다.
준석이와 인동이가 나비, 잠자리, 매미를 잡는 데 매미채로 잡으니까 잘 잡기도 했지만, 잡으면 주사기를 꺼내어 알코올 주사를 놓는 게 수동이가 보기에는 신기했다.
수동이의 육촌이 되는 인동이는 수동이보다 두 살이 많은 재천의 막내아들이고 재천의 손자 그러니까 경동의 아들 준석이는 인동이보다 두 살이 더 많은 육학년 이었다.
순자를 업고 있던 수동이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물막골 사는 인동이 누나 경숙이네 시집까지 따라갔다 왔다.
경숙이는 경동이의 동생으로 물막골 강릉 김씨 종갓집 며느리로 시집을 가 일곱 살 동순이와 네 살 동학 남매를 두고 있었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해서 수동이에게는 육촌 누님인 셈이었다.
그리고 방학 중에는 애향단 이라는 것을 동내 별로 만들어서 아침 다섯 시 전에 모이면 진승이의 형 이승이가 애향단 반장으로 아침마다 출석을 불렀고 학교가 가까워서 주로 학교에 모여서 진진돌이라는 놀이를 했는데 진순이가 뭐가 삐졌는지 아랫말 애들만 모아 가지고 아침 다섯 시 전에 모여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빗물에 파인 곳을 정리하는 일을 하고 나서 아침을 먹었다.
어느 비온 날 오후에 수동이는 뒤 사립문 뒤 도랑에서 오랜만에 물이 내려와 돌로 물을 막고 그전 황골 도랑에서 병에 물을 넣었다 뺐다 하던 것처럼 놀고 있었는데 반소매 셔츠 속으로 지렁이가 들어갔는지 뭔가 미끈거리는 느낌에 손을 넣어서 꺼내는데 손가락이 따끔하게 아팠다.
뱀이 손가락을 문 채고 끌려 나왔는데 수동아 손을 놓고 도망을 갔다.
“엉 엉 엉.”
수동이는 울면서 안으로 뛰어 들어가
“할머니 엉 엉엉 할머니.”
“아니 왜 울어?”
“배, 배, 뱀이 손가락을 물었어요.”
“그래 얼른 흙을 먹어라.”
수동이는 얼른 순례가 시키는 대로 흙은 조금 집어 먹었다.
“그래 어떻게 생긴 뱀인데 파랗고 알록달록한 빨간 점이 있는 뱀인데 저쪽으로 도망갔어요.”
“유혈목이 로구나. 뱀보다 먼저 흙을 먹었으니 괜찮을 거야. 이 그 이 녀석아, 가자 뱀 물린 덴 돼지 똥이 최고지.”
하면서 수동이를 데리고 병숙이네 돼지우리로 가서 작대기로 돼지 똥을 찍어서 뱀에 물린 자리에 묻히고 헝겊을 찾아서 묶어 주었다.
그리고 방학 중 이주일 정도가 지나자 대학생들이 농활을 나와서 학교에서 공부도 가르치고 노래와 율동을 가르쳤는데.
내 모자 세모났네. 세모난 내 모자 세모가 아닌 것은 내 모자 아니지.
내 양말 펑크 났네. 펑크 난 내 양말 펑크가 안 난 것은 내 양말 아니지.
그리고 수건돌리기를 해서 술래가 되면 노래를 부르게 하거나 엉덩이로 이름을 쓰게 하였다.
수동이는 그 바람에 조금이나마 순자를 내려놓고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 수가 있어서 좋았다.
그 때 마다 정순은
“에이그 기름종개 새끼처럼 빠져나가기는.”
했다.
그해부터 광복절 기념으로 청년들이 모여서 동내별 배구 시합을 같기로 해서 청년들이 모여서 열흘 넘게 연습을 했다.
만석이 용구 현수 선호 수철이 현기를 비롯한 젊은이들이 매일 같이 모여서 연습을 했다.
그리고 광복절 날에는 여섯 개 마을 이 모여서 시합을 했는데, 아침 일찍부터 한몫을 보려고 가게를 가진 사람들은 학교 마당에 노점을 차렸고. 새창벌에서 참외를 심은 심 서방은 지개에 소쿠리 가득히 참외를 가지고 와서 팔았다.
결과 도림개말 꽃재 아랫말이 한 팀이 된 화현이 방꼴과 접전 끝에 우승을 했다.
그리고 방학이 끝날 무렵 수동이는 미술 숙제로 미꾸라지 한 마리를 그려서 가지고 갔다.
가을누에는 힘이 들어서 반장만 신청해서 쳤는데 이유는 가을에는 뽕을 줄기째 따지 않고 잎만 따야 하고 줄기의 끝부분의 뽕잎은 남겨야 뽕나무가 죽지 않는다.
상호네 밭 끝에는 회색 진흙이 나왔는데 그게 옹기를 굽는 흙이라고 했는데 미술 시간에 수동이는 그 흙을 파 가지고 가서 오리를 한 마리 빚어서 내놓았는데 그게 학년말 까지 갔다.
그리고 그 밭에는 목화가 심어져 있었는데 몰래 목화 다래를 따 먹었다.
몇 칠 후 수업중인 시간에 ‘꽝“ 하는 소리와 함께 교실 창문이 흔들리고 아이 들이 모두 엎드렸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업자 일어나 수업을 계속 했는데 어떤 사람들이 영순내 방앗간에서 도림개말로 가는 개울에 있는 어른 장단지만 한 불발탄이 있었는데 거기에 나무를 쌓아놓고 사람들이 안 지나가는 때에 불을 지르고 한 200m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면서 터트린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수동이네 밭머리 돌담불에도 녹이 시뻘겋게 난 팔뚝만한 불발탄이 서너 개 있었다.
어정칠월이었지만 재덕은 우물을 파기 시작했다.
아래에 있는 공동 우물은 지난번 불이 났을 때 조금 멀기도 했지만 더 찝찝한 것은 두엄더미 아래에 있어서 늘 께름칙했는데 옆에다 우물을 파고 그물을 퍼서 길가 옆 밭을 논을 풀어서 벼를 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우물을 파고 밭에 있는 돌을 둘러쌓아 우물을 완성 시키니 정순이 엄청 좋아했다.
양묵은 부지런히 산으로 다니며 당년 동안 자란 싸리나무를 베어다 마당에 말뚝 두 개를 포개어 박아 놓고 싸리나무를 훑어서 껍질을 벗겨서 줄에 매달아 말렸다.
그리고 하얗게 벗겨 놓은 싸리나무 가지는 말려서 따로 쌓아 두었다.
무슨 나무인지 몰라도 벗겨 와 나무의 속껍질을 가늘게 쪼개어 말렸다.
그 뿐이 아니라 늦가을에는 한길이 넘게 자란 쑥대만을 골라서 베어다 묶어서 말렸다.
가을 선복은 점심 무렵 마당 쓸 때 쓰려고 싸리나무를 베러 산으로 올라가 나무를 베다가 잘못하여 왼쪽 손목을 낫으로 찍었다.
피가 분수처럼 솟아서 선복을 급히 칡을 끊어서 지혈을 하고 내려와 사랑 툇마루에 앉아서 이대로 안으로 들어가면 식구들이 놀랄 것 같아서 어떻게 하나 하고 생각에 잠겼다가 피를 많이 흘러서 그런지 잠이 쏟아져 깜빡 잠이 들었다.
그런데 수동이가 학교를 마치고 집을 가다가 피를 흘리며 비스듬히 누워 있는 선복을 발견하고
“외할아버지 왜 그래 다쳤어요.”
하면서 흔들어 깨웠다.
“응 괜찮아.”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 점심을 먹고 있는 식구들에게.
“외할아버지가 피를 흘리고 앉아 있어.”
식구들이 밥숟가락을 놓고 우르르 달려 나왔다.
“아이고 아버님,”
하면서 삼순이 눈물을 흘리며 울고불고 하였고.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선복은 식구들을 안심 시켰다.
그런데 용단은 피가 나는데 는 송진을 붙여서 지혈을 해야 한다며 만석을 시켜서 송진을 긁어 오라고 시켜서 송진을 손목 위에 붙이고 상처를 소창을 찢어서 감았다.
송진이 눌어붙어서 그런지 지혈이 되었다.
그런데 아물면서 손가락이 꾸부러진 체 펴지지 않고 굳어 버렸다.
힘줄이 끊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추석이 지나서 금순이 복순이 진순이는 미랑이에 집에 모여서 연극을 했는데 동내 엄마 들이 한 삼십 명 모여서 구경을 했다.
영순이와 명자는 동화 토끼와 거북이를 했고 금순이 복순이 진순이는 교과서에 나온 삼년 고개를 각색을 해서 연극을 했다.
초등학교 6학년짜리들이 기득하기도 했다.
그리고 가양초등학교는 진접초등학교 가양분교에서 가양초등학교로 정식 인가가 나고 2학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애뿐 여선생이 들어왔다.
그리고 운동회 연습 중 수동이네 청군이 억울하게 지고 말았다.
그리고 운동회비를 내라는 안내장을 선생님이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 수동이가 안내장을 받자마자 찢어 버렸다.
선생을 적이 당황했다.
수동이는 알게 모르게 폭력적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가을걷이가 시작되고 여름에 일궜던 화전에서 조 메밀 등을 베어서 털었으나 너무 응달진 곳이라 수확이 신통치 않았다.
그리고 경동이는 건축업을 한다면 산도 팔아 버렸다.
가을 추수가 끝나고 재덕은 영순이네 방앗간에 일을 다녔다.
소가 끄는 마차를 가지고 덜거덕 거리며 멀리 개겟말 안마산 까지 다니며 벼 가마를 저다 얹고 바를 묶어서 실어 오면 영순아버지가 방아를 찧어 놓은 것을 실어다 주고 다시 이웃에 벼를 실어 오는 일을 하면서 틈틈이 방앗간에서 일을 도왔다.
어쩌다 하교 길에 마차를 만나면 아이들이 뛰어올라 타기도 했다.
수동이도 덕말까지 타고 가서 노랗게 익은 감이 10개가 넘게 달린 감나무 가지 꺾어 주어서 얻어서 가지고 오기도 했다.
그리고 재천이 내외는 틈틈이 들려서 그 때마다 방골에 남겨 둔 논밭을 붙이는 완묵의 아들이자 사촌이 재수에게서 소작을 나누어 가는 데 그 편을 이용해 순례는 재순이 에게 보낼 들기름 참깨 팥 서리 태 밤콩 등을 주섬주섬 싸서 보냈다.
정순이도 몰래 들기름 한 병을 가지고 용단에게 가다가 순례에게 들키고 말았다.
“뭘 가지고 나가냐?”
“뭐 별것 아니에요.”
“별 것 아니라니 맨날 뒷구멍을 친정에 빼돌려.”
“어머닌 제가 뭘 그렇게 빼돌렸다고 그러세요.”
“그럼 그게 뭐냐. 빼 돌이는 게 아니면.”
“어머니는 보따리, 보따리 싸서 시누에게 보내면서 기름 한 병이 그렇게 아까우세요.”
“너 들어오너라!”
하면서 순례가 안방으로 들어가 앉아서 작심을 한 듯 조목조목 따지기 시작 했다.
“그래 내가 시누에게 뭘 그렇게 많이 보따리, 보따리, 싸서 보냈다고 하니 농사 저서 그 정도 인사 하는 게 뭐가 나쁘냐? 난 네가 나 에게 들기름 한 병만 주세요. 해서 가져갔다면 이야기도 안 했을 거 야.”
하면서 순례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화로 가에 앉아서 부젓가락으로 불시울을 두적이며 눈물을 흘리던 정순은 대꾸할 말을 찾고 있었으나 별로 뾰족한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너는 친정에서 그렇게 배웠냐? 어디 물건을 네 맘대로 가지고 나가고 들어오고 해, 배우지 못한 것이라고.”
순례가 그렇게 나오면 정순이 ‘아이고 어머니 잘못 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
“저는 여태껏 어머니를 시어머니라고 생각하지 않고 친 어머니라고 생각해 왔어요. 그런데 저에게 너무하시네요.”
“뭘 너무 했다고 하느냐?”
“어머니는 제가 모를 줄 아시지만 왜 같은 며느리인데, 지난 어머니 회갑 때 명자 엄마만 치마저고리 한 벌 해 주셨어요.”
“그리고 수동이도 같은 손자인데, 큰일에 가면 먹을 것 잘 챙겨 주시면서 우리 수동이 국수 한 젓가락 먹여 준적 있으세요.”
순례는 그렇게 또 한 번 당하고 나니 속이 끓어올라서 저녁 먹은 것이 얹혔는지 배가 아프다고 하더니 다음날부터 아침부터 먹지 않고 알아 누었다.
“할머니 진지 잡수세요.”
수동이가 몇 번을 오가며 진지 잡수라고 했으나 점심도 저녁 안 먹고 끙끙 알았다.
수동이가 들어가
“할머니 부추 넣고 끓인 죽 잡수시래요.”
했는데 순례는 대답도 않고.
“으 으 음, 물러가라, 물러가, 으으 음. 이 귀신같은 이라고.”
수동이가 밖으로 나와서
“할머니가 귀신, 귀신 그래요.”
재덕이 웃으며 정순에게
“여보 푸닥거리를 해야 하겠구먼 여보 무채 나물 세 접시 하고 밥 세 접시를 해.”
정순이 제일 작은 접시에 소금만 넣어서 만든 무채 나물 세 접시 밥 세 접시를 담아서 도마에 부엌칼 까지 얹어서 재덕에게 주었다.
방으로 들어온 재덕은 부엌칼을 들고.
“쉬 시집 못가고 죽은 생각씨 귀신, 장가 못가고 죽은 몽달귀신, 길거리 떠돌다 얻어먹지 못해 굶어 죽은 떠돌이 객사 귀신 모두 먹고 물러가라 젖은 것은 먹고 가고 마른 것은 지고 가고 썩 물러 가거라. 물러가지 않으면 팔문진경을 외워 가두고 옥추경을 외워 뼈도 못 추리게 하리라 쉬 이”
하면서, 누워 있는 순례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부엌칼을 휘 휘 휘둘러 귀신을 쫒아 내는 시늉을 하고 머리카락을 베는 시늉까지 했다.
그리고 들고 나가서 집으로 들어오는 삼거리 서서 또 한 번
“쉬 시집 못가고 죽은 생각씨 귀신, 장가 못가고 죽은 몽달귀신, 길거리 떠돌다 얻어먹지 못해 굶어 죽은 떠돌이 객사 귀신 모두 먹고 물러가라 젖은 것은 먹고 가고 마른 것은 지고 가고 썩 물러 가거라. 물러가지 않을 때에는 십이팔숙 진경을 외워 가두고 옥추경을 외워 뼈를 녹여 버리리라 쉬.”
하면서 부엌칼을 던졌다.
칼끝이 밖을 향하여 떨어져야 하는데 안으로 향하자 다시 한 번
“쉬 시집 못가고 죽은 귀신…….”
하고 칼을 다시 던졌다.
이번에는 칼끝이 밖을 향하여 떨어지자
“진즉에 그럴 것이지 쉬 뒤도 돌아보지 말고 떠나거라. 쉬”
그리고 접시에 담긴 무채 나물과 밥을 짚 꾸러미에 쏟아서 나무 뽕나무 가지에 올려놓고 접시와 도마 그리고 부엌칼은 대문밖에 놓아두고 들어왔다.
이튿날 재덕의 효심인지 순례는 털고 일어나 죽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동이내 집 앞에 돌담불 위에 있던 순복이내 아름드리 대추나무가 작년에 미쳤다며 전혀 대추가 열리지 않더니 올해는 죽었다.
뿐만 아니라 창복이내 돌담불 옆 순복이네 부엌 뒤 대추나무가 죽었다.
그런데 순복이내 마당가에 있는 것은 올해 미쳐서 나무에 구멍을 뚫고 똥물을 부으면 낳는다고 해서 순복 아버지가 그렇게 했는데도 비실비실 대며 죽어 가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섣달 추운 겨울날 순복이 증조할아버지가 돌아 가셨다.
90을 넘게 살다가 돌아가셔서 모두 다 호상이라고 했다.
순복이네 마당 아래 현용이네 논에는 모닥불이 피어 졌고 죽은 대추나무를 베어다 얹었다.
장손 수명이 만석에게 관을 짜는 일을 시켰고. 밤나무 앞산 밤나무 갓에 있는 밤나무 중 제일 밤이 안 열리는 것을 베어다 신주를 깎고 신주함도 만들었다.
그리고 부잣집답게 며느리를 비롯한 손주 며느리들은 모두 하얀 족두리를 썼다.
장사는 오 일 장사인데 장사를 지내기 전날 밤 인근 마을 사람들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여들었고 저녁 제사가 끝나고 횃불이 켜진 가운데 마당에는 다섯 마름의 멍석이 깔리고 커다란 떡 함지를 비롯한 제상에 올려 졌던 제물이 나왔다.
그리고 여느 집 제사보다 곱절이 큰 떡 덩어리에 옥춘도 두 개 씩이나 넣어지고 그 밖에도 다른 집에서는 반쪽도 먹기 힘든 떡 웃 지짐이도 두 개씩에 돼지고기 수육 한 절음에 보기도 힘든 마른 문어까지 넣어져 이중 그릇이 넘치도록 담아서 한사람도 빠짐없이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밤늦게 빈 꽃상여를 꾸며서 동내를 한 바퀴 돌았다.
그렇게 온 동네 사람들이 닷새 동안 순복이네 집에서 살다시피 하였다.
다음날 상여가 떠난 뒤 순복 할머니는 시아버지의 옷가지를 모닥불에 던지는데 대추나무 등걸은 닷새를 타고 팔뚝만 하게 남아 있었다.
장지는 논골 위 산 중턱 이였다.
장사가 거의 끝나고 봉분이 모아질 때 황구정의 처남 진승대가 재덕을 불러 세웠다.
“야 재덕이 나 좀 보자.”
“왜 뭐 때매”
“네가 뭔데 황가를 들먹이고 재산 분배에 관여를 해”
“김가 재산인데 내가 관여를 하지 않으면 누가해 넌 삼자니까 이렇군, 저렇군, 말 할 자격 없잖아”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이따 한판 붙자”
“누가 붙자면 겁낼 줄 알아”
재덕은 싸움을 피하는 그런 성격이 아니었고, 누구든 시비가 붙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래 너 임자 만난 줄 알아 이따 아주 조용한 곳에서 한판 단단히 붙자.”
“좋아 너야 말로 오늘 임자 제대로 만난 줄 알아라. 아주 박살을 내주마.”
두 사람 모두 제대로 한판 붙을 모양이었다.
보통 사람들인 그 자리에서 싸움을 하게 되고 사람들이 모여들어 구경을 하다가 말리게 되는 게 인지상정 이다.
그러면 말리면 더 식식대거나 마지못해 싸움을 그만 두게 되는 게 정상이다.
그리고 누군가 말려 주기를 바라면서 싸움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두 사람은 아주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심야의 결투를 하자고 하고 있었다.
재덕은 진승대가 한가락 하는 위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이 자식을 어떻게 패 줄까 하고 궁리를 하다가 그거면 녀석을 작살을 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났다.
진승대는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저녁때 까지 재덕을 자극했다.
“이따 어디가 좋을까. 아무도 보지 않는 곳이라야 하는데 저 건너 산모퉁이가 어떨까?”
“거기도 괜찮지 거리라면 너 같은 놈 죽여서 묻어 버리기도 쉽고 아주 좋은데.”
“도망갈 생각은 아예 마라라 오늘 저녁이 네 제삿날이니까.”
“누가 할 소리 너 걸려도 아주 잘못 걸렸어.”
장사를 지내는 동안 고마웠다며 한잔 하고 가라는 순복 아버지 수명이의 제의를 사양하며 집으로 향하는 데 승대가
“야 어딜 가 한판 붙기로 했잖아.”
“알았어, 집에 잠깐 들려서 나올게 어디 가지 말고 기다려라.”
그렇게 창복이네 마당까지 쫓아와 있었다.
재덕이 씩씩거리며 집으로 들어와 건넌방 모서리 기둥에 헌 메리야스를 가늘게 찢어서 감아 놓은 폐 베어링 외륜을 꺼내면서
“이놈의 새끼를 오늘…….”
재덕은 집으로 식식거리며 들어와서 방 모퉁이 기둥에 걸어 놓은 폐 베어링 외륜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나갔다.
그 폐 베어링 외륜은 헌 메리야스를 가늘게 찢어 감아 놓은 상태로 두 손가락이 딱 들어가고 주먹을 쥐기 좋을 상태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진성대는 약간 뒤가 켕겼는지, 구정이의 동생 구철이를 불러서.
“처남 저기 저 건넌방이 좋겠네, 저기 숨어 있다가 만약 내가 불리하면 들어와서 도와 줘, 새끼를 저 건넌방에서 아주 작살을 낼 태니까.”
이윽고 재덕이 나타나자.
“야 내가 살펴보니 아무도 없는 저기가 좋겠네.”
마침 창복이네는 모두 증조할아버지 장사를 지내고 큰집에 가 있어서 아무도 없었다.
재덕을 그가 가자는 대로 그를 따라 아무도 없는 창복이네 건넌방으로 들어갔다.
들어서자마자 몸싸움이 시작되었다.
승대는 재덕보다 덩치가 좋아서 재덕을 쉽게 밀어서 아랫목 구석으로 넘기고 주먹을 날렸다.
재덕은 앉은 자세로 오른팔로 승대의 머리를 감아쥐고 주머니에 베어링 외륜을 손가락에 끼고 손을 빼고 주먹을 움켜쥐고 승대의 정수리를 치기 시작했다.
머리가 터지며 피가 솟구치고 승대가 비명을 질렀다.
“아이쿠, 아, 아 아.”
밖에서 있던 구정이 급히 뛰어 들었다.
“야 이 새끼야.”
재덕은 뜻밖에 복병이 뛰어들자 이번에는 승대를 놓고 구철이의 머리를 감싸 쥐고 오른손으로 구철의 정수리를 찍었다.
“오냐 오늘 처남 매부 두 놈 다 보내 주마, 으, 으, 응.”
재덕보다 다섯 살이나 어린 구철도 머리가 터지고
“악 아이쿠, 아이고.”
그 틈에 정신을 차린 승대가 이번에는 구철을 감싸고 있는 재덕의 왼손을 잡아당겨서 구철이가 빠져나오게 하면서 악에 바쳐서 손목을 물고 피를 빨기 시작했다.
“이거 놔라, 개새끼처럼 물고 빨지 말고.”
재덕은 이를 부드득 갈면서 다시 승대의 정수리를 마구 쥐어박았다.
승대의 도움으로 재덕에게서 빠져나온 구철이 이마를 만져 보니 끈적이는 액체가 피가 분명했다.
승대는 세대를 더 맞고 견디지 못하고 물었던 재덕의 손목을 놓았다 그리고 입안에 잔득 머금었던 피를 ‘푸’ 하면서 뿜었다.
첫댓글 아 끔찍한 폭력 전쟁트라우마와 현실이 역어지는 폭력 그렇게 밖에 살수 없는 주인공 어떻게 될까요?
궁금증이 더해서 다음편을 또 기다려 지게 해네요.
이제 마지막 폭력이었으면 좋겠네요.
생이란 소설 처럼 쉽게 끝나지 않는답니다 .
모진 세파를 혜치고 마지막 항구에 무었을 실고 들어 오느냐가 인간의 삶의 모든것이 아닐까요?
폭력이 많네요ㅜㅠ 그래도 재미잇어요 다음푠이 기댜되요~~
이제 조금 지나면 님의 눈물으 요구 하겠습니다.
기다려 주시고 꼭꼭 읽어주세요
재밌어요. 다음 편도 기대 할께요.
감사 합니다.
좀더 나은 내용의 작품을 위해서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