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아빠, 스물 엄마
[23]
소림은 말도 안됀 다는 얼굴로 하련을 바라보고 있고, 하련은 그런 소림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렇게 웃고 있다.
“미친년, 웃지마”
“승민이 못 본 사이에 많이 큰거 같아”
옆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놀고 있는 승민을 바라보며 말하는 하련의 행동에
소림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 다는 얼굴로 하련을 바라본다.
“왜 그렇게 보고 그래”
“그래서 너 혼자 키우겠다 이거야?”
“응, 너도 하는데 내가 못할게 뭐 있어”
“미친년, 친구 따라 강남 간다지만 넌 안돼!! 절대!!!”
절대 안됀다며 하련을 말리는 소림이지만, 이미 마음을 굳게 먹은 하련은 자신의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다. 그저 자신의 옆에서 입 주변에 아이스크림을 잔뜩 묻히며 먹는
승민을 예쁘다는 눈으로 바라볼 뿐..
“우리 우연이가 딸이면, 우리 사돈 맺을까?”
하련의 뜬금없는 소리에 소림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하련을 바라본다.
더 말리지 못한 자신이 너무 후회가 된다.
싫다고 그래도 억지로라도 수술을 시켰어야 하는 거였다며, 그렇게 자신을 자책하는
소림은 결국 눈물을 흘려버린다.
“니가 왜 울어..”
“답답해서 운다. 답답해서..”
“박소림..”
“밥은 먹고 다니냐? 왜 그렇게 말랐어?”
부쩍 말라 보이는 하련이 안쓰러운 소림은 몸보신이라도 시켜줘야 겠다며 하련을 잡아 이끌고
승민은 갑작스런 엄마의 행동에 놀란 듯 아직 남은 아이스크림을 애처롭게 바라본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가겠다며 고집을 피우는 승민에게 밥 먹고 더 큰 아이스크림을 사준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간신히 카페를 나올 수 있었다.
“어디 가는데”
“너 몸보신 하러”
그렇게 하련을 잡아 이끌고 도착한 곳은 맛좋기로 소문난 삼계탕집
신발을 대충 벗고 들어가 자리를 잡은 소림은 하련에게 묻지도 않은체 삼계탕을 주문한다.
“나 배 안고픈데..”
“안고파도 먹어, 너 사주는거 아니라 내 조카 사주는 거니까”
주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먹음직스러운 삼계탕이 앞에 놓이고,
하련은 별로 땡기지 않지만 그래도 소림의 성의를 생각해 먹기 시작한다.
깨작깨작 거리는 하련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승민에게 닭고기를 발라주던 소림이
닭다리 하나를 뜯어 하련에게 건낸다.
“너도 먹어야지..”
“우연이 낳아서 키울 거라며, 그럼 니가 먼저 강해져야 한다는 거 잊지마”
소림에게 닭다리를 받아든 하련은 강해지기 위해, 좋은 엄마 멋진 엄마가 되기 위해
꼭꼭 씹어 삼계탕을 먹기 시작하고, 이내 한 그릇을 깨끗이 비워낸다.
“나 당분간 서울에 없을 거야”
삼계탕을 다 먹고, 승민에게 약속한 아이스크림을 사주기 위해 걸음을 옮기던 하련이
중얼 거리 듯 말을 건내자 소림이 멈춰 선다.
“어디 가는데?”
“그냥, 서울 아니면 어디든지”
“미쳤어!! 너 우연이 낳으면 몸도 풀어야 하고..”
“걱정마 그 전에는 돌아 올거니까”
하련의 말에 소림이 고개를 끄덕이고, 어디를 가든지 연락 끊으면 안됀다는 말을 몇 번이고
되새기고 또 되새긴다.
하련은 더 이상 서울에 있을 자신이 없다.
서울에 계속 있으면 또 다시 강우를 찾아 갈 것 만 같아, 강우를 찾아가
이 뱃속에서 크고 있는 아이가 이강우의 아이라고 말 할 것 같아.. 하련은 피하려 한다.
비겁하고, 야비해 보일지 모르지만 하련에게 있어 이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
마지막으로 한 번만 보겠다는 마음으로 도착한 병원, 아예 병원 안으로 들어서지도 못한체
하련은 밖에 서성일 뿐이다.
그런 하련의 귓가에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하련의 고개가 돌아가고,
역시나 그 곳에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를 하는 강우가 있고,
그리고 그 옆에는 예쁜 웃음으로 강우의 얘기를 듣는 세리가 있다.
너무나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의 모습에 하련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진다.
많이 좋아진 강우의 모습도, 많이 행복해 보이는 강우의 모습도 하나하나 자신의 눈에
담기라도 하는 듯 하련은 강우에게서 쉽게 눈을 때지 못한다.
강우가 세리를 향해 손짓 하자, 세리가 조금 더 가까이 강우를 향해 다가서고,
이내 강우는 그런 세리의 볼에 입을 맞춘다.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는 세리와 그런 세리가 귀엽다는 듯 바라보는 강우를
등지고 돌아서는 하련은 조금은 아파 오는 심장을 괜찮다고 다독이며 걸음을 옮긴다.
자신을 잃어버린 만큼, 더 행복하길 바라면서..
집으로 향하던 하련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한참 통화음이 울리더니 이내 듣기 좋은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엄마..”
떨리는 하련의 목소리를 알아차린 건지 하련의 엄마는 무슨 일 있냐며 물어오고
하련은 애써 아무 일도 아니라며 엄마를 안심시킨다.
“아무 일 없지?”
[일은.. 너 몸은 괜찮고?]
“당연하지, 나 엄마 딸이라 튼튼하잖아”
[먹고 싶은 건 없고? 참.. 강우가 잘해주니?]
“응, 그럼 잘해..주지..”
잘해준다고 말하는 하련의 목소리가 떨려오고, 이내 눈물이 맺힌다.
오늘 같은 날은 그냥 엄마 품에 안겨서 펑펑 울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엄마, 아빠에게 큰 대못을 박은 하련은 행복한 모습만 보이고 싶고, 잘 사는 모습만 보이고 싶다.
그래서 결국 하련은 거짓말을 해버린다.
“또 연락할게, 엄마도 아프지 말고..응, 알겠어”
마지막 까지 신신당부를 하는 엄마가 전화를 끊고, 하련은 차마 할 수 없었던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엄마.. 미안, 미안해.. 미안해..”
.....
새벽 동이 트기 무섭게 하련은 챙겨 두었던 짐을 챙겨 집을 나서던 하련이 멈춰 선다.
언젠가 다시 돌아오게 될 집을 가만히 둘러보는 하련은 강우의 흔적을 찾기라도 하려는 듯
그렇게 한참을 둘러본다.
다시 이 집에 들어 올 때는 모든 걸 잊고,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오겠다며 작은 다짐을 하는
하련이 그렇게 집을 나선다.
제법 무거운 짐가방을 낑낑거리며 들고 도착한 버스터미널, 하련은 어디가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의자에 앉아 고민 아닌 고민을 하다, 문뜩 바다가 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강릉으로 가는
버스표를 구입했다.
아직 출발 하려면 좀 남은 시간 하련은 배가 고파오고, 자신이 배가 고프다는 걸 알리기라도 하는 듯
뱃속에서 쉬지 않고 꿈틀거리는 우연에게 조금만 참으라고 말하며 버스정류장 옆에 자리 잡고 있는
백반집으로 들어선다.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 사이에 자리를 잡은 하련은 김치찌개를 시켰고
이내 군침 넘어가게 만드는 김치찌개가 앞에 놓여진다.
하나같이 맛있는 반찬들을 하나하나 집어 먹으며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운 하련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오랜만에 맛있게 먹은 밥 한 끼가 하련을 행복하게 만든다.
옆에 내려놓았던 가방을 집어 들고 돈을 지불한 하련이 버스 출발 시간이 가까워졌다는 사실에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역시나, 이미 도착해 있는 버스에 올라탄 하련이 자리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잠든 남자 옆의 빈자리가 자신의 자리 란걸 알아차린 하련이
낯선 남자와 함께 앉는 다는 게 조금 그렇긴 했지만 하련은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자리에 앉는다.
들고 온 짐가방을 발 아래 내려놓고 이제 막 해가 뜨는 창밖을 바라보던 하련의 시선이
자연스레 자신의 옆에 앉은 남자를 향한다.
검은색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자는 건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남자를 빤히 바라보던 하련은
차가 출발하기 무섭게 몰려오는 잠을 어떻게든 이겨보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듯
고개가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한다.
깊은 잠에 든 건지 차가 급정거를 해도 모르고 잠을 자는 하련의 머리로 커다란 손 하나가 다가온다.
그리고 자신의 어깨로 하련의 머리를 잡아당기는 손길이 조심스럽다.
누구의 어깨인지도 모른 체 잘도 자는 하련의 모습을 바라보던 남자의 입가에 웃음이 번지고,
뭐가 그리도 웃긴지 남자는 창밖으로 시선을 옮긴다.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비춰오고, 검은 모자 아래로 내려온 갈색 머리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
슬슬.. 새로운 인물이 등장 해야겠죠???
세상에서 제일 예쁜이♡들 고마워요!!
<쿠로이★>
<무늬만고등학생>
<ŁΟνё①ⓞⓞ...>
<하얀-->
<있뿅언냐>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중편 ]
열아홉 아빠, 스물 엄마 23
o소금인형
추천 0
조회 418
08.08.23 23:54
댓글 8
다음검색
첫댓글 조회수 0에 첫 일빠랍니당.ㅋㅋ
그래두 나중에 강우랑 잘되는거죠??전 강우가 조은데.ㅎ
후훗 이남자가 우연이의 아빠가 되었으면..후훗
새로운 인물 ㅋㅋㅋㅋ기대되네요><
지금 나오는 인물이 새로운인물?? 이번에 나오는 인물은 어떤 영향을 끼칠지 기대되는데요..
검은모자의 사나이?가 새로운 인물인가요?,,, 그래도 강우가 우연이 낳기전에 기억을 되찾았으면 좋을텐데....
읏흥????? 그 남자아이가 또 왔네?? 네 정체를 밝히렸다!!
혹시 새로운남자아이랑 룰루랄라되는그런거에욧 ? ??그래도아직은 강우가 조은뎅...............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