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회 보궐선임 논란 ‘종지부’
법정 인원 초과만 보궐선임 가능
정족수 미달한 대의원회 의결 무효
대의원회 후속 결의도 효력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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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의 사퇴나 해임 등으로 법정 최소 인원수를 충족하지 못한 대의원회는 대의원 보궐선임이 불가능하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로 일선 현장에서 일었던 대의원회의 보궐선임 가부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대법원은 제3부(주심 노정희)는 지난달 12일 서울 A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B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등 소송에서 법정 최소 인원수에 미달된 대의원회에서 결의한 대의원 보궐선임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무효인 대의원회에서 결의한 후속 결의도 효력이 없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대의원이 임기 중 궐위된 경우 대의원회의 결의로 보궐선임할 수 있는지 여부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대의원회에서 대의원을 보궐선임할 수 있는지를 두고 의견이 충돌해왔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는 조합원이 100명 이상인 경우에는 대의원회를 의무적으로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의원 수는 조합원 1/10 이상이어야 하고, 대의원이 100명이 넘는 경우에는 100명 이상이면 된다.
문제는 대의원이 임기 중에 사퇴나 해임 등으로 궐위된 경우다. 법령상 대의원은 총회 의결을 거쳐 선임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임기 중 궐위된 대의원은 대의원회에서 보궐선임할 수 있는 예외조항이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법정 대의원 수에 미달되는 경우 대의원회에서 보궐선임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법령 문구만 보면 정관에 보궐선임 규정이 있다면 대의원회에서 대의원을 선임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대의원회가 법정 인원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의원을 보궐선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대의원의 선임은 원칙적으로 총회 의결사항인데 법령상 최소 인원수에 미달된 대의원회가 총회 권한을 대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논리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대의원 수가 법정 인원을 초과하는 대의원회에서만 궐위된 대의원을 보궐선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개발조합 등의 대의원회는 총회의 의결사항 중 일정한 사항에 대해 총회를 대신해 결의할 수 있는 대표기관이자 권한대행기관”이라며 “대의원회의 대표성을 확보·강화하기 위해 대의원의 최소 인원수를 정하고, 대의원의 선임 및 해임에 간해 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시정비법상의 최소 인원수에 미치지 못하는 대의원으로 구성된 대의원회는 총회의 권한을 대행해 적법한 결의를 할 수 없다”며 “임기 중 궐위된 대의원의 보궐선임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대법원은 법정 인원수에 미달된 대의원회에서 대의원을 선정한 결의가 무효이고, 무효인 대의원회의 결의도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실제로 A조합은 지난 2015년 7월 대의원회에서 대의원 3인을 선임했고, 약 일주일 후인 30일 조합 해산과 9명의 청산인 임명을 결의했다. 이후 청산인 9명은 같은 해 8월 청산인회를 개최해 청산인 중 한명인 B씨를 대표청산인 선임을 결의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보궐선임을 실시할 수 없는 대의원회에서 선임한 대의원은 자격이 없고, 대의원회에서 임명된 9명의 청산인 결의도 효력이 없다”며 “청산인 9명이 개최해 대표청산인을 선임한 청산인회의 결의도 효력이 없다는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조운의 박일규 변호사는 “그동안 대다수의 법원은 물론 법제처에서도 대의원회의 보궐선임에 대해 대법원과 유사한 해석론을 견지해왔다”며 “이번 판결로 법정 최소 대의원 수에 미달하는 대의원회의 대의원 보궐선임에 대한 논란은 사라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번 사건 구역처럼 해산·청산을 앞두고 있는 등의 이유로 현실적으로 총회가 어려운 경우 대의원회의 대행이 불가피하다”며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서 조합 해산·청산기간을 단축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목적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