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fmkorea.com/6692325218
우선, 우리가 지금 아는 타임머신을 대중화시킨 건
1895년에 <타임머신>으로 스타덤에 오른 SF의 선구자 허버트 조지 웰스 덕분이다.
그리고 한 100년 동안은 웰스가 타임머신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소설에 제시한 인물이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이후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반 정도만 맞는 사실이다.
웰스가 타임머신이라는 '단어'를 만든 건 사실이지만, 개념을 제시한 사람은 먼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타임머신의 개념을 먼저 제시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우선, 타임머신의 원조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한 가지 확실히 하고 가야 할 사실이 있다.
바로 타임머신이 등장하기 전에도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는 있었다는 것이다.
'어느 날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내가 과거/미래에?'라는 내용의 이야기 형식은
매우 많은 문화권에 댜양한 버전의 전설로 옛날부터 전해 내려져왔다.
이런 이야기의 원형은 크라테 동굴에서 57년 동안 잠들었다가 일어나보니
예지력을 가지고 깨어난 에피메니데스의 전설이 원형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처럼 초기의 시간 여행 이야기는 타임머신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힘에 의해 타임슬립하게 된 이야기가 많다.
그중 소설로 쓰여진 몇몇 작품들을 살펴보자.
초기 유토피아 소설로 평가를 받는 루이스 세바스티앙 메르시에가 쓴 1771년작
<서기 2440년>에서는 주인공이 자고 일어나 보니
몇 세기가 지난 2440년의 파리로 타임슬립을 하게 되었다는 설정이다.
그리고 미국인이 미국에 대해 쓴 첫 번째 소설로 유명한 워싱턴 어빙의 소설
<립 밴 윙클>에서도 영국 식민지 시절에 살고 있던 립이 자고 일어나 보니
20년의 세월이 흘러 미국이 독립한 시기에 타임슬립 했다는 설정이다.
반대로 당연히 과거로 타임슬립을 하게 된 경우도 있었는데,
마크 트웨인의 작품 <아서 왕 궁정의 코네티컷 양키>에서는
19세기에 살고 있는 한 공장의 작업반장이 쇄석기에 머리를 부딪혀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나니 6세기 아서 왕이 실존하는 카멜롯으로 타임슬립했다는 설정이다.
그렇다면 이제 과연 타임머신의 원조는 누구였는지 알아보자.
그 주인공은 바로 웰스보다 14년이나 빠른 1881년에
"과거로 가는 시계(The Clock Going Backwards,1881)"를 쓴 에드워드 페이지 미첼이다.
뉴욕 일간지 더 선(당연하지만 그 '더 선' 아닙니다.)의 편집자이자 단편 소설가였던 그는
생전에는 주목을 받지 못하고 평범한 삶을 살다가 생을 마감했다.
이후 1973년에 샘 모스코비츠라는 작가이자 SF 역사가에 의해 재조명을 받으면서
'시계'라는 도구를 이용한 첫 번째 시간 여행 소설이라는 타이틀과
타임 패러독스를 중심 주제로 삼은 첫 번째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이 에드워드 페이지 미첼의 소설은 공상과학 소설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최초로 도구를 사용해서 타임 슬립을 하는 형태의 이야기를 써낸 건 사실이지만,
"시계를 타임머신이라고 하기엔 어렵지 않냐"는 의견이다.
다시 말하자면, 시계는 타임머신이라고 하기엔 너무 짜치지 않냐는 말이다.
이렇게 타임머신의 원조는 다시 웰스 쪽으로 기우는 듯 했으나...
놀랍게도 또 다른 타임머신의 원조가 이번에는 스페인에서 재조명을 받게 되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스페인의 외교관이자 극작가였던 엔리케 가스파르였다.
그는 웰스의 소설 <타임머신>보다 빠른 1887년에
'El anacronópete(의역하면 시간을 거스르는 자, 영문판의 제목은 타임쉽이다.)'를 써냈다.
그의 타임머신 디자인은 쇠로 주조된 큼지막한 박스 형태이며, 전기로 작동한다.
전기는 네 개의 커다란 공기 관으로 구성된 시간 여행 장치를 구동시키며
과거로 시간이동을 해도 나이가 어려지지 않도록 방지하는 가르시아 액 제조설비에 동력을 공급한다.
시간 여행의 원리는 매우 간단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대기권으로 올라간 다음
지구 자전방향과 반대로 빠르게 날아가는 방식으로 시간여행을 한다는 설정이다.
이처럼 꽤 디테일한 설정을 갖추었지만, 당시 스페인은 점점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기 때문에
낭만주의적 성향을 지닌 이 작품은 안타깝게도 대중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20세기 말부터 타임머신의 원조라는 타이틀과 함께 주목을 받게 되었고,
영어로 번역본이 나오면서 늦게나마 전세계의 SF 팬들에게 소개되었다.
첫댓글 도우너 깐따삐야
역시 역사가 증명하는 클리셰였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