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경험이 풍부한 러너라 하더라도 출발선에 서면 누구나 흥분이 된다. 선수 경력이 풍부한 필자 역시 출발선에 서면 흥분되긴 마찬가지이다. 흥분된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은 앞줄에 서려고 서로 밀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은 성숙된 러너가 보여서는 안되는 행동이다. 출발과 동시에 서로에게 밀쳐 넘어지게 되면 결국은 우리 모두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또 맨 앞에서 출발하다 보면 흥분에 휩싸여 자신도 모르게 오버페이스를 하게 된다. 초반의 오버페이스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풀코스 마라톤의 성공 여부는 초반 레이스 운영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초반 페이스 조절은 중요하다. 초반의 10초는 후반의 10분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고 출발할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운동장을 빠져 나와 광장을 지나 오른쪽으로 돌면 약 3Km가량 되는 경사 6도의 오르막이 이어진다. 첫 오르막이면서 힘이 충분한 상태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오버페이스를 하게 되나. 오르막에서 시간을 좀 벌어두면 시간 단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절대로 오산이다. 초반에 무리하게 되면 완주에 필요한 에너지가 쉽게 고갈되어 완주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오르막이 끝나면 바로 내리막이 이어진다. 오르막에서의 손해를 내리막에서 보상받으려는 생각은 절대 금물이다. 오르막에 비해 내리막은 보폭을 크게 해서 경쾌하게 달린다. 내리막에서는 평지보다 많은 하중이 아킬레스건과 관절에 가해지므로 가볍게 달리는 것이 좋다.
계속 내리막길을 달리다 보면 종합사격장 입구인 5Km지점을 지나게 된다. 5Km 지점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과 반드시 물을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마시고 싶지 않더라도 반드시 섭취해야 한다. 몸에서 갈증을 느끼는 시기가 오면 탈수가 일어난 상태이므로 갈증을 느끼기 전에 미리 마셔두어야 한다.
② 5∼10Km
이후 6Km 지점까지는 내리막길을 달리게 된다. 오른쪽으로는 시원한 의암호를, 왼쪽으로는 단풍으로 물든 아름다운 산을 사이에 두고 달리게 된다. 7Km 지점에서는 의암댐을 오른쪽에 두고 90도 방향으로 틀면서 의암교를 건너게 된다. 달리는 속도를 약간 늦추는 것이 급격한 커브길을 달리는 요령이다. 너무 오른쪽으로 붙어서 커브길을 틀다 보면 난간에 부딪칠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의암교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으로 돌면 7.5Km 지점 표지판이 있다. 시원하게 펼쳐진 의암호와 가을 단풍을 사이로 펼쳐진 완만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잠시나마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춘천마라톤 코스를 즐기느 요령이 될 것이다. 평탄한 길을 달리다 보면 붕어섬 초입인 10km지점에 다다르게 된다.
③ 10∼15Km
긴장감이 감돌았던 출발 지점과 초반 레이스의 초조함을 잊고 본격적인 레이스를 전개해 보자. 이제부터는 지금까지 훈련해 왔던 경험을 살려 페이스를 조절해야한다. 훈련해 왔던 기록보다 페이스가 늦더라도 절대 서두르지 말고 조금씩 페이스를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컨디션이 좋다고 서두르면 자칫 오버페이스에 말려드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할 것이다. 10Km지점부터는 전체적으로 약간의 오르막이 이어진다. 오른쪽의 시원한 의암호와 변화가 많은 도로를 달리면서 즐기면 지루함이 조금은 덜할 것이다. SK 주유소 앞에서 오른쪽으로 굽은 도로를 지나면 15Km 지점인 성어촌 앞에 다다를 것이다.
④ 15∼20Km
도로 양옆으로 펼쳐지는 농가를 바라보며 달리다 보면, 박사마을과 신숭겸 장군 묘역 앞을 지나 17Km 지점에서 두 번째의 오르막길을 만나게 된다. 오르막의 길이는 약 300m 에 불과하지만 11도 경사의 가파른 오르막이라는 점과 레이스 중반으로 접어든 시점이라는 것이 러너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오르막에서의 주법은 보폭과 팔의 스윙을 조금 작게 해야 지나친 에너지의 소모를 막을 수 있다. 오르막이 지나면 완만한 내리막길이 이어지므로 리듬을 타고 가볍게 달리면서 오르막에서의 피로를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18.7Km 지점의 신매주유소를 지나서 서상초등학교 앞을 지나면 20Km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⑤ 20∼25Km
22Km 까지는 평탄한 코스를 달리게 되나 서서히 피로가 오기 시작하는 곳이기도 하다. 무거운 다리와 부자연스러워진 팔 동작, 어깨마저 묵직함을 느낄 것이다. 달리면서 팔을 털어 어깨를 풀어주면서 달리면 한결 편하게 달릴 수 있다.
23km지점에서부터 26Km까지는 지루할 정도의 긴 오르막 길이 이어진다. 조금씩 리듬이 깨지고 정신적으로도 부담이 시작되는 구간이다. 훈련이 충분히 되어 있는 러너라면 조금은 피로하더라도 자신이 정해놓은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달려야 할 거리가 많이 있으므로 절대로 무리해서는 안된다. 훈련량이 부족하거나 심한 피로를 느끼는 러너들은 페이스를 조금 줄일 필요가 있다.
25Km 급수대는 오르막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다소 지치고 귀찮다고 해서 급수대를 그냥 지나치지 않도록 한다. 페이스를 조금 줄이더라도 물을 마시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⑥ 25∼30Km
25Km를 지나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춘천댐을 만나게 된다. 엘리트 선수들도 어느정도 부담이 되는 힘든 구간이다. 피로가 누적된 러너들에겐 큰 고비가 되는 구간이 될 것이다. 다행히 27Km지점을 지나면 내리막 길이 시작되므로 누적된 피로를 조금이나마 회복시키면서 달릴 수 있는 구간이다. 이제부터 코스에 대한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될만큼 평탄한 코스가 이어진다. 다만 육체와 정신적 고통이 조금씩 시작되는 시기이므로 인내심을 발휘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준비가 부족했거나, 에너지의 소비가 많았던 러너들은 걷고 싶은 충동도 조금씩 생기게 된다. 하지만 본격적인 고비는 30Km 이후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⑦ 30∼35Km
'마라톤은 지금부터 시작이다'라는 굳은 의지가 필요할 때다.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되는 시기로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가끔은 자신을 괴롭히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부담 가질 필요는 없다. 충분히 훈련된 러너라면 남은 12Km는 충분히 극복하고도 남을 테니까. 하지만, 초반에 오버페이스를 한 러너들은 지금부터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게 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별 무리 없이 페이스 조절을 잘해 왓따면 이제부터는 기록에 좀더 욕심을 내보자. 지금부터 포기하지 않고 좀더 피치를 올린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결과가 있을 것이다.
시내로 접어들면서 넓고 곧게 뻗은 길을 달리다 보면 35Km 지점인 법무부 갱생보호소 앞을 지나게 된다.
⑧ 35∼40Km
흔히 말하는 '마라톤의 벽'을 만나게 된다. 체력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는 시점이다. 고도의 정신력이 내 자신을 이끌어가고 있을 것이다. 필자도 35Km 지점 이후에 '마라톤 벽'의 고통을 수없이 느꼈다. 때론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내 자신을 지배하기도 했지만 절대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도중에 포기한다는 것은 내 자신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37Km 지점인 소양2교를 지나면서도 내 자신과의 싸움은 계속된다. 38Km지점부터 시작되는 넓고 지루한 도로는 지친 러너들을 더욱더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고통이 내 자신을 지배할 때마다 결승점을 통과하는 자랑스러운 모습을 상상해 보자. 지정한 러너라면 때론 고통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40Km에 다가갈수록 희미해져 가는 내 정신을 일깨워 주고, 지친 내 자신에게 새로운 힘이 되는 함성이 들린다. 바로 연도의 시민들이 보내주는 환호와 응원소리다. 받아보지 못한 러너들은 그 힘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고통과 싸우면서 어느덧 40Km 지점인 시외버스 터미널 앞을 지나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면서 스스로 대견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⑨ 40Km∼골인S
연도의 시민들이 보내는 환호와 함성은 계속된다. 마치 '나'를 응원하기 위해서 나온 것 같은 착각도 해본다. 고통을 이겨내며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는 자랑스런 내 모습을 느껴보자. 벅차오르는 감격과 함께 희열을 느끼면서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운동장에 들어와서 트랙을 한 바퀴 돌면 결승선을 통과하게 된다. 드디어 골인이다. 무의식적으로 기록을 확인해 본다.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당당하게 승리한 여러분에겐 기록은 단지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춘천마라톤의 주인공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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