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 거 리 -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페테르부르크의 한 관청에서 서기로 일하는 9등관 말단관리였다.
적은 봉급에도 불평없이 묵묵히 자신의 업무에 만족하며 성실하게 살아간다.
그는 키가 작고 얼굴에 약간 얽은 자국이 있으며, 대머리였다.
또한 융통성이 없어 사람들로부터 조롱과 무시를 당했다.
귀가해서도 일할 정도로 자신의 일에 애정을 품고 있던 그는 아내도, 자식도, 취미도 없었다.
북방의 혹한은 가난하고 궁핍한 사람들에게 재난이었다.
아카키의 누추한 단벌 외투는 등과 어깨 부분에 구멍이 뚫려 누더기 같았다.
아카키는 페트로비치라는 재봉사에게 외투 수선을 의뢰한다.
재봉사는 외투가 너무 심하게 삭았기 때문에 수선이 불가하다고 말한다.
하물며 새 외투를 장만할 것을 종용한다. 아카키는 ‘새 외투’라는 말에 눈 앞이 캄캄해졌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비싼 새 외투를 장만하기 위해 생활비를 줄이기로 결심한 아카키는 저녁마다 마시던 차도 끊고,
촛불을 켜지 않았다.
심지어 저녁도 굶었다. 미래의 외투에 대한 끝없는 이상을 그리며 인내했다.
마침내. 아카키가 기다리던 외투를 재봉사로부터 건네 받았다.
강추위가 마침 시작되었기에 그는 기쁘게 외투를 받아 입고, 출근을 했다.
아카키가 새 외투를 맞추어 해진 옷을 입고 있지 않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관청 내에 퍼졌다.
그러자 모두 그의 새 외투를 구경하러 경비실에 모여들었다.
새 외투를 위해 기념 축배를 들든지, 파티라도 열어야 한다고 떠들어 대었다.
이날은 아카키 생애에 있어서 최고의 날이었다.
아카키의 상사 중. 한명이 아카키 대신 파티를 열테니 저녁 시간에 오라고 초대를 했다.
아카키는 퇴근하여 새 외투를 다시 한번 감상했다. 헌 외투를 꺼내어 비교해 보기도 했다.
시간 맞추어 초대받은 집에 도착하여 아카키를 본 사람들이 그를 환호하고, 외투를 칭찬하였다.
이후 아카키와 외투는 팽개친 채 사람들은 카드놀이를 하였다.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아카키는 결국 카드놀이를 지켜보다 조용하게 집을 나섰다.
귀갓길은 굉장히 어두워 아카키의 기쁨은 시들었고,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 때 강도들이 불쑥 나타나 아카키의 외투를 벗기고, 폭행을 가해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집으로 돌아왔다.
분한 마음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아침 일찍 경찰서장을 찾아갔지만 만날 수가 없었다.
여러번 찾아가 겨우 만난 경찰서장은 사건을 해결해줄 생각은 하지않고, 아카키를 심문했다.
아무런 소득도 없이 아카키는 돌아왔다.
그는 다음 날 더욱 창백해진 모습으로 헌 외투를 입고 출근했다.
동정하는 사람들은 고위층 인사를 찾아가면 일이 잘 해결될 거라고 권했다.
그들의 말을 듣고, 아카키는 고위층 인사를 찾아갔다.
힘들게 기다리다 만난 고위층 인사는 다짜고짜 절차도 없이 자신을 만나러 온 것에 대하여 역정을 내었다.
쓸데없는 권위주의에 가득 차서 언성을 높였다.
아카키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비틀거렸고,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고위층 인사는 매우 흡족해하였다.
아카키는 생전 처음으로 당한 일에 충격을 받고, 눈보라치는 거리를 걸어 순식간에 후두염이 생겼다.
그는 온몸이 퉁퉁 부어오른 채로 침대에 쓰러져 심한 고열에 시달렸다.
페테르부르크의 가혹한 날씨 때문인지 병은 빠르게 진행되어 의사를 불렀을때는
이미 악화되어 손을 쓸 수가 없었다.
며칠 뒤. 아카키는 외로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아카키의 사망 소식을 들은 관청에서는 곧바로 다른 관리를 채용하였다.
그가 죽은 후 페테르부르크 저녁에 괴이한 소문이 퍼졌다.
밤마다 관리의 모습을 한 유령이 나타나 도둑맞은 외투를 찾아다니다가
외투를 입고 있는 사람만 보면 자신이 잃어버린 그 외투라고 우겨 죄다 빼앗아 간다는 것이었다.
직접 목격한 사람에 의하면 그 유령은 아카키였다는 것이다.
경찰서에서는 ‘유령 체포명령’이 내려졌다.
아카키에게 책망을 가했던 고위층 인사는 아카키가 떠난 후 동정심을 느껴 도울 방법을 알아보다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러다 지인의 저녁 모임에 참석하였다가 귀가하는 길에 자신의 외투 깃을 엄청난 힘으로
잡아채는 유령 아카키를 만난다.
인사는 극도의 공포를 느끼고 얼른 외투를 벗어 던지고 줄행랑을 친다.
유령 아카키는 고위층 인사의 외투가 몸에 꼭 맞았던지 이후로 출몰하지 않았고,
따라서 외투를 빼앗기는 사람이 생기지 않게 되었다.
- 소 감 -
우크라이나의 작가 ‘고골’이 1841년에 발표한 소설 ‘페테르부르크 이야기’에 들어있는 총 5편 중.
나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소설이다.
아카키는 동정심을 유발하는 순진한 인물이었다.
융통성은 없지만, 욕심 없이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열정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직장 동료들의 조롱과 무시에도 아랑곳없이 항상 누추한 외투를 입고 다녔던 아카키.
하지만 석 달간의 월급을 모으고, 허리띠를 졸라매어 어렵게 장만한 새 외투를 사람들은 위선적인 칭찬을 한다.
그들은 아카키를 멸시하고, 외면만을 중요시 했던 사람들이었다.
강도한테 외투를 강탈당하자 아카키의 존재는 무너진다.
아카키에게는 새 외투가 마치 아내와 같았기 때문이다.
그에게 외투는 중요한 삶의 의미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내용을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때부터 그 자신의 존재는 보다 완전해진 것 같았고,
마치 결혼한 것 같기도 하였고, 삶의 동반자를 만난 것 같았다.
그 동반자란 다름아닌 두꺼운 솜과 해지지 않는 튼튼한 안감을 댄 외투였다.
그는 전과 다르게 생기가 돌았고, 목표를 정한 사람처럼 성격이 강인해졌다.’
아카키가 아내를 잃은 것과 같은 절망스런 사건을 도울 생각은 하지않고,
권위적으로 임하는 경찰서장과 고위층 인사. 당시 사회의 부조리한 상황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하지만 외투는 사물일 뿐이다. 만약 아카키가 그렇게까지 외투에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다면 죽음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외투를 우상화 하면 외투가 사라졌을 때 결국 존재 자체도 파멸하게 된다.
외투 대신 하나님을 섬겼더라면 아카키의 운명은 달라졌을텐데...... 안타까웠다.
인간은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살아야 비참하지 않은 결말을 맞이할 수 있음을 이 소설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
첫댓글 좋은 책, 좋은 감상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