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의 멧세지 수신음이 들린다. 호주머니에서 꺼내 보니 친구 아버님의 초상에 관한 것이었다. 요즘은 휴대전화도 귀찮을 때가 많았다. 지금처럼 꼭 알려야 할 것들은 좋은데 알고싶지 않은 것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지들이 나를 언제부터 알았다고 조건없이 그것도 수천만원씩 대출을 해준다나? 그리고 멀쩡하게 잘 사용하는 휴대전화를 다시 바꾸어 준다고? 황송하고 고마워서 업드려 절이라도 해야하나? 아니다. 생각하면 얼마나 정이 넘치고 친절한 분인가 싶지만 마냥 귀찮다는 생각이...
갑자기 고민에 빠졌다. 장례식장을 가보긴 해야겠는데, 그보다 급한 일이 예고되어 있다. 무어냐고? 그건 밝히기 싫다. 그렇다고 다른 친구에게 부탁을 하는 것도 그런 것 같다. 내가 가까운 곳에 살면서 미꾸라지처럼 빠져서는. 나이들어감에 가끔은 친구가 소중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 자주하게 되었다. 어쩌면 절실하기까지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도 그러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친구! 얼마나 소중한 단어이던가? 특히 어렵고 외로움에 처하였을 때는 오히려 가족보다는 마음 터 놓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친구가 진정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청담동 사람들에 대한 책을 읽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사회인이 된 세사람의 아가씨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대부분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아무런 부족함 없이 학교를 다녔고, 이젠 사회생활에 들어간 상위 1%에 예약된 여인네들이다.
어떤 친구는 있는 돈으로 그곳에다 가계를 차리고, 또 다른 이는 결혼을 준비하거나, 장래를 좀더 고민하고 있는 친구들 사이였었다. 그들은 시간이 많아 밤낮으로 청담동 거리를 쏘다니며 쇼핑을 하거나 술을 마시고, 선택된 사람들만 드나들 수 있는 클럽에서 춤을 추기도 하고 남자를 만나 밤낮이 따로없이 해피한 인생을 즐긴다.
참! 그들의 사이에는 위장된 삶을 사는 이들도 있었는데, 그곳에서 생업을 해야하는 호스트나 호스티스들이었다. 그들도 똑 같이 값비싼 물건을 구매하고, 싸모님이 몰래 사준 고급 외제차를 몰면서...그래서 누가 누구인지를 잘 파악하지 못하면 서로들 잘못 엮이기도 한다고...그래서 짝퉁이라고, 영역을 침범한다고 기분나빠 하였지만...(어차피 돈이 최고인데, 돈에 돈 섞인다고 누가뭐래?)
그들이 하는 쇼핑물은 보통 몇백만원을 호가하고, 상대 남자들이 타고 다니는 차는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며 조금만 긁혀도 수리비만 억대나 되었다.
그들 친구의 생활이란 앞에서와 같이 돈을 쓰는 재미를 느끼거나, 남자를 만나 인생을 어땋게 즐길 것인가?에 대한 관심뿐이었다. 남자를 만나다보면 친구의 남자를 만나게 되기도 하고, 어제 만난 친구와 오늘 만난 친구가 달라지며, 가벼운 키스는 애정표현이 아니라 단순한 친근감이라고...(그렇다고 헤프다고는 말하지 않았음)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저렇게 서구화가 급진전 되었을까? 그들에겐 키스가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그리고 좀더 이야기의 밀도가 짙어지면 하루밤을 같이 보내게 되는...그러나 그들에겐 그것마져도 일반인들이 가지는 감정과 달라서 크다란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니는 네꺼고, 나는 내꺼라는...)
물론 그곳의 사람들이 다들 그렇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열심히 땀흘리며 아둥바둥 사는 사람도 많다. 한때 우리 처제들도 그 근처에 둘이나 살고 있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들이 몇백만원짜리 치마를 입고 다니면 자신들은 공직신분이라 그 십분의 일정도 밖에 소비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단다.
나도 한두번 출장을 가거나 서울에 다니려 가서 그곳을 가 보았었는데, 과연 물가도 엄청나게 비싸고, 모든 것이 비까번쩍해서 도통 우리들과는 별개의 삶을 산다고 느끼었었다. 그래도 그곳에도 사람사는 동네이다보니 별의 별 부류들이 살아가고 있다나.
친구!
정말 언제들어도 정감넘치는 명사이다.
그러나 친구도 친구나름 우리 사회에는 많은 종류의 친구들이 있다.
의로운 친구 - 친구를 위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고, 가진 것을 다 내어줄 수 있는...(교과서에 나오는)
절친한 친구 - 서로를 격려하며 용기를 북돋아 주는 친구(오성과 한음처럼?)
술친구 - 갈지자 걸음으로 소리를 지르며 걸어가는(설마 나는XX...)
거지 친구 _ 동고동락을 같이하는...(고수부지에서 보았던, 그리고 언젠가 문산에서도 그 사람들을)
운동친구 - 고수부지의 운동기구를 마주보고...(아침마다 보는)
군대친구 - 훈련소에서 한밤중 설사났을때 화장실 같이 가주고, 몸 아플때 보초를 대신 서주는 친구
사기꾼 친구 - 부동산 투기도 같이 하고, 남을 헐뜯는데 죽이 맞는 친구(대신 해 주는 건...당연히 없지 서로가 서로를 잘 안믿으니까)
아첨하는 친구 - 세상일을 아첨으로 끝내주는 친구(윗 분들이 귀여워 하고...요즘세상 최고의 캐릭터다. 다른 사람들은 지들이 바보같이? 그들을 멘붕으로 여기지만...)
도둑놈 친구 - 패밀리가 되어 남의 호주머니의 돈을 끊임없이 탐하는 친구, 우리가 남이가?(이탈리아의 마피아, 대만의 삼합, 일본의 야쿠자처럼...그래도 마론브란도는 멋있었다. 밤의 대통령 알 카포네도...)교도소 면회도 가주고?ㅋㅋ
교도소 친구 - 사회에서도 죽이 맞다가 쇠창살 너머로 그윽하게 서로 바라볼 수 있는 뜻이 깊은 친구
아! 그리고 보니 멋잇는 친구 있었다. - 장동건과 유오성('건달이 쪽팔리게...')
나는 어떠한 친구를 원할까?
좋은 친구를 원한다고?
누군 안 원하나?
그러나 마음대로는 되지 않는 법이다.
왜냐하면, 친구란 내 마음대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유유상종이라고 하였던가? 결국엔 비슷한 모양새끼리 모인다는 것이다.
의로운 친구는 의로운 사람끼리, 사기꾼은 사기꾼 끼리.
그저 욕심내지말고 진정성을 가지고 살아가자고 말하고 싶다.
현재 주어진 친구에게라도 더 깊은 정을 쌓아가며,
사진속의 물고기처럼 나 자신의 속내를 내어놓고 거짓없이 살아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