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신문 2010/06/24
한국교회의 虛와 實 - ‘오늘’을 진단한다
기독교대안학교 특성화교육 주목 〈下〉
성경에 기초한 인성교육 위주로 전환 절실
공교육에서 부족했던 인성교육·종교이념의 확실한 방향 제시 내실있는 대안학교 운영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조달 필요
경쟁교육에 지친 엄마들 사이에서 일명 ‘느린 교육’이 화두가 되고 있다.
잘 짜여진 사교육의 굴레에서 벗어나 대안학교와 홈스쿨링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트렌드가 뚜렸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기독교대안학교는 학생들에게 영성을 부여해 주고, 하나님의 일꾼으로 거듭나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통계를 보면 현재 전국적으로 인가가 나서 운영중인 대안교육 특성화학교는 고등학교 21개교, 중학교 9개교이다.
단시간 안에 다양한 대안학교가 세워졌다. 하지만 무분별한 기독교대안학교의 난립으로 인해 초창기보다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학생들을 영적으로 충만하게 하고, 사회에 쓰임받는 일꾼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창학정신도 쇠퇴해 버렸기 때문이다.
물질문명의 이기에 기독교대안학교마저 본질을 잃어버린 채 돈벌이에 ‘전전긍긍’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열풍처럼 불었던 대안학교의 입학러시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일반학교와 별반 다를 게 없는 프로그램에 장점을 느끼지 못한 학부모들이 다시 사교육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몇몇 기독교대안학교가 저마다 독특한 전략으로 승부수를 걸고 있다는 점이다. 산재된 문제점을 스스로 극복해 기독교대안학교의 본질을 되찾겠다는 의지다. 이들 대안학교는 획일화된 교육을 탈피해 일반학교가 내세울 수 없는 전략으로 전환을 시도했다. 그 중에서도 인성교육을 통한 주도적 인간육성과 공동생활을 통한 자립심 배양은 학생들에게 바른 삶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자칫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에 빠질 수 있는 학생들을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바른 사람으로 육성시키고 있다. 이러한 노력덕분에 기독교대안학교는 새로운 교육의 장으로 비상하고 있다.
교육목적 정립과 재원확보 필요
기독교대안학교가 교육의 흐름을 어느 정도 바꾸는데 성공했지만, 더욱 보편화되고 신뢰받는 교육기관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몇가지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의 목적과 학교설립의 목표가 무엇인지 확실히 정립하는 것이다. 이미 만연해 있는 교육의 홍수속에서 천편일률적인 교육을 재생산하는 기관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교육이라면 쉽게 접할 수 있는 교육기관은 얼마든지 있다. 또한 기독교의 외적 성장을 위한 도구로서 대안학교가 운영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최근 사회적으로 기독교에 대한 인식이 악화된 상황에서 단지 기독교라는 간판을 달고 교육의 현장에 참여한다는 것이 어떠하게 비춰질지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기독교대안학교를 설립함에 있어 그동안 발견되었던 공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종교이념의 확실한 방향이 제시돼야 한다. 우선 기독교가 목표로 하는 하나님중심의 사람, 성경중심의 사람, 교회중심의 사람을 길러내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목적이 확실히 세워지지 않는다면 기독교대안학교로서의 교육동력을 상실하고 말 것이다.
또한 단지 명문대학에 많은 학생을 진학시켜야 한다는 등 성과위주의 목적을 세워서는 안 된다. 이것은 대형화를 지향하는 기독교에 대한 비판에서, 대안학교 역시 그 범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학교교육은 더 높은 단계로의 진학을 목표로 실시된다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명문대학에 입학한다는 것은 학생으로서 추구해야 할 목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적어도 기독교대안학교는 다른 교육기관과 똑같은 목적으로 학생들을 교육해서는 안 될 것이다.
명문대학으로의 진학 자체를 목적으로 하거나 그 결과에만 치중하기 시작하면 설립목적과 교육철학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만일 명문대학에 많이 진학한다는 것 때문에 학생들이 학교로 몰려들게 되고 이것으로 학교가 평가받게 되면, 애초 공교육의 대안으로 설립된 의미가 퇴색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독수리기독학교는 성경에 기초한 기독교인재를 양성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지난 1995년 분당의 어린이 성경공부그룹으로부터 시작된 이 학교는 2002년 좥기독교세계관을 지닌 세계적인 리더 양성좦이란 목표를 가지고 설립됐다. 특히 철저한 성경기초의 교육으로, 핀란드식 선진교육시스템과 유태인식 신앙교육시스템을 접목했다. 이 학교에서는 아침마다 담임교사와 함께 큐티를 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또 성경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일주일에 2시간씩 성경의 교리를 배우고 한 달에 두번씩 예배를 드리며, 매학기초에는 개학수련회를 실시하기도 한다.
이 학교가 기독교대안학교의 모범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철저한 준비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설립전 5년동안 성경공부소그룹과 방과후교실, 토요학교 등을 운영하며 교육적인 노하우를 축적했다. 또 기독교학교연구소를 먼저 설립해 현실적 한계를 짚어보고 교육적 수요를 파악했다. 이후 전일제로 전환하며 본격적인 대안교육을 실시했다.
내실있는 대안학교 운영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조달도 필요하다. 대안학교들이 고민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중 하나가 바로 재정확보일 것이다. 현재로서는 국가의 지원을 받지 않는 대안학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교육비의 부담이 부모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안정적 재정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모금전문가를 채용한다든지, 모금을 위한 캠페인위원회를 두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또한 모금 전문기관에 컨설팅을 의뢰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모금기법을 개발하고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대안학교 재정확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시도되고 있다. 지난 2003년 유학전문 대안학교로 시작해, 국내최대의 기독교대안학교로 알려져 있는 충북 음성군 글로벌선진학교(GVCS)는 오는 2015년까지 전교생에게 전액장학금을 지원하는 장학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비교적 높은 학비부담으로 입학을 망설이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오는 2013년까지 전교생에게 50%, 2015년까지 전교생에게 100%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이 학교는 전과목 영어수업과 영어선교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나 지역교회들과 협력해, 농어촌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위한 원어민 영어캠프 등을 개최하기도 했다. 현재 중고등과정 학력인정인가를 신청해 놓은 상태이며, 오는 2011년 문경캠퍼스를 개교할 예정이다.
공동생활 통한 자립심 배양
일반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대안학교를 선택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입시 위주 공교육이나, 사교육의 압박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경향이 짙다. 특히 일반고교에 진학했다가 야간 자율학습을 비롯한 특수반 수업 등에 반감을 느끼고, 억압에 대한 ‘출구’로써 대안학교를 택하고 있다. 성공한 대안학교의 대표적인 특징은 공동생활의 안정성을 꼽을 수 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시간을 동료학생이나 교사와 함께 보내게 된다. 이러한 인간관계는 가족과 같은 친밀성을 띠고 있으며, 이러한 생활이 훗날 사회에 진출했을 때 성장의 비결로 작용하게 된다.
또 대안학교는 일반학교와 비교해 학생 스스로가 잠재적 능력이나, 미래의 진로를 모색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는 공동생활을 통해 학생 스스로의 자발적인 체험활동 등을 강조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개인의 성격이나 재능이 드러날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능력은 스스로의 생활과 학습을 통제할 수 있다.
지난 1990년대 초기 대안학교를 졸업하고 유능한 경영인이 된 배진수씨는 “대안학교의 강점은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힘이다”면서, “대안학교에서의 모든 시간은 내가 스스로 결정하고 운영해야 했기 때문에 이러한 능력이 생기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스스로를 조절하는 능력이 생기면 자기주도적 공부를 통한 학습을 할 수 있어 주입식 공부보다 훨씬 효과적일 수 있었다”면서, “이러한 과정이 자연스럽게 축적되다 보니 자립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는 능력은 그들이 미래를 설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또 고등교육을 위한 진학을 염두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방법으로 진로를 선택하는 지를 배우게 된다. 특히 자신의 노력에 대한 대가와 책임을 절실히 느끼고, 이에 따라 행동을 결정하는 능력을 습득하게 된다.
대안학교를 마치고 명문대에 진학한 최기철씨는 “일반학교를 다닐 때는 노력의 가치를 잘 알지 못했다”면서, “단순히 점수를 올리기 위해 공부했고, 등수가 떨어지는 것이 불안했다”고 말했다. 또 “하지만 대안학교는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지 않으니 내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닫게 했다”면서, “대안학교는 나와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책임감을 심어줬다”고 덧붙였다.
성경의 가르침을 모델로 제시
현재도 수많은 대안학교가 설립돼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또 이러한 영향은 대안학교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고 있다. 그러나 인성에 중점을 둔 대안학교 교육은 깊은 인간관계를 맺게 만들고 사회성을 길러주고 있다. 또 수업에서 배울 수 없었던 다양한 경험을 통해 현실인식도 길러 준다. 지금까지 실패했던 대안학교들의 원인중 하나인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교육제도의 대책으로 인성교육이 손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스스로를 배울 수 있는 공동생활은 자신의 인생에 대한 책임감을 키우는 장점이며, 이러한 장점은 대안학교 교육이 성공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기독교대안학교의 정체성을 이해함에 있어서 기독성과 대안성으로 나누어 이해하려는 이원론적인 시도를 버려야 한다. 혹자는 대안교육을 자유, 생태, 인권, 평화, 자연 등을 교육의 대안적 가치로 보고, 이를 교육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교육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교육수요자들로 하여금 입시경쟁 속으로 몰아넣고 세속적 가치에 목을 멜 수밖에 없도록 하는 우리나라 교육현실이 양산한 수많은 문제들을 생각하면, 대안교육이야말로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교육이며 교육저항 운동인 동시에 본질회복 운동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대안적 가치가 어떤 세계관 위에 자리잡고 있느냐 하는 점에 주목하는 일이다. 기독교대안학교의 대안성은 다름 아닌 성경에서 가르치고 있는 교육의 본질과 방법, 그리고 교육적 가치에 있는 것이다. 성경에서는 기독교교육의 목적을 크게 세 가지로 말하고 있다. 첫째는 학습자가 하나님나라의 자녀가 되고, 둘째로 이들이 하나님나라의 거룩한 백성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고, 셋째는 이들을 통하여 하나님나라가 확장되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현재 대안학교에서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하나님의 가르침이 아닐까 싶다.
- 유종환·지민근·정해훈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