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항해는 바람 한점 없는 장판 같은 바다에서 그냥 뱃놀이했다고 봐야 할 듯합니다.
제 에피소드 위주이다 보니 글이 좀 지루한 감이 있네요~ 혹시 왕등도 가실 계획 있으신분 계시면 제글 보고 참조 하시라고 남겨 드립니다. ^^
드디어 왕등도에 다녀왔습니다.
역시나 참 버라이티 한 일들이 절 기다리고 있더군요.
6월05일 저녁 퇴근 후 부랴 부랴 짐 싸서 격포로 출발했습니다.
지난번처럼 아침에 가면 또 늦게 도착할 것 같아 이번엔 저녁에 출발했죠.
12시 넘어서 출발하니 3시쯤 격포 항에 도착했습니다. 짐나르고 마리나에 텐트치고 하니 새벽 4시... 사실 격포 마리나에서 자면 항상 새벽 4시에 일어납니다. 낚싯배들이 워낙 스피드를 좋아하시다 보니 항내에서 시원스러운 쾌속 질주로 인하여 배가 몹시나 흔들거려서
저절로 일어나지게 되는데 그 시간에 자려니 잘 수가 있나요. 거의 뜬눈으로 지내고
아침 식사 후 격포에서 출항을 하였습니다.
바람은 역시나 서풍이 붑니다. 정확히 제가 가고자 하는 왕등도에 바람이 부니 출발부터 힘이 빠집니다. 위도 아래로 돌아가기는 싫고 우선은 엇비슷한 각도로 세일을 피고 달려보길 한시간....바람 역시 사라집니다. 어쩔 수 없이 기주로 항해하기로 하고 위도를 지나쳐 드디어 왕등도로 가는구나라고 생각하길 몇 분.. 엔진이 저절로 멈춥니다.
헉~~ 뭐지? 뭘까? 임펠러? 전조증상 없었는데... 기름? 분명 확인했는데...
기름 슬러지? 유수 분리기 설치했는데..
일단 엔진 룸을 열어보니 꽉 차 있던 유수 분리기 안에 기름이 반도 안 남았습니다.
이건 기름이 없단 뜻이겠죠. ㅡㅡ;;
제 배는 기름 게이지가 없다 보니 육안으로 통안에 기름을 확인해야 합니다.
기름통 확인할 때 주변이 좀 어두워서 안에 출렁이는 것만 확인하고 말았더니 이런 일이 발생하네요.
다행히 많은 양은 아니지만 여분에 기름을 준비하고 다녀서 일단은 보충하고 위도 들어가서
경유를 사기위해 뱃머리를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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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장금항 입구쯤 가니 새끼 돌고래 한 마리가 죽어 있습니다.
살아서 헤엄치는 걸 애들한테 보여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운 마음입니다.
위도 파장금항 바지선에 배를 정박하고 기름을 사기위해 나왔습니다.
역시나 스토커 같은 위도는 절 너무 좋아 하나 봅니다. 절 놓아주질 않네요. ㅠㅠ
그 이윤 위도엔 주유소가 없답니다. 이 큰 섬에 이렇게 차가 많은데 주유소가 없다니... 홍길동이 세운 율도국이 위도이거늘 주유소가 하나도 없다니.... 이런 말도 안되는 경우가.....
당연히 안되는 거 알지만 혹시나 사정하면 면세유 줄까 수협에 들러보지만 역시 안된다고 합니다.
농협에 가끔 남는 경유 있다고 하니 전화 해보라고 해서 전화했더니 기름은 다행히 있지만
투철한 공무원 정신을 발휘하여 오늘은 현충일이라 팔수 없다고 하니 어쩌겠습니까?
절 사랑하는 위도에서 하루 잘 수 밖에요. 그렇게 저희 가족은 위도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아침 느긋하게 일어나 기름통 하나 들고 길로 나서니 마침 경찰차가 저쪽에서 오고 있었습니다.
이때다 싶어 내 앞에 멈추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뛰어들겠단 액션을 취하니 아주 친절히 정차하시구선 무슨 일이냐고 물어봅니다.
기름이 필요하다고 농협까지 데려다 달라고 하니 정말 흔쾌히 알겠다고 하시구선 기름 사고 다시 배까지 데려다 주십니다. 사실 고등학교 때 일치고 댕겼을 땐 그렇게 경찰하고 선생님이 싫더니
지금은 제 주변에 선생님들이 꽤 있으시고 경찰분들이 고맙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기름 한통 들고 돌와 왔더니 못 보던 생선들이 푸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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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싱싱해 보이는 아귀와 손질된 광어 새끼들과 상추들이며 애들 사탕까지...
알고 봤더니 어제 배를 정박하고 주변 어선에 먼저 인사드리며 친한척했더니 선장님들이 이렇게 푸짐한 선물을 주시고 떠나 셨습니다.
역시 사람은 좀 불쌍해 보여야 하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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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 구워 먹어 보긴 처음입니다. 맛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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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막내 아들이 너무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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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 준비하고 떠날 채비를 합니다.
옆에 제 사진 참 불쌍해 보이죠? ^^;;
유럽 여행 갈 때 프랑스 니스나 모나코에서 요티들 보면 그렇게 멋있게 보이는데 막상 제가 요트를 타면 왜케 불쌍해 보이는지~~ 나중에 큰 배로 바꾸면 드레스 코드 좀 신경 써야겠습니다.
그렇게 파장금항을 돌아 나오니 역시나 바람은 서풍 이제는 바람도 포기했습니다.
기름도 많으니 그냥 기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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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달려 드디어 상왕등도가 보입니다. 그냥 봐도 한적해 보이는 게 참 아름다워 보입니다.
상왕등도 바지선에 배를 정박하고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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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애가 너무 너무 좋아합니다.
집사람도 선실에서 자다가 나오더니
섬이 너무 아름답다고 합니다.
사실 상왕등도의 첫 느낌은 적막함 이었습니다. 사람이 몇 사람 안 살다 보니 시끄러울 것도 바쁠 것도 없는 그런 섬이었습니다. 항상 도시에 살다 보니 이런 느낌들을 너무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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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선에 내리니 뜬다리?가 위로 올라가 있었습니다. 그 다리를 가려면 줄사다리
몇 개를 타고 올라 가야 하죠. 그렇게 올라가니 이번엔 다리 중간이 날아가고 없습니다. 정말 보물섬 같죠?
아이들에게는 보물 지도로 보물을 찾으라 하고 저와 제 처남은 혹시 해적이 나타날지 모르니 미리 가서 보고 오겠다고 하고 선 지도에 미리 표시해둔 지역으로 키와 보물을 숨기러 갔습니다. 그렇게 키를 먼저 숨기고 다시 보물을 숨기 고서는 아이들에게 돌아와 같이 찾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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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를 먼저 찾게 유도 한 후 키를 찾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정말 너무 놀래합니다.
애들의 발걸음이 빨라졌습니다. 키를 찾았으니 이제 보물이 있다는 것도 확실해진 거죠.
지도상에 키와 연결된 선을 따라 보물을 찾습니다. 큰아이가 앞장서서 가다가 드디어 보물을 발견한 거죠. 보물을 발견해서 기뻐해야 할 아이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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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을 발견하고 선 너무 기쁜 나머지 손에 들고 있는 키를 놔 버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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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갓! 그렇게 저와 제 처남은 풀을 뽑기 시작했습니다. 살인 진드기 따윈 저희에게 문제 되지 않았죠. 그렇게 들판에 구멍을 낸 저흰 극적으로 20분 만에 키를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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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를 열고 보물 상자를 열어보니 그 안엔 현금(천 원짜리 30장 만 원짜리 2장), 금 목걸이, 금팔찌(18k 도금) 진주 등 어마 어마한 보물들이 그 안에 있었죠.
큰 아들이 우선 제 배 부터 바꿔 준다고 합니다. 아마 다음 항해기는 라군이나 베네또로 항해 후 쓸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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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물을 찾고 배로 돌아가 밥 먹으려고 가니....이런...OTL
보물 찾는 게 급해서 간조 때 바지선이 내려갈 거라곤 생각도 못했네요.
일단은 내려가야 하겠기에 제가 먼저 내려가 봅니다. 내려가는데 정말 다리가 후들 후들...
군대 유격장 같습니다.
도저히 애들을 이렇게 내려보낼 순 없기에 주변에 있는 걸로 뗏목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애들은 너무나도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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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상왕등도 바지선에서 저희는 고기 구워 먹고 또 하루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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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 출항 격포로 무사 귀한 하였습니다.
역시나 바람도 한점 없는 장판 같은 바다를 기주로만 왔습니다. ㅠㅠ
첫댓글 글 참 잘쓰시네요, 잘 읽고 갑니다. 아이들도 너무 사랑스럽고 예쁘네요~~
네 감사합니다. 이혜진님~
아이들에게 항상 꿈과 환상을 심어주려고 노력 하고 있습니다.
뭐 쫌만 크면 아빠 안 따라 다니겠지만요..ㅎㅎ
사진과 글 재밌게 잘 봤습니다 ^^.
안녕하세요. 윤승겸님~~
네이버 김승진 선장님 카페 가보니 윤승겸님도 조만간 합류 하신다고 하시는것 같은데 생생한 여행기 부탁 드립니다.
합류하긴 할건데, 김승진 선장님 요트 따라서 일정 맞추기가 무지 어렵습니다.
말케사스는 타히티로부터 배로 3일 걸린다고 해서 포기했고, 사모아부터 합류하려 했으나 가는 과정이 또 3일(한국->피지->서사모아->동사모아) 이 걸려서 또다른 일행인 김성중씨가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 혼자서 피지부터 동승을 시작해야 될것 같습니다.^^
상왕등도에 바지가 있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낚시가 잘 되는 곳이라고 하던데 낚시는 안 하셨나봐요??
안녕하세요. 선장님~
상왕등도에 정말 고기 잘 잡힌다고 하는데 낚시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9월쯤이나 조금 선선할때 혼자서 여유롭게 다시 가볼까 생각 중입니다. ^^;;
잘보고 퍼갑니다. 오선장님 1
와... 살아있는 교육을 하시니 정말 좋은 아빠이시네요 ^^~*
아이들에 좋은 추억이 되었겠어요^0^
더또 더 해주세요^^///
주고하셨습니담!
안녕하세요 이치카와님~~
네 감사합니다. 좋은 아빠가 되고싶은데 쉽지가 않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