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밤꽃피는 계절이다.
진하게 퍼지는 밤꽃 향기가 덕천강가에 내려앉는다.
두충잎을 곶감 말리는 덕장에 펼쳐놓고서
어치님과 닭백숙에 넣을 약초와 그릇들과 잡동사니들을 챙기러 다시 덕산으로 나가고, 산아래는 아이들을 데리고 덕천강에서 천렵을 하였다.
덕산에서 차성호님과 만나 필요한 것들을 싣고와서 어치님댁 뒷편 강가로 내려가니, 저 멀리서 물고기 잡겠다고 반도를 들고 용을 쓰고 있는 우리 식구들이 눈에 들어온다.
심심하던 준호는 차성호님이 가져오신 루어낚시에 호기심이 가득하여 차성호님과 루어낚시를 시작한다.
미끼도 없이 잘 잡을 수 있을지....
어릴적 양평 외갓집에서 낚시할 때는 외사촌 오빠들이 거름더미를 뒤적여 깡통에 지렁이를 잔뜩 잡아들고 강으로 갔었는데....
그때 지렁이 끼우다 낚시바늘에 손가락을 찔린적이 있어서 아직도 낚시바늘이 무섭다.
소형 LPG 가스버너는 물골안님이 가져오시고 들통은 사무실에서 가져오고...
김무생님이 넉넉히 담아주신 약초를 사무실 주방에서 깨끗이 씻어와서는 어치님댁에서 들통에 물을 담아와서 약초부터 끓이기 시작했다.
약초물을 1시간 가량 푹푹 끓여주고 물골안님이 핑크님댁에 주문하신 누드 치킨들이 약물속으로 퐁당퐁당 입수해주시니.....이제 폭폭 고아서 맛있게 먹을 일만 남았다.
백숙이 완성되려면 아직 멀었는데 점심도 못드시고 일을 하신 물골안님은 허기진 배를 어쩌지 못하심에
돌섬님께서 돼지 목살을 사러 읍내에 나가셨다.
물골안님 조금만 기다리세요. 서방님이 맛있는 고기들고 지금 달려오고 계실테니까....ㅠㅠ
요 아이가 바로 그 유명한 <꺽지>다.
어느 틈에 산아래랑 차성호님이 한 팀이 되어 고기잡이에 열을 올리고 계신다.
산아래가 엉덩이를 쑥 빼고 있는 걸 보니 엄청시리 무거운 돌을 디비고 있나보다.
이러니 손가락 피부가 다 까일 수 밖에....
지난 번에 맨발로 강바닥을 걸어다녀 발바닥이 다 까였던 것이 생각나서
덕산장에서 5천원을 주고 물놀이 신발을 사다 신겼으니 이제는 괜찮겠지 싶었는데
이번에 손가락 끝 피부가 엄청시리 닳아버렸다.
역시나 우리 남편은 곰이다. 그것도 왕곰....더불어 우리 가족은 곰가족이고....
나이 차가 참으로 많이 나는 강태공 두 사람....
딱히 뭐 한 마리 잡았다는 소식은 없는데도 포기할 줄 모르고 세월을 낚는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부자지간인줄 알겠다.
그러고보면 우리 딸은 낚시보다는 활동적인 반도가 체질에 맞나보다.
준호가 낚싯대를 흘려보내고 있는 모습에 자기도 해 보겠다고 나섰었는데 어느새 반도로 물고기 잡는 쪽에 와 있다.
같은 뱃 속으로 낳았는데도 어찌 이리 성격이 다른지....^^
멋쟁이 괴짜 시인 황범선님이 장사를 마치고 근처에서 회를 떠서 달려 오셨다.
등장은 멋졌는데 어부인을 놔두고 혼자 개울을 건너오시는 바람에 다시 일보 후퇴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황범선님과 옆지기님....
처음부터 이렇게 등장하셨으면 박수 받으셨을 것을....^^
목살도 굽고, 갖가지 약초를 듬뿍 넣은 한방닭백숙도 있고, 황시인님이 준비해오신 회도 있고,
둘리님이 낮에 갖다주신 갖가지 과실주와 얼음동동 떠있는 황가네 냉커피도 있고....
이런 호사가 있나....
아무튼 오늘 낮부터 먹을 복 터졌다.
저녁 추위에 덜덜 떨면서도 맛있는 먹거리를 안주삼아 한 잔씩 주거니 받거니 술을 건네고,
이러저런 많은 이야기 나누고....
사위가 어둠에 묻힐때까지 우리는 그렇게 저녁 만찬을 즐겼다.
밤이 더 깊어지기 전에 자리를 정리하고 집으로 들어가기로 하고, 랜턴을 비춰가며 먹은 자리를 정리를 했다.
그리고 깜깜하여 보이지 않는 강바닥을 발끝으로 더듬으며 멀찌기서 비춰주는 3개의 랜턴에 의지하여 1.4후퇴 피란민 같이 덕천강을 빠져나왔다.
^^.... 얼마나 황당하고 즐거운 추억이었는지....
그렇게 우리는 열심히 일하고, 먹고, 자연속에서 즐기며 하루를 보냈다.
첫댓글 개울에 않아서 회도 먹고 커피도 먹고 ..
이번에는 물고기 생꼬치(?)구이가 없어 조금 섭섭 하기는 했지만서두 ..
^^....대신 황범선님이 준비해오신 회가 있었잖아요.ㅎㅎㅎ
여럿이서 먹으니 꿀맛이었지요.
와우 그 날의 생생함이라니
나름의 멋진 추억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함을 전합니다
늘 이런 훌륭한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슴프레 젖어드는 밤 사이로 하나 둘씩 행복의 추억을 가슴에 안고 집으로....
추워서 오들오들 떨면서도 둘어앉아 음식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고....
깜깜한 어둠속에 덕천강 탈출하던 일은 압권이었지요.^^
세상 부러운것없는 초저녁이었습니다
정말 부러울것 없는 저녁만찬이었습니다. 차성호님 낚시 덕분에 준호도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네요.
감사합니다.^^
오호~~~~~~~~~ 버라이어티한....여유들 이시네요~~ ^^ 우린 ..장사 준비하답시고....좋은곳에 오고도...구경조차 못하고 있으니....에혀~~
^^!....원래 구경꾼이 더 여유있는 법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