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필의 미래창
100년 이상 머물며 이산화탄소 300배 온실 효과
동물 분뇨서도 발생하지만 가장 큰 배출원은 ‘농업’
현재 제거 기술 없어…배출량 감축이 유일한 대책
기사를 읽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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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메탄과 함께 3대 온실가스로 꼽히는 아산화질소(N2O)의 대부분은 농업에서 나온다. 오스트레일리아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제공
이산화탄소, 메탄과 함께 3대 온실가스로 꼽히는 아산화질소(N2O)는 얄궂게도 ‘웃음 가스’란 별칭을 달고 있다. 이 가스를 흡입하면 긴장이 풀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해서 붙여진 별칭이다. 어린이 치과 등에서 치료 시 ‘웃음 가스’를 쓰는 이유도 이런 진정 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 환경에는 아주 험악한 공포의 가스다. 대기 중의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 효과가 300배나 강력하다. 양이 조금만 늘어도 지구 기온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 번 방출되면 공기 중에 100년 이상 머물고, 오존층도 파괴한다.
그러나 이산화탄소나 메탄 배출량과 차이가 크다 보니 그동안 기후위기 대책에서 주변부로 밀려나 있었다. 일각에서 아산화질소를 ‘잊혀진 온실가스’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산화질소의 가장 큰 배출원이 농업이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보고서에 따르면 아산화질소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6%를 차지하는데, 배출량의 4분의 3이 농업에서 발생한다.
동물 분뇨에서도 아산화질소가 발생하지만 가장 큰 배출원은 질소를 함유한 비료(암모니아 비료)다. 식물 뿌리가 다 흡수하지 못한 비료 성분이 땅속 미생물에 의해 암모니아에서 아질산염, 질산염, 질소가 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아산화질소가 부산물로 만들어진다.
질소 함유 비료를 쓰는 이유는 질소가 탄소, 수소, 산소와 함께 단백질의 구성 성분이자 엽록소 생성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양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질소는 분자결합이 워낙 단단해 식물이 직접 흡수하기 어렵다. 식물이 이용하려면 질소가 암모니아(NH₃)나 질산염(NO₃⁻)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암모니아가 함유된 동물 분뇨를 거름으로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분뇨만으론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 콩과 식물은 공생관계에 있는 뿌리혹박테리아를 통해 암모니아를 공급받지만 나머지 식물은 비료의 도움을 받는 수밖에 없다.
출처 국제학술지 ‘지구 시스템 과학 데이터’(Earth System Science Data)
주 배출원 비료, 연간 사용량 1억톤 넘어서
미국 보스턴칼리지 연구진이 중심이 된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 연구진이 아산화질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보고서를 국제학술지 ‘지구 시스템 과학 데이터’(Earth System Science Data)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1980년부터 2020년까지 인간 활동 및 자연에서 배출된 아산화질소 배출량 측정치를 분석한 결과, 자연 배출량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으나 인간 활동으로 인한 연간 배출량은 지난 40년 사이 40% 이상 증가해 기후변화 목표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농업 부문 배출량은 1980년 480만톤에서 2020년 800만톤으로 67%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세계 질소비료 사용량이 6천만톤에서 1억700만톤으로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대기 중 아산화질소 농도 증가 속도가 갈수록 높아져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의 연평균 증가율은 1980년 이후 어느 해보다 30% 더 높았다고 밝혔다. 2022년 대기 중 아산화질소 농도는 산업화 이전인 1750년 270ppb보다 25% 높은 336ppb에 이른다. 연구진은 이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가장 비관적인 예상치보다 높은 수치라고 밝혔다.
출처 국제학술지 ‘지구 시스템 과학 데이터’(Earth System Science Data)
제거 기술 없어…배출 줄이는 게 유일한 해결책
오스트레일리아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의 조지프 카나델 박사는 “산업화 이후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섭씨 2도 이하로 억제한다는 파리기후협정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인간 활동에 의한 아산화질소 배출량을 2019년 기준으로 2050년까지 평균 약 20% 감소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보스턴칼리지의 톈한친 교수는 “현재로선 대기 중 아산화질소를 제거하는 기술이 없기 때문에 배출량을 줄이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한때 최대 배출국이었던 유럽은 산업 부문 배출 감소를 통해 1980년대 이후 배출을 31% 줄였다. 일본과 한국의 배출량도 감소했고, 중국은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반면 새롭게 산업화에 나서고 있는 나라들은 인구 증가와 식량 수요 증가에 따라 배출량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2020년 아산화질소 배출량 상위 5개국은 모두 곡물 생산량이 많은 중국(16.7%), 인도(10.9%), 미국(5.7%), 브라질(5.3%), 러시아(4.6%)다.
1900년대 초반 독일 화학자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는 철을 촉매로 대기 중의 질소를 수소와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하버-보슈공법을 개발해 합성비료 시대를 열었다. 이 공로로 하버는 1918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합성비료는 식량 증산에 획기적인 기여를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기아 위기에서 구해내고 오늘날 인구 80억 시대를 여는 기초를 닦았다. 하지만 100년이 지나 기후위기 시대를 맞은 지금 이제는 비용과 편익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논문 정보
http://dx.doi.org/10.5194/essd-16-2543-2024
Global Nitrous Oxide Budget 1980–2020'.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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