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신체 부위의 크고 작은 부상과 달리 발의 문제는 마라토너라면 누구나 달고있는 터라 오히려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물집, 굳은살, 악취, 티눈, 무좀 등 병원을 찾을 만큼 심각한 부상이 아닌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발의 작은 불편은 다른 신체 부위의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 한쪽 발이 불편한 상태로 달리면 반대쪽 무릎이나 허벅지에 부담을 준다. 마라톤이 기록 경기임을 생각해봤을 때 발의 소홀한 관리는 마라토너의 자기 관리와도 연결될 수 있는 문제다.
발에 생기는 문제들은 아주 사소한 데서 발생하기 때문에 평소 조금만 신경 쓰면 불편을 줄일 수 있다. 마라토너의 발을 피곤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은 러닝화다. 사이즈가 작거나 클 때, 밑창이 너무 얇을 때, 세탁이나 건조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을 때 러닝화는 다양한 방법으로 발을 괴롭힌다.
가장 흔하게 생기는 물집은 작거나 볼이 좁은 러닝화로 인해 주로 발생한다. 물집이란 마찰 열로 인해 분리된 피부 바깥층 안에 물이 차는 것으로, 사이즈가 작은 러닝화에 발이 계속적으로 부딪치면서 뒤꿈치나 발바닥 앞쪽, 발가락 등에 쉽게 생긴다. 또한 너무 빠르게 달리거나 러닝화 밑창이 얇을 때, 발 모양이 비정상적이거나 덥거나 습한 환경에서도 물집은 어김없이 나타난다.
물집을 예방하려면 먼저 발에 잘 맞는 러닝화를 신고 양말도 쿨맥스 소재로 된 제품이나 뒤꿈치와 발가락을 보강한 것을 골라 신는다. 수분이 잘 배출되지 않는 면 양말은 습기를 머금고 있기 때문에 물집이 생기기 쉽다. 러닝화가 넉넉한 크기라면 양말을 두 겹 겹쳐 신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집이 자주 발생하는 부위에는 바셀린이나 일회용 밴드 같은 의료용 테이프를 붙여주면 러닝화와의 마찰을 어느 정도 감소시킬 수 있다.
물집은 며칠 쉬면 자연히 가라앉지만 물이나 피가 고여있는 경우에는 세균에 감염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소독한 바늘에 실을 꿰어 물집 사이로 통과시키면 물집에 고인 액체가 빠진다. 실은 물집에 다시 액체가 고이지 않도록 하루 뒤에 빼주면 된다.
발을 비정상적으로 움직일 때나 압력이 높은 부위에 생기는 굳은살은 물집이 생기지 않도록 발이 스스로를 단련하는 방법이다. 뒤꿈치 주변이나 발 볼에 주로 생기는데 피부가 심하게 굳으면 통증이 오기도 한다. 굳은살을 제거할 때는 따뜻한 물에 발을 담가 불린 다음 각질 제거기를 이용해 긁어낸다. 너무 심하게 긁어서 상처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고, 끝난 후에는 발 전용 크림이나 로션을 발라 굳은살 제거 부위를 부드럽게 관리해 주는 것이 좋다.
티눈도 굳은살의 일종으로 오랫동안 자극을 받은 부위에 나타난다. 티눈을 잘라보면 중심부에 원추 모양의 심이 박힌 것을 볼 수 있는데 티눈 약을 서너 차례 되풀이해서 바르면 대부분 심이 빠진다. 티눈 심이 깊은 경우 억지로 빼려고 하다가는 상처가 커질 수 있으므로 피부과를 찾아 치료해야 한다.
족욕법…피로 풀어주는 발 마사지
작거나 큰 러닝화를 신고 내리막길을 달리면 발끝이 신발에 부딪치면서 발톱이 검게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검은 발톱은 착지 자세가 잘못 되었거나 더운 날씨에 오래 달리는 경우 발이 부어서 생기는데 발톱에 이상이 생기면 경미한 통증만 느껴질 뿐 하루나 이틀이 지나면 없어지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상태로 계속 달리면 발톱 밑에 출혈이 생기면서 심한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발톱에 피멍이 들어 까맣게 변하면 소독한 바늘로 발톱 밑에 구멍을 내서 피를 뽑고 소독한다. 빠른 시간 안에 치료하면 발톱이 굳어지면서 그 밑에서 새 조직이 돋아나오지만 24시간 이내에 고인 혈액을 제거하지 않으면 발톱은 빠져버린다. 통증은 크지 않아도 발톱이 발가락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땅을 박차고 달릴 때 불편을 느낄 수 있다. 빠진 발톱이 다시 자라는 데는 3∼6개월이 소요된다.
곰팡이에 의해 생기는 무좀은 여러 원인이 있지만, 잘 건조되지 않은 러닝화를 신었을 때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습기가 찬 러닝화는 세균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에 달리기 후에는 러닝화를 통풍이 잘 되는 응달에서 완전히 말려야 한다. 무좀은 발가락 사이와 아치 아래에 주로 생기며, 감염되면 피부가 마르고 가려워진다. 무좀균은 연고로 치료할 수 있지만 일시적으로 나은 듯 보여도 다시 증식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발의 청결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이 같은 문제들은 평소 발 관리 습관만 잘 들여도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발톱을 손질할 때는 러닝화 안에서 부딪치지 않도록 되도록이면 짧게 깎는다. 모양은 일자로 깎아야 발톱이 살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 신발을 살 때는 발이 부어있는 오후에 사야 하며, 양쪽 다 신어봐서 신발과 발가락 사이에 엄지손톱이 들어갈 정도의 여유가 있는지 확인한다. 발을 씻을 때도 발가락 사이를 세심하게 씻고 물기를 꼼꼼히 제거한다.
달리는 동안에는 발의 혈액순환이 잘 안 되기 때문에 다리가 붓고 뻐근해지는데 이러한 피로를 제때 풀어주지 않으면 신경통, 고혈압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발에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데는 족욕과 마사지가 효과적이다.
족욕은 무좀과 발 냄새를 없애줄 뿐 아니라 온몸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면서 신진대사를 촉진시킨다. 또한 정신적 안정을 통해 스트레스가 완화되며, 지방을 연소시키는 다이어트 효과도 있다.
족욕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샤워기의 물살로 발을 마사지한 후 체온보다 약간 높은 온도(38∼40도)의 물에 발을 10분 정도 담근다. 물 높이는 발목 정도로, 몸이 전체적으로 따뜻해지고 땀이 날 정도로 꾸준히 해야 효과가 있다. 물 온도가 낮아지면 뜨거운 물을 부어 물 온도를 유지해 준다. 족욕을 시작하기 전과 끝난 후에는 따뜻한 물을 마셔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 좋으며, 물에 과일 식초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부기가 쉽게 빠지고, 발 냄새를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
엄지손가락으로 아치를 꾹꾹 눌러 주면서 발을 마사지하면 혈액순환이 촉진되고 피로가 쉽게 풀린다. 볼펜 끝이나 빗의 뒷부분을 이용해 발바닥에 자극을 주거나, 병처럼 굴곡이 있는 물건을 이용해 발을 문질러 주는 것도 손쉽게 할 수 있는 발 마사지법이다. 발 마사지를 할 때는 간단한 스트레칭을 병행하면 근육 이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먼저 뒤꿈치를 바닥에 댄 상태에서 바깥쪽으로 원을 그리듯이 발을 크게 돌려준다. 발가락을 발등 쪽으로 최대한 젖혀서 10초간 유지하는 스트레칭은 종아리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으며, 발가락 사이를 부채꼴처럼 쫙 펴주거나 발끝을 쭉 펴서 발등을 늘려주는 것도 일상생활에서 틈틈이 하기 좋은 스트레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