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시국도 하 수상한데 답답한 마음 딱히 풀 곳도 없어서
라켓이나 하나 또 만들까 하고 뻘짓 시작.^^
사이버쉐이프 피스톨그립을 만듭니다.
처음엔 레귤러헤드의 둥근 스타일로 구상했었는데
스케치를 하다가 사이버쉐이프로 바꿨습니다.
기왕 하는 뻘짓인데 하는 김에 더 특별하게.^^
예전에 칼릭스로 만들었던 첫 피스톨그립의 경험을 참조하여 이번에는 그 때 느꼈던 단점들을 적극 보완하려 합니다.
당시 느꼈던 가장 큰 단점은 피스톨그립의 구조상 일반적인 블레이드의 그립법으로, 즉 검지는 뻗고 중지 약지 소지를 나란히 붙여 감아 잡으면 상하 각은 조절이 쉽지만 좌우 코스 조절에서 흔들릴 가능성이 너무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립을 넓고 굵게 만들었어도 이 문제는 존재했습니다.
흔들리지 않게 하려다 너무 꽉 잡게 되더군요.
좌우 각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검지나 중지 중 손가락 하나 이상을 구멍에 끼워 단단히 고정해 잡는 방식이 필요하다 판단합니다.
그런 이유로 제 칼릭스모델과 거의 같았던 최초의 피스톨그립 등장 이후 연구개발이 이어진 후속 모델들에서는 손가락 넣는 구멍들이 자리하게 된 것이겠지요.
초기 모델과 제 칼릭스피스톨은 그립 각과 전체 구조가 거의 같은 모습입니다.
중국의 용품사 산웨이에서 특별한 라켓들을 참 많이 내놓는데 그 회사의 여러 피스톨그립 모델들에도 거의 대부분 손가락 구멍이 뚫려있는 걸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검지는 구부려 넣기 싫으니^^ 중지 구멍을 만들기로 합니다.
가장 최근에 정식 출시된 피스톨그립은 일본 WRM의 보급형 블레이드 '트리거'입니다.
중지를 넣게 만든 이 스타일을 참고하여 스케치.
그리고 또 하나의 보완점은 헤드와 그립 간의 각도였습니다.
너무 많이 꺾인 각을 줘서 헤드가 지나치게 내려가는 경향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각을 좀 덜 꺾어서 대략 45도 안팎에서 제 그립법과 손목, 하완에 맞는 최적의 각을 찾아보기로 합니다.
그립 각으로 인해 검지의 위치 역시 중앙에서 벗어나 너무 위를 받치고 있었기에 겸사겸사.
적당하다 생각된 그립각으로 스케치를 해서 가위로 오려낸 후 잡아봅니다.
검지의 위치가 블레이드의 중앙 부근을 받쳐 힘이 실리고 전체적으로 맘에 들긴 하지만 그대로 팔을 뻗어보니 아직도 헤드가 하완보다 약간 내려가네요.
하완과 일직선일 때 가장 힘이 있고 타구점 조정이 쉽죠.
각을 조금 더 주기로.
다시 스케치할 필요까지는 없고 목판에 그릴 때 그립 각도만 약간 틀어주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사용한 목판은 미즈타니준 수퍼ZLC와 같은 구성의 림바 표층 아우터 수퍼ZLC 판입니다.
스케치를 목판에 옮기다가 사이버쉐이프에 어울리게 윗쪽 라인 파내지 않고 직선으로 쭉 가는 디자인으로 변경.
덕분에 더 남성적이고 사이버틱하며 그립 상부에도 각이 하나 더 생깁니다.
이게 사이버쉐이프 헤드에 더 잘 어울리네요.
헤드는 스티가의 오리지널 사이버쉐이프와 같은 사이즈입니다.
또 하나 생각한 보완점은 엄지 놓는 곳.
칼릭스 피스톨에서는 엄지가 갈 곳을 잃고 헤매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엄지가 안정되게 자리잡을 필요가 있는데 엄지 얹자고 막대기 꽂긴 싫고.
그냥 늘 잡던 셰이크그립처럼 엄지 경사면을 주기로 합니다.
가장 익숙한 게 역시 가장 좋으리라는 생각으로.
(쳇! 익숙한 게 좋으면 그냥 익숙한 셰이크 치지, 뭐하러 또 이런 건 만드실까...ㅋㅋ)
연필 스케치 라인 따라 쓱싹쓱싹 톱질, 드릴과 조각도로 중지 구멍 뻥, 평줄과 반원줄로 사각사각 줄질, 사포로 슥슥 마무리.
그립 부위는 그립 붙인 후 같이 다듬기 위해 사포로 마무리 하지 않고 일단 모서리 정리만 해둡니다.
이렇게 준비한 목판의 무게는 78.3g.
준수하네요.
그립을 가벼운 목재로 만들어 붙이고 주변을 다듬어주면 충분히 110g 아래로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위에 언급한 첫 작품 칼릭스피스톨이 110g이었습니다.
그립 속을 파내면 많이 더 낮출 수 있구요.
감각과 울림 전달을 위해서도 그립 속을 파주는 게 좋긴 합니다.
그립 속을 파면 또 헤드 쪽에 좀 더 힘이 실리기도 합니다.
참고로 피스톨그립 블레이드는 110g 정도가 표준무게입니다.
구조상 체감무게가 크지 않습니다.
참고로, 같은 무게라고 가정했을 때 그립 스타일별 체감무게는
반전형 펜홀드 > 일본식 펜홀드 > 중국식 펜홀드 > 사면타법 그립 > 사이버쉐이프 셰이크핸드 > 원형(일반) 셰이크핸드 > 윙스판 > 피스톨그립
순입니다.
왼쪽으로 갈 수록 가벼운 블레이드를 찾게 된다는 뜻이고, 오른쪽으로 갈 수록 무게 영향을 덜 받는다는 뜻이 되죠.
제 경험상 각 그립별 기준 무게는
반전형 펜홀드 70~80g, 일본식 펜홀드 95g, 중국식 펜홀드 80g, 사면타법 그립 90g, 사이버쉐이프 셰이크핸드 85g, 원형(일반) 셰이크핸드 90g, 윙스판 95~100g, 피스톨그립 110g 입니다.
물론 제 경우에 한하며, 헤드의 형태와 크기, 러버 종류, 러버 갯수(단면/양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개인차는 더 많이 있겠지요.
그립 쪽이 무거울 수록 헤드 쪽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느껴져 체감무게가 줄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코르크 검지걸이만 딸랑 존재하는 반전형 펜홀드의 체감무게가 가장 높습니다.
윙스판과 피스톨그립은 그립 쪽에 무게가 많이 실리기에 총무게가 무거워도 체감무게는 가벼운 것이죠.
이제 천천히 그립 목재 준비해 깎아 만들고 붙이고 다듬어 완성해야죠.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공룡
첫댓글 사면타법 그립이라는 것이 테나리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
아뇨..
반전 펜홀더 비슷한데
포백으로 앞뒤 다 써서 4면을 사용한다는 개념.
이런 그립으로
일본식펜홀드처럼 포핸드와 전면 쇼트, 중국식펜홀드처럼 이면 백핸드, 그리고 슈신이 장난으로 잘 하는 이면으로 포핸드 치는 것까지.
@공룡 우와~ 처음 봤습니다~ ^^;;
생각해보니 펜홀더 그립이 무게부담이 크게 느껴지겠네요. 쉐이크로 가야되나^^
무게 줄이니 요즘 크게 아프진 않습니다.
헤드 큰 중펜 말고
헤드 작고 가벼운 일펜 쓰시길 권해드립니다.
이면은 일펜그립으로도 얼마든지 잘 쓸 수 있으니까요.
가벼운 합판 일펜이나 반전형에 숏과 평면으로 조합하면 무게 부담 없죠.
그런 용도로 쓰기에 빅타스 스핀에이스 카본 반전형이 참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평균 중량이 60그람 대인 카본 각환형 반전형인데 경쾌하고 잘 나가서 숏에도 참 좋아요.
암스트롱의 히노끼어택 5겹 일펜도 좋고 TSP/빅타스의 쾌속S도 좋습니다.
둘 다 뒷면도 쓸 수 있게 처음부터 도료칠과 코르크 없이 나오는 버전 있어요.
@공룡 장보 감사합니다. 암스트롱은 고려대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