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민담의 체계적인 이해를 위해『한국 구비문학의 이해』의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민담의 세계
1. 민담이란 무엇인가
민담에 대한 정의는 간단하지는 않다. 민담의 어의와 상관지어 민간전승의 설화 일반을 일컫거나, 동화적, 환상적 이야기를 민담이라 하기도 한다. 우리는 보통 신화와 전설과 더불어 성화의 하위 갈래로 이해하고 있는데, '흥미 위주로 전승되는 옛날이야기'로 전설이 근거 있는 이야기인 데 비해 민담은 사실여부에 구애받지 않는 상상력을 동원하여 재미있게 엮은 이야기다.
그래서 민담의 특징은 ①집단의 이야기인 전설과 달리 개인적 이야기이다. ②민담의 구연에 있어서는 '표현'의 측면이 중시된다. 민담의 구연은 이야기를 잘하는 이야기꾼에 의해 주도되기 때문이다. ③민담은 사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가 많다. ④민담은 꿈의 이야기, 상상의 이야기로서의 특징을 지닌다. ⑤민담 속의 상상의 세계는 본질적으로 낙관적이다. 그러나 이는 힘들고 슬픈 현실과의 상관관계를 따져봐야 한다.
2. 민담의 역사적 전개 개관
민담의 시작은 알기 어려우나 문헌에서 그 흔적을 찾기 힘들어, 신화나 전설에 비해 후대의 것이라고 보여진다.
상고시대 민담의 존재는 자료가 없어 해명하기 어렵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에 민담의 요소를 갖춘 설화(호동, 온달, 서동, 경문왕, 박제상, 도미의 처, 구토설화, 거타지, 조신, 김현감호)가 있지만 민담으로 규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들 작품자체는 전설로서의 성격이 강하지만 뒷날 민담의 형태로 널리 전승되어 현재에까지 이르는 것도 있다. 고려시대 민담의 실상은 삼국, 신라보다 어렵다. 후기에 속출한 패설집에서도 민담의 흔적을 찾기 힘들고 『고려사』역시 미흡하나, 이시기 민담이 전대보다 약화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민담가운데 중국이나 몽고 등지에서 전래된 것도 적지 않다. 이는 민담이 민간 생활의 중요한 위치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조선조에 오면서 민담이 문헌에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성현의 『용재총화』, 서거정의 『태평한화골계전』, 강희맹의 『촌담해이』, 송세림의 『어면순』등이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민간에서 구전되던 것을 그대로 수용한 것도 있지만, 민간의 민담을 그대로 반영한 것은 아니고 대부분 양반사대부들 사이에 이야기를 문헌에 정착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조선후기에는 민담의 편폭이 넓어져 소화집, 육담집의 편찬이 이어져 『속어면순』, 홍만종의『명엽지해』, 『파수록』등 여러 종이 편찬되었다. 이러한 이야기 문화는 시정을 중심으로 아야기꾼들에 의해 개발되고 발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민담의 기세는 근·현대에 오면서 퇴색하고 말았다.
3. 민담의 분류
민담의 분류는 서구의 설화연구자 아르네와 톰슨의 분류법에 따리 동물담, 본격담, 소화 미차 일화, 형식담, 미분류담으로 분류하고 우리 학계에는 이 영향으로 동물담, 본격담, 소화로 크게 분류했으나 이는 논리성에 문제가 있다. 조동일의 설화 분류안이 이러한 발상을 바꾸었는데 이기고 지기, 알고 모르기, 속이고 속기, 바르고 그르기, 움직이고 멈추기, 오고 가기, 잘되고 못되기, 잇고 자르기로 항목을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도 논리성과 유용성을 갖추고 있지만 역시 난점이 있다.
민담의 종류는 크게 ①환상을 펼쳐나가는 민담인 '환상적 민담'으로 대부분 동화적인 이야기들이고, 여성화자들에 의해서 많이 구연되는 것이 특징이다. ②현실을 우스꽝스럽게 변형 내기 전도하는 '희극적 민담'은 소화로 지칭되는 것으로 육담과 어희를 포함한 형식담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희극적 민담이 짤막하고 단순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고 역사적 인물이 등장하는 설화들도 여기에 포함 될 수 있다는 것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③비현실적 상상을 제어하면서 현실에 상응하여 작중상황을 엮어 가는 '사실적 민담'은 폭이 넓고 종류가 많다. 이는 민담의 허구적 지향성에 '사실성'의 구심력이 함께 작용함으로써 긴장감을 자아낸다.
그러나 이러한 경계는 뚜렷한 것이 아니고 단지 이런 구분은 민담의 다양한 문학적 존재방식을 효과적으로 드러내 보이고자 하는 것이다.
4. 민담의 구조와 표현방식
1)민담의 구조
민담의 발생 원천은 경험과 꿈이다. 이것이 전승과정에서 보편성을 획득하여 누구에게나 재미와 메세지를 전할 수 있는 아애기로서 구조화가 성취되는 것이다.
민담의 구조는 이야기 진행 순서에 따른 서사요소간의 유기적 짜임 '결핍-결핍의 해소', '금기-위반-결과'등을 말하는 순차적 구조와 서사적 순서와 상관없이 이야기의 바탕에 깔려있는 생:사, 선:악, 천:지, 남:녀 등의 대립요소가 형성하는 대립적 구조가 있다.
2)민담의 표현방식과 문체
이야기의 짜임새 못지 않게 표현의 측면이 중요하다. 작중 상황이 묘미 있게 형상화되어 실감나게 전달돼야만 민담 본래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 이러한 표현방식에는 인물과 상황에 대한 치밀한 묘사, 인물 대사의 극적 재현, 청중을 끌어들이는 묻고 답하기식의 구연, 묘미 있는 비유적 표현과 다채로운 공식적 관습적 표현, 상식의 허를 찌르는 허풍과 과장, 시공을 넘나드는 너스레, 비속어의 사용 등이 있다.
5. 민담에 담긴 민중의 삶과 꿈
민담의 세 부류 모두 기본적으로 삶을 더욱 의미 있게 엮어가기 위한 몸짓으로서의 의의를 지닌다. 민담은 이야기하는 것은 삶을 돌아보면서 더 나은 삶을 꿈꾸는 것이다. 민담에는 힘든 삶에서고 희망을 잃지 않는 민중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6. 민담의 현재적 양상
현대에서는 전통의 민담을 대신하는 새로운 형태들의 이야기가 생겨났다. 그 대표적인 것이 '유머'이다. 이것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된다. 하나는 시리즈 형태를 취하는 기발하고 황당한 상황의 설정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짤막한 소화이고, 또 하나는 생활 주변에서 겪거나 본 일을 재미있게 풀어놓은 신변잡기류의 긴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이외에 풍자성의 글과 패러디, 허구적 창작 등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민담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힘들다. 모처럼 발견되는 좋은 스토리의 이야기들도 자생적인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이는 우리 나라의 '이야기 문화'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 민담을 살리는 일은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일이므로 좋은 민담을 이야기 하고 듣는 일을 그만큼 중요하다고 하겠다.
<<개와 고양이의 구슬 찾기(견묘쟁주)>>
이 이야기를 처음 접한 것은 어린 시절에 본 '은비까비'라는 만화에서였을 것이다. 우선 이것은 민담을 세 가지로 분류했을 때 환상적 민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개와 고양이와 같은 동물이 사람처럼 말을 하거나 하는 것은 일상적 경험의 틀을 벗어나는 신비한 환상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와 고양이가 길러준 주인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주인이 잃어버린 구슬을 되찾는 과정에서 서로 다투어 사이가 나빠지게 되었다는 동물의 보은담적 성격도 매우 강하며, 개와 고양이의 사이가 나빠지게 된 유래를 나타내고 있다.
'견묘쟁주(犬猫爭珠)', '견묘보주탈환(犬猫寶珠奪還)'이라고도 불리며, 전국적으로 널리 구전되고 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이렇다.
옛날 어느 바닷가에 가난하지만 착하게 살아가는 늙은 부부가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잇고 있었다. 어느 날 노인이 큰 잉어를 잡게 되었는데, 자세히 보니 잉어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이를 보고 가엾어서 놓아주었다. 다음날 노인이 바다에 가니 한 소년이 나타나 용왕의 아들이라고 하며 노인이 은혜에 감사하면서 용궁으로 초대하였다. 용왕님은 할아버지를 위해 큰 잔치를 베풀고, 무슨 소원이든지 들어주는 황금 구슬을 주었다. 용왕의 융숭한 대접을 받고 보배구슬을 얻어 돌아온 뒤 노인부부는 큰 부자가 되었다. 그러나 강 건너 마을에 사는 마음씨 나쁜 할머니가 이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그 할머니는 장사꾼으로 꾸미고 찾아와 황금 구슬을 몰래 훔쳐 달아났다. 구슬을 가져가 노인의 집은 다시 가난해졌다. 그 집에서 기르던 개와 고양이 는 주인의 은혜를 갚고자 구슬을 찾으러 가서 되찾게 되었다. 그런데 돌아오던 중 강을 건널 때 개는 헤엄을 치고 고양이는 개의 등에 업혀 구슬을 물고 있었는데, 개가 구슬을 잘 간수하고 있느냐고 고양이에게 묻자, 고양이는 대답하다가 구슬을 그만 물에 빠뜨려버렸다. 그 책임으로 서로 다투다가 개는 집으로 갔지만 면목이 없어진 고양이는 강 건너편에 있다가 고기 잡는 사람들이 내버린 죽은 물고기를 보고 달려갔다. 그런데 물고기를 얻어먹다가 그 속에서 구슬을 찾게 되었고 주인에게 가져다주었다. 주인은 고양이를 우대하고 개를 집 밖에 거처하게 하고 박대했으므로 그 뒤부터 둘의 사이가 나빠지게 되었다.
이는 결핍-해결(우연적)-실패-해결의 시도-해결(고양이).실패(개)의 구조로 되어 있다. 순차적 전개를 긴밀하게 연결하고 있다. 선녀와 나무꾼과 같은 이야기에서 처럼 이 이야기도 지극히 평범하고 오히려 그보다 못할 수도 있는 일상적인 상황에서 출발한다. 그러다가 잉어와의 만남을 계기로 '꿈같은'일이 일어나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부자가 된다. 그러나 그 꿈은 현실과의 긴장관계에서 결국 욕심많은 할머니에 의해서 좌절된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보은담적 성격이 강하여 잉어의 은혜갚기에 이어 개와 고양이도 착한 노부부의 은혜를 갚으려 구슬을 찾으러 떠나고 결국은 찾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금기와 비슿하게 고양이가 말을 하지 말아야하는 상황에서 말을 함으로써 또다시 행복의 성취에서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민담이 낙관적인 삶의 형상이듯이 우연한 계기로 결국은 그 꿈을 이루게 된다. 이는 힘든 삶속에서 키워온 행복에 대한, 좋은 날에 대한 꿈과 그것을 향한 의지를 드러내는 '나무꾼과 선녀'나 '우렁각시', '흥부와 놀부'등과도 주제가 같은 민중의 행복을 향한 절실하고 소박한 갈망을 담은 이야기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