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간의 오아후 가족여행 다녀왔습니다. 너무너무 즐겁고 알찬 시간이었고 여행의 감흥이 사라지기 전 최대한 많은 내용을 기록하는 여행수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쓰다보니 너무 기네요. 지겨우신 분은 과감하게 skip하세요. 여행의 주인공들인 우리 가족들을 먼저 소개할께요. 지금 미국에서 MBA 과정 중인 아빠, 한국에서 4살 아들, 2살 딸 키우는 직장맘인 저와, 생후 45개월 4세 아들 영하와 21개월 된 2살 딸 영현 이렇게 4명이랍니다. 남편은 올 여름부터 MBA를 시작해서 6월말부터 전 기러기 엄마가 되었지요. 때마침 남편과 저 모두 10월 마지막 한주 휴가가 생겨서 하와이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여행의 테마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하와이 여행이었어요.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아이들과 여행하는 거 참 쉽지 않죠… 하와이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신혼여행지로만 많이 이용되지만 동남아시아만큼 가족여행지로도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저변이 확대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아마도 요즘 신혼여행 오시는 분들이 5~6년 정도 후 다시 아이들을 데리고 하와이를 찾을 때 참고가 되면 좋겠다는게 작은 바램입니다.
서두는 짧게 하고, 호텔은 조인하와이의 정보를 믿고 저렴하고도 실속있을 것 같은 ocean resort hotel로 정했어요. 이웃섬도 갈까 하다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여행이라는 테마에 맞추어 무리하기보다는 오아후에서만 알차게 보내기로 한정하고 오아후 8일 plan을 세웠답니다. 지금부턴 워드로 쳐 놓은 수기를 잘라 붙이겠습니다.
첫날 한국 공항에서 출발부터 아이 둘 데리고 엄마 혼자 길떠자니 어렵더군요. 짐을 compact하게 싸려고 했음에도 아이들 튜브, 수영조끼, 아쿠아슈즈, 스노클링 장비 등 3인용을 넣으려니 도저히 가방 한 개에는 안 되길래 이민가방 하나 급히 온라인 주문하여 대충대충 넣어서 시부모님께 SOS 쳤습니다. 공항까지 차로 좀 태워주세요.. 돌아올때도 pickup 부탁드려요. ㅎㅎ 좋으신 우리 시부모님, 흔쾌히 공항까지 바래다 주셨습니다. 기저귀, 책, 장난감, 물이나 음식을 쏟을 경우를 대비하여 여벌의 옷, 영현이의 safety blanket등을 넣으려면 가방이 2개는 필요하네요. 물론 유모차도 함께요. 애들 데리고 가면 짐이 엄청 많아진답니다. 이런 상황을 handle하기 위해 저도 회사 체육대회용 추리닝에 아디다스 운동화, 색조 화장도 전혀 안 하고 검정색 머리 고무줄 하나 손목에 묶고 길을 떠납니다. 흐흐흐, 여자되기를 포기하고 아줌마가 되어가는.. 신혼여행 오신 예쁜 신부들과 너무 비교되네요.
어쨌든, 토요일 5시 35분 비행기인데 차 밀릴까봐 1시 30분에 나왔는데 오버였습니다. 저희 집이 마포인데 토요일 오후 40분 걸리더군요. 3시 30분 check-in 시작할 때까지 앉아서 시부모님이랑 얘기도 하고 아이들 재롱도 보다가 체크인 하고, 화장실 들리고 그러다가 4시 조금 넘어 들어갔어요. 시부모님과 아이들 공항에서 사진 한장 찰칵, 영하 눈을 감았네요.
할아버지 할머니랑 빠이빠이 하고 출국심사대 거쳐 terminal에 들어갑니다. 2008년 5월에 뱅기 타보고 1년 넘게 비행기를 못타 봤더니 이번에 가보니깐 새로운 terminal 청사가 생겼더라구요. 출국심사대 나가서 지하철 타고 옆 terminal로 이동하니까 또 완전 삐까 번쩍한 우리 인천공항의 duty free shops… 그러나 어린애 두 명 데리고 여행하는 엄마에게는 그림의 떡. 뭐 딱히 살 돈도 없습니다, 흑흑. 그래서 duty free shop은 한번 유모차로 strolling하면서 지나치기만 하고, 우리 아가들을 위해 하겐다즈로 갔습니다. *^^* 여기서 잠깐 우리아가들의 얼굴 공개, 오늘 여행의 주인공 영하와 영현이랍니다. 영하가 고른 초코릿 아이스크림 한 컵을 나누어 먹고 있습니다.
우리가 비행기 탈 gate는 112번 사람도 별로 없고 한산한 가운데 계속 기다립니다. 너무 일찍 왔나봐요. 둘이서 창 밖으로 비행기도 보고 좋아하고 또래 누나를 만나 얘기도 나누고 뭐하는지 구경도 하며 금새 친해지기도 하네요.
결국 탑승시간이 되고 드디어 비행기에 탔습니다. JAL 비행기에 타자 주문해두었던 infant meal, child meal이 나오더군요. Infant meal에는 센베이과자와 바나나, child meal에는 샌드위치와 요거트, 과일 등이 나오는데, 영하는 제 도시락을 먹었고, 저는 영하의 샌드위치를 먹었답니다. 아이들에게는 스티커도 나누어주고, 카드나 비행기 조립모형 등을 나누어 주어 그럭저럭 시간이 가더라구요. 일본에 도착후 2시간 환승선을 기다리는 동안이 무척 힘들었어요. 원래 저희 아이들 9시에 불만 끄면 자는데 피곤하기는 하고, 건조한 공항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니깐 힘들었는지 엄청 시끄럽게 공항 대기실을 뛰어다니면서 장난을 치고 엄마를 괴롭히더라구요. 덕분에 호놀루루까지 가는 비행기에서는 푹 잘 잔 편이었어요. 영하가 4시간 정도 계속 잤고, 반면 영현이는 불빛에 민감해서 인지 2시간 정도 자고서는 잠을 잘 못자더군요. 저녁식사는 아예 skip하고, 아침식사용으로 주는 베이글과 바나나, 물 등만 받아서 아침에 나올 수 있었어요. 힘들었습니다. 아이들 혼자 2명 데리고 비행기 두 번이나 갈아타고 움직이는 것..흐흐흐.
어려웠던 detail은 생략하고 ㅜㅜ 비행기 tip 알려드릴께요.
(1) Infant meal, child meal은 비행기표 확정한 후 결제하고 나면 여행사나 항공사 통해서 미리 주문해두세요. Infant meal은 아기 연령(개월수)에 따라 적당히 나오는 것 같더군요. 아주 어린 경우에는 액상분유 같은 것 주거든요. 식사는 연령에 맞추어 충분한 양이 나오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듯 합니다. 그리고 여벌 옷 기내에 꼭 가져가세요. 식사하다가 물이나 음료수 쏟는 일 흔하고, 토하거나 쉬야 할 수 도 있죠.
(2) 어린이와 여행할 때는 대기 시간 줄이세요. 공항에도 저처럼 너무 빨리 가시지 마시고. 대기시간 동안 아이들은 공항 건조하고 지저분한 바닥에서 아직은 개념 없이 데굴데굴 구르면서 놀죠. 깔끔떠시는 분들은 참기 어렵습니다. 저도 아이들 자유분방하게 키우는 편이라 크게 제재하지 않지만, 대기장소에서 뛰어다니고 떠들고 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어서 그걸 통제하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제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까지 해보려고는 하지만, 무조건 꾸짖을 수도 없잖아요. 다행히 귀엽게 봐주는 분들도 있지만 그런 아이들이나 애 엄마들 핀잔 주는 어른들 있을까봐 항상 노심초사랍니다. 그런 면에서는 예산이 tight하지 않다면 KAL 직항편을 이용하는 것이 물론 더 편할 것입니다. 저희는 가난해서 ㅎㅎ 그래도 몇십만원 절약하자고 JAL 이용했습니다.
(3) 다행히 seat는 한자리 남기고 세자리 주었습니다. 그러나 정말 재수 없으면, 정말 성수기에 full booking인 경우면 infant seat 안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Check-in하는데 infant 좌석 주냐고 물었더니 스튜어디스 아주머니 너무 완강하게 “아이는 안고 타셔야 합니다” 그러길래 죽었구나 했는데 다행이었어요.음료랑 커피 포트 있는 스튜어디스들 공간 바로 옆 베시넷 있는 자리 받았습니다. 참 베시넷은 아기가 6개월 이전에 누워 잠자는 시간이 많으면 편할 수 있습니다. 그치만 이착륙, 중간에 turbulence있으면 빼라고 해서 애기 넣다 뺐다 귀찮을 수도 있습니다. 아기가 앉아서 놀 수 있고 어차피 13kg이상인가 그러면 베시넷에 못타니까 15개월 정도 넘으면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베시넷자리의 단점은 가방을 좌석 아래에 넣을 수 없어서 overhead compartment에 올려야 한다는 점. 참, infant seat 예약하는 경우는 web check-in이 안 됩니다. 저는 그래서 counter check-in하려고 공항에 너무 일찍 온 바람에 대기 시간이 길어져 버렸고 그게 좀 힘들었습니다. 빨리 비행기 타는 것이 끝나고 하와이에 도착한 이후 얘기를 썼으면 좋겠네요. 비행기 안이 젤 힘들었어요.
처음 이런거 카페에 올려보는 거라 다움 에디터에 익숙해지는데 오래걸렸습니다.
첫댓글 소중한 정보 감사합니다.
^^ 잘 보겠습니당 ㅎㅎ
YHMOM 님 오시길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18개월 딸아일 데리고 , 당장 다음주에 떠나는데 아직도 구체적 일정을 잡지 못하고 마냥 이러구있었답니다. ㅠ.ㅠ 후기글 열심히 정독하고 가야지요.. ㅋㅋ 궁금한점 생김 쪽지 드릴께 답변 부탁드려요 ^^
총 몇일일런지 모르겠지만 해변이 너무 좋아 욕심없이 오전에 수영복입고 해변나가 조금 놀다가 호텔에 와서 낮잠자고 오후 해떨어진 후 와이키키쪽 쇼핑센터나 스트릿 산책만해도 아이와는 너무 행복한 시간 보내실 수 있을거예요. 차량 렌트하셔서 노스쇼어,카일루아, 하나우마베이 해변들만 거점으로 찍어도 좋구요. 아이와는 해변을 즐기세요. 돈도 얼마 안들고도 정말 행복해져요~
27편까지 이어지는 장편 여행수기이니, 2, 3탄도 쭉~~
베시넷 유로라고 들었는데 무료인가봐요? 저도 뱅기 안이 젤 힘들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울 딸아이 이제 돌지났는데 20개월넘으면 하와이 가려고 계획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