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이 가는 곳에 눈길이 함께 갑니다.
눈길이 가는 곳에 손길도 함께 갑니다.
그래서 사람의 손길이 가는 그 무엇에는 그 만큼의 마음과 정성과 공이 깃들게 마련입니다.

손이 한 번 간 것과 열 번 간 것, 그 차이는 분명 다릅니다.
이곳에서 자라나는 꽃송이, 풀포기, 과일, 열매.... 이 많은 것들이 이렇게 튼실하다면
그 손길에 얼마만큼의 마음을 함께 쏟았을지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이곳 하늘법당의 칠팔월. 그리고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 구월,
연일 35도에 육박, 이글이글대며 더운 김이 올라오는 땅바닥 열기와 하늘에서 내리쬐는 땡볕 속에서도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고, 묵묵히 그 일을 해내는 이가 있었습니다.
목덜미에 수건 한 장 휘두르고 밀짚모자 하나 푹 눌러쓴 채 공양시간 외에는 잠시도 쉴 틈 없이
이 귀퉁이에서 저 귀퉁이를 바삐 오가며 비지땀을 쏟으며 지내신 화엄장 보살님의 손길과
수시로 오셔서 함께 해 주신 큰스님과 우리절 대중스님들의 울력의 손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큰스님께서는 키 큰 해바라기가 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드러눕자 잘 버티게 받침대를
세워주셨고,

필요 없는 순을 따 주어 열매가 튼실하도록 도와 주시고,

더운 기온 탓에 금세 연못을 덮어버리는 이끼도 걷어 주시고,


대중스님과 행자님께서는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어 닳아진 바닥재를 몇 차례에 걸쳐 갈아주시고
바닥청소까지 깨끗하게......

그리고, 퇴비를 날라다 밭을 일구어 주시고...
화엄장님을 도와 경작이 끝난 밭 정리를 도와주시고....
멀리 보이는 보살님은 검게 타는 것이 무서우면서도 땡볕아래 퍼질고 앉아 야생화 화단의 잡풀을
뽑아주시고...

저녁공양을 마치고 오신 인허 스님, 정수스님께서는 신나는 작두 썰기로 퇴비를 만들어 주시고..

“예쁘다. 잘 자라라. 부디 잘 익어라” 칭찬으로 기도해 주시며 모두들 마음으로 돌보고
가꾸어 주셨으니......
모두가 그 손길 덕분입니다.()
모두가 그 마음 덕분입니다.()


온갖 꽃, 온갖 야채, 온갖 과실들이 울긋불긋, 파릇파릇, 주렁주렁 제각각의 모습으로 결실을
맺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날이 야물어지고 영글어져 나름대로의 향을 내고, 맛을 내며 익었습니다.
수박이야기입니다

노란 수박꽃이 처음 피었을 때, ‘아, 이제 수박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군침부터 흘리다가
그런데 “저게 언제 다 익지?”싶었지만 하루가 다르게 덩치가 커졌습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각 반마다 수박을 골고루 나누어 주고 싶은 맘이신 큰스님께서는
손수 수술을 따다 접붙이기 작업을 하시며 수박이 줄기마다 주렁주렁 달려주기를 기원하십니다.^^

여름더위가 한창이던 어느 날, 하나를 따다가 칼끝을 갖다내니
쩍~ 소리를 내며 지대 갈라져 제 속을 드러냅니다.

큰스님, 대공스님, 화엄장보살님, 모두 좋아하시고 마침 오신 법우님들과 모여앉아 수박파티를 벌였습니다. *^^*


큰스님, 대공스님께서 제법 단맛이 나는 수박을, “자연의 맛이 난다”시며 맛있게 드십니다.
당근 이야기입니다

당근 꽃 보신 적 있습니까? 한 번 보세요~.^^ 저는 처음 보았습니다.^^
9월 하순 즈음이었나 봅니다.
화엄장 보살님께서 “오늘은 당근을 캐야겠는데요...” 말씀드리자,
큰스님께서 더 좋아하시며 한걸음에 당근 밭으로 가셨습니다.

맨 손으로 줄기를 잡아채니 영양가 있어 보이는 선명한 주황색의 몸통이
거무스름한 흙덩이에 가려진, 당근이란 넘이 쑥 뽑혀 나옵니다.
모두들 신이 나서 쑥 쑥 뽑아내니 밭고랑에 당근이 금세 한가득 입니다.

“맛 좀 보자!” 큰스님의 말씀에 너도나도 하나씩 골라 수돗가로 갑니다.
손수 흙만 닦아내고 씻어서 큰스님께서 먼저 한 입 물어봅니다.
뒤따라 대중들이 모두 맛을 봅니다.
“와사삭” “아삭아삭” 당근 물리는 소리가 경쾌한 음악입니다.
맛은 더 ‘쥑입니다’ ㅎㅎ
옥수수 이야기입니다

해바라기와 마주서서 키 재기하는 것처럼 자라던 옥수수가
누런 수염을 늘어뜨리고 서 있습니다.
아래로 잡아채니 옥수수가 툭 꺾어져 나옵니다.
한 겹, 한 겹 껍질을 벗겨내니 자주색 알맹이들이 속을 꽉 채우고 있습니다.
알알이 야물게 잘도 익었습니다.

큰스님께선 느닷없이 옛날 생각이 나시나봅니다.
“수수깡 먹어봤나? 먹어봐라~. 옛날에 이거 많이 뭇다(먹었다).”하시며
옥수수 줄기를 꺾어 껍질을 벗겨내고 한 입 베어봅니다. 그런데 표정이 개운하지 않습니다.
다른 걸 골라 다시 드셔봅니다. 이번에도 옛날 그 맛이 안나나 봅니다.
“옛날에 디기(엄청) 맛있었는데......별 맛 없네.^^”하시고 그만두십니다.

도솔천 처마 밑에 주렁주렁 엮어 매달아 두고 보는 재미 느끼라 하십니다.
그러다 내년에 종자로 쓰면 되겠습니다.
고추 이야기입니다

잎과 열매 모두가 진초록을 띠며 한 밭 가득 차지하고 있어 그나마 더위를 좀
잊게 해 주었던 풋고추 밭입니다.

여름 땡볕이 막바지에 이를 즈음, 색깔이 주황으로 변하나 싶더니
붉디붉게 익어 초록의 잎들과 대조를 이루어 더욱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저녁나절 해거름에 정수스님께서 오셔서 붉게 익은 고추를 몽땅 다 따주셨습니다.

자리를 깔고 붉은 고추를 펼쳐 놓으니 완전한 가을빛입니다.

센스 있는 화엄장 보살님께서 리스까지 만들어 장식해 주셨습니다.

늘 유쾌하신 인허스님께서는 그것을 “월계관”처럼 머리 위에 둘러봅니다.
그런데 맞지 않아 목에 겁니다.
땅콩, 생강, 고구마 캐는 이야기-예고편입니다^^
땅속열매 캐는 재미가 솔~솔~하자 같이 자라고 있던 땅콩은...생강은...고구마는....
어쩌고 있는지 몹시 궁금해집니다.

샘플삼아 한 뿌리 캐보니 올망졸망 조롱조롱 딸려오는 땅콩알~~귀엽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여물거든 캐기로 하고 다시 묻어두었습니다.
이제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더 두면 알이 썩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조만간
캐기 작업 들어가야 할 듯 합니다.
아마도 그 날, 하늘법당에 땅콩 삶는 냄새가 술술 나겠지요? *^^*

생강나무 좀 보세요. 꼭 대나무 같습니다.
대나무라 해도 그런 줄 알고 넘어갈 만큼이나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한 뿌리만 캐 보았습니다.
흙을 털고 맛을 보니 싸한 것이 분명 생강 맞습니다.
김장할 때 캐서 쓰면 되겠습니다.

웬만해서는 꽃을 안 피우기로 소문난 고구마입니다. 이게 바로 고구마꽃입니다.
보라색 나팔꽃 비슷하게 생겼는데 끝이 약간 오므려진 모습이었습니다.
얼마나 귀한 꽃이면...고구마 꽃 핀 게 제보가 되어 TV방송도 탔다하네요.
그런데 우리밭 고구마는 1년 만에 꽃을 피워버렸습니다.
뭔 일일까요??^^

고구마 캐기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아이들이 하게 될 가능성이 100%입니다.
추위가 오기 전에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합작이 이루어 질 듯합니다.
넝쿨째 매달린 호박과 달밤에 낳은 애기 박

제 무게를 못 이겨 수박조랑에다 몸을 맡긴 채 축 늘어져 둥글넓적 익어가는 누런 호박과
그물마다 줄기를 뻗어 탐스럽게 매달린 둥근 박은 오가는 모든 이에게 가을의 풍요로움을 먼저
선사해 줍니다.
얼마 전 저녁, 장독 깨지는 소리가 나서 뛰어가 보니, 버팀대 위에 걸쳐져 있던 호박이 제바람에 떨어져
장독 뚜껑만 박살 내 놓은 채 멀쩡하게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것을 운치 있으라고 도솔천 지붕위에
고이 모셔 두었습니다.
호박 옆에 뭣이 하나 있지요?
달님만을 짝사랑하던 하얀 박꽃이 드디어 어느 밤,
도솔천 지붕에다 달빛 닮은 애기 박 하나를 낳아 두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꽃들은.... 피고지고, 또 피고, 또 지고....

범부채입니다

무화과입니다

여자입니다

백합입니다
봉숭아 지고 나니 과꽃이 새로 피고, 범부채 폈다 지고 까만 씨앗 맺으니,
그 옆에 해변국화가 다투어 피어지고....
참으로 많은 꽃들이 피고지고, 또 피고, 지고...를 하였습니다.

이렇게 늘씬하게 쭉쭉 뻗은 부레옥잠은 처음이지요?
물옥잠 꽃입니다. ..... 반하겠지요?

하늘법당에서 마지막으로 피었던 연꽃입니다. ()()()

연꽃이 자취를 감추고 나니
여기저기 고개를 내밀고 서 있는 연밥과 연잎들이 누르스름하니 가을 색으로
연밭을 물들입니다.

틈틈이 시간을 내셔서 하늘법당의 연꽃 모습을 렌즈에 담으러 나오신 큰스님께서는
이제 막 시작되는 계절의 그 느낌마저 담아두시려 여념이 없습니다.

큰스님께서 찍으신 사진작품들로 가득 채워진 하늘법당 계단은 이제 우리절의 새로운
전시공간으로 변신했습니다.
소중하다면...고이고이 오래도록 품어보세요.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기억하기로, 9월 여드레부터였나 봅니다.
암탉이 둥지 속에서 꼼짝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미닭이 마침내 품기를 시작했던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사랑의 온기는 체온이지요.
둥지 안에서 꼼짝도 않은 체, 온 몸으로 품고 앉아 3*7일을 지냈습니다.

마침내 스무하루 째날,
어미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있었나 봅니다.
기운을 내어 줄기차게 두꺼운 문을 콕콕 쪼아 뚫으면서....
‘줄탁동시’를 이루었습니다.()()()
마침내 새 생명이 화엄동산으로 찾아오셨습니다.
그것도 다섯이나...()()()
어, 한 마리가 없네요. 어디 갔나.....? 엄마 품속에 숨어들었나...?^^

어미닭이 새끼를 품고 있을 동안은 항상 닭장 밖에서 서성이고 있던 수탉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릅니다.
어둠이 찾아오면 어미닭을 뒤쫓아 종종걸음으로 닭장 안으로 들어가는 병아리들의 뒤를
아빠 닭도 함께 따라 들어가 오붓하니 모여들어 온 가족이 한 밤을 같이 보냅니다.
그리고, 함께 새 아침을 맞이합니다.

이곳에서는 날마다 이렇게 새롭고 아름다운 사연들이 하나씩 만들어 집니다.
이곳을 아끼는 사람들은 이런 모습들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한 눈길에 찾아냅니다.
그리고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남겨놓으려고 셔텨를 누르며 부지런을 떱니다.

구경 온 이들은 이런 모습들을 보며 미소와 감탄을 전합니다.
그들이 남기고 가는 미소와 인사 그리고, 가을 햇살 속에 익어가는 열매들을 하나 둘 거두어들일 때의
그 기쁨이 그 동안 흘린 땀과 노고에 대한 큰 보람을 느끼게 합니다.

세 분 부처님과 함께 종일 거닐고 웃고 얘기하며
황금빛 미소로 내려 보고 계시는 이 동산에서 대불님과 함께 하는 이 일이
최고로 행복합니다.
여유로운 저녁, 도솔천궁 마루 끝에 미륵대불님 우러르며 앉아 있노라면
가꾸고 돌 본 이의 마음은 더욱 겸허하고 넉넉해집니다.
그 마음 안에 부처님의 미소가 가득 안겨와 번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