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보니 날씨는 좋다.
그런데 손이 시릴 만큼 춥다.
어쩌나?
겨울인데----
김밥집에 들려 김밥을 몇 줄 사려 했지만 동절기라 그런지 문을 안 열었다.
옆집도 마찬가지.
자빠진 김에 쉬어간다고 날씨도 추운데 빵이나 먹자며,
그냥 택시를 타고 공지천분수대 승차장으로 간다.
몇 분 기다리니 52번 버스가 와서 탄다.
버스에는 4명의 대원님들이 계셨다.
회장님은 명월리에서 기다리시기로 했단다.
덕두원 종점에서 참새마당을 거쳐 들머리 도착.
인증샷하고 오른다.
채종장에 도열해 있는 일본잎갈나무(낙엽송)는 오늘도 나를 슬프게 한다.
씨를 쉽게 따기 위해 나무의 중동을 친 것이다.
허리 잘린 것을 숙명이거니 생각하고 씨앗을 만들었다.
이런 경우는 인간의 행태가 괘씸하다고, 꽃도 피우지 말고,
열매도 맺지 말아야 하는데.
인간의 문명이라는 것은 늘 이렇게 발달되어져 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이런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행태가 어리석다는 것을 지금도 아는 사람은 아는데
대부분은 무관심이다.
인간과 자연이 동화되고 공존하던 우리 조상의 아름다운 생활을 언제나 다시 회복할런지?
싸리재.
가평 처녀가 시집오고 춘천 총각이 장가가며 넘던 고개.
싸리나무 대신 커다란 떡갈나무가 자리를 잡고 있다.
1.2km를 더 가면 계관산이란다.
북배산 쪽에 무슨 내용인지 알아 볼 수 없는 안내판이 붉은 녹을 뒤집어 쓰고 서 있다.
곧 다시 만들어야 하리라.
이제부터 가는 길은 가평과 춘천의 경계다.
방화선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베어버린 능선에는 길솟는 풀들이 들어서 있다.
억새가 햇빛을 받아 하얀 머리를 흔들고,
멀리 보이는 화악산도 하얀 눈을 뒤집어 쓰고 있다.
계관산(鷄冠山 710m) 정상.
산이 닭의 벼슬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즉, 닭벼슬산이다.
오늘 산행 중에 가장 높은 곳이다.
여기는 분지종주한 사람들도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정상석이 등산로에서 좀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인증샷하고 목을 축인 뒤에 바로 출발이다.
오늘 답사대장님은 5분 이상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싸리재에 오를 때만 해도
구름 한 점 없는 텅빈 푸른 하늘에 반달만이 떠 있었는데,
작은 촛대봉에서 보니
어느 새 구름이 고속도로마냥 남쪽 하늘에 길게 드리워져 있다.
월두봉과 삼악산 갈림길인 삼거리를 지나 1.7km 되는 지점에 커다란 무덤이 있다.
봉분이 높이가 2m가 넘겠다.
누구의 무덤일까?
무덤은 말이 없었다.
봉분이 저리 크면 석물이 한두 개쯤은 있음직도 한데.
대룡산 정기를 바로 받을 수 있는 곳에 자리해서,
선산에 관심 갖지 않아도 될 만큼 그 후손들이 모두 잘 됐나 보다.
모르지.
그 후손들이 모두 미국으로 이민갔는지도.
갈잎은 우리를 따라오며 무어라 계속 속삭인다.
미끄럽다.
알맞게 들어선 굴참나무와 신갈나무 밑에는 어린 잣나무가 많다.
청설모와 다람쥐의 공이리라.
일부러 심어 놓은 것처럼 잘 자라고 있다.
솔잎을 먹었다.
잠시 신선이 된 것이다.
처음에는 솔잎 먹고 가자는 답사대장님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대추를 솔잎으로 쌈 싸 먹는 것이었다.
날로 먹는 솔잎이 좋지만 그냥 먹을 수는 없고 대추나 검은콩과 같이 먹는단다.
오늘은 대추와 솔잎을 같이 씹으니 찌꺼기 없이 생솔잎을 모두 먹을 수가 있었는데,
이것도 힘들면 솔잎을 갈아서 요구르트와 석어 마신다고 했다.
등산하며 먹는 솔잎은 갈증도 해소해 준단다.
바람이 없는 능선에 자리를 잡고 점심 식사를 했다.
대장님이 준비하신 더덕주와
예쁜 대원님이 준비한 마가목주가
겨울 햇살 아래 식사 분위기를 돋웠는데,
답사대장님의 도시락은 끝내 뚜껑 열기를거부했다..
뜨거운 밥을 그대로 담는다고 도시락이 삐친 것이다.
식사 덕에 모처럼 30분 정도 쉬고 다시 출발하여,
석파령 정상에 도착한다.
여기부터는 임도를 따라 가도 되지만 지름길을 이용한다.
명월리에 도착하여,
스틱을 씻기 위해 찾아간 개울에는 버들치도 기름종개도 죽어가고 있었다.
역시 살생자는 인간.
도로 확장공사를 하느라 들어부은 시멘트에서 나온 물이 고기를 죽이고 있었다.
참, 어찌 하나?
고기한테 피난 가라 홍보할 수도 없고.
오늘 5시간 동안에 13.5km를 걸었단다.
황송하게 오늘 회장님이 차를 운행하셨다.
첫댓글 글이 항상 다정다감 하고 섬세해서 서정시 한편을 보는것 같습니다.
따스한 눈길로 이 구간을 소개해 주셨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냥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산행길을 섬세하게 따사로운 초겨울 분위기로 만들어 글을 쓰셔서 넘 잘 보았습니다.재식언냐! 나두 마가목주 맛좀보여주소~
다녀온 다음에 그 관리되지 않고 있는 엄청나게 큰 커다란 봉분이 내내 궁금하더군요. 언제 한번 그 봉분의 유래를 추적해 보고 싶은 생각이 납니다.
선배님 글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 짐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