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슬글슬금 오르더니 1300선마저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해 10월 24일 938.75(종가 기준)까지 떨어졌던 코스피는 10일(낮 12시 현재)까지 벌써 42.82%나 급등했다. 2007년 10월 31일 코스피 최고점(2064.85)에서도 35% 하락한 수준까지 되돌아온 셈이다.
금융위기와 함께 커져가는 손실에 망연자실하던
투자자들에게는 반가운 뉴스다. 그러나 직접 종목이나
펀드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느끼는 체감 코스피는 전혀 다른 것이 현실이다.
주가가 지난해 저점에서 현재까지 올라오는 동안 업종이나 종목별로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오르는 종목만 오르는' 종목별 장세가 진행됐던 것.
신성장동력 테마가 부각되면서 관련 기업이 많이 상장된
코스닥지수가 작년 10월 24일 이후 76.6%나 오른 것만 보더라도 분위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 테마ㆍ종목별 상승
= 업종별로 가장 많이 오른 것은 의료정밀주로 119.48%나 뛰었다. 반면 통신업종은 0.7% 하락해 전 업종을 통틀어 유일하게 내렸다.
같은 코스피시장이라지만 두 업종 사이에 무려 120%포인트 이상 차이가 있었던 셈. 의료정밀업종은 절대적 영향력을 지닌
삼성테크윈(주가,차트) 상승(119.2%) 덕분이었다.
삼성테크윈(주가,차트)에서 분리된
삼성이미징(주가,차트)은 지난달 10일 상장 이후 212%나 올랐다. 반면 통신업종은
KT(주가,차트)와
KT(주가,차트)F 합병에 따른 경쟁 심화 염려 등으로 힘을 쓰지 못했다.
상승 업종에서는 기계(85.67%) 건설(68.87%) 철강(63.86%) 등이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건설업종은
구조조정 불안감이 줄어든 영향이 컸고 기계와 철강은 신흥시장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한몫했다. 이에 비해 음식료(22.32%) 금융(은행ㆍ증권ㆍ보험 포함, 23.27%) 업종은 상승폭이 작았다. 금융업종은 최근 큰 폭으로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하락폭이 너무 커 타 업종에 비해 부진했다.
종목별로는 바이오주 녹색성장주 등 테마주가 강세를 나타냈다.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방향을 잡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 기간에 상승률 상위 종목엔
알앤엘바이오(주가,차트)(827.6%)
세원셀론텍(주가,차트)(319.75%)
오리엔트바이오(주가,차트)(228.24%) 등 바이오주가 대거 포진했다. 또 미국 정부의 줄기세포산업 육성방침 등에 힘입어
종근당(주가,차트)바이오(주가,차트)(331.24%)
SK(주가,차트)케미칼(주가,차트)(249.85%)
일양약품(주가,차트)(246.73%)
삼진(주가,차트)제약(주가,차트)(241.55%) 등 제약주도 일제히 급등세를 탔다.
◆ 외국인 중공업주 많이 사들여
= 이 기간에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LG(주가,차트)디스플레이(주가,차트)였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7940억원, 5149억원 순매수해 주가는 87.99%나 뛰었다.
그러나 타 종목에서는 서로 다른 매매패턴을 보였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안에
현대중공업(주가,차트)(5860억원)
현대미포조선(주가,차트)(1848억원)
삼성중공업(주가,차트)(1530억원)
두산(주가,차트)중공업(주가,차트)(1077억원) 등 조선주가 대거 포진해 있었다. 기관투자가들은
현대제철(주가,차트)(2499억원)
포스코(1221억원)
동국제강(주가,차트)(1029억원) 등 철강주를 많이 사들였다.
현재까지 성과 면에서는 기관들이 낫다.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평균 상승폭이 91.7%에 달했다. 이에 비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이 사들인 종목은 52.7% 오르는 데 그쳤다. 은행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개인이 많이 사들인) 20개 종목 평균 상승폭은 19.6%로 가장 부진했다 .
◆ 전문가들 엇갈리는 매수 추천
= 일부 종목만 상승하는 요즘 같은 장에서는 투자자로선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당장 덜 오른 종목을 사야 할지 아니면 오른 종목을 사야 할지 판단이 쉽게 서질 않기 때문이다.
이승우
대우증권(주가,차트) 연구원은 "2001년과 2003년 유동성 장에서도 기계ㆍ건설ㆍ증권 등 최근 상승 업종이 강세를 보였다"며 이들 종목을 중심으로 관심을 가져보라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급등한 업종은 구조조정에 대한 염려가 수그러들면서 상승한 건설ㆍ금융 등"이라며 "이들 종목은 여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향후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은 반도체주 등을 사놓고 기다리는 게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