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0.9.5 (일) 07:00
장소 100회마라톤공원 (평창군 대관령면 병내리 한국자생식물원 내)
코스 한국자생식물원- 월정사(5키로)- 상원사(14키로)- 북대사- 두로령(20키로)- 1키로 내려가 반환점
기록 4:48:04 (참가번호S003. 전체38등. 풀 111회. 날씨 맑음)
여느 지방대회 참가할 때와 마찬가지로 토요일 사우나에서 대기하다가 03:00 잠실운동장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셔틀은 05:00 평창휴게소에서 식사를 위해 30분 정차하고 05:50경 대회장인
한국자생식물원에 내려준다.
조용하던 식물원은 100여명의 참가자와 가족 진행요원 자원봉사자로 분주해졌다.
나는 곧바로 전시장 2층에 물품을 보관하고 100회마라톤공원 행사장으로 나갔다.
200여평 되는 공원부지에는 잔디가 심어져 있고 제일 윗쪽에는 최초 100명의 100회 완주자 명단이 새겨진
기념탑이 있고 거기에서 김태식 회장님,김무언 선배님 이름도 확인했다. 또 제일 아랫쪽에는 약간 초라하게
기념탑을 설치하여 기념탑 상단에는 101~200명의 명단을 새겼고 거기에서 이우찬 선배님의 이름도 확인했다.
기념탑 하단에는 201~300명의 명단을 올리기 위해 비원둔 상태다. 다음에 내 이름이 올려질 공간이다.
206번째인 내 이름은 하단에 프랑카드로 제작해 임시로 올려 있다.
현재는 마라톤공원이 전체적으로 매우 단조로우나 앞으로 연구해 가며 풀코스 100회 이상 완주한 순수
아마츄어 마라토너들의 마음의 고향이 되도록 가꾸겠다고 한다.
또한 아직 확정적이지 않으나 앞으로 365명까지만 기념탑에 올리고 그 이후는 장부상으로만 관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간단한 식전행사를 마치고 07:00 출발한다.
돌계단을 내려와 작은 도로를 1키로 쯤 달려 내려오니 46번도로 아스팔트길이 나온다.
이제부터 계속 올라가는 길이다. 완만하지만 내리막이 한번도 없는 오르막이어서 모두들 힘들어 한다.
날씨 예보는 구름이 많을 것이라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안개가 걷히고 하늘이 맑아진다.
다행히도 숲사이에서 써늘한 바람이 불어주고 오대천 맑은 물소리가 시원스러워 힘을 보태준다.
월정사 앞에서는 가족 관광객들이 파이팅을 외쳐주고 혼자 외로이 상원사로 향하는 어느 등산객도
대단하다는 시선으로 힘! 을 외쳐준다. 그래도 나는 힘들고 땀범벅이다.
월정사를 지나 6키로 부터 비포장길이다. 잘 닦인 길이지만 폭우로 씻긴 작은 돌맹이들이 돌출돼 있어
발바닥이 아프다.
14키로 상원사 부터는 험한 산림도로로 변하면서 급경사가 계속된다.
인내를 발휘해 여기까지 끌고 올라온 내몸은 커다란 자갈 언덕 앞에서 뛰는 의지를 상실하고 말았다.
상원사까지 키로당 6분으로 올라온 나는 20키로 지점 두로령 정상까지 6키로를 걸어야 했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언덕길에서 다리는 휘청거리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어렵게 해발 1,328미터 두로령을 지나 홍천군 명계리 방면으로 1키로를 더 내려가니 반환점이 나온다.
시계를 보니 2시간30분이 지나고 있다.
다시 두로령으로 올라와 수박화채와 물로 수분을 보충한 다음 내리막길을 재촉한다.
내리막이어서 다리가 저절로 움직인다. 단지 크고 작은 자갈이 자꾸 걸려 넘어질까 위험하여 맘놓고 달릴
수도 없고 생각만큼 속도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또 사고를 냈다. 26키로 내리막에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다.
일어나 보니 양쪽 손바닥이 긁혀서 상당히 많은 피가 흐르고 엉덩이 무릎 팔뚝도 찰과상이다.
땀에 젖은 옷도 엉망이고 아무도 없는 산길에서 <이게 뭐야> 생각할수록 억울해 죽을 지경이다.
그토록 조심 또 조심하며 정성스럽게 달리는데도 이런 사고를 내다니 약오르고 창피하다.
핏물을 허공에 뿌리며 내려오다 작은 계곡물에 상처 부위와 어깨 얼굴을 닦아내고 다시 뛰기 시작한다.
이제는 또 넘어지면 안되기 때문에 정말로 무섭고 조심스럽다.
28키로 상원사 급수대에 오니 자봉들이 크게 놀라며 딱 한 대 뿐인 119 의료진에게 알리고 의료진은 이제
지혈이 된 상처 부위에 옥도정기(?)를 바르고 붕대로 감아준다.
상당한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데 100회 어철선 씨가 나를 추월해 간다.
이제부터는 비포장이지만 잘 닦인 길이기 때문에 달리는데 크게 조심할 필요는 없고 완만한 내리막이어서
속도도 좋아지고 있다. 그 대신 자동차들이 늘어나기 시작하고 먼지를 일으킨다. 11시가 지나면서 기온도
부쩍 올라간다. 이래저래 많이 지쳤다.
월정사 못미쳐 35키로 부터는 예의 주특기인 걷기가 시작된다. 그래도 여기까지 많이 온 편이다.
지구력 좋은 마라토너 3명에게 추월당하면서도 체념상태가 된다.
이제 마지막 1키로 자생식물원 샛길로 들어섰다. 금방 나올 것 같은 100회공원은 어찌 그리도 멀게만
느껴지는지 어처구니 없다.
언덕길을 꼬불꼬불 힘들게 올라서니 바로 눈앞에 조그만 골인 아치가 서 있다.
힘든 마라톤이 끝나는 순간이다. 기록이야 어찌됐던 내가 해냈다. 기쁘고 후련하다.
골인 후 전시관 옥상의 샤워꼭지에서 차디찬 지하수로 노천 샤워를 하고 2층 회의실에 마련한 임시 식당에서
육개장에 밥 한공기 말아 먹고 대관령옥수수막걸리 한 사발을 마셨더니 배도 부르고 오늘 할 일이 모두 끝났다.
이제 귀경길이다. 추석맞이 벌초 등으로 도로가 막혀 일찍 출발하자는 의견이 많다.
서울에서 버스가 2대 왔는데 아직 골인을 못한 사람도 있어 1시 쯤 1대가 먼저 출발하자는 말을 해서
주차장으로 갔는데 내려오지 않은 사람이 많아서 출발을 못하고 2시에야 출발하게 되었다.
역시 원주를 지나니 고속도로 정체가 심하고 기사는 머리를 굴려 이상한 길을 드나들며 빨리 가려고
고심하고 있다. 푸르고 높던 하늘이 갑자기 어두어지더니 이천 어디에서 무지막지한 소나기를 뿌린다.
순식간에 세상이 물난리다.
잠실운동장에 내리니 어느덧 7시가 되었다. 2시간짜리가 5시간이 걸린 것이다.
나는 의정부에 사는 유병원이 자기 차로 가자고 해서 그 차로 의정부에 왔고 그냥 헤어지기 섭섭하여
감자탕에 막걸리 1.5병씩을 마시고 집에 들어갔다.
25시간 만에 들어온 집에서 피곤한 몸을 누인다.
오늘 오대산100회마라톤대회는 100회 완주자들 만의 잔치로써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
나는 이곳 설립자 김창열 원장에 대해 잘 모르나 감사한 마음을 갖고있다.한국 최초의 자생식물원을 만들어
많은 학생과 일반인들에게 한국의 산야에 서식하고 있는 자생식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게 만들고 그 땅
한쪽을 과감히 마라토너를 위해 공원으로 사용하게 한 큰 뜻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오늘 나는 셔틀버스 타려고 조금씩 더 기다리다가 전시장 주제관 재배단지 습지원 생태식물원 등
이곳 명소들을 못보고 왔다. 많이 아쉽다.
그리고 오늘 넘어지는 사고는 이곳 코스에 대한 정보를 몰라 일반 마라톤화를 신은 것도 이유가 되어 이 또한
아쉽다. 자갈길은 묵직하게 디뎌야 하는데 190g 짜리 마라톤화는 가볍고 예민하여 함부로 디딜 수 없고 너무
조심하다 당한 사고이기 때문이다.
하여튼 말썽을 잘 몰고 다니는 나다. 이제부터는 더 조심하고 살아야 한다.
오늘 해발 600에서 1328에 이르는 표고차 728미터의 준 산악 100회마라톤대회를 완주했고
이것으로 나의 100회 관련 행사는 모두 완성되었다.
내 주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첫댓글 100회 주자들만의 선택된 대회에서 부상을 당하고도 무서운 투혼으로 완주하셨네요~완주를 축하드리고요 빠른 치유와 회복을 기원합니다.저는 어제 홍성 남당항에서 2시에 출발하여 9시에 도착했습니다.오늘은 완전 헬레레하고 있습니다.
부상을 불굴의 의지로 극복하셨네요.. 100회 주자들만의 잔치라 의미가 무척 크게 느껴집니다.빠른 회복 기원드리며 완주를 축하 드립니다.
강원도 산길에서 수고하셨습니다.빠른 회복 기원합니다.
큰 부상이 아니었기에 다행입니다. 도로 상태로 봐서는 장갑을 꼈으면 조금은 나았을 걸 그랬습니다. 부상한 상태로 투혼을 발휘, 좋은 성적으로 골인하였음을 축하드립니다. 빠른 회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