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삶을 살아가는 그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교정 안에 들어서니 왠지 모를 불안과 떨림으로 가슴이 답답했다.
높은 담벽에 그려진 그림속, 눈에 촛점을 잃고 놀고 있는 오리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모습과
흡사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담만 넘으면 외부와의 단절될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들만의
삶의 시침이 흘러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우리들은 햇살좋은 가을과 찬양복음의
메세지를 들고 그들을 찾았다.
삼엄한 경비와 신분증 조회는 여린 마음의 뜨락에 얇은 살얼음이 얼 것 같았다.
갈색 커피색을 닮은 이 가을에 크로마하프 단원들이 찾은 부산교도소 교정의 날!
60회를 맞이하여 단원들은 귀빈으로 초대 되었음에 그리 움추릴 것 만은 아닐 것 같은데.
그 알 수 없는 불안의 바위가 가슴을 짓누르는 듯 함은 왜 였을까?
우린 교정안을 들어갈 수 있는 내부 신분증을 달고 그들만의 공간으로 한 사람씩 들어 갔다.
교정 안은 느낌 그대로였다. 온 사방이 쇠창살로 막아 놓았으며 청색의 죄수복을
입은 모습만으로도 우리들을 사뭇 긴장시키고 있었다. 사회와 격리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곳에 외부인을 위해 마련한 대기실이 있었다. 우리들은 죄수들이 자리를
정돈할 때 까지 잠시 대기실에서 불안감을 진정시키며 기다렸다.
곧 예배가 시작되었고, 크로마하프단들은 죄수들 앞쪽에 마련된 자리에 마음과
악기를 조용히 내려 놓으며 그들과 함께 하기로 한 시간에 충실히 이행했다.
갓 스므살이 넘은 듯한 애띤 청년과, 칠순이 넘어 앉아 있기조차 거북스러워
하시는 할아버지의 모습까지 다양한 연령대였다. 저들은 사회에서 어떤 실수를
해서 저렇게 영어의 몸이 되었을까. 잠시의 혼돈은 뇌리속에 뿌연 안개를 생성시켰고
내 몸의 안개는 이슬방울이 되어 주책스럽게 흘러 내리고 있었다.
조금은 살벌한 분위기였지만, 우린 하나님의 복음의 갑옷을 입고 말씀의 무기를
들었기에 안도의 한숨을 조금씩 내 쉴 수 있었다. 그들에게도 찬양대가 있었으며
지휘자와 반주자도 있었다. 하나님의 복음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초능력임을
다시 한 번 절감할 수 있는 순간이다. 포항의 이기학목사님의 사회로 예배가
시작되었고, 이어 이재영목사님께서 요한복음 10장 10절의 말씀을 전하셨다.
세상에서 제일 큰도적은 사단 마귀라는 메세지에 강팍한 나의 심령과 그들의
심령에 예리한 비수가 되어 꽂혀졌다.
마음을 믿지 마라고 하신 목사님의 메세지는 푸른 죄수복을 입은 죄수들과
우리모두에게 던지는 메세지였다.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 하셨지만 인간은 하찮은
벌레 한 마리도 만들지 못하기에 무지하지 그지없다. 현대의 인간은 과학을 이용하여
유전자를 조작하고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이용하려고 한다.
이 또한 목사님께서 설교하신 사단의 장난에 놀아나는 보기좋은 실례가 아닐까.
이재영목사님의 샤프한 외모답게 말씀 또한 예리한 비수가 되어 그들의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는 역사가 일어 났으리라.
이어 국화향기처럼 피어나는 크로마하프 찬양은 단장님의 찬양 리더로 얼어 붙은
그들의 마음에 후끈후끈한 성령의 군불을 지피었다.
찬양 한 곡이 끝날 때마다 그들은 박수로 화답해 주었다. 단원들은 희미한
불빛아래 악보를 볼 수 없었지만 차분하게 평소실력을 여유롭게 발휘 해야만 했다.
예쁜 얼굴만큼이나 예쁜 음성을 소유한 이세순 집사님의 멘트는 한 곡이 끝날
때 마다 참깨 보다 더 고소한 양념이 되어 주었다. 강팍한 그들의 심령에
이집사님의 음성은 아침이슬이 되어 또랑또랑하게 굴러 내리는 듯 했고
희미한 불빛에 눈부신 형광등이 되어 대낮보다 더 환하게 밝혀 주셨다.
단장님께서 하프단원들 전체에게 선물하신 꽃분홍색 티는 푸른 죄수복을
입고 앉아 있는 그들에게는 아마 신비로운 나비로 보였는지도 모른다.
사뭇 경직된 분위기 였지만, 악기로 그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사역을 감당
한다고 생각하니 몸과 마음이 조금씩 이완되는 듯 했다. 그들에게도 가족이
있고 우리들과 다를바 없는 사람이지만 그들에게는 자유가 없음에 안타까웠다.
우린 그들에게 핑크빛 성령의 군불을 지피는 찬양전도사의 사명을 감당하고
있었다. 사회와 격리 된 삶을 살고 있는 그들에게 복음의 메세지를 전하여
그들이 주를 영접한다면 그보다 값진 사명이 어디있을까.
말씀으로 찬양으로 간증으로 믿지 않는 자들에게 복음을 전파하여 천국의
백성이 차고 넘친다면 하늘에 계신 주님도 기쁘하실 것이다.
숨막히는 몇 십 분의 시간은 에바다(열려라)의 마지막 곡으로 접어야 했다.
얼굴에 화사한 미소가 피어나는 죄수들도 있었고, 표정없이 바라보는 죄수들도
있었다. 주님께서는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말씀하셨다. 오늘 하프단의
위문공연으로 말이암아 그들중 한 사람이라도 주님을 영접했다면 우리들은
천하를 얻은 것 보다 더 큰 사역을 감당하지 않았을까.
우린 그들을 두고 자유가 꿈틀거리는 세상을 향해 두 명씩 짝을 맞추어 질서
정련하게 걸어 나왔다. 마치 교련 시간에 사열을 받는 듯한 기분으로 말이다.
갑갑하고 답답함과 삭막함이 엄습해 왔던 교정 안의 시간은 내 삶을 반추해
보는 짧은 시간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구속이라는 것은 체험하지 못하고
자유롭게 살아온 나날들이 진실로 감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그들보다
특별히 뭐를 잘한 것이 있어서 이토록 자유분방하게 살아간단 말인가.
아리는 가슴은 목사님의 설교말씀의 후시딘으로 치유해 주셨다.
교정 밖은 여전히 까실까실한 가을바람이 불고 있었다. 간간히 면회 온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있었고 교도관들의 발걸음들이 분주하다.
차를 타고 창원으로 향하는 길가에는 하나님이 만드신 구절초와 억새들이
전능자를 향하여 경배하고 있었다. 사람을 보고 세상을 봐도 만족함이
없지만, 나의 하나님 한 분을 모시는 삶은 영원한 만족이 있으리라는 찬양이
입가에 뱅글뱅글 돌아 다녔다. 단체로 입은 꽃분홍색 티를 입은 모습은
예상외로 화려하게 보였다.
단장님의 사비로 들여 단원들에게 여름의 소라색 티와 가을의 꽃분홍색 티를 사 주셨다.
참 좋으신 우리 단장님! 이 티는 당신의 양들을 진실로 사랑하시는 마음의 증표이리라.
허기진 배는 점심시간을 한참 이탈한 증거가 되었다. 늦은 점심은 가을의 운치가 흠뻑
배여 있는 장유계곡의 숲속 옹심이 칼국수 집에서 해결했다.
영혼을 살리는 사명을 감당한 탓인지 단원들의 얼굴에서는 가을 햇살보다 더 환함이
보석처럼 또록히 빛나고 있었다.
첫댓글 이 글에 나오는 '이세순 집사님' 이란 분은 인터넷에 결혼 발표가 떠다니는, 가수 '유리상자(본명 이세준) 의 친누나입니다. 지금은 권사님이 되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글을 5-6 년 전에 쓴 것 같습니다. 제가 크로마하프를 쉰지도 2년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집중적으로 파고 들 것이 좀 있어서 모든 것을 잠시 쉬고 있는 중입니다.
교도소 위문 공연 갈때는 사실 마음이 평소 같지는 않을것 같아요..좋은일도 많이 하구 계시네요..^^
가까이 살면..그린님의 크로마하프 연주도 들어볼 텐데 말이지요그린님이 집중적으로 파고 드는 일이 끝나 좀 한가해지면...크로마하프 들어 볼 기회도 생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