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술인대회' 초청을 받고 **시에 갔다 왔다.
앞 중앙에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그리고
무슨 무슨 협회 회장 등등 왜 그렇게도 많은지.
선거가 가까워 와서 그런가?
생전 듣도 보도 못한 회장들도 많았다.
조그마한 도시에 회장이 그렇게 많은지는 오늘 처음 알았다.
예술인들은 꿔다 놓은 보리자루마냥 아무 자리에나
그냥 죽치고 앉아 있었다.
모르긴 해도 **시에서 오랫동안 예술활동을 하고,
중앙에도 잘 알려진 대가급에 속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전통 문화 도시이니까.
정작 소개를 해야 할 그들은 왜 소개를 않는지.
그들은 내가 볼 때 그냥 '찬 보리밥'이다.
소도시의 정치인이나 정치지망생이 '따끈따끈한 쌀밥'이었다.
따라서, 적어도 내가 보기엔,
이 자리는 '**예술인대회'가 아니라,
'**정치인대회'였다.
더구나 어떤 **의원이 자신은 예술을 사랑하고,
예술이 발전해야 **시가 진정한 의미에서 발전한다는
내용의 강연을 했다.
그러면서 은근히 자신의 의정활동 등을 과시하며
선거연설문 투의 장황한 축사를 하였다.
이때 **시 전예총회장이었던,
내가 잘 아는 노시인이
"좀 짧게 들 하라"고 소리를 쳤다.
그래, 여기가 어떤 자리인데?
나는 속으로 시원했다.
역시 '노시인'이었다.
물론 한 예술인이 정치인들은 말로 예술, 예술하지만
정작 지원에는 인색하다는 요지의 말도 했다.
그러나 이것도 한 번 되짚어 생각해보자.
예술가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예술가가 예술에만 전념하게 하려면,
국가적 차원에서 연금이나 생활보조금 등을 줘야지,
겨우 지원금을 타내어 이런 예술정치판을 만들고,
뷔페 음식이나 먹어서야되겠는가.
그 외 지원금도 이와 비슷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을 터이다.
예술인의 '생활문제'와는 전혀 다른.
역시 씁쓸한 여운은 마찬가지였다.
여기 우리 소설가협회 예화를 하나 든다.
사회자가 이사장에게 회원들을 위한 강연을 청했다.
이사장은 강연을 시작했다.
헌데, 좀 이상했다.
<<한여름이었다.
소년과 소녀는 오늘도 개울을 가로지르는 다리에서 만났다.
그들은 돌팔매질로 물수제비를 뜨고 있었다.
거기에 정신이 팔려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주위가 갑자기 컴컴해졌다.
소년은 고개를 쳐들어 하늘을 보았다.
구름이 두텁게 층을 이루며 잔뜩 찌푸려 있었다.
소년은 근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소나기가 올 것 같아."
소녀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곧, 밤톨만한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졌다.
소년은 얼마 전 다리 근처에서 봐 둔
조그마한 굴이 생각났다. 소년은 소녀의 팔을 잡고 그곳으로 내달렸다.
굴은 어두웠다. 밖에는 빗방울 소리가 요란했다.
소년과 소녀는 옷을 벗어 널었다. 그리고 같이 누웠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소녀는 무척이나 심심했다.
소녀가 말했다.
"얘, 손가락으로 내 배꼽 좀 만져줄래..."
"그러지, 뭐..."
소녀가 기겁을 했다.
"거긴 배꼽이 아냐!"
소년은 느물느물 웃었다.
"히히, 나도 손가락이 아닌데...">>
다음은 부이사장의 이야기다.
<<저 시골 마을에 김 순사가 살고 있었는디.
그 마을에 미친 여자가 있었어.
김 순사가 숙직을 하는 날이었지.
미친 여자가 창 밖에 어른거리는 거야.
김 순사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지.
김 순사는 미친 여자를 숙직실 안으로 들였어.
치마를 벗기니 거시기가 그냥 나타나는 거야.
헌디, 냄새가 고약했어.
김 순사는 책상 위에 있는 안티프라민을 잡아 열었지.
그리고 미친 여자의 거기에 잔뜩 처발랐어.
그리고 했어.
뭘?
에이, 다 알면서...
그런데 다음이 문제였지...
미친 여자는 장터 등을 다니며 나발을 분 거야.
뭐라고?
"김 순사 자지는 화~ 해! 김 순사 자지는 화~ 해!">>
그리고 그 다음은, 또 다른 부이사장의 말이었다.
<<저 시골 마을에 장님 처녀가 살었는디...
어느날,
가지 밭 근처를 걷고 있었지.
그 동네에 한 부랑아가 살고 있었어.
이 녀석이 처녀를 발견한 거야.
부랑아는 처녀를 가지 밭으로 데리고 갔어.
그리고 눕혔지.
처녀는 사력을 다해 허우적거렸지.
헌데,
처녀의 손에 가지가 계속 잡히는 거야.
처녀는 말했지.
"어머, 이러지들 마세요.
한 줄로 서서 질서를 지켜야지용" >>
이사장과 부이사장들의 강연은 이렇게 끝이 났다.
이사장, 부이사장들은 누구하면 알만한 사람들이
아는 원로 소설가들이었다.
그러나 거기에 모여 있는 사람들도 중견소설가들로
세상만사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다시 말해, 자신의 세계가 어느 정도 확립된 사람들이었다.
이사장과 부이사장들은 주제 넘게 그들에게
무슨 강연을 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음담패설로 서로 웃고 끝내야지,
그렇게 생각했을 터였다.
얼마나 속이 깊고, 아름다운 마음씨인가.
나는 지금까지 들어본 강연 중 최고 경지의 그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 협회에는 국무총리, 국회의원, 장관, 대기업 총수,
대학 총장 등을 지낸 사람도 있다.
그러나 특별대우를 하지 않는다.
그냥 작품만으로 평가할 뿐이다.
**예술인대회에 참석한 예술과는 거의 무관한
무슨무슨 직함을 가진,
그들은,
왜 예술인들의 중앙 앞자리에 떡 버티고 앉아 있고,
사회자가 무슨 대단한 사람들인양,
일일이 소개를 하는지,
왜 예술인들이 예술인대회에 정치인들의 들러리나 서야 하는지.
그리고 축사는 왜 그렇게 어렵고 긴지...
노시인의 볼멘 소리가 정겹게 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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