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보수'로 불리는 김용갑(73) 한나라당 상임고문이 또 다시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여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 상임고문은 2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최근 이 대통령의 '중도 행보'를 맹렬히 성토했다. "보수가 속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 대통령이) 좌파정권 10년의 문제들을 바로잡겠다고 약속해서 당은 믿었고 국민도 표를 준 것"이라며 "그런데 아무런 준비 없이 덜렁 내놓은 내각이 어땠나, '부자면 어떠냐'는 식이었는데,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다 싶었다"고 비판했다.
김 상임고문은 이어 "우파 정당의 힘을 키우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싸웠는데, 그 힘으로 대통령된 사람이 중도? 그건 좌로 가겠다는 말"이라면서 "결국 보수가 (이 대통령에게) 속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통령이 생활정치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보수 이념'을 버리고 '친서민 이벤트'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념을 건드리지 않고도 생활정치, 서민정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보수정당이라는 정체성의 문제를 건드리면서, 마치 보수가 잘못된 것인양 말하는 건 불쾌하다"고 이 대통령을 비난했다.
또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정체성을 건드리는 건 옳지 않다"면서 "보수의 개혁이 더 감동적이다, 기득권의 틀을 깨고 약자를 보호하는 일이 아니냐"고 말했다. 말뿐인 '중도'보다 보수 이념을 지키면서 서민 정책을 펴나가라는 충고인 셈이다.
"보수가 다 부자냐, 서민 중의 서민이 보수다"
이명박 정부의 '강부자 내각', '강부자 정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상임고문은 "보수가 다 부자는 아니다, 거리에서 보수 깃발 들고 싸우는 사람 다 부자냐, 서민 중의 서민들이 보수"라고 말한 뒤 "보수=부자 이미지도 이 정부가 만들어 놓은 것인데, 가난한 보수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한나라당에도 거침없이 쓴소리를 했다. 그는 "지금 한나라당 봐라, 청와대에서 '중도' 한다고 해도 누구 하나 비판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제2롯데월드 허가에 대해서도 "도대체 말이 안되는 소리"라면서 "경제논리가 안보논리를 덮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거듭 비난했다.
그럼에도 그는 이명박 정부가 성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만 박근혜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이 정부가 성공해야 다음에도 보수가 이긴다"며 "실패하면 박근혜 아니라 누구라도 안 될 수 있다, 진보정권이 들어서면 큰일난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김 상임고문이 이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제2롯데월드 허가 논란이 있을 때도 "좌파정권이 허가했으면 난리 났을 것"이라며 정부를 비난하기도 했다.
15~17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 상임고문은 지난해 18대 총선을 앞두고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정치권을 떠났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민주당은 조선노동당 2중대"(2000년 국회 대정부질문) 등 발언으로 이슈메이커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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