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약사님. 그렇게 하니까 카드 결제가 안 되죠. 제가 한 번 해볼게요."
최근 서울지역 P약국 J약사는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J약사에 따르면 상황은 이렇다.
50대로 추정되는 중년의 한 남성은 일반약을 구입하겠다며 약국에 들어와 제품을 받은 뒤 카드를 내밀었다. 전산원이 결제를 했으나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남성은 "내가 해 주겠다"며 재 결제를 시도했고 잠시 후 카드기에서는 영수증이 발행됐다.
전산원은 환자가 돌아간 후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 남성이 신용카드 결제를 한 것이 아니라 현금영수증을 발행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J약사는 "멀끔하게 생긴 50대 남성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 없이 재결제에 응한 것뿐인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일을 겪는 것은 비단 J약사뿐만이 아니었다. 최근 J약사와 같은 피해를 입는 약국들이 늘어나는 만큼 약국가의 주의가 당부되고 있다.
모 카드단말기 관련 업체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서울 은평과 서초, 동작 등에서 비슷한 사기를 치는 남성이 연달아 제보됐다.
이 남성은 등산복 차림에 긴 머리를 하고 있었으며 사건 발생 당시 손에 붕대를 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관계자는 "최근 눈속임 식 사기로 인해 약국에서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며 "카드 단말기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시 대리점으로 문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역약사회 관계자 역시 "해당 사실을 약사회 측으로 즉시 알려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아 달라"고 했다.
전북지역 N약국도 지난 21일 70대 절도범이 등장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한약방가방 같은 걸 든 여성이 변비약을 물어본 뒤 "다음에 사겠다"고 돌아서는 척 하며 매대 앞에 놓인 까스명수 20병 단위 한 박스를 가방에 넣어 사라진 것이다.
이 약사가 "할머니 잠깐만요"라고 부르자 70대 여성은 약국과 나란히 하고 있는 한의원 계단으로 가방을 집어던지고 화장실로 간 뒤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Y약사는 "70대 여성은 평소에도 자주 오는 손님이었다"며 "이번 일을 통해 방심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전에도 파스를 훔쳐간 사실을 CCTV로 확인하고 파스 값을 받은 적도 있는 만큼 다른 약사들에 대해서도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