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날도 있을까!
솔향 남상선/수필가
결혼 예식장을 많이 다녀봤지만 이런 일은 처음 보았다. 남의 일이지만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아니, 소설에서도 현실에서도 생각하기 싫은 끔찍한 사건이었으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이 나이 먹도록 처음 보는 일이라 가슴이 먹먹하기만 했다.
예식 시간보다 1시간 2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혼주한테 인사하고 만나기로 한 지인들을 예식장 입구에서 기다렸다. 잠시 후에 약속대로 지인들이 도착했다. 예식 시간까지는 근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 혼주가 제공하는 호텔식 점심을 먼저 먹고 예식에 참여하기로 했다.
청천벽력(靑天霹靂)이라더니 이런 일도 다 있을까!
음식 그릇을 들고 식탁에 앉자마자 정전이 되는 거였다. 다행이 천정에는 비상용 점등인지 반딧불처럼 비치는 게 있어 식사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알시 정전으로 알았는데 전기는 예식 시각이 다 되어도 들어오지 않는 게 아닌가!
그 때의 신랑 신부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아니, 양가 혼주의 타들어 가는 마음은 무엇으로 설명하겠는가!
축하를 해 주라 온 하객들이라 하지만 어찌 걱정하는 마음이 없었겠는가!
여러 사람들의 마음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애태우는 사간은 예식 올리기로 한 시각보다
1시간이 경과했는데도 전기는 들어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마냥 기뻐하고 즐거워해야 할 예식장 분위기가 엉뚱한 곳으로 흐르고 있었다.
신랑 신부의 타들어 가는 마음이
양가 혼주의 애간장 끊어지는 소리가
하객들의 예서제서 걱정하는 보이지 않는 선심(善心)이
도깨비장난 같은 예식장 정전으로 안타까움을 맥질하고 있었네.
신랑 신부여!
양가 혼주들이여!
‘좋은 일엔 마귀가 많이 낀다.’는
‘호사다마(好事多魔)’란 말도 있으니 위로를 가지시게나.
호텔 측이여!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라’했고
비가 오지 않는 가문 날에도 우산을 준비하라 했으니
비상용 발전기라도 갖춰놓는 유비무환의 자세로 사업하는 게 어떨까!
‘세상에 이런 날도 있을까!’
결혼 예식장이 정전으로 암흑의 정적이 흐르고 걱정의 소리가 빗발치다니!
사업주가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비상용 발전기라도 갖춰놓고 사업했더라면 이런 난리는 없었을 것이다.
알찬 열매를 거두는 것은 우연의 소산이 아니다.
씨 뿌리고 가꾸는 과정부터 허점이 없어야 한다.
나는 예식장의 정전 사태를 보고 많은 걸 깨달았다. 하는 일이 잘 된다 해서 방심하면 안 된다.
후환이 없으려면 평화시에도 유비무환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호사다마(好事多魔)’란 말로 자위하며 삶을 지탱해야 한다.
이게 바로 어떤 비싼 수업료로도 안 되는 예식장 정전에서 얻은 교훈이다.
세인들이여!
인생의 모든 삶이 화창한 봄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먹구름 낀 비 오는 날만 계속되는 것도 아니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 했으니 폭풍 한설의 고난이 다하면 즐길 수 있는 화창한 봄 날도 있는 것이다.
우리 형제자매들이여!
그대들은 어려울 때에 호사다마로 위안 삼고
유비무환(有備無患)으로 밥그릇을 채우고 있는가!
가슴에 손을 얹져 볼 일이로다.
첫댓글 인생에 한 번밖에 없는 결혼식 날 정전이라니, 정말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네요. 저라도 이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중요한 일은 항상 두 번 세 번 체크를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