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뜰채 어디 갔노?
다래순을 데치며 중얼거리는 나여사.
“거 이상하네... 분명 뜰채를 여기 갖다 놓았는데... 없단 말이야.......멀리 스위스에서 사가지고 온 것인데... 안 갖다 놨나?... ”
평소 건망증이 심한 나여사는...
자신 없이 혼잣말로 빙빙 겉돌며 잘 건져지지 않는 데쳐진 다래순을 건지며 중얼거리고 있는 것이다.
“뜰채? 스텐으로 작게 만들어진 것 말이유~?”
“맞아~ 그거요~! 그걸 분명 여기 걸어 놓은 것 같은데... 보이지 않는단 말씀....”
“하하하...”
크게 웃으며 대답한다.
“그 뜰채는 하늘에 매달렸지요. 하늘에....”
“왜 그것이 하늘에?”
“요 뒤편 보일러 굴뚝 끝에 매달려 있지요.”
뜰채....
멀리 스위스에서 사 온 스텐 주방용 뜰채...
보일러 연통 끝에 삐딱하게 매달려 있다.
이유인즉슨?
초봄 노랑할미새 때문이었다.
이 녀석들이 알을 낳아 키울 속셈으로 둥지자리를 찾고 있었는데...
지붕 밑이나... 보로 사용한 사각관에 둥지를 지을 것이지...
하필이면?
보일러 연통을 택하여 둥지를 짓고 있었던 것이다.
아침... 세수를 위하여 욕탕 버튼을 누르고 잠시 후, 평소보다 더 큰 보일러 가동소리가 나는 것이다.
재빨리 나가보니?
뒷마당에는 새집 짓는 이끼류와 부드러운 마른풀 등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는 것이다.
보일러가 쉬는 새벽 시간에 벌써 보일러 연통에 둥지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보일러를 가동시키니...
펑~ 하고 연소가스와 함께 둥지재료가 한꺼번에 분출된 것이다.
“하~ 이놈들! 하필 연통 안에 집을 짓다니... 죽을 줄 모르고...”
둥지 짓기가 계속될 것 같아, 연통 끝을 막아야 할 것 같았다.
‘무엇으로 막지?’
여러 가지를 가지러 창고를 서성였으나, 마땅한 재료가 없었다.
내실로 가 볼까나?
들어온 김에 물 한잔 하고...
그러던 찰나에 주방기구 걸어놓은 곳에서....
쨘~~ 하고 눈에 차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뜰채’였던 것이었다.
냉큼 들고 연통 끝에 대어보니?
싸이즈가 딱 맞는 것이 아닌가!
‘그래~ 너는 주방보다는 여기가 네 자리인가 보다~!’
통신선으로 끈을 매어 고정을 시키고, 황토색 테이프로 보완하여 잘 고정시켰다.
스텐 손잡이를 바로 서게 하여 매단다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삐딱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둥지를 짓던 노랑할미새 부부가 막힌 연통 위에 앉아 고개를 갸우뚱하며 뜰채를 쪼아보고는 잠시 후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린다.
‘그래~ 거기에는 미련을 두지 말거라, 둥지를 틀 곳이 아니란다.’
그리하여 나여사가 그렇게 찾던 뜰채는...
뒤편 보일러 연통에 다소곳하게 매달려 가운데가 약간 그을린 채로 이 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스텐 재료로 단단하게 만들어져 있어 앞으로...
몇 년은 끄떡없을 것 같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산골에서 연통막이가 궁하니....뜰채로 훌륭하게 통한 것이다.
머리 위에 삐딱하게 매달린 뜰채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왕지사, 손잡이가 똑바로 섰어야하는데....’
(동강할미꽃)
-2015. 신춘 산골에서-
첫댓글 주방 용품이지만 연통에 씌일줄 꿈엗 몰랐겠지요..ㅎ
산골 생활이 점점 재미로 느껴 지신가요? ㅎㅎ
ㅎㅎ 고맙습니다.
연통 끝에 붙여 놓았으니...
황당한 표정이었지요.
산골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좋은 날... 이으시길...
궁하면 통한다더니 그말이 딱이네요~ㅎㅎ
그렇게 자연과 벗하며 살다보면 건강한 자연인으로 거듭나실 것 같아요^^*
그러게 말입니다.
죽으라는 법은 없지요~?
ㅎㅎ
고맙습니다.
자연을 동경하시고 자연과 동화 되어 살아가시는 이야기 ... 포근합니다...
고맙습니다.
삿갓님~^^
그 정도는 아니고...
할미새와 한동안 대치상태 였드랬습니다.
ㅎㅎ
급한데 딱입니다
그렇치요.
무어든 쓸모있게 사용하면?
그것의 용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ㅎㅎㅎ 그넘이 제 자라를 잘~~찿아갔네요
기막힌 아이디어입니다 ^*^
감사합니다.
과찬이시네요.
ㅎㅎ
할미꽃이 정겹습니다,,,,
할미꽃 진지는 한참되었지만...
남의 집에...멋지게 피어있길래 담아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연두빛의이파리들 아주싱그럽습니다
산골의에너지가느껴지네요
번뜩이는 하나의작은처세술이군요.
그나저나 틀지기님 모임에오시면 서형사님도 오겠다는데 ....
올만에얼굴을볼수있는 7080의 숨소리를 느낄수가 있을것같은데말입니다
@철수 아홍~
죄송합니다.
이번 벙개는 참석이 어렵겠네요.
담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지송해여~~^^
아녀요 그 먼곳에서 온다는것이 쉽지가 않지요
날 한번잡아보라해서 혹여나 기대를했습니다만.....
주방용품 제가 좋아하는 셋트예요 여러가지컬러로
우리집에것하고 똑같아서요 방갑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