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봉독할 때 일어서야 할까요?
최광희 목사,신학박사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말씀을 낭독하는 것을 “받들어 읽는다”라는 의미로 “봉독(奉讀)한다”라고 표현한다. 말씀을 받들어 읽을 때 그 말씀을 읽는 사람과 그 말씀을 받는 회중은 어떤 자세와 태도를 취하는 것이 마땅한가?
느헤미아 8장을 보면 에스라가 율법책(토라)을 읽으려고 섰을 때 모든 백성도 일어섰다.
(느 8:5) 에스라가 모든 백성 위에 서서 그들 목전에 책을 펴니 책을 펼 때에 모든 백성이 일어서니라
율법을 읽을 때 백성이 일어서는 모습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신명기 5장에서 하나님은 모세에게 말씀하기 위해 너는 여기에 서 있으라고 명령하신 적이 있다.
(신 5:31) 너는 여기 내 곁에 서 있으라 내가 모든 명령과 규례와 법도를 네게 이르리니
또한 하나님이 에스겔에게도, 이제 내가 너에게 말할 테니, 너는 일어서라고 하셨다.
(겔 2:1) 그가 내게 이르시되 인자야 네 발로 일어서라 내가 네게 말하리라 하시며
그렇다면 구약 시대의 백성들은 율법을 봉독할 때면 항상 일어섰는가? 위에 언급한 본문 외에 성경(토라)을 읽을 때는 반드시 일어서야 한다는 공식적이고 명시적인 말씀은 없다. 다만 성경을 읽는 사람은 일어섰다는 근거는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본문은 누가복음 4장이다. 예수님이 회당에서 성경을 읽으려고 서셨다.
(눅 4:16) 예수께서 그 자라나신 곳 나사렛에 이르사 안식일에 늘 하시던 대로 회당에 들어가사 성경을 읽으려고 서시매
성경을 읽는 사람이 일어서는 것이 이스라엘 백성들의 전통이었음을 탈무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탈무드의 메길라(Megillah 21a)에는 “토라는 서서 읽어야 한다.”라는 규정이 나온다. 그처럼 성경을 읽는 사람이 반드시 서서 읽었다면 듣는 백성들은 어떤 자세와 태도를 보였을까?
느헤미야 8:5, 신명기 5:31, 에스겔 2:1을 근거로 생각해 보면 말씀을 경청하기 위해, 혹은 성경의 권위를 존중하는 의미로 일어섰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신약 시대의 성도 역시 성경을 봉독할 때 일어서는 것은 권장할 만하다. 말씀을 봉독할 때 일어서서 듣는 것은 안으로는 그 말씀의 권위를 인정하고 있음을 고백하는 것이고 밖으로는 성경의 신적 권위를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사사기 3장에는 에훗이 모압 왕 에글론에게 가서 하나님의 명령을 전할 말이 있다고 하자 왕이 좌석에서 일어선 사건이 있다.
(삿 3:20) 에훗이 그에게로 들어가니 왕은 서늘한 다락방에 홀로 앉아 있는 중이라 에훗이 이르되 내가 하나님의 명령을 받들어 왕에게 아뢸 일이 있나이다 하매 왕이 그의 좌석에서 일어나니
이방의 왕조차 하나님의 말씀 앞에 일어섰다면 오늘날 성도들이 설교자가 봉독하는 성경이 단순한 책이 아니라 신적 권위(Divine authority)를 가진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사실을 고백한다는 의미로 일어서서 받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과거 청교도들이 영국 국교회의 “복음서 봉독 시 기립 의무화”에 반발했던 이유는 성경 간의 차등을 두는 미신적 태도와 율법적 강제성 때문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성경 봉독 시에 기립한다면 신구약 성경 전체에 동등한 신적 권위를 고백하며 일어서야 할 것이다.
물론 성경 봉독 시 일어서지 않는다고 해서 성경 권위를 불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예배에서 성경 봉독 시에 회중이 일어서는 것이 의무도 아니다. 다만 오늘날처럼 성경의 권위가 추락한 시대에 우리가 모든 성경의 신적 권위를 고백하고 수호하는 의미로 성경을 봉독할 때 회중이 일어서는 것을 제안할 수 있다. 모든 예배에 항상 일어서는 것이 불편하다면 특별한 행사 때에라도 특별한 의미를 담아 일어서는 것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